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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껍질', '새우이끼'..中 백지시위에 등장한 문구, 강력한 메시지였다

'바나나 껍질', '새우이끼'..中 백지시위에 등장한 문구, 강력한 메시지였다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빠른 대처를 하지 못해 신장 우루무치에서 사망한 사람들을 기리는 시위가 이어졌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서영 기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바나나 껍질”(香蕉皮) “새우 이끼”(虾苔)
지난달 26일~28일 중국에서 벌어진 ‘백지혁명(白紙革命)’ 시위에 등장한 문구이다. 우리말로 보면 무슨 의미인지 몰라 갸우뚱할 수 있지만, 알고 보면 시위에 참가한 중국 시민들이 당국의 검열과 단속을 피하기 위해 고안한 ‘암호 구호’이다. 뜻은 전혀 다르지만 발음이 비슷한 단어를 활용해 “시진핑 하야”를 외친 것이다.

바나나 껍질은 중국어로 샹자오피(香蕉皮)다. 이 단어의 중국 한어병음 표기 초성 이니셜은 ‘시진핑(習近平)’과 같다. 새우 이끼는 중국어로 샤타이(虾苔)인데, 하야라는 뜻의 샤타이(下台)와 발음이 같다. 뜻은 전혀 다르지만 발음만 보면 중국인들에겐 ‘시진핑 하야’로 읽히는 문구다.

시 주석의 모교인 칭화대 학생들은 우주의 팽창 속도를 측정하는 ‘프리드만 방정식’이 적인 A4용지를 꺼내들고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프리드만 방정식에서 ‘프리드만’의 발음은 ‘자유를 얻은 자’라는 뜻의 영어단어인 ‘Freed man’과 유사하다.

검열과 통제가 당연시 여겨지는 중국 사회에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일어난 ‘백지 시위’가 잠재된 변화 욕구를 분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언어 유희와 풍자를 통해 중국 시민들이 이들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길거리 시위에 나설 경우 구금과 체포를 각오해야 하는 상황에서 창의적인 우회로 찾기에 성공한 셈이다.

시위대가 단속에 맞서는 또 하나의 방법은 '반어법'을 이용하는 것이다. 경찰이 ‘봉쇄 철회’를 외치지 말라고 하자, “봉쇄를 더 해달라” “코로나19 검사를 더 많이 하고 싶다!”고 외치는 방식이다. 온라인에선 “맞다 맞다 맞다” “좋다 좋다 좋다” “그렇다 그렇다 그렇다” 등 긍정적인 중국어 표현을 반복적으로 수십 차례 적어 당국의 온라인 검열을 피하는 방법의 반어법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