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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안전지킴이집 시행 15년... 시민들에 묻자 "그게 뭔가요" [잃어버린 가족찾기]

위급상황 처한 아이 보호 역할
서울시내에 1357곳 운영 불구
제도 제대로 몰라… "홍보 절실"

아동안전지킴이집 시행 15년... 시민들에 묻자 "그게 뭔가요" [잃어버린 가족찾기]
16일 서울시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에 아동안전지킴이집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사진=이진혁 기자
16일 오전 서울시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의 한 페인트 가게. 출입문 위쪽에는 '아동안전지킴이집'을 나타내는 동그란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하지만 시민들은 이곳에 아동안전지킴이집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인근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고 딸 둘을 키우고 있는 이모씨(38)는 해당 사실에 대해 말하자 "페인트 가게에 '아동안전지킴이집' 팻말이 달린 것을 지금 봤다"며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데리러 나오기 위한 표식 정도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동안전지킴이집 제도가 시행된 지 15년이 넘었음에도 주변 시민들의 인지도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아동안전지킴이집 임무를 맡고 있는 가게들조차 자신들의 역할을 모르기도 했다.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운영 방법 및 홍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6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 9월 기준 서울시에 총 1357개소의 아동안전지킴이집이 운영중이다. 아동안전지킴이집은 낯선 사람의 위협을 받거나 길을 잃은 아동 등 위급 상황에 처한 어린이들을 임시로 보호하고 경찰에 인계하는 역할을 한다. 2008년 발생한 안양 초등생 유괴·살해 사건을 계기로 아동 대상 강력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시행 중이다. 아동안전지킴이집으로 선정되려면 △아동보호 제도 운영에 자발적 참여 의지가 강한 업소 △경찰 관련 협의회 등 평소 협력치안활동에 적극적인 업소 △사회봉사 및 아동보호에 관심이 많은 업소 등이어야 한다.

경찰은 연 1~2회 아동안전지킴이집에 방문해 행동수칙 등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관심은 태부족이다. 이날 만난 세 아이의 부모인 연모씨(44)는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지만 아동안전지킴이집 존재를 알지 못했다"며 "최소한 아이를 가진 부모들은 알아야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심지어 아동안전지킴이집에 속한 상점 조차 자신들의 역할을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업무특성상 교대가 잦고 근무자가 자주 바뀌는 편의점의 경우 이를 숙지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용산구에 위치한 한 편의점 종사자는 "이전 근무자나 사장님에게 전혀 인수인계를 받지 않았다"며 "아동안전지킴이집이라고 찾아오는 시민들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동 실종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18세 미만 아동 실종신고는 2019년 2만1551건에서 2020년 1만9146건으로 줄었다가 2021년 2만1379건으로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에 대한 홍보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건수 백석대학교 경찰학부 교수는 "아동안전지킴이집 제도는 시행 이후 중소 도시를 중심으로 범죄 예방 효과 등 실효성을 입증 받고 있지만 홍보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며 "담당 편의점, 약국 등 상점에 대해서는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