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 전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기술코치가 19일 서울 한 음식점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성난 민심이 큰 부담이 되었던 것일까.
러시아로 귀화해 러시아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와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 등으로 활동했던 빅토르 안(37·한국명 안현수)의 국내 복귀 시도가 사실상 무산됐다.
안현수는 얼마 전 경기 성남시청 직장운동부 빙상팀 코치에 지원했으나, 2배수 후보에 들지 못했다. 성남시는 29일 "시청 빙상팀 코치직 채용 전형에 빅토르 안과 김선태 전 중국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감독을 포함해 7명이 지원했는데 빅토르 안 등 두 지원자는 상위 2배수 후보에 들지 않았다"고 밝혔다.
빅토르 안은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를 획득한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 스타였다. 하지만 2011년 당시 러시아로 귀화했다. 그 과정에서 한국 쇼트트랙의 파벌 싸움 등 문제를 제기하며 한국 쇼트트랙과 등을 지는 분위기로 국내를 떠났다. 그리고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3관왕에 올랐다.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을 이끄는 김선태 감독과 안현수 코치가 1일 오후 베이징 수도 실내 경기장(Capital indoor stadium)에서 훈련 중 대화하고 있다. 2022.2.1/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사진=뉴스1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이 무산된 이후 빅토르 안은 선수 은퇴를 선언한 뒤 지도자로 변신했고,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중국 대표팀 코치로 활동했다.
올해 초 빅토르 안과 김 전 감독이 성남시청 빙상팀 코치직에 지원한 사실이 알려진 이후 국내에서는 찬반 논란이 제기되었다. 무엇보다 한국 쇼트트랙을 강하게 비판하며 러시아로 귀화한 선수가 직장을 얻기 위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이 국내 정서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러시아와 중국 등에서 한국의 라이벌로 한국 쇼트트랙의 앞길을 막았다는 의견도 다수 제기되었다. 특히 빅토르 안과는 무관하지만,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크 공격 등 대외적인 안좋은 이미지까지 겹치며 더욱 안현수의 국내 복귀는 많은 반대에 부딪혔다.
빙상지도자연맹도 비판에 가세했다.
연맹은 “러시아인 빅토르 안은 한국 국적을 버리고 러시아로 귀화했을 당시 매국 논란이 일자 ‘이중국적이 가능할 줄 알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중국적이 안 된다는 것을 미리 알고 돈을 일시불로 받아간 뒤 몰랐던 척 했던 것이다”라며 그의 거짓을 폭로했다.
2022 베이징 올림픽 당시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에서 함께 했던 김선태 전 감독(오른쪽)과 빅토르 안. /뉴스1 DB ⓒ News1 안은나 기자 /사진=뉴스1
또한, 연맹은 “이 둘은 징계와 논란으로 국내 지도자 활동이 어려워지자, 자숙하는 방식 대신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 중국 대표팀을 맡는 선택을 했다”라며 “직업 선택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직업 선택의 자유가 스포츠의 최우선 가치인 공정을 넘어설 순 없다”라며 그의 국내 복귀를 강력하게 반대했다.
성남시는 팀 경기력을 높여줄 실력, 선수들과 소통하는 리더십을 주요 선발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서류와 면접 심사를 통해 기술, 소통 능력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해 판단했다"며 "빙상계 여론과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나오는 시각도 평가에 반영됐다"고 덧붙였다.
성남시는 오는 31일 빙상팀 코치 선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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