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3일 한은 금통위 의사록 보니
6명 금통위원 전원 '가계부채 축소' 한 목소리
금리인상 필요성 언급에, 당국과의 정책 조화도 강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7월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은행.
[파이낸셜뉴스]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올해 2·4분기 이후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해 강력 경고했다. 기준금리가 3.50%인 통화긴축기에도 지난달말 은행권 가계대출잔액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는 등 대출이 계속 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은 가계부채 누증이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된다고 보고, 통화정책을 비롯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 거시건전성 정책 필요성까지 언급했다.
■금통위원 6명 전원 "가계부채 증가 우려된다" 강력 경고
1일 공개된 지난 7월 1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 6명 전원은 개별 의견 개진 과정에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과 같은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계속된다면 우리경제의 체질 개선이 어렵다는 게 공통적인 지적이었다.
한 금통위원은 "높은 가계부채비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부실 문제 등은 향후 정책운용 선택의 폭을 좁히고 소비와 시장심리를 억누르는 지속적 요인이 될 것임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규제 완화로 가계대출이 더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다른 위원은 "주택대출 규제 완화와 정책대출 공급확대 등 정책 요인이 주택가격 회복 기대와 맞물린 결과란 점에서 앞으로도 가계대출이 증가세를 이어가며 금융 불균형 위험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 금통위원은 "금리인상은 가계와 기업이 부채를 줄이고 무모한 투자는 자제하게 하며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과정에서 확보된 소비와 투자 여력은 향후 강한 경기 회복과 견실한 성장의 기초가 된다"면서 통화긴축 필요성을 주장했다.
다른 위원은 "자산가격 급등과 민간부채의 빠른 증가는 당행이 재작년 통화정책을 긴축기조로 전환하게 된 주요 배경"이라며 "그간 이뤄온 정책노력의 성과가 무산될까 우려된다"고도 했다. 디레버리징이 현재 우리경제의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로, 체질개선을 통한 경제성장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작심 발언'으로 보인다.
■DSR 규제 한시적으로 완화한 당국에.. '정책 조화' 강조
한은에서는 부채축소를 위해선 통화정책뿐 아니라 당국과의 정책 조화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필요시 규제 완화를 통해 취약부문에 유동성을 공급한다고 하더라도 'GDP 대비 부채비율 축소' 기조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한 금통위원은 "우리나라 GDP 성장률이 점차 낮아지는 상황에서도 규제 당국이 예전의 방식대로 가계부채를 관리하게 되면 가계부채 비율을 낮추기 어려워 보인다"면서 "저성장 기조하에서는 규제 당국도 가계부채 관리의 구조적인 측면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가계대출 증가세'를 경고한 데는 이유가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가계 부문의 DSR은 13.6%로 조사 대상인 세계 17개국 중 호주(14.7%)에 이어 두 번째로 가장 높았다. DSR은 소득 대비 원금·이자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지표로, 높을수록 가계의 대출 상환 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사태 전(2019년 말)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DSR 상승폭은 1.4%p로 조사 대상국 중 가장 컸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지난해말 기준 GDP 대비 105%로 주요국 중 세번째로 가장 높다. 2010년 43개국 중 14위에서, 지난해 3위로 11계단 껑충 뛰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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