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숙박업소에서 서울시 공중위생감시원이 빈대 예방활동을 마치고 빈대 제로 관리시설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파이낸셜뉴스]
#1. 온라인 쇼핑을 즐겨하던 A씨는 최근 쇼핑을 잠시 멈췄다. 혹여나 택배를 통해 빈대가 유입될까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A씨는 "최근 여기저기서 빈대가 나온다는 소식이 들려 택배 상자 속에도 혹시나 빈대가 있을까 걱정이 된다"고 토로했다.
#2. 해외 직구를 즐겨하는 B씨도 미국에서 구입한 옷 배송을 기다리고 있지만, 걱정이 밀려왔다. B씨는 "빈대가 해외에서 유입된 거라고 해서 괜히 더 불안해졌다"며 "찜찜한 기분이 드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최근 전국 곳곳에서 빈대가 출몰하고 있는 가운데 택배를 통해 빈대가 배송된다는 루머가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온라인 구매를 중단하거나 주문을 취소하는 소비자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업계와 전문가는 택배 터미널에서 빈대가 유입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빈대 때문에 택배가 겁난다는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앞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한 이커머스 업체의 보냉가방에서 빈대가 발견됐다는 게시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을 쓴 누리꾼은 "B업체 보냉 가방에서 빈대가 나왔다"며 "물류창고에서 발견됐고 물건, 박스 칸막이 사이와 신선센터 보냉 가방에서 나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관할 보건소가 해당 게시글에 언급됐던 물류센터에 대해 점검을 한 결과, 빈대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B 업체 관계자는 "일부 SNS를 통해 사실이 아닌 유언비어가 확산되고 있다"며 "회사 전체 물류 사업장에 전문 업체의 정기적인 소독을 통해 철저히 관리하고 있고 현재까지 빈대가 발견된 사례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같은 확인되지 않은 글들이 온라인으로 빠르게 퍼지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택배에 대한 막연함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상에는 '빈대가 택배로도 따라온다는데 어떻게 하냐', '빈대 때문에 택배 상자 조심해야겠다', '빈대 올까봐 택배시키기도 무섭다'는 등의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업계는 택배로 빈대가 확산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문 방역업체를 통해 물류센터를 철저하게 방역하는 데다 빈대는 주로 사람이나 동물 등에 서식하는데 골판지로 만든 택배 상자에 붙어 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택배 업체 관계자는 "택배는 고객사들로부터 물건을 받으면 물류센터에서 바로 배송을 하고 있어 빈대가 붙을 시간이 없다"며 "빈대는 인간이 숙주고 피를 먹고 살아 택배터미널이나 택배 상자에서 서식할 수 있는 조건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퍼지고 있는 '택배 빈대설'에 대해 '괴담'이라고 일축했다.
전문가 역시 택배를 통해 빈대가 유입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엄훈식 한국방역협회 선임연구원은 "사람의 피를 빨아 먹이로 삼는 빈대 특성상 택배 물류센터는 빈대가 번식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확률적으로 희박한 택배를 통한 빈대 유입 가능성을 걱정하기보다는 차라리 바깥에서 옷을 한번 털고 들어오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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