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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 미국 '고속 성장'vs 유럽 '부진' 그 배경은?

한국은행 'BOK 이슈노트'

팬데믹 이후 미국 '고속 성장'vs 유럽 '부진' 그 배경은?
한국은행 제공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과 유럽의 성장률 격차가 크게 확대된 것은 재정 정책 및 에너지 가격 충격 및 교역 부진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올해 들어 이 같은 요인이 사라지면서 성장률 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생산성이나 노동력 차이 등 구조적 요인이 상존해 격차가 남아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급속한 고령화 및 공급망 재편 등 문제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도 성장이 정체되지 않기 위해 실효성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1일 한국은행은 'BOK 이슈노트: 미국과 유럽의 차별화 배경 및 시사점'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최근 글로벌 고물가와 이에 대응한 긴축적 통화정책 전개 과정에서 미국과 유로지역 간 큰 성장률 격차를 보인 점에 대한 원인을 분석한 것이다. 미국이 예상 밖의 빠른 성장세를 보인 반면 유로지역은 부진해 상이한 성장 흐름을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먼저 단기적으로는 △재정 정책 △에너지 가격 충격 및 △교역 부진의 영향이 양 경제권에서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성장세가 차별화 됐다고 해석했다. 미국은 적극적인 재정 정책이 소비 증가세로 이어지면서 양호한 회복세를 견인한 반면 유로지역은 가계에 대한 재정지원 규모가 미국의 절반 정도에 그쳐 소비 여력이 제한됐다. 이에 더해 유로 지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와 무역 개방도가 높아 러·우 전쟁 및 수출 감소로 인한 경기 위축 효과가 미국에 비해 더 크게 나타났다.

또 장기적으로는 생산성과 노동력 차이 등 구조적 요인이 작용한다고 봤다. 단기 요인은 조만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과 유럽의 생산성 격차가 없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미국은 기술 혁신 및 고숙련 인재 유치 등으로 생산성 우위를 지속하고 있는데 유로 지역은 관광업 및 전통 제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첨단 산업에 대한 정책적 육성 노력도 상대적으로 부족해 저숙련 인력이 이민자 유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는 설명이다.

또 유로지역은 빠른 고령화로 인해 노동 투입이 감소하는 실정이다. 지난 2010~2019년 동안 유로지역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연평균 0.1%씩 감소한 반면 미국은 연평균 0.5%씩 증가했다. 이는 양 경제권간 노동 투입으로 인한 성장기여도 격차(0.4%p)의 상당 부분(0.3%p)을 설명한다.

이에 보고서는 우리나라도 고령화라는 노동 투입 측면과 첨단 산업을 둘러싼 공급망 재편이라는 생산성 측면의 도전을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대응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적극적인 이민 정책과 저출생 대책을 병행해 노동력 감소세를 완화하면서 신성장 산업에서 혁신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김민수 한국은행 미국유럽경제팀 과장은 "이민과 관련해 우리 정부도 노력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국과 같이 좀 더 생산적인 혁신에 기여할 수 있는 인력을 더 유입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