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성 경제부 부국장·세종본부장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오늘(28일) 공개된다. 0.7명대 턱걸이 여부가 관심사다. 0.7명은 가임여성 100명이 있다면 아이를 70명 낳는다는 의미다. 태어난 아이 중 여성은 절반인 35명쯤 될 것이다. 35명이 다음 세대에 아이를 낳는다면 25명이 채 안 된다. 애초 인구는 100명이 아닌 남성을 포함한 200명이다. 두 세대 만에 200명이 25명 이하로 줄어든다. 초저출산율이 가져올 우리 사회의 미래상이다. 저명한 미국 인구학자가 "한국, 완전히 망했네요"라고 내뱉은 것은 그 심각성을 알고 기겁해서일 듯싶다. 더구나 인구학자가 본 출산율은 0.78명(2022년)이었다.
출산율이 추락을 거듭하면서 정부의 긴장도도 높아지고 있다. 인구위기가 예측을 벗어나고 있어서다. 단적으로 출산율 바닥 시점이 2년 만에 바뀌었다. 2020년 추계 땐 바닥 시점을 올해 0.70명으로 봤지만, 2022년에는 내년 0.65명으로 전면 수정했다. 출생아 감소세가 그만큼 가팔라서다. 정부 예상치와 괴리도 크다. 저출산정책 컨트롤타워인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올해 9년 만의 하락세를 접고 0.79명으로 반등을 예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전면적 정책전환이 시급하다. 지난 2005년 저고위 출범 후 20년이 지났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예산 수백조원을 쓰고도 어떤 게 효과가 있고 없는지 제대로 분석조차 못하고 있다. 말로만 국가적 재난이라고 할 뿐 인구문제를 서서히 죽어가는 '냄비 속 개구리'처럼 다루지 않았나 되돌아보게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출산율 1.0명'이라는 목표와 국정 최우선 과제로 저출산 문제를 제시했지만 늦은 감이 있다.
다만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저출산 위기감의 사회 전반 확산으로 대책에 동참하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4월 총선을 앞둔 정치권은 여야가 앞다퉈 공약을 내놨다. 이전 총선에서는 못 보던 저출산 공약 대결이다. 부영그룹의 '1억원 출산장려금'도 저출산에 대한 기업의 역할 강화라는 화두를 던졌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성년이 될 때까지 순차적으로 1억원 이상을 지원하는 경우는 있지만, 기업이 한꺼번에 1억원을 주는 것은 처음이다. 세정당국인 기획재정부도 세제 측면에서 저출산 해법 찾기에 나섰다. 출산장려세제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사회 전반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어서다. 출산·보육을 뒷받침하는 세제혜택의 강화, 출산·보육수당의 비과세 한도 상향 등을 검토한 후 내달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산율 1.0명 달성은 쉬운 길이 아니다. 중간 수준인 중위 추계로 2036년에서야 1.02명이 된다. 최악의 인구상황인 저위 기준으론 2072년이 돼도 0.82명에 그칠 것이라고 통계청은 예측했다. 갈 길은 멀다. 먹혀드는 정책이 우선이다. 기존 대책 가운데 지속할 것과 폐기할 것을 가려내고 새로 필요한 대책과 중장기 정책, 지자체·민간기업이 동참할 대책 등을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기업의 자발적 출산장려책까지 나오는 지금이 호기다. 저고위 실무를 총괄하는 부위원장의 부총리급 격상을 핵심으로 하는 인구정책 컨트롤타워의 위상 강화는 정책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선결과제다.
국가소멸론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는 방안도 고려돼야 한다. 과거 이명박 정부 때 대통령 자문기관이었던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좋은 선례다. 당시 대통령과 각 부처 정부위원, 민간위원들은 매달 한번씩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안건을 토론하고 점검하면서 성과를 냈다. 만약 부총리급 저고위 부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준다고 하면 국무총리가 전권을 행사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참고할 만하다.
말로만 위기를 외쳐서는 다른 차원의 대책이 나올 수 없다. 쿠데타에 버금가는 인구정책 대전환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50년 후에도 우리나라 출산율은 1명대 아래에 머무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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