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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 M&A 발목잡나…상장사 절반은 "재검토"

상법 개정, M&A 발목잡나…상장사 절반은 "재검토"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파이낸셜뉴스] 최근 밸류업 프로그램 일환으로 논의되는 상법 개정이 국내 상장사들의 인수합병(M&A) 추진 등 기업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상장기업 153개사(코스피 75개사·코스닥 78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가 확대되면 기업 절반 이상(52.9%)이 M&A 계획을 재검토하거나 철회하겠다고 응답했다고 12일 밝혔다. 구체적으로 M&A 계획을 재검토하겠다는 기업은 44.4%, 철회 또는 취소하겠다는 기업은 8.5%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기업의 66.1%는 상법 개정시 해당 기업은 물론 국내 기업 전체의 M&A 모멘텀을 저해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논의되는 상법 개정안은 상법상 이사가 '회사를 위하여' 충실히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충실의무 규정을 '주주의 비례적 이익'까지 확대하자는 게 골자다.

기업들은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가 이사의 책임 가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법이 개정되면 '주주대표소송과 배임죄 처벌 등이 확대 될 것'이라는 전망이 61.3%에 달했다. 현재 형법상 배임죄 등의 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 이사의 책임까지 가중되면 장기적 관점의 모험투자 등을 꺼리게 돼 오히려 밸류업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응답기업의 84.9%는 배임죄 기준이 불명확하다고 응답했으며, 24.8%는 최근 5년간 불명확한 배임죄 기준 때문에 의사결정에 애로를 겪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경찰청 범죄 통계에 따르면 연간 업무상 배임죄 신고 건수는 해마다 2000건 안팎으로 발생하고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주주 중에는 지배주주도 포함되고, 비지배주주간에도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는데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정리할지 의문"이라며 "면밀한 검토 없이 도입하면 M&A나 신규 투자는 위축시키고 경영의 불확실성만 가중하는 결과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조사에 응한 상장사들은 이미 내부거래위원회 설치(62.1%)나 전자주주총회 운영(49.7%) 등 다양한 방식의 주주보호 장치를 갖추고 있다. 더욱이 이사회가 지배주주 거수기 역할에 그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안건 상정 전 쟁점을 조정하기 때문(66.0%)'이라거나 '반대 이사가 있는 경우 표결하지 않고 철회 또는 조정 후 재상정(28.1%)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등 규제보다는 자유로운 기업 경영활동을 보장해 주는 법제도 문화 정착이 더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배임죄 명확화(67.6%)가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꼽혔다. 이어 △합리적이고 성실한 경영판단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 '경영판단 존중 원칙 명문화'(45.9%) △밸류업 우수기업 인센티브 도입(40.5%) △상속세 인하(27.0%) 등 의견이 나왔다.

송승혁 대한상의 금융산업팀장은 "경영진의 어떤 의사결정이 회사에는 이익이 되고 주주에게는 손해가 되는지는 기업이 사전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기업들도 주주보호를 위한 많은 제도적 수단을 강구하고 있는 만큼 섣불리 규제를 강화해 경영의 불확실성을 확대시켜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법 개정, M&A 발목잡나…상장사 절반은 "재검토"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