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4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2일 서부지구의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를 현지 시찰하면서 전투원들의 훈련실태를 료해(파악)했다고 보도했다. 김 총비서는 이 자리에서 "우리를 공격하려 한다면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은 핵강국의 절대적 힘을 확보했다면서 "한미가 북한 주권을 침해하려 시도한다면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공격력을 동원하겠다"고 도발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는 '괴뢰'라고 지칭하고 "온전치 못한 사람"이라고 깎아내렸다. 김 위원장이 윤 대통령을 실명으로 비난한 것은 2022년 7월 이른바 전승절 연설 당시 윤 대통령을 직책 없이 호명한 이후 2년여 만이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즉흥적이 아닌 외교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본다. 일단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 그날이 바로 "정권 종말"이라고 말한 국군의날 기념사에 맞대응하는 차원에서 강한 어조를 동원했다. 그러나 단순히 상호 대등한 수준의 맞대응성 발언으로 치부할 수 없다. 한반도에 영향력이 큰 미국에서 차기 대통령을 뽑기 위한 대선이 코앞에 닥친 가운데 북한 주도의 한반도 판세를 그려보겠다는 의도마저 엿보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이날 발언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핵 보유국', '핵 강국'이다. 핵 포기 불가 의사를 강조하면서 한미가 북한을 향해 무력을 동원할 경우 핵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한미의 북한 비핵화 목표를 무력화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지난해 말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선포한 것도 핵보유국 문제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이번 핵보유국 천명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남한과의 단절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견고한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형국이다.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한 외교적 환경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다. 대북 제재 수단이 가동되고 있지만 북한은 핵무기 고도화를 강행하고 있다. 이러한 역학관계 속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실현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핵무기 감축에 초점을 맞춘 군비통제 협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참에 북한이 핵 보유국 목소리를 높여 이러한 미국의 대북 기조에 변화를 주려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미국 대선이 임박하면서 미국의 한반도 영향력은 일시적으로 공백 상태라 볼 수 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을 패싱하고 북미간 협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다 최근 가자전쟁이 중동 전쟁으로 비화할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양대 지역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지속되면 미국의 한반도 문제 관심사도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국내 안보와 군사력 태세를 굳건히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아가 한반도 정세 안정화와 북한의 비핵화 목표 달성을 위해 미국과 일본간 안보 공조가 느슨해지지 않도록 협력과 소통의 길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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