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아동학대 신고 기다리면 늦다"… 빅데이터 살펴 적극대응['아동학대 제로' 서울로]

(上) 위기징후 찾으면 현장 등 전수조사
아들에 뜨거운 물 부은 사건 적발
시, 즉시분리·신고로 계모는 구속
전문가는 ‘원가정 회복 우선’ 강조
부모교육·양육코칭 등 촘촘하게

"아동학대 신고 기다리면 늦다"… 빅데이터 살펴 적극대응['아동학대 제로' 서울로]

양부모의 잔혹한 학대로 16개월 입양아가 숨진 이른바 '정인이 사건'이 발생한 지 어느덧 5년이 되어 간다. 정인이 사건 이후 아동학대 예방·대응 체계는 강화되고 있으나, 가정에서 은밀하게 벌어지는 아동학대를 근절하기는 쉽지 않다. 아동학대 가해자들이 조사를 거부하거나 전담 공무원에게 해코지하는 행태도 여전하다. 이에 파이낸셜뉴스는 3회에 걸쳐 서울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 사건 현황과 가·피해자를 포함한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편집자주>

서울시가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통상적으로 아동학대는 피해자가 어리고 가정 내에서 발생해 조기 발견이 어렵다. 서울시는 아동학대 발생 징후가 있는 가정에 대해 선제적으로 조사에 나서는 등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아동학대, 샅샅이 뒤져 찾는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상반기 아동학대 위기 징후가 있는 7540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3건을 아동학대로 신고하고 12건을 수사 의뢰했다. 469건에 대해선 초기상담을 진행하고 12건은 서비스연계 조치했다. 시는 매해 약 1만5000명에 대한 아동학대 위기징후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2023년에는 1만5760명을 조사해 3건을 아동학대 신고하고 6건을 수사 의뢰했다. 2022년에는 전수조사 대상 1만5180명 중 아동학대 신고 3건, 수사의뢰 13건 등을 조치했다.

서울시는 총 44종의 사회 보장 빅데이터를 활용해 위기징후 아동 자료를 추출한 뒤 담당 공무원을 파견하는 방식으로 현장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사회보장 빅데이터에는 단전, 단수, 학교 장기결석, 의료기관 미진료 등이 포함된다.

한 아동이 별다른 사유 없이 학교를 장기결석하거나 영유아 건강검진을 받지 않을 경우 아동학대 징후가 있다고 판단, 주민센터 담당 공무원이 현장을 방문한다. 아동학대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공무원은 피신고 아동과 부모를 대면해 조사를 실시한다. 조사 이후에는 경찰 등이 포함된 사례 회의를 거쳐 아동학대 여부를 판단한다. 심각한 아동학대라고 판단될 때는 피해 아동과 부모를 즉시 분리한다.

지난해 2월 서울 노원구에선 14세 A군이 계모에게 학대를 받아 화상을 입은 사건이 적발됐다. 계모는 A군에게 뜨거운 물을 붓는 등 학대를 가했다. 노원구는 A군과 계모를 즉시 분리하고 신고 조치했다. 계모는 현재 구속됐고 A군은 친인척 집에 머물고 있다.

■부모·아동 관계 회복 우선돼야

아동학대 조치 이후 재학대 발생률은 10% 초반대다. 2023년 12.4%, 2022년 13.4%, 2021년 11.8%, 2020년 10.9%, 2019년 13.4% 등이다. 아동학대 가해자 10명 중 약 9명은 재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긍정적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아동학대 가해자가 신고 이후 더욱 철저하게 범죄 사실을 숨기려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학대 발생률이 낮다는 건 마냥 좋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가 재발되지 않기 위해선 원가정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원구 아동청소년과 신지선 주무관은 "중대사건이 아니면 피해 아동도 결국 원가정에서 지내야 하기 때문에 부모와 아이의 관계를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며 "심리상담과 부모교육을 통해 서로를 이해시키고 가정이 안전한 울타리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학대 피해 아동을 보호하고 재학대를 방지하기 위한 대응 체계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시내 10곳에서 운영 중인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올해 안으로 13곳까지 늘린다.

학대 피해 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방문형 가족회복 사업'은 기존 60가정에서 지난해 240가정으로 확대했다.
학대사례가 아니더라도 가족 간 관계 개선이 필요한 경우 부모 교육이나 양육 코칭 프로그램을 통해 아동학대를 예방, 조기 지원한다.

아동학대 예방과 피해자 지원을 위한 인프라도 확대했다. 사례관리를 통해 재학대 예방 역할을 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피해아동 일시보호를 지원하는 '학대피해아동쉼터'는 각각 2개소씩 총 4개소의 인프라를 확충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