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창기 실리콘밸리특파원
20일(현지시간) 미국 제47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내외는 공식 취임식에 앞서 워싱턴DC 세인트존스 성공회 교회에서 열린 예배에 참석하며 대통령으로서 사실상의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백악관 북쪽 라파예트광장 건너편에 위치한 이 교회는 미국 제4대 대통령이었던 제임스 매디슨 이후 역대 대통령들이 거의 모두 찾고 있어서 대통령의 교회로도 불린다.
미국 대통령이 취임식 당일에 이 교회의 예배에 참석하는 일은 지난 1933년부터 시작된 전통이라고 한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이 이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통이 생기기 시작한 이전에도 제16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미국의 남북전쟁 기간에도 이 교회에서 저녁 기도를 했다는 전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취임 전 예배를 위해 들른 교회에서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미국 대통령이 취임 당일에 들르는 이런 역사와 전통이 있는 교회에서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목격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운동 기간 전폭적으로 그를 도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겸 정부효율부(DOGE) 수장은 그렇다 치자.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의 마크 저커버그 CEO와 세계적 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팀 쿡 애플 CEO가 아침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에 함께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배를 드렸던 교회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이 개최된 국회의사당 로툰다홀에 참석한 빅테크 CEO들은 거의 동일했다. 그리고 이들은 큰 현안이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메타의 저커버그 CEO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 개선이 시급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사이가 그다지 좋지 못한 편이다. 그 원인은 지난 2021년 1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대선 불복 의사당 난동이었다. 이 사건 이후 저커버거는 트럼프 대통령의 페이스북 계정을 정지시켰고 트럼프는 이에 분노해 SNS '트루스소셜'을 직접 설립하기에 이른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저커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결정적 승리"라며 그를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직전 저커버그는 메타의 다양성 정책을 폐기했고, 가짜뉴스를 판별하는 '제3자 팩트체크' 기능도 폐지했다.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눈에 들기 위해 그의 취임 첫날 트럼프 대통령만큼 바쁜 하루를 보냈다. 베이조스는 트럼프 1기 정부 시절 트럼프 대통령과 SNS에서 설전을 벌인 악연이 있다. 하지만 베이조스는 자신이 대주주인 아마존 프라임 '프라임 비디오'에서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방영할 예정이다.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과의 악연을 떨어내는 것이 중요해서일 것이다. 현재 촬영이 진행 중인 이 영화는 내년 하반기에 공개될 예정이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알파벳) CEO와 팀 쿡 애플 CEO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한 것은 당연해 보인다. 구글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해체될 수도, 현재의 사업구조를 유지할 수도 있다. 그 때문에 피차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당일부터 SNS를 통해 친트럼프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쿡 역시 애플이 처한 현재 상황에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을 따라다닐 수밖에 없었다. 틱톡의 추 쇼우츠 CEO도 이들 빅테크 CEO들과 함께 취임식장 VIP석에서 목격됐다.
그런데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이들과 달리 교회에서도, 취임식장에서도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올트먼 CEO는 취임식장의 자리를 배정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 아예 참석하지 않은 CEO도 있다. 바로 엔비디아 창업자 겸 CEO 젠슨 황이다.
트럼프 취임식장에 달려간 빅테크 CEO들이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어떤 것을 얻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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