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안 이날 본회의 상정 보류
野, 주52시간 뺀 반도체법 패트 추진
28일 국정협의회 협상 의제 될 듯
與는 반도체법 원안·자본시장법 개정안 처리 고수
野 기조도 강건…협상 실마리 찾을지
이외 K칩스법·에너지3법 등 본회의 통과
우원식 국회의장과 양당 원내대표가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장주재 회동에 참석,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우원식 국회의장,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공동취재
[파이낸셜뉴스] 경제·산업 분야 입법에 대해 시각차를 두고 주도권 경쟁 중인 여야가 반도체특별법과 상법 개정안 등을 두고 협상을 이어간다. 반도체특별법의 경우, 야당이 여야 간 이견이 있는 주 52시간 문제를 제외하고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에 지정 추진을 예고하면서 여당은 이에 반발한 상태다. 27일 본회의 상정이 예상됐던 야당 주도의 상법 개정안은 당장 이날 본회의에 오르지 않았다. 여야 간 토론이 더 필요하다는 국회의장의 판단에서다. 이를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지도부가 연일 친기업 행보를 주력하면서도 주52간제 예외 기조에 '갈짓자 행보'를 보이고, 재계가 반대하는 상법개정안을 단독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중적 잣대'라는 비판이 일자, 조기 대선을 의식한 표 단속 차원의 고육책이라는 지적이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28일 열리는 국정협의회에서 반도체특별법과 상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날 본회의 시작 전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 52시간 문제를 제외한 반도체특별법의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해 명확한 반대 입장을 냈다. 패스트트랙 지정 시 법안 논의 시간만 늘어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면서 주 52시간 문제를 포함시킨 원안을 이달 내 처리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은 주 52시간 근무 예외라는 알맹이를 빼고 반도체특별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오히려 '슬로우트랙'이자 국민을 속이는 '민주당트릭'"이라며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 본회의 표결까지 최장 330일이 소요된다. 하루 24시간 365일 초경쟁 체제에 도입한 반도체 시장의 현실을 고려할 때 330일은 운명을 바꿀 만큼 너무 늦은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권 원내대표는 "주 52시간 예외 조항은 반도체특별법이 특별법다울 수 있는 필수 조건이다. 반도체특별법 2월 처리를 지킬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이 전날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통과를 밀어붙인 상법 개정안은 우원식 국회의장의 중재 하에 이날 국회 본회의 안건으로 오르지 않았다. 여야 간 추가 논의를 통해 이견을 좁혀 달라는 주문이다.
우 의장은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교섭단체 간 견해 차이가 크고 토론과 협의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요청도 있었다"며 "의장으로서 교섭단체 간 협의를 독려하기 위해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 다음 본회의까지 교섭단체 간 최대한 협의해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전했다.
이 같은 반도체특별법과 상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 모두 물러설 기미가 안 보이는 가운데, 다음 여야정 국정협의회에서 협상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반도체특별법의 경우, 앞서 여당이 일몰제 등의 조건까지 제시했지만 야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서 이사의 주주충실의무,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등이 무리하다고 보고 있는 여당은 기업의 인수합병(M&A)·물적분할 시 소액주주 보호를 규정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절충안으로 제시했지만 야당은 상법 개정을 고집하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포퓰리즘적이고 반기업적인 상법 개정을 지금이라도 철회하고 국민의힘과 자본시장법 개정에 머리를 맞댈 것을 제안한다"며 "그리고 우리 산업과 경제를 위해 보다 시급한 것은 주 52시간 예외 반도체특별법과 간첩법 개정이라는 것을 강조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선 반도체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5%p 올려 최대 30%까지 확대하고 반도체 연구개발(R&D) 분야에 대한 세액공제 일몰 기간을 2031년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K칩스법(조세특례법개정안)과 첨단산업 및 원전 기업의 인프라 환경을 뒷받침하기 위한 에너지3법(국가기간전력망확충법·고준위방폐장법·해상풍력특별법)이 통과됐다.
이에 재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은 이날 "이번 조특법 개정안 통과는 산업계의 숨통을 틔워주고, 한국경제가 당면한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데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재계는 현재 한국 경제가 미국 신정부 출범에 따른 보호무역 강화와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 등으로 유례 없는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 등 주력 산업마저도 통상 환경 악화와 글로벌 경쟁 심화로 인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조특법 개정안 통과된 데 대해 이 본부장은 "반도체 생산 시설 및 국가전략기술 연구개발(R&D) 시설 세액공제 확대는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기술 선도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도 기업들의 냉각된 투자심리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이 본부장은 "그 대상이 중소·중견기업에 한정된 것은 매우 아쉽다"며 "기업 규모를 막론하고 투자 활력이 크게 위축된 만큼 대기업을 포함해 보다 폭넓고 보편적인 지원방안이 추가로 검토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본부장은 "경제계도 국회의 민생경제 활성화 의지에 부응해 적극적인 투자와 혁신을 바탕으로 경제의 성장엔진을 재점화하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화답했다.
아울러 반도체 업계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이번 법안은 글로벌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미래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우위를 선점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회에서 논의 중인 반도체 특별법도 산업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원만히 협의돼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반도체 지원정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jhyuk@fnnews.com 김준혁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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