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할 거 알면서도 구타… 고의 없다" 상해치사죄 폐지해야
"법원, 국민 탄원서 이유로 유족의 발언 기회 제한하는 아이러니"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파이낸셜뉴스] '거제 교제폭력 사망사건'의 유족이 가해자의 '반성문 감형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법 개정을 호소했다.
지난달 27일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는 '형사재판에서 교제폭력 피해자의 절차 권리 강화 및 상해치사죄 전면 개선 촉구에 관한 청원'이 올라왔다.
지난해 4월 가해자인 20대 남성 김모씨는 경남 거제의 한 원룸에서 전 여자 친구인 20대 이효정 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김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지만,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이 씨의 어머니 A씨는 청원 취지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피멍이 들게 폭행 당한 딸아이의 마지막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는 말로 시작했다.
이어 "저희는 판사님에게 법정에서 직접 피해자 유가족으로서 겪고 있는 고통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판사님은 이미 탄원서가 많이 제출됐으니 그걸로 갈음하겠다면서 거절하셨다"면서 "가해자가 보장받는 발언 기회의 10분의 1조차 보장 받지 못하는 현실이 정말 분노스럽다. 가해자만을 위하는 현재의 사법 시스템이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이에 청원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판사에게 잘못을 빌면 감형해 주는 '반성문 감형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해자가 단 한 번도 부모인 저희에게 잘못을 빈 적이 없고 오직 판사에게만 반성문을 제출하고 있다"며 "반성문의 필체는 가해자의 것도 아니었고 심지어 반성문끼리도 필체가 완전히 달랐다. 게다가 죽은 제 딸과 저희보다 자기 가족들에게 더 미안하다는 내용을 구구절절하게 써놨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판사가 이런 반성문을 읽고 가해자가 '진정한 반성'의 모습을 보인다고 감형해 줬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A씨는 "피해자와 유족을 두 번 죽이는 이런 '반성문 감형제도'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상해치사죄 폐지를 촉구했다.
A씨는 "가해자는 1시간 내내 딸의 머리를 집중적으로 폭행했다. 의식을 잃기 직전까지 목을 조르고 의식이 돌아오려 하면 다시 목을 조르는 일을 1시간 내내 반복했다"면서 "가해자 본인도 자신이 최소 5번 이상 목을 졸랐다고 시인했다. 180㎝, 72㎏의 건장한 체격의 남성이 작은 체구인 여성의 머리를 1시간 동안 폭행하고 목을 조르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그런데도 검찰과 재판부는 가해자의 혐의가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죄라는 입장"이라며 "이런 구타행위가 살인의 고의가 없는 행위로서 감형받는 것은 이제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A 씨는 형사재판에서 교제폭력 피해자의 권리 강화를 촉구했다.
그는 "저희 목소리는 재판부와 검찰 어디에도 닿지 못하고 있다"며 "가해자에게는 여러 차례 말할 기회를 준 재판부는 저희에게는 탄원서를 많이 제출했다는 이유로 발언 기회를 박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 사건에 분노해 주신 국민의 탄원서가 도리어 저희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구실이 됐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형사재판에서 피해자 측의 절차상 권리를 강화하는 법제 개선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A씨의 청원에는 2일 오전 8시 현재 1만 여명이 동의했다. 국회청원(국민동의청원)은 공개 이후 30일 이내 5만명 이상의 국민 동의를 얻으면 관련 위원회에 회부돼 심사가 진행된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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