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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굽어살펴 주소서"…소방헬기 아버지의 기도 [영상]

경찰항공대 소속, 영덕 파견… 산불 현장에서 헬기에 실어 간 물 뿌려
소방공무원 안전 우려… 국회 '소방공무원 처우' 등 관련 청원 올라와


"아들을 굽어살펴 주소서"…소방헬기 아버지의 기도 [영상]
산불진화대원들이 27일 밤 경북 안동시 일직면 원호리 도로가로 내려온 불길을 진화하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하늘에 계신 아버지, 이 순간 산불 진압을 위해 헬기에 몸을 싣고 위험한 현장으로 향하는 아들과 함께하는 대원들을 굽어살펴 주시고, 뜨거운 불길과 매서운 연기 속에 이들을 지켜 주십시요."

아버지는 아들이 산불 진화를 위해 경북 영덕으로 간다는 소식을 들은 뒤 가족과 공유한 기도문이었다.

이 기도문은 27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레드에 올라온 뒤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다.

누군가의 남편, 아빠, 아들인 그들... 가족의 간절한 기도

글을 올린 사람은 경찰항공대 소속 항공경찰관 아내라고 자신을 알린 뒤 경북의 대형 산불 지역에 해당하는 영덕군 산불 진화 현장에서 보내온 영상과 사진을 공유했다.

작성자는 "산불 꺼질 때까지 복귀 못하는 우리 집 세대주(남편). 아침에 첫째가 일어나 아빠를 찾아서 전화했더니 산불 끄러 비행 나간다며 전화를 바로 끊었다"며 소음이 가득한 헬기 영상을 올렸다.

영상 속 수리온 계열 헬기는 짙은 연기를 내뿜는 곳으로 접근해 물을 뿌리고 있다.

"아들을 굽어살펴 주소서"…소방헬기 아버지의 기도 [영상]
경찰항공대 소속 항공경찰관 가족이 SNS에 올린 영상. 헬기가 짙은 연기를 내뿜는 곳으로 접근해 물을 뿌리고 있다. /영상=스레드 @luv._.ran98

글 작성자는 하루 전에도 남편의 아버지가 가족에게 공유한 기도문도 올렸다.

항공경찰관 아버지는 "강한 체력과 침착한 마음으로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주세요. 아들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불길이 잠잠해 지고 모든 대원들이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십시오"라고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이어 "아들의 헌신과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산불이 하루 빨리 진압되고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도와달라"며 "제 마음에도 평안을 허락하시고 우철이와 대원들에게 하나님 손길이 함께하길 기도한다"며 마무리했다.

해당 글에 "아버님 기도에 눈물이 난다", "무사히 임무 마치고 돌아오셨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올렸다.

장인이 소방관이라는 눈길을 끄는 댓글도 있었다.

글 작성자는 "우리 장인은 소방관"이라며 "오늘 대구 달성군에 산불 때문에 출동하셨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올 6월이 퇴직이신데, 인공관절 수술하시고 퇴원하신지 두 달도 안 되셨는데 화마를 잡으러 가셨다"면서 존경의 마음을 전했다.

5000원짜리 식사... 처우는 너무 열악한 소방관들

화재 현장에서 산불 진화에 나서며 사투를 벌이는 공무원들의 안전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아들을 굽어살펴 주소서"…소방헬기 아버지의 기도 [영상]
산불진화에 나선 소방공무원들의 모습. /영상=스레드 캡처

28일 현재 산불로 28명이 사망하고 마을 주민과 진화대원 등 37명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병원으로 옮겨진 상태다.

네티즌들은 진화 현장 영상에 "불을 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전이 더 중요하다", 너무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등 우려의 글을 달았다.

국회에도 이날 '소방공무원, 화재진화인력 처우 및 재난 대응 장비 개선에 관한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대한민국 산지는 70% 가량인데 지방자치단체별로 소방헬기가 있는 곳도 있고 없어서 임대로 쓰는 곳도 있다고 한다"면서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지형은 헬기가 필요할 텐데 부족한 인력과 노후된 장비로 버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뜨거운 화염을 대하는 소방공무원과 산불진화대원의 장비를 보면 저런 모습으로 거센 불길을 상대하라는 말인가 싶어 개탄을 금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소방공무원에 대한 열악한 처우도 지적했다.

청원인은 "식대가 5000원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일부 지역은 3000원대라고 한다"면서 "최전선에서 목숨을 내놓고 일하는 분들은 편의점 도시락도 못 먹는 처지"라고 강조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