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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권 가격 하락하는데 유상할당비율 상향 늦어지나

불확실성에 흔들리는 ESG 경영 (3)
정부 제4차 계획 6월이 '데드라인'
비용 늘어나는 산업계 반대가 변수

국내 탄소배출권 가격이 8000원대까지 하락하며 첫 거래가 시작된 10년 전보다 가격이 떨어졌다. 현재의 가격으로선 기업들에 더 이상 탄소배출을 감축시킬 유인이 사라져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유상할당비율을 상향하는 안을 골자로 하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 수립을 앞두고 있지만, 당초 예정대로인 6월까지는 결과를 도출하기 힘든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며 고통을 호소하는 가운데 실효성 있는 계획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10년 전보다도 낮은 배출권 가격

21일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발간한 '2024 배출권거래제 운영결과 보고서'의 연도별 배출권 거래시장 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배출권의 t당 평균 거래가격은 9167원으로 집계됐다. 첫 거래가 시작된 2015년 1만1013원보다 낮아진 것이다. 올해 들어 배출권 가격이 더 하락하면서 21일 기준 배출권 가격은 8950원으로 8000원대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가격 하락은 태풍 힌남노에 의한 철강업종의 가동중단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유 수입단가 상승, 글로벌 경기둔화 등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함에 따라 배출권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다배출 업종인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등에서 배출량이 떨어지고 있는데 경기침체에 따른 생산량 감소와 감축 노력도 일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탄소배출권 가격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유상할당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 3차 계획기간 기준으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적용을 받는 업종들은 할당량 중 90%를 무상으로, 10%를 유상으로 분배받고 있다. 이는 해외에 비해 매우 낮다. 실제 유럽연합(EU), 미국 캘리포니아 등도 발전부문의 유상할당은 100%이고 산업부문은 유상할당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유상할당비율 발표, 계획보다 지연

정부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을 통해 발전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을 대폭 상향하고, 산업부문은 상향 수준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6월까지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러나 기업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달 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매출액 기준 1000대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한 탄소중립 정책 기업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52.5%는 배출권거래제의 유상할당 비중을 현행 10%로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2035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2030 NDC보다 강화된 감축 목표를 제시해야 하며, 국가배출량 감축을 위해서는 배출권거래제의 역할이 중요한 상황이다.


한편 새로운 유상할당 비율을 담은 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 발표는 계획보다 늦어질 전망이다. 당초 6월까지 나와야 했지만 해당 계획을 세우기 위한 기초데이터인 국가배출량통계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 1~3기에도 9~12월께 계획이 수립됐다"면서 "최대한 빠르게 하기 위해 부처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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