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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금융서 살길 찾는 은행권… 대기업 대출만 5兆 늘렸다

우량자산 대기업 쏠림 현상 심화
밸류업 차원 CET1 집중 관리
건전성 감안 중기 대출에 소극적

기업금융서 살길 찾는 은행권… 대기업 대출만 5兆 늘렸다
5대 시중은행이 지난달 기업대출을 7조원 가까이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중은행들은 지난달 우량 자산인 대기업 대출을 약 5조원 늘리면서 대기업 대출 경쟁에 나섰다.

일부 시중은행들은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중소기업 대출에도 나섰지만 1조8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올해 시중은행들이 대기업 대출을 약 13조원 확대하는 동안 중소기업 대출은 약 5조6000억원 확대하면서 대출 양극화가 지속되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5월 기업대출 중 대기업 대출 잔액은 171조4183억원으로 전월보다 5조740억원 늘었다. 대기업 대출이 4월(+4조3271억원)에 이어 두달 연속 큰 폭의 증가세를 지속했다.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666조7411억원)도 전월보다 1조8064억원 증가했다. 4월(+1조7425억원)에 이어 중소기업 대출도 두달 연속 증가세를 보였지만 대기업 대출의 증가 폭이 가파른 상황이다.

이는 5대 시중은행이 올해 초 우량자산 중심의 기업대출 계획을 세우면서 대기업 대출 쏠림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융지주들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 정책에 나서면서 올해 은행들은 보통주자본비율(CET1) 관리를 강화했다.

CET1은 건전성과 배당 여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위험가중치가 높은 기업대출을 많이 늘리면 CET1이 하락한다. 금융지주 회장이 직접 국내외 주주와 약속한 주주환원 계획을 지키기 위해서 은행들은 CET1 비율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올해 위험가중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가계대출의 경우 제한적인 성장 정책에 제동이 걸렸다. 이에 은행들은 기업대출에 집중하면서도 경기 침체로 연체율이 높은 중소기업 대출이 아닌 대기업 대출, 그중에서도 대외 신용도가 높은 초우량 대기업 대출 경쟁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A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밸류업 정책 때문에 대기업 대출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자본비율이 여유로운 은행은 우량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도 허들을 높여 대출을 확대하는 등 꾸준히 대출성장을 하고 있지만 자본비율을 맞춰야 하는 일부 은행은 중소기업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B은행 관계자는 "올해 초 대기업 대출에 증가 목표를 세웠고, 중소기업 대출은 유지하되 신성장 업종이나 제조업의 경우 핵심성과지표(KPI)에 신규 가점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지난해와 달리, 올해 중소기업 대출에 소극적인 이유로는 경기 침체에 따른 중소기업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는 점이 꼽힌다. 건전성과 연체율을 고려해서 대출 허들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중소기업 연체율은 올해 3월 말 기준 0.76%로 2023년 3월(0.41%)보다 두배 가까이 뛰었다. 5대 시중은행의 3월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59%로, 1년 전(0.34%)보다 0.25%p 상승했다. C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연체율뿐만 아니라 부실률이 올라가니 중기 대출을 늘릴 여력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중소기업의 경영 환경이 악화하면서 신규사업 확장을 위한 중소기업 대출 수요도 줄어든 상황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자금 수요가 있는 곳은 대기업과 초우량기업이다. 기업들의 투자 수요가 확연히 줄어들었다"면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은 한계기업에 내몰린 상황에서 버티려는 운전자금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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