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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사업체 숨통 쥔 트럼프 "끝났다"… 파국맞은 브로맨스 [글로벌 리포트]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법안에 갈등 최고조
머스크 "美 부채 늘것" 트럼프와 정면 대립
테슬라 최근 하루만에 시총 1520억弗 증발
사업 리스크 악화 우려에 먼저 사과 건넬듯
트럼프 정치적 손해 미미 매우 유리한 상황
공화당 내부 법안 반대 목소리 있긴 하지만
머스크 업체 계약해지 검토 등 공세 이어가
스페이스X·로보택시 규제 강화 '발등의 불'

머스크 사업체 숨통 쥔 트럼프 "끝났다"… 파국맞은 브로맨스 [글로벌 리포트]
【파이낸셜뉴스 실리콘밸리=홍창기 특파원】 "그가 전기차 세금 공제 폐지 조항을 알게 되자 완전히 미쳐버렸다. 연방 정부 예산에서 수십억 달러를 절약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일론 머스크의 기업들과 계약을 종료하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내가 없었으면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에서 졌을 것이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는 것은 물론, 상원에서도 49대 51대로 지면서 다수당 지위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트럼프는 배은망덕하다.(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전 정부효율부(DOGE) 수장) 지난 5일(현지시간)에 소셜미디어(SNS)에서 있었던 설전으로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의 갈등이 조만간 머스크의 사과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두 사람의 갈등이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지만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지난 5일 하루에만 테슬라의 시가총액 1520억 달러(약 206조 9480억 원)가 증발한데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이 깊어지면 깊어질 수록 테슬라와 스페이스X 등의 사업 리스크가 높아질 수밖에 없어서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와의 갈등으로 잃는 정치적 손해가 거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방이 굴복하지 않으면 끝까지 몰아붙이는 스타일을 갖고 있어 앞으로 머스크를 괴롭힐 가능성도 상당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해 머스크를 희생양으로 삼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달콤한 권력을 맞본 머스크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의 시작은 너무나 달콤했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2억 8800만 달러(약 3921억 원)를 쓰며 트럼프 당선의 일등 공신이 된 머스크는 대선 후 단숨에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 됐다.

자신의 대선 핵심 공약이었던 감세를 위해 연방 정부의 기존 재정 지출을 대폭 줄일 필요가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를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임명하면서 그에게 전권을 줬다. 머스크는 백악관과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을 함께 오가며 권력의 맛에 취해갔다.

머스크의 지휘 아래 각 부처에 파견된 DOGE 팀원들은 연방정부 조직 폐지와 축소, 정리해고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지난달 30일 머스크가 DOGE 수장에서 물러난 후 삐걱거리기 시작했고 지난 5일에 최악으로 치달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의 돌이킬 수 없는 관계 악화에 전조는 있었다.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와 사사건건 대립한 것이 그것이다. 머스크는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과 인사 문제를 놓고 충돌했다. 이전에도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과 숀 더피 교통부 장관 등 주요 각료들과 싸웠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를 감쌌다.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의 동맹에 균열이 본격적으로 보이기 시작한 것은 수 주 전부터였다.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내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머스크에게 마음이 돌아선 결정적 계기는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책사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을 '멍청이'라고 비난하면서다.

여기에 지난달 말 상원의 인준 표결을 앞두고 있던 미 항공우주국(NASA) 국장 지명자 재러드 아이작먼의 지명이 철회된 점도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에 불만을 더 커지게 만든 또 다른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트럼프 정부 관계자는 "머스크와 긴밀한 관계였던 아이작먼의 낙마는 예정된 머스크와의 '정리해고'의 시작이었다"라고 말했다.

■'아름다운 법안', 감세 법안이 트리거

이런 갈등을 폭발시키고 양측의 완전히 돌아서게 만든 트리거(계기)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라고 명명한 감세 법안이다.

감세법안의 핵심은 개인 소득세율 인하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다. 또 표준소득공제와 자녀세액공제 확대 등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인 2017년에 시행했지만 올해 말 종료되는 각종 감세의 연장이다. 감세 법안에는 지난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했던 팁 소득과 초과근무수당 면세, 미국산 자동차 구입시 대출 이자 세액공제, 신생아를 위한 1000달러(약 136만 원) 예금 계좌, 주(州) 세금 공제 범위 확대도 담겼다. 머스크는 이 법안이 미국 부채 규모를 수조 달러나 늘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법안이 연방 정부의 적자를 더욱 확대시켜 미국의 부채를 더 늘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미 의회 예산국(CBO) 추산에 따르면 감세 법안은 향후 10년간 미국 연방 정부 예산 적자를 2조4000달러(약 3268조 원)를 증가시킨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측은 머스크가 감세법안을 반대한 것이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감세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게 되면 올해 말까지 테슬라 전기차 1대에 최대 7500달러(약 1021만 원)까지 지원되는 세액공제가 올해 말까지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이렇게 되면 테슬라 차량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테슬라가 연간 약 12억 달러(약 1조 6338억 원)의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감세법안은 지난달 단 한 표 차이로 하원을 통과했다. 상원은 현재 이 법안을 심의 중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까지 감세안을 서명하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머스크의 감세 법안 반대 목소리에 부채 증가를 우려하는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동조하고 있는 점이 변수다. 특히 공화당 상원 의원 랜드 폴(켄터키주)과 론 존슨(위스콘신주) 등 두 명의 공화당 상원 의원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리사 머코스키(알래스카주) 상원의원을 비롯해 수잔 콜린스(메인주) , 조시 호레이(미주리주) 상원 의원 등은 감세 법안의 다른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 마이크 리(유타주)와 릭 스콧(플로리다주) 상원 의원은 역시 감세 법안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상원은 공화당이 53대 47로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데 내부 이탈표로 인해 상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이는 감세 법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결단을 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머스크를 희생양으로 삼는 것이다.

■강경한 트럼프 대통령, 머스크가 손해인 게임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한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간) "머스크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일정 기간 동안 그와 대화하지 않을 것 같지만, 그에게 좋은 일이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정부가 머스크가 소유한 기업들과 맺은 계약 해지를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우리는 모든 걸 살펴보고 있다"면서 "많은 돈이 걸려 있다. 많은 보조금이다. 그것이 그와 미국에 공정한지를 살펴볼 것이다"라고 말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 역시 NBC뉴스에 "대통령은 머스크와 전화 통화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데 관심 없다"라고 전했다. 실리콘밸리와 워싱턴을 연결하는 힐 앤드 밸리 포럼 운영자인 우주 기술 창업자 데리안 아스파루호프도 "양측의 긴장 완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테슬라의 전 직원인 매튜 라브로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를 파탄낸 것이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라브로트는 올해 초 머스크의 극단적인 정치 활동에 반대하는 공개 서한을 보낸 후 해고된 인물이다.

그는 "국가를 위해 너무 안타까운 일이지만 머스크는 자신에게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불안정한 인물에게 기대면 예상치 못한 결과가 따른다"라고 머스크를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머스크의 기업에 대한 계약 해지 검토까지 언급하면서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에 고개를 숙일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맘만 먹으면 계약해지 뿐 아니라 테슬라를 비롯한 머스크가 소유한 기업들을 광범위하게 조사하고 규제를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가장 큰 타격은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입는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후 스페이스X는 미 국방부의 군사용 위성을 발사하는 59억달러(약 8조5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수주했다. 또 상무부는 유선망 위주로 진행되던 420억달러(약 60조2000억원) 규모의 농촌 광대역 인터넷망 보급사업을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가 수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아스파루호프 창업자는 미국의 테크 소식을 주로 전하는 TBPN뉴스에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협력하는 소규모 우주 기업들이 백악관으로부터 더 큰 보복을 당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또한 테슬라가 역점을 두고 있는 로보(무인) 택시 사업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트럼프 정부가 지난달 자율주행차에 대한 연방 정부 차원의 규제 완화 방침을 발표해서다. 이밖에 머스크의 AI 스타트업 xAI를 비롯해 뇌신경 스타트업 뉴럴링크 등도 언제든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면 규제할 수 있는 사정권 안에 들어있다.

이미 트럼프들의 측근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책사였던 스티브 배넌은 머스크의 마약 복용과 불법 체류 의혹 등을 조사해야 할 수 있음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크립토 플랫폼 창업자이자 트럼프의 지지자 라이언 셀키스는 "머스크는 몇 주 내에 겸손해져서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리콘밸리의 한 벤처캐피털(VC)의 창업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트럼프는 머스크가 기부한 2억 달러가 넘는 돈으로 원하는 것을 얻었다"면서 "머스크를 중심으로 한 실리콘밸리가 트럼프에게 속았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theveryfirst@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