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개혁 과제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국민의힘이 9일 의원총회를 통해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거취를 논의키로 한 가운데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 관행대로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물러난 후에야 반성과 개혁도 가능하다는 시각에서다. 주로 당권주자들이 이런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먼저 안철수 의원은 이날 SNS를 통해 김용태 위원장이 전날 9월 전당대회와 쇄신안을 밝힌 것을 언급하며 “그보다 먼저 본인의 거취를 분명히 밝히는 게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안 의원은 “9월 전대를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사퇴 시점은 명확히 하지 않으면 불필요한 혼란과 오해를 낳을 수 있다”며 “(16일 선출되는) 새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모실지, 겸임할지 등 구조를 정하고 전대 일정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그래야 당의 향후 진로에 대한 실질적 논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차기 당권주자로 꼽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김용태 위원장 사퇴를 요구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김 위원장이 물러나 신임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게 되면, 전대 시기는 김 위원장이 제시한 9월보다 앞당겨져 7~8월 중 열릴 공산이 크다. 이를 고려하면 안 의원이 당권 경쟁에 승부수를 던지려는 모양새다.
안 의원은 대선 경선후보로 나섰음에도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인 친윤계에 밀려 여태 비주류에 머물고 있다. 이를 반전시키고 입지를 크게 넓히려면 이번에 당권을 쟁취할 필요가 있다.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김문수 전 대선후보와 한동훈 전 대표도 조기 전대를 바라는 분위기이다.
김 전 후보는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연일 공개 행보를 이어오고 있는데, 지난 6일에는 당권주자로 분류되는 안철수·나경원 의원과 만나기도 했다. 이어 대선 기간 지지를 표했던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과도 만날 예정이라며 세력을 넓히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 전 대표 측인 친한계 의원들은 이미 대선 직후부터 조기 전대 필요성을 주장해오고 있다. 7~8월 사이에 전대를 열고 당원 투표로 선출된 정당성 있는 지도부가 당 개혁을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전 대표가 다시금 당권을 잡아 친윤계를 주류에서 몰아내려는 의도로 읽힌다.
정계 은퇴를 선언했지만 여전히 국민의힘 당권주자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 측도 김용태 위원장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홍 전 시장과 가까운 김대식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비대위원들이 물러났는데 위원장 혼자 독단적으로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모든 지도부가 총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진상규명에 나서겠다고 밝힌 대선후보 교체 시도에 대해 “김용태 위원장도 비대위원으로 지도부의 일원이었기 때문에 책임이 있다”며 “의총에서 의원들의 여러 의견을 충분히 듣고 본인이 거취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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