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정 검찰총장, 취임 9개월여 만에 사의
검사장급도 잇따라 사의 표명
심우정 검찰총장이 지난달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정부 출범으로 대대적인 검찰 개혁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심우정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고위직들이 연이어 사의를 밝혔다. 새 정부의 첫 검찰 인사를 앞두고 고위 간부들의 사직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검찰 수뇌부들의 물갈이가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심우정(사법연수원 26기) 검찰총장은 전날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해 9월 16일 취임한 심 총장의 임기는 내년 9월까지였다.
심 총장은 입장문을 내고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지금 직을 내려놓는 것이 제 마지막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검찰개혁에 대해 우회적으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심 총장은 "형사사법제도는 국민 전체의 생명, 신체, 재산 등 기본권과 직결된 문제"라며 "시한과 결론을 정해놓고 추진될 경우 예상하지 못한 많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당초 심 총장은 오광수 민정수석이 임명되고 후속 인사로 법무부 차관 인사가 이뤄지면 사의를 표명할 계획이었지만, 오 수석이 부동산 의혹 등으로 낙마하면서 사의 표명 시점을 늦춘 것으로 전해졌다.
새 정부의 검찰 고위직 인사를 앞둔 상황인 데다, 검찰 개혁이 본격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검찰을 떠나는 고위 간부들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은 검찰 개혁을 이끌 법무부 장관과 민정수석에 각각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검찰 출신 봉욱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를 발탁한 상태다.
고검장급인 이진동(28기) 대검찰청 차장검사와 검사장급인 변필건(30기) 기획조정실장도 최근 법무부에 사의를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2년 6월 대전지검장에 임명되며 검사장으로 승진한 이 차장검사는 서울서부지검장, 대구고검장을 거쳐 지난해 최근까지 대검 차장검사를 지냈다. 변 실장은 2023년 9월 검사장급인 수원고검 차장검사에 임명된 뒤 이듬해 법무부 기조실장으로 옮겨 법무부 기획 업무를 총괄해왔다.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꼽히는 신응석(28기) 남부지검장과 양석조(29기) 동부지검장도 사의를 밝혔다.
신 검사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옛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출신으로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불린다. 지난해 5월 서울남부지검장으로 부임한 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뇌물수수 의혹 등 수사를 지휘해왔다.
양 검사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대검찰청 반부패부(중수부 후신) 선임연구관, 서울남부지검장, 대검 반부패부장 등을 요직을 두루 거쳤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입시 비리 사건과 관련해 심재철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무혐의'를 주장하자 "당신이 검사냐"고 항의했다는 이른바 '상갓집 항명 사태'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신 검사장과 양 검사장은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사직인사를 남기기도 했다. 신 검사장은 "길상지지(吉祥止止). 멈춰야 할 때 멈추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한다"며 "27년간 걸어온 검사로서의 길을 이제 멈추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저만 먼저 떠나게 돼 죄송한 마음"이라면서 "저보다 훨씬 훌륭한 우리 검찰 가족들이 계시기 때문에 이 어려움도 결국 잘 헤쳐 나가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양 검사장은 수사·기소 분리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수사 없는 기소는 책임회피 결정·재판, 공소권 남용으로, 기소 없는 수사는 표적수사, 별건수사로 이어질 위험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와 기소, 국민과 검찰이 서로 벗어날 수 없듯이, 오로지 국민만을 위한 진지하고 냉정한 논의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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