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한 강연서 '음주 운전' 과잉 처벌 시사
"음주 운전 자체는 죄 지을 가능성 있다는 이유로 처벌"
"술 먹고 다니는 사람도 처벌하냐? 사람 팰 수 있으니까?"
文 정부 '김정은' 수준 폄하, '尹 12·3 비상계엄' 옹호 논란
강준욱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이 지난 2020년 7월 한 강연에서 음주 운전 처벌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드러내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파이낸셜뉴스] 강준욱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이 과거 한 강연에서 문재인정부를 향해 “하는 일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하는 수준”이라고 폄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해당 강연에서 음주 운전 처벌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힌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또 다른 파문이 예상된다. 강 비서관은 학자적 관점에서 철학적으로 설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21일 유튜브에 공개 된 한 강연 영상을 보면 강 비서관은 2020년 7월 진행 된 강연에서 “저쪽(좌파)에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있다. 조금 지독한 빨갱이와 그냥 빨갱이의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 전신인 당시 미래통합당을 향해서는 “중도좌파 정당”이라고 평가했다.
강연은 이병태 전 카이스트 교수가 대표로 있던 ‘경제지식네트워크’ 주최로 열렸으며, 이 전 교수와 강 비서관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해당 강연에서 강 비서관은 “(한국) 정치지형에서 진짜 자유주의 정당이 있어야 한다”며 “그런 존재가 있어야 미통당이 살아날 수가 있다. 누군가 그런 일(창당)을 하면 나도 옆에서 무조건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강 비서관은 문재인정부를 향해서는 “하는 일이 황당한 거에 더해서 김정은 하는 수준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택배기사 노는 날까지 생색을 내며 이야기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강 비서관은 “좌파 중에서도 극심한 대깨문(문재인 전 대통령 강성 지지자) 이런 사람들은 대책이 없다”는 강성 발언을 이어갔다.
또 "조국이니 윤미향이니 이런 사람들, 정말로 황당하다"면서 "내 친구 중에도 '조국 존경한다' 이런 친구가 있어요 (그럼 내가) '아이고 정신 좀 차려라' (한다)" 라고 말했다.
강 비서관 "음주 운전 자체는 죄 지을 가능성 있다는 이유로 처벌"
특히 음주 운전 처벌에 대해서는 "음주 운전 처벌하면 안 되거든요, 음주 운전 자체는 죄를 지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처벌하는 거거든요, 그렇다면 뭐 술 많이 먹고 길거리 지나가는 사람도 처벌해야 해요? 지나가는 사람 팰 수 있으니까?"라며 음주 운전 처벌은 과잉이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에 대해 강 비서관은 '오마이뉴스'에 "학자적 관점에서의 철학적 이슈"라면서 "죄가 없는 사람을 처벌해서는 안 된다. 혹시 어떤 사람이 죄를 지을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그 사람을 처벌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철학적)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실에서는 당연히 법률이라는게 있어서 그 법에 따라 처벌돼야 한다. 그걸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사람들이 자유를 누리는 만큼 타인에 대한 책임(사고를 낼 확률이 높으니까 스스로 운전을 하면 안되겠다) 또한 자유만큼 가져야 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교통사고 10건 중 4건 '음주운전 전력자'에 의해 발생
관련해 경찰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5년간(2019~2023년) 발생한 음주운전 교통사고 10건 중 4건은 '음주운전 전력자'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는 2019년 1만5천708건, 2020년 1만7천247건, 2021년 1만4천894건, 2022년 1만5천59건, 작년 1만3천42건이다.
이 가운데 과거 음주운전 적발 이력이 있는 이른바 '음주 전력자'에 의한 사고는 전체의 43.3%인 3만2천877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 음주 전력자의 사고 건수(전체 대비 비율)는 2019년 7천244건(46.1%), 2020년 7천514건(43.6%), 2021년 6천549건(44.0%), 2022년 6천149건(40.8%), 지난해 5천421건(41.6%) 등이었다.
'尹 12·3 비상계엄'에 대해서도 옹호
이런 가운데 강 비서관이 지난 3월 발간한 저서 ‘야만의 민주주의’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에 대해서도 옹호하는 취지의 주장을 편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재명정부의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강 비서관은 저서 '야만의 민주주의'에서 비상계엄에 대해 "민주적 폭거에 항거한 비민주적 방식의 저항"이라고 옹호하고 "대통령의 권한인 계엄 선포를 내란으로 몰아가는 행위는 '계엄=내란'이라는 프레임의 여론 선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상황의 답답함과 막막함을 알리는 방식으로 계엄을 선택한 것"이라고 두둔했다.
당시 유력 대선 주자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서는 "사람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그가 범죄자이든 아니든 이재명의 행동이나 이제까지 살아온 행태를 볼 때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강력한 공포의 전체주의적·독선적 정권이 될 것 같다는 불안감이 매우 크다"고 부정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본인이 거취 생각할 필요" 여권서도 사퇴 목소리
상황이 이렇자 강 비서관에 대한 사퇴 요구 목소리가 여권 일각에서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2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강 비서관 논란에 대한 사회자의 질문에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인수위가 없는 정부였기 때문에 만약 실수였다면 재고할 필요도 있다"고 답했다.
이 최고위원은 "내란에 대한 인식을 다르게 생각하는 것은 선을 넘은 것이라고 본다"며 "본인이 (거취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신정훈 의원도 페이스북에 "국민통합을 책임져야 할 자리에, 국민을 갈라치고 민주주의를 모욕하는 자가 앉아 있는 건 빛과 촛불혁명 그리고 민주공화국에 대한 모독"이라며 "즉각 파면만이 분노를 잠재울 유일한 방책"이라고 주장했다.
정의당 권영국 대표는 성명에서 "이재명 정부의 인사검증 시스템이 어딘가 심각하게 고장 나 있음을 드러내는 신호"라며 "강 비서관 경질과 더불어 인사 추천 절차와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재정비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사회민주당 소속인 천호선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페이스북에 "민주당·정의당은 빨갱이, 국민의힘은 중도좌파라고 하는, 보수도 못되고 정치상식도 창피한 수준"이라며 "이쯤 되면 실수가 아니라 고장"이라고 비판했다.
"국민께 사죄…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한편 강 비서관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국민께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 언론보도를 통해 저에게 가해진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수개월간 계엄으로 고통을 겪으신 국민께 제가 펴낸 책의 내용과 표현으로 깊은 상처를 드렸다.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했다. 이어 “어떠한 변명으로도 국민께 끼친 상처와 불편은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철저한 성찰을 바탕으로 세대, 계층, 이념으로 쪼개진 국민들을 보듬고 통합하려는 대통령의 의지를 완수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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