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의 한 견주가 반려견 세사미를 미용 맡겼다가 '먹구름'과 같은 외모로 돌아온 것을 공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메트로에 따르면 일본의 한 애견미용사인 요리코코로는 개들을 구름처럼 동그랗게 미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세사미도 요리코코로의 손을 거쳐 구름같은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세사미는 본래 작고 마른 개였으나 구름처럼 동그랗게 부풀려진 모습이 돼 현재 온라인상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세사미의 현재 모습은 트위터와 이미지 공유 사이트 이머저에 공유돼 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반려동물전문기자
2018-06-17 15:20:17[파이낸셜뉴스] 홍콩의 하늘에 강아지 모양의 구름이 포착돼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강아지 모양의 구름이 홍콩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 기상청은 강아지 모양의 구름에 대해 "주로 여름에 나타나며 맑은 날 더 흔하게 볼 수 있다“며 ”(강아지 모양 구름은) 고도 2000m 이하에 형성된 낮은 구름(저운)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가 진 뒤에 일몰의 잔광이 비치면 뜨거운 강아지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사진은 지난 20일 신계지역 추웬완에서 촬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게시글은 약 1100개의 '좋아요'를 받는 등 많은 관심을 모았다. 현지 네티즌들은 "지난해 무지개 다리 건넌 우리 아기(반려견) 같다", "동화같다", "누가 소환했나"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홍콩은 지난 3월 기온이 섭씨 30도를 넘어서는 등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났다. 홍콩 기온은 지난 3월24일 31.5도까지 상승해 3월 기온으로는 1884년 관측이 시작된 이래 1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2024-06-27 10:17:29[파이낸셜뉴스]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이 최근 광고를 잇따라 선보여 관심이 쏠린다. 두 항공사 모두 ‘비행=이동’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사회적 가치’를 중심으로, 제주항공은 ‘고객적 가치’를 중심으로 광고를 풀어나간 모습이다. 아시아나, '사회적 기여'에 초점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과 제주항공은 지난달 중순 새 광고를 론칭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구를 사랑한 비행’, ‘비행짝궁’ 등 2편, 제주항공은 ‘퇴근길’. ‘반려견’, ‘엄마’, ‘서핑’ 등 4편을 공개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사회적 기여’에 초점을 맞췄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있어야 할 곳으로 보내준다’는 항공업 본질에 초점을 맞추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사회적 기여를 부각했다”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실천하고 브랜드 호감도 제고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 지구를 사랑한 비행 광고 첫 부분에는 평소 안내 방송과는 달리 기장이 “신사 숙녀, 그리고 반달가슴곰, 남방큰돌고래, 따오기의 탑승을 환영합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이는 아시아나항공이 실제 화물 운송을 통해 이동한 동물들로 이밖에도 코뿔소, 강아지 등을 각각 동물원과 입양 가족 등에게 보내기도 했다. 두 번째 광고에서는 한 해 버려지는 유기견들 수치를 제시하며 이와 관련된 해외 봉사 참가자를 모집하는 문구를 담았다. 아시아나항공은 해외 이동 봉사자로 선정되는 모든 승객에게 비즈니스라운지 이용 혜택과 추가 수하물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신청은 아시아나항공 유튜브 페이지 해당 광고 영상란에서 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달 말까지 자사 비행기를 타고 동물 모양 구름 사진을 찍어 소셜네트워크(SNS) 등에 인증하면 추첨을 통해 300명에게 친환경 여행 키트를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2일 기준 두 광고 조회수는 각각 478만여회, 6만여회다. 제주항공, '고객 가치'에 집중제주항공은 고객적 가치에 집중했다. 특히 ‘제주항공 탄생 이전에는 큰 마음을 먹고 여렵게 여행을 떠났지만, 이후에는 언제라도 쉽게 떠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제주항공 광고 네 편에는 모두 평범한 일상 속에서 ‘갑작스럽게’ 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 일반인들의 일상이 나온다. 퇴근길에는 주인공이 ‘가끔은 모국어가 들리지 않는 곳으로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고 생각하는 상황, 반려견과 함께할 때는 ‘녀석도 나를 닮아 여행을 좋아하는 것 아닐까?’하고 생각하는 상황, 부모님을 떠올릴 때는 “엄마, 우리 여행 또 갈까?”고 이야기하는 상황, 서핑을 할 때는 ‘양양, 송정, 색달 다 깼으니, 이번엔 나도 큰 물에서 놀아볼까?’고 생각하는 상황 등이다. 2일 기준 네편 광고의 조회수 합은 91만여회다. 제주항공은 일상에서의 다양한 상황을 위해 국내 항공사 최초 반려견 여행 도시락 서비스 제공,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최초 프리미엄 이코노미 ‘비즈니스 라이트’ 좌석 도입, 스포츠 여행객 대상 ‘스포츠 멤버십’, ‘골프 멤버십’ 등을 제공한다는 입장이다. 두 멤버십은 각각 일정 금액을 내면 1년 동안 스키 등 스포츠 용품과 골프 용품의 수화물 요금을 횟수 제한 없이 면제해주는 서비스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평범한 일상 속 갑자기 여행이 떠오르는 순간부터 마무리될 때까지 모든 여정에 함께하고 싶다는 의지를 담았다”며 “일상에서 여행이 떠오르는 순간 가장 먼저 떠올리는 브랜드가 제주항공이길 희망하는 바람도 함께 있다”고 설명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2023-10-02 16:14:23[파이낸셜뉴스] 배스킨라빈스를 운영하는 SPC가 5월 ‘배라데이’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베스킨라빈스는 28일 “가정의 달을 맞아 남녀노소 사랑하는 ‘산리오캐릭터즈’와 협업한 이달의 맛을 기획했다”며 “1~3일 ‘배라데이’에는 가장 먼저, 가장 큰 혜택으로 이달의 맛을 구매할 수 있다”고 밝혔다. 5월 1~3일 진행되는 ‘배라데이’ 프로모션은 5월 이달의 맛 ‘구름 속 시나모롤’을 대상으로 열린다. 구름 속 시나모롤은 일본 캐릭터 지식재산권 기업 ‘산리오캐릭터즈’와 협업, 기획됐다. 구름 위에서 태어난 새하얀 강아지 ‘시나모롤’을 형상화한 솜사탕 플레이버다. 배스킨라빈스는 ‘배라데이’ 행사 기간 동안 파인트 2개를 1만2000원에 판매한다. 단 파인트 1개에는 구름 속 시나모롤로만 담아야한다. 카카오페이로 1만7000원 이상 구매 시 6000원을 할인해준다. 신한카드 마이샵에서는 1만7000원 이상 구매 시 최대 5000원 청구 혜택 쿠폰을 발급한다. 배달의민족에서도 1만7000원 이상 배달 또는 픽업 주문 시 3000원 가격 혜택을 적용한다. 11번가를 통해 쿼터를 구매하면 20% 혜택을 받을 수 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2023-04-28 14:18:41"강아지들은 말을 못하니 어디가 아픈지 검사해보기 전에는 모릅니다. 일단 입원해서 모든 검사를 다 해볼게요." 보리가 우리 가족이 된 지 넉달쯤 됐던 어느 날. 갑자기 축 처지고 토를 하기 시작했다. 이제 겨우 생후 7개월. 행여나 큰병에 걸린 것은 아닐까 걱정돼 부랴부랴 병원에 데려갔다. 의사는 피를 뽑더니 '염증 수치가 너무 높아 측정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주사를 맞히고 약을 지어줬다. 다만 약을 먹여도 구토를 계속하면 입원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결국 하루 만에 입원을 하게 된 것이었다. 췌장염을 진단하는 키트도 애매하게 나와 명확하진 않았다. 보리는 며칠째 밥을 못먹어 한눈에 봐도 수척해졌다. 3㎏이 넘던 몸무게는 2.28㎏까지 빠져버린 상태. 눈물이 핑 돌았다. 임신 초기인 아내는 아예 옆에서 펑펑 울고 있었다. 저렇게 울다가 뱃속 아기에게도 안좋은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겠지. 나는 슬슬 걱정이 됐다. 푸들인 보리는 우리 부부에게 소중한 '개딸'이다. 우리는 30대 후반에 결혼해 아이를 빨리 가지려 노력했지만 아기천사는 쉽사리 오지 않았다. 인공수정을 거쳐 세번째 시험관 시술도 실패하자 아내는 정말 우울증이 올 것 같다고 토로했다. 우리는 언젠가 아이가 태어나 그 아이가 8~9세쯤 되면 반려동물을 입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그 계획을 앞당기기로 했다. 우리는 사랑을 주고, 또 받을 존재가 간절히 필요했다. 반려동물을 키워본 경험이 있던 아내는 유기동물 보호소에 가보자고 했다. 그러나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던 나는 강아지 때부터 키워보고 싶었다. 아내는 나의 뜻을 받아들여줬다. 대신 펫숍에서는 사지 않고, 건강하게 어미견 옆에서 자란 아이를 데려오기로 했다. 우리는 몇 주간 온라인 애견 커뮤니티를 뒤졌다. 종을 무엇으로 선택할까, 이름은 무엇으로 지을까, 하늘에 붕붕 뜬 것처럼 설레던 날들이었다. 그러다 당시 우리가 살던 서울 동작구 집에서는 다소 먼 노원구 상계동에서 강아지를 분양한다는 글을 보고 만나러 가기로 했다. 그날은 무척 화창한 날이었다. 한강대교를 지나 고속도로를 달리며 보던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3월 말의 따뜻해진 공기가 곧 좋은 인연을 만나게 될 것이란 암시를 주는 것 같았다. 분양을 한다는 여성이 찾아오라고 한 상계동의 아파트로 찾아갔지만, 집 내부에서 어미견은 보이지 않았다. 강아지는 어디 있나요, 묻고 보니 책꽂이 제일 아래 칸에서 낮잠을 자던 갈색 아기푸들 한마리가 짧은 다리로 총총 걸어나오고 있었다. 너무나 사랑스러워 우리 부부는 첫눈에 반했다. 그러나 집 내부를 둘러봐도 어미견은 보이지 않았고, 강아지 용품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이 여성은 강아지를 데려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에게 재분양을 하는 것 같았다. 따져 묻지는 않았다. 이미 우리는 이 강아지에게 푹 빠져버렸기 때문에. 데리고 오자마자 집 근처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그런데 강아지를 이리저리 살펴보던 의사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어디서 분양받으신 거예요? 애견숍에서 산 건가요?" "가정집에서 분양받았어요. 가정 분양을 받고 싶어서 집까지 찾아갔는데, 혼자 사는 여성분이 키우려고 분양받았다가 저희에게 재분양한 것 같습니다." "공장식으로 번식한 곳에서 나온 강아지 같네요. 여기 배를 자세히 보면, 검은색 표시 보이나요? 희미하게 숫자가 쓰여 있어요. 이건 농장에서 몇 번째 새끼라고 배에 매직 같은 것으로 쓴 표시입니다." 청천벽력 같은 얘기였다. 정말로 업자에게서 강아지를 사고 싶지 않았는데. 그러나 이 강아지에게 잘못은 없었다. '강아지 공장'을 만들어 판 업자들이 미울 뿐. 우리는 이미 이 강아지를 '출신 성분'과 상관없이 사랑하기로 했다. 이름은 '보리'라고 아내가 지었다. 중학교 때 짝꿍 이름이 보리였는데, 뜻이 좋아 보였다고 했다. 벼와 달리, 씨만 뿌려도 별다른 병충해 없이 잘 자라고, 늦가을에 파종해 쌀이 떨어진 시기에 사람들의 배를 채워준 소중한 곡식이라는 의미에서다. 특히나 개 이름의 경우 '초코' '커피' '모카' '우유' 등 먹는 것의 이름을 붙일 경우 건강하게 잘 산다는 세간의 설도 있었다. 개아빠가 된 내 성이 '안'씨라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가 돼 우리가 이 아이의 안전을 보장해준다는 뜻처럼도 여겨졌다. 보리는 우리에게 사랑만을 줬다. 사람을 잘 따르는 데다 영특했다. 이틀 만에 배변을 가렸고, 금방 '앉아'도 배웠다. 되지 않는 임신에 힘들어하던 아내도 보리와의 시간을 즐거워했다. 강아지 장난감과 옷 등을 고르며 그동안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모습이었다. 그 덕분인지 시험관 4차 시술에서 아이도 생겼다. 보리는 자타공인 복덩이로 등극했다. 그랬던 보리가 아팠을 때는 도리어 내가 아팠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보리는 병문안을 간 우리 품안에서는 기분이 좋다가도 다시 작은 케이지의 입원실에 갇히면 큰 소리로 울었다. 그 모습을 보며 돌아설 때는 아내도 나도 모두 눈물을 쏟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보리는 그렇게 일주일을 입원했다가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회복된 것을 확인하고 건강하게 퇴원했다. 지금 우리 나이로 여섯 살이 된 보리.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한 기분이 든다. 보리는 한 살 어린 사람 동생과도 잘 지내고 있다. 보리는 항상 아기 울음소리를 우리 부부보다 먼저 듣고 아기 방 앞으로 달려가 서있기도 했다. 아기 울음소리 알람 역할을 한 것이다. 우리는 보리까지 셋이 함께 아이를 키웠다. 보리가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준 만큼 보리의 행복한 견생을 바란다. 또 항상 건강하기만을 빈다. 우리가 유엔은 아니지만 안보리의 평화와 안전은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그날까지 지켜줄 것이다. 안치원·경기 용인시 수지구
2022-06-23 18:09:44"강아지들은 말을 못하니 어디가 아픈지 검사해보기 전에는 모릅니다. 일단 입원해서 모든 검사를 다 해볼게요." 보리가 우리 가족이 된 지 넉 달쯤 됐던 어느 날. 갑자기 축 쳐지고 토를 하기 시작했다. 이제 겨우 생후 7개월. 행여나 큰 병에 걸린 것은 아닐까 걱정돼 부랴부랴 병원에 데려갔다. 의사는 피를 뽑더니 ‘염증수치가 너무 높아 측정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주사를 맞히고 약을 지어줬다. 다만 약을 먹여도 구토를 계속하면 입원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결국 하루 만에 입원을 하게 된 것이었다. 췌장염을 진단하는 키트도 애매하게 나와 명확하진 않았다. 보리는 며칠째 밥을 못먹어 한눈에 봐도 수척해졌다. 3kg가 넘었던 몸무게는 2.28kg까지 빠져버린 상태. 눈물이 핑 돌았다. 임신 초기인 아내는 아예 옆에서 펑펑 울고 있었다. 저렇게 울다가 뱃속 아기에게도 안좋은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겠지. 나는 슬슬 걱정이 됐다. 푸들인 보리는 우리 부부에게 소중한 '개딸'이다. 우리는 30대 후반에 결혼해 아이를 빨리 가지려 노력했지만 아기천사는 쉽사리 오지 않았다. 인공수정을 거쳐 세번째 시험관 시술도 실패하자 아내는 정말 우울증이 올 것 같다고 토로했다. 우리는 언젠가 아이가 태어나 그 아이가 8~9세쯤 되면 반려동물을 입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그 계획을 앞당기기로 했다. 우리는 사랑을 주고, 또 받을 존재가 간절히 필요했다. 반려동물을 키워본 경험이 있던 아내는 유기동물 보호소에 가보자고 했다. 그러나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던 나는 강아지 때부터 키워보고 싶었다. 아내는 나의 뜻을 받아들여줬다. 대신 펫숍에서는 사지 않고, 건강하게 어미견 옆에서 자란 아이를 데려오기로 했다. 우리는 몇 주간 온라인 애견 커뮤니티를 뒤졌다. 종을 무엇으로 선택할까, 이름은 무엇으로 지을까, 하늘에 붕붕 뜬 것처럼 설레던 날들이었다. 그러다 당시 우리가 살던 서울 동작구 집에서는 다소 먼 노원구 상계동에서 강아지를 분양한다는 글을 보고 만나러 가기로 했다. 그날은 무척 화창한 날이었다. 한강대교를 지나 고속도로를 달리며 보던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3월 말의 따뜻해진 공기가 곧 좋은 인연을 만나게 될 것이란 암시를 주는 것 같았다. 분양을 한다는 여성이 찾아오라고 한 상계동의 아파트로 찾아갔지만, 집 내부에서 어미견은 보이지 않았다. 강아지는 어디 있나요, 묻고 보니 책꽂이 제일 아래 칸에서 낮잠을 자던 갈색 아기푸들 한마리가 짧은 다리로 총총 걸어나오고 있었다. 너무나 사랑스러워 우리 부부는 첫눈에 반했다. 그러나 집 내부를 둘러봐도 어미견은 보이지 않았고, 강아지 용품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이 여성은 강아지를 데려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에게 재분양을 하는 것 같았다. 따져 묻지는 않았다. 이미 우리는 이 강아지에게 푹 빠져버렸기 때문에. 데리고 오자마자 집 근처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그런데 강아지를 이리저리 살펴보던 의사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어디서 분양받으신 거에요? 애견숍에서 산 건가요?" "가정집에서 분양받았어요. 가정 분양을 받고 싶어서 집까지 찾아 갔는데, 혼자 사는 여성분이 키우려고 분양받았다가 저희에게 재분양한 것 같습니다." "공장식으로 번식한 곳에서 나온 강아지 같네요. 여기 배를 자세히 보면, 검은색 표시 보이나요? 희미하게 숫자가 쓰여 있어요. 이건 농장에서 몇 번째 새끼라고 배에 매직 같은 것으로 쓴 표시입니다." 청천벽력 같은 얘기였다. 정말로 업자에게서 강아지를 사고 싶지 않았는데. 그러나 이 강아지에게 잘못은 없었다. ‘강아지 공장’을 만들어 판 업자들이 미울 뿐. 우리는 이미 이 강아지를 ‘출신 성분’과 상관없이 사랑하기로 했다. 이름은 '보리'라고 아내가 지었다. 중학교 때 짝꿍 이름이 보리였는데, 뜻이 좋아보였다고 했다. 벼와 달리, 씨만 뿌려도 별다른 병충해 없이 잘 자라고, 늦가을에 파종해 쌀이 떨어진 시기에 사람들의 배를 채워준 소중한 곡식이라는 의미에서다. 특히나 개 이름의 경우 '초코' '커피' '모카' '우유' 등 먹는 것의 이름을 붙일 경우 건강하게 잘 산다는 세간의 설도 있었다. 개아빠가 된 내 성이 '안'씨라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가 돼 우리가 이 아이의 안전을 보장해준다는 뜻처럼도 여겨졌다. 보리는 우리에게 사랑만을 줬다. 사람을 잘 따르는 데다 영특했다. 이틀 만에 배변을 가렸고, 금방 '앉아'도 배웠다. 되지 않는 임신에 힘들어 하던 아내도 보리와의 시간을 즐거워했다. 강아지 장난감과 옷 등을 고르며 그동안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모습이었다. 그 덕분인지 시험관 4차 시술에서 아이도 생겼다. 보리는 자타공인 복덩이로 등극했다. 그랬던 보리가 아팠을 때는 도리어 내가 아팠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보리는 병문안을 간 우리 품안에서는 기분이 좋다가도 다시 작은 케이지의 입원실에 갇히면 큰 소리로 울었다. 그 모습을 보며 돌아설 때는 아내도 나도 모두 눈물을 쏟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보리는 그렇게 일주일을 입원했다가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회복된 것을 확인하고 건강하게 퇴원했다. 지금 우리 나이로 여섯 살이 된 보리.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한 기분이 든다. 보리는 한 살 어린 사람 동생과도 잘 지내고 있다. 보리는 항상 아기 울음소리를 우리 부부 보다 먼저 듣고 아기 방 앞으로 달려가 서 있기도 했다. 아기 울음소리 알람 역할을 한 것이다. 우리는 보리까지 셋이 함께 아이를 키웠다. 보리가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준 만큼 보리의 행복한 견생을 바란다. 또 항상 건강하기만을 빈다. 우리가 유엔은 아니지만 안보리의 평화와 안전은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그날까지 지켜줄 것이다. 안치원·경기 용인시 수지구
2022-06-12 16:55:04[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로봇 박람회 시연 로봇을 넘어뜨린 일로 '로봇 학대' 논란이 일자 가수 이승환이 이러한 상황을 풍자했다. 이승환은 2일 오후 인스타그램에 "지구, 구름이와 같이 살기 시작한 후 11년 동안 (로봇 개)백돌이 밥(전기) 안 줬음. 죄책감, 측은함 1도 없이 로봇의 허기짐에 감정이입 못하는 난 #사이코패스?”라고 적었다. ‘#로봇학대’ ‘#끝판왕’이라는 해시태그도 붙였다. 이는 이재명 후보를 둘러싸고 로봇 학대 논란이 불거진 상황을 풍자하며, 이 후보를 옹호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8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21 로보월드' 행사에 참석해 재난대응용으로 개발된 4족 보행 로봇 시연을 관람하던 중 시연 로봇을 넘어뜨리고 뒤집었다. 이에 '로봇 학대'라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일부는 언론이 나를 난폭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로봇을 학대했다는 식의 가짜뉴스를 퍼트렸다"며 "직원의 요청에 따라 테스트 했는데 앞 부분을 잘라서 학대했다고 하고, 심지어 누구는 로봇에 감정이입을 못한다고 대서특필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후보는 "원래 로봇은 넘어졌다 일어나는 게 제일 중요한 기능이다. 못 일어나면 풍뎅이나 거북이가 아니겠느냐. 일어나야 하는 게 로봇의 핵심이고 요청에 따라서 테스트를 했는데 앞부분을 짤라서 로봇 학대했다고 한다"고 반발했다. 한편 이승환은 지난달 22일 반려견에게 사과를 건네는 사진을 올리고 "그런 사과는 우리 강아지도 안 받는다"라고 적으며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개 사과' 논란에 대한 조롱성 게시물을 올린 바 있다. 또 자신의 손바닥에 '왕(王)'자를 적은 사진을 올리며 윤 전 총장 관련 논란을 저격하기도 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수습기자
2021-11-03 08:45:38[파이낸셜뉴스] 백두대간에 자리한 청정고원도시 태백에 올해 새롭게 문을 연 3곳의 관광지가 시선을 끌고 있다. 통리탄탄파크, 오로라파크, 몽토랑산양목장은 맑고 깨끗한 자연 속에서 낭만을 즐기고 싶은 감성 여행가들의 마음을 자극하는 신규 여행지다. ■산양과 친구해요~ 몽토랑산양목장 해발 800m의 청정자연에 위치한 몽토랑산양목장은 목장과 초원, 하늘과 떠 있는 구름이 그야말로 그림 같은 곳이다. 몽토랑 산양목장은 자연 그대로 방목형 목장으로 산양들의 컨디션, 날씨에 따라 초지에서 양을 못 볼 수도 있다. 산양은 염소과 동물로 젖 생산을 목적으로 사육된 가축이다. 토종 흑염소와 얼굴과 꼬리 모양이 다르며 사람을 잘 따르는 온순한 성격이다. 사람들에게 잘 다가오기도 하고, 사진 찍는 것도 능숙해 의외로 재미있는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다. 목장 초지는 관광객을 위한 공간이 아닌 산양들의 공간이기 때문에 산양의 배설물이 여기저기 있다. 산양 감염병 예방을 위해 애완동물은 출입할 수 없으며, 판매된 먹이 이외의 먹이도 주면 안된다. 산양유는 사람의 모유와 가장 흡사한 구조를 가져 소화와 흡수가 빠르며 우유의 알러지 반응이 거의 없어 아이들의 건강과 피부에 좋다. 목장의 낭만을 즐기고 싶은 이들을 위한 피크닉 세트도 판매한다. 목장의 귀염둥이는 또 있다. 작고 귀여운 아기돼지 형제들! 부르면 강아지처럼 달려와 애교를 부리기도 한다. 아기 돼지가 과식을 하면 안 되기 때문에 전용 사료도 하루에 딱 20컵만 판매한다. ■낭만 태백을 즐기는 통리탄탄파크 통리탄탄파크는 올해 7월 문을 연 태백의 새로운 테마파크다. (구)한보탄광광업소의 폐광부지와 폐갱도를 활용하여 만들어진 테마파크로 최신 IT콘텐츠기술을 접목하여 새롭고 독특한 동굴 디지털콘텐츠를 구현했다. 통리탄탄파크는 패갱도를 활용한 2개의 터널형 전시 공간 ‘기억을 품은 길’과 ‘빛을 찾는 길’이 있다. 과거 산업화의 주역이었던 광부들의 삶과 석탄을 주제로 표현한 디지털 아트를 감상할 수 있고, 빛을 이용해 표현한 다양한 주제의 디지털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사진을 찍으면 그야말로 작품이 나오기 때문에 다들 특별한 사진을 남기느라 즐거운 웃음이 넘쳐난다. 두 길 사이에는 약 700m의 야외구간이 있는데, 이 길을 따라 걷다보면 산 속 자연 풍경에 푹 빠지게 된다. 공룡알 놀이터, 종이비행기 조형물과 같은 어린이를 위한 체험시설도 있다. 구문소의 용궁 설화를 모티브로 한 라이브스케치, 여섯 대륙의 대표 동물들을 만날 수 있는 증강현실(AR)체험 포토존, 수호천사가 되어 태백을 구하는 건슬레이어즈 등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입구에는 한류 인기 드라마 ‘태양의 후예’ 세트장도 있다. ■별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오로라파크 통리탄탄파크에서 2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오로라파크는 2012년 폐쇄된 통리역 철도 부지를 활용해 철도와 별이라는 주제로 조성한 테마파크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추전역을 모티브로 만들어졌으며, 해발 5068m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중국의 탕구라역을 비롯, 미국, 스위스, 일본, 호주 등 세계 5개국의 고원에 위치한 역을 재현했다. 각 역사 내부는 역사의 특징에 맞는 테마로 꾸며져 있다. 오로라와 별빛, 별자리를 소개한 별빛 전시관이 있어 공원을 산책하며 돌아보기 좋다. 높이 49m 육각 모양의 눈꽃 전망대가 있어 주변 경관을 조망할 수 있다. 통리탄탄파크를 이용했다면 별도의 비용을 내지 않고 이용할 수 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21-10-06 11:36:31"여름의 강가에서 부서진 햇빛의 파편들이 보석처럼 반짝인다. 수면 위에 떠도는 아지랑이를 타고 동화가 들려올 것 같다." 화가 장욱진(1917~1990)의 산문집 '강가의 아틀리에' 첫 이야기는 이 문장으로 시작한다. '현대문학'에 1965년 기고한 내용이니 서울대 미대 교수직(1954∼1960)을 내려놓고 경기도 한강변 덕소에 지은 화실에서 작업하던 중간 쓴 글일테다. "물장구를 치며 나체로 뛰노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에서 적나라한 자연을 본다. 그리고 천진했던 어린 시절에의 향수가 감미롭고 서글프게 전신을 휘감는 것을 느낀다." 장욱진은 자신을 '까치 그리는 작가'라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한국 추상화 거장 김환기, 유영국과 같은 시기 일본 유학을 했지만 이들과는 전혀 다른 소박한 형태의 아름다움으로 독보적인 한국미를 구축했다. 그는 아이의 눈으로 본 순수와 낭만의 세계를 화폭으로 옮겼다. '동산'이라는 글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내가 꾸는 꿈의 세계는 다르다. 나의 꿈속엔 나만의 동산이 있다. 나무가 서 있고, 그 나무 위에 집이 있고 송아지와 개가 있고, 하늘엔 해와 달이 있다." 지난해 예정됐다가 올해로 연기된 그의 30주기 기념전이 지금 서울 삼청동 현대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집, 가족, 자연 그리고 장욱진'을 테마로 그의 대표작 50점이 화랑을 가득 채웠다. 전시는 '자화상'(1951년)에서 출발한다. 드넓은 황금빛 벌판을 가로지르는 붉은색 길을 따라 유유히 걸어오는 신사가 자신이다. 세련된 연미복을 입고 한 손에 우산, 한 손에 모자를 들고섰다. 부산에서 피난생활을 하던중 잠시 충북 연기 고향집에 들렀다가 모처럼 가지게 된 안락의 시간, 물감 몇 개로 종이에다 작업한 그림이다. 그런데 전쟁통에 이 풍성한 벌판은 무엇이며 난데없는 연미복이라니. 그는 뒷날 '자화상의 변'에서 "대자연의 완전 고독속에 있는 자기를 발견한 그때의 내 모습"이라고 썼다. "하늘엔 오색구름이 찬양하고 좌우로는 풍성한 황금의 물결이 일고 있다. 자연속에 나홀로 걸어오고 있지만 공중에선 새들이 나를 따르고 길에는 강아지가 나를 따른다. 완전 고독은 외롭지 않다." 고독을 즐긴 이 자유인을 지탱시킨 힘은 역시 가족이다. 덕소 시절 이런 고백을 했다. "부지런히 캔버스를 마저 채워야지. 끝나는대로 가족에게로 뛰어가야지. 그러고는 꼭 한잔의 술을 집사람한테 받아야지." 당시 그린 '가족도'(1972년)는 손바닥만한 크기(7.5x14.8㎝) 그림인데 이 작은 공간으로 가족의 애틋함을 다 담아낸다. 네모난 집, 집안에서 밖을 내다보는 네 명의 가족, 집 좌우를 지키는 초록나무, 지붕 위를 나는 네 마리 까치. 실물을 보면 그 기막힌 사이즈에 놀라고 더 이상 더 필요한 게 없어보이는 충만한 구성에 또 놀란다. 화가는 12년을 지냈던 덕소 화실을 정리하고 서울 명륜동(1975∼1979)으로 옮겨 가족과 함께 살았다. 이 무렵 그림속 가족들은 서서히 집 밖으로 나간다. '가로수'(1978년)를 보자. 줄지어 서있는 네 그루 늘씬한 미루나무 꼭대기에 집과 정자가 있다. 나무 사이로 가족들이 당당히 줄지어 걸어간다. 맨앞 수염을 치켜든 아버지, 의기양양 뒤를 잇는 부인, 아이 한명이 따라걷고 강아지, 소가 뒤따라른다. 행복한 가족의 천진난만한 행렬이다. "나는 심플하다. 격식보다는 소탈이 좋다"고 말한 작가는 작업에선 누구보다 치열했다. "철저하게 산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철저하게 사물을 보는 눈, 철저한 작업, 철저한 자유… 나는 하루 네 시간 이상 잠을 자지 않는다. 그 이상은 낭비이기 때문이다"(새벽의 세계), "사람의 몸이란 이 세상에서 다 쓰고 가야 한다. 산다는 것은 소모하는 것이니까. 나는 내 몸과 마음을 죽을 때까지 그림을 그려 다 써버릴 작정이다."(나의 고백) 유작 '밤과 노인'(1990년)은 이런 작가의 다짐을 염두에 두고 봐야 할 작품이다. 길을 따라 한 아이가 힘차게 달려나가고 흰옷 입은 노인은 뒷짐을 진 채 언덕 위로 두둥실 떠오른다. 노인은 모든 에너지를 다 쓰고 한없이 가벼워질 작가 자신의 모습이다. 평생 화가와 함께한 까치도 생을 다한 듯 몸이 비었다. 쌩 달려나가는 아이와 좌우 푸른 나무에만 생기가 돈다. 화가는 명륜동 이후 충북 수안보(1980∼1985)을 거쳐 마지막 5년은 경기 용인 신갈(1986∼1990)에서 보냈다. 초가삼간을 개조해 만든 신갈 화실에서 평생의 그림 720여점 중 3분의 1에 달하는 220여점을 작업했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미의 승리를 확신하고 캔버스를 향해 감행하는 영혼의 도전이 아닐까."(나의 고백) 장욱진은 마지막까지 그렇게 창작열을 불태웠다. 전시는 내달 28일까지. jins@fnnews.com 최진숙 문화전문기자
2021-01-18 17:06:11[파이낸셜뉴스] "여름의 강가에서 부서진 햇빛의 파편들이 보석처럼 반짝인다. 수면위에 떠도는 아지랑이를 타고 동화가 들려올 것 같다." 화가 장욱진(1917~1990)의 산문집 '강가의 아틀리에' 첫 이야기는 이 문장으로 시작한다. 잡지 현대문학에 1965년 기고한 내용이니 서울대 미대 교수직(1954∼1960)을 내려놓고 경기도 한강변 덕소에 지은 화실에서 작업하던 중간 쓴 글일테다. "물장구를 치며 나체로 뛰노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에서 적나라한 자연을 본다. 그리고 천진했던 어린 시절에의 향수가 감미롭고 서글프게 전신을 휘감는 것을 느낀다." 장욱진은 자신을 까치 그리는 작가라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한국 추상화 거장 김환기, 유영국과 같은 시기 일본 유학을 했지만 이들과는 전혀 다른 소박한 형태의 아름다움으로 독보적인 한국미를 구축했다. 그는 아이의 눈으로 본 순수와 낭만의 세계를 화폭으로 옮겼다. '동산'이라는 글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내가 꾸는 꿈의 세계는 다르다. 나의 꿈속엔 나만의 동산이 있다. 나무가 서 있고, 그 나무위에 집이 있고 송아지와 개가 있고, 하늘엔 해와 달이 있다." 지난해 예정됐다가 올해로 연기된 그의 30주기 기념전이 지금 서울 삼청동 현대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집, 가족, 자연 그리고 장욱진'을 테마로 그의 대표작 50점이 화랑을 가득 채웠다. 전시는 '자화상(1951)'에서 출발한다. 드넓은 황금빛 벌판을 가로지르는 붉은색 길을 따라 유유히 걸어오는 신사가 자신이다. 세련된 연미복을 입고 한손에 우산, 한손에 모자를 들고섰다. 부산에서 피난생활을 하던중 잠시 충북 연기 고향집에 들렀다가 모처럼 가지게 된 안락의 시간, 물감 몇개로 종이에다 작업한 그림이다. 그런데 전쟁통에 이 풍성한 벌판은 무엇이며 난데없는 연미복이라니. 그는 뒷날 '자화상의 변'에서 "대자연의 완전 고독속에 있는 자기를 발견한 그때의 내 모습"이라고 썼다. "하늘엔 오색구름이 찬양하고 좌우로는 풍성한 황금의 물결이 일고 있다. 자연속에 나홀로 걸어오고 있지만 공중에선 새들이 나를 따르고 길에는 강아지가 나를 따른다. 완전 고독은 외롭지 않다." 고독을 즐긴 이 자유인을 지탱시킨 힘은 역시 가족이다. 덕소시절 이런 고백을 했다. "부지런히 캔버스를 마저 채워야지. 끝나는 대로 가족에게로 뛰어가야지. 그러고는 꼭 한잔의 술을 집사람한테 받아야지." 당시 그린 '가족도(1972)'는 손바닥만한 크기(7.5x14.8㎝) 그림인데 이 작은 공간으로 가족의 애틋함을 다 담아낸다. 네모난 집, 집안에서 밖을 내다보는 네명의 가족, 집 좌우를 지키는 초록나무, 지붕위를 나는 네마리 까치. 실물을 보면 그 기막힌 사이즈에 놀라고 더이상 더 필요한 게 없어보이는 충만한 구성에 또 놀란다. 화가는 12년을 지냈던 덕소 화실을 정리하고 서울 명륜동(1975∼1979)으로 옮겨 가족과 함께 살았다. 이무렵 그림속 가족들은 서서히 집밖으로 나간다. '가로수(1978)'를 보자. 줄지어 서있는 네그루 늘씬한 미루나무 꼭대기에 집과 정자가 있다. 나무 사이로 가족들이 당당히 줄지어 걸어간다. 맨앞 수염을 치켜든 아버지, 의기양양 뒤를 잇는 부인, 아이 한명이 따라걷고 강아지, 소가 뒤따라른다. 행복한 가족의 천진난만한 행렬이다. "나는 심플하다. 격식보다는 소탈이 좋다"고 말한 작가는 작업에선 누구보다 치열했다. "철저하게 산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철저하게 사물을 보는 눈, 철저한 작업, 철저한 자유…. 나는 하루 네시간 이상 잠을 자지 않는다. 그 이상은 낭비이기 때문이다(새벽의 세계)", "사람의 몸이란 이 세상에서 다 쓰고 가야한다. 산다는 것은 소모하는 것이니까. 나는 내 몸과 마음을 죽을 때까지 그림을 그려 다 써버릴 작정이다(나의 고백)." 유작 '밤과 노인(1990)'은 이런 작가의 다짐을 염두에 두고 봐야할 작품이다. 길을 따라 한 아이가 힘차게 달려나가고 흰옷 입은 노인은 뒷짐을 진채 언덕위로 두둥실 떠오른다. 노인은 모든 에너지를 다 쓰고 한없이 가벼워질 작가 자신의 모습이다. 평생 화가와 함께한 까치도 생을 다한 듯 몸이 비었다. 쌩 달려나가는 아이와 좌우 푸른 나무에만 생기가 돈다. 화가는 명륜동이후 충북 수안보(1980∼1985)을 거쳐 마지막 5년은 경기 용인 신갈(1986∼1990)에서 보냈다. 초가삼간을 개조해 만든 신갈 화실에서 평생의 그림 720여점중 3분의1에 달하는 220여점을 작업했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미의 승리를 확신하고 캔버스를 향해 감행하는 영혼의 도전이 아닐까(나의 고백)." 장욱진은 마지막까지 그렇게 창작열을 불태웠다. 전시는 내달 28일까지. jins@fnnews.com 최진숙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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