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수장이 만나 비공개로 정책현안을 논의하는 비공식 협의체인 이른바 'F4(Finance4) 회의'가 공식화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책 엇박자로 생기는 문제를 막고 미시·거시정책 공조를 견고히 하려면 재정·금융당국과 한국은행 등 정책기관 협의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제도화 필요성을 공개 거론한 가운데 거시건전성 협의체 논의가 탄력을 받은 전망이다. ■가계부채 '천조원', 거시건전성 협의체 제도화 목소리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총재가 부채관리 협의체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관련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 총재는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현재 차관급 회의가 있고 또 F4(Finance4)라고 해서 기관장들이 거시경제 정책을 논의하는 체제가 마련돼 있는데 이것을 제도화·법제화해서 실효성 있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차후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영국 등에서 거시건전성 감독기구를 만들었다며 중앙은행까지 참여하는 상시 협의체가 있어야 한다고 하자 '필요하다'고 답한 것이다. 금융당국과 한국은행 모두 가계부채 관리를 주요 정책과제로 보고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 등을 통해 국토교통부 등 유관기관과 함께 논의하고 있다. 지난 2·4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101.7%로 한 분기 만에 0.2%p 상승했다. 기준금리가 3.50%인 통화긴축기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부터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늘면서 은행권 가계대출잔액은 9월말 기준 1080조원에 달했다. 특히 F4회의가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이 거시건전성 정책을 논의하는 장(場)이다. 기재부는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 일명 F4회의는 정부와 한은 등 관계기관의 정책공조를 위한 비공개 회의"라며 "거시·금융당국 간 인식 공유를 위해 주로 국내외 금융·부동산 등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재위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획재정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0월 중순까지 총 37차례 F4회의가 열렸다. 거시건전성 점검과 관계기관 협조를 위해 거시경제금융회의,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도 운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재부는 "지난해 10월 23일 비상거금회의에서 채안펀드 재가동 등 50조원+α 규모의 시장안정조치가 대표적 정책 개선 사례"라고 했다. ■ DSR 규제 등 정책공조 관건, "제도화 검토는 아직" 문제는 F4회의가 제도화돼 있지 않을 뿐더러 정확한 기능도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정책당국의 '공조'가 중요해졌지만 공식적 협의체는 부재하다. 미국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후 도드-프랭크법을 통해 금융시장 전체의 시스템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연방준비은행, 연방예금보험공사 등 14개 금융감독기관이 참여하는 금융안정감시위원회(FSOC)를 신설했다. 재무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해서 시스템리스크를 살펴보고 거시건전성 감독기능을 강화하는 게 핵심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도 금융당국과 한국은행 간 협력 강화를 위한 협의체를 만들라고 지적한 바 있다. IMF는 2015년 한국 금융부문 평가 프로그램(FSAP)의 부속 보고서를 통해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은, 예금보험공사 등 금융부문 당국 간 정보공유를 더 강화할 여지가 있다"라며 "위기대응을 위해 차관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장관급으로 격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IMF가 회원국의 금융시스템을 평가한 후 5년마다 발표하는 보고서에서 이같은 내용이 지적된 것이다. 김중수, 이주열 전 한은 총재도 정부와 중앙은행 간 유기적 거시건전성 감독체계 필요성을 강조해왔지만 제도화된 적은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책모기지 특례보금자리론 조기 중단 등과 같은 '오락가락 정책'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당장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와 관련해서 이 총재는 "예외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정책 권한을 갖고 있는 건 금융당국이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안정협의체, 거시건전성협의체 설치에 관한 특별법 등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오고 있다. 다만 기재부와 금융위, 금감원에선 제도화는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당국 관계자는 "F4 회의에서도 충분히 역할을 하고 있다. 잘 진행되고 있는 협의체를 법제화한다고 더 시너지 효과가 날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박문수 이창훈 기자
2023-10-24 16:23:08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수장이 만나 비공개로 정책현안을 논의하는 비공식 협의체인 이른바 'F4(Finance4) 회의'가 공식화돼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책 엇박자로 생기는 문제를 막고, 미시·거시정책 공조를 견고히 하려면 재정·금융당국과 한국은행 등 정책기관 협의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제도화 필요성을 공개 거론한 가운데 거시건전성 협의체 논의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가계부채 '천조원', 거시건전성 협의체 제도화 목소리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총재가 부채 관리 협의체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히면서 관련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총재는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현재 차관급 회의가 있고 또 F4라고 해서 기관장들이 거시경제 정책을 논의하는 체제가 마련돼 있는데 이것을 제도화·법제화해서 실효성 있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차후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한국은행 모두 가계부채 관리를 주요 정책과제로 보고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 등을 통해 국토교통부 등 유관기관과 함께 논의하고 있다. 지난 2·4분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101.7%로 한 분기 만에 0.2%p 상승했다. 기준금리가 3.50%인 통화긴축기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부터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늘면서 은행권 가계대출잔액은 9월 말 기준 1080조원에 달했다. 특히 F4 회의는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이 거시건전성 정책을 논의하는 장이다. 기재부는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 일명 F4 회의는 정부와 한은 등 관계기관의 정책공조를 위한 비공개 회의"라며 "거시·금융당국 간 인식 공유를 위해 주로 국내외 금융·부동산 등 시장상황을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재위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재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0월 중순까지 총 37차례 F4 회의가 열렸다. 거시건전성 점검과 관계기관 협조를 위해 거시경제금융회의,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도 운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재부는 "지난해 10월 23일 비상거금회의에서 채안펀드 재가동 등 50조원+α 규모의 시장안정조치가 대표적 정책개선 사례"라고 했다. ■DSR 규제 등 정책공조 관건문제는 F4 회의가 제도화돼 있지 않을뿐더러 정확한 기능도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정책당국의 공조가 중요해졌지만 공식적 협의체는 부재하다. 미국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후 도드-프랭크법을 통해 금융시장 전체의 시스템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연방준비은행, 연방예금보험공사 등 14개 금융감독기관이 참여하는 금융안정감시위원회(FSOC)를 신설했다. 재무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해서 시스템리스크를 살펴보고 거시건전성 감독기능을 강화하는 게 핵심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도 금융당국과 한국은행 간 협력 강화를 위한 협의체를 만들라고 지적한 바 있다. IMF는 2015년 한국 금융부문 평가 프로그램(FSAP)의 부속 보고서를 통해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예금보험공사 등 금융부문 당국 간 정보공유를 더 강화할 여지가 있다"며 "위기대응을 위해 차관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장관급으로 격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IMF가 회원국의 금융시스템을 평가한 후 5년마다 발표하는 보고서에서 이 같은 내용이 지적된 것이다. 김중수, 이주열 전 한은 총재도 정부와 중앙은행 간 유기적 거시건전성 감독체계 필요성을 강조해왔지만 제도화된 적은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책모기지 특례보금자리론 조기중단 등과 같은 '오락가락 정책'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당장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와 관련해서 이 총재는 "예외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정책 권한을 갖고 있는 건 금융당국이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안정협의체, 거시건전성협의체 설치에 관한 특별법 등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오고 있다. 다만 기재부와 금융위, 금감원에선 제도화는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박문수 이창훈 기자
2023-10-24 18:28:0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가계대출 증가세와 관련, "쉽게 금리를 낮춰 가계대출이 더 늘어나게 하는 정책은 하지 않겠다"며 '고금리 장기화'를 23일 시사했다. 특히 이 총재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서 빠져나가는 걸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를 주장했다. ■DSR 규제 강화·필요시 금리인상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우리 경제 뇌관으로 꼽히는 민간부문 부채에 대해 "정책당국에 조금 더 강화된 DSR 규제를 하자고 건의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지금은 전세자금대출과 보험약관대출, 예적금담보대출과 카드사 현금서비스 등 13개 유형의 대출이 DSR 규제 예외로 남아 있다. 금리인상 등으로 줄어들던 가계대출은 올해 2·4분기 이후 증가 전환, 지난달 말 은행권 가계대출잔액은 1080조원에 달했다. 이 총재는 '정책당국의 미시적 대응이 우선' '당국과 같은 목표를 갖고 협의 중'이라면서도 필요시 거시정책을 쓸 수 있다고 재확인했다. 그는 "경기를 부양하기보다는 금리 수준을 높게 가져감으로써 가계대출이 증가할 수 있는 여력을 없애는 것"이라며 "미시정책을 해서 (대출이) 너무 줄지 않으면 금리도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미시적·거시적으로 조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거시건전성 정책을 강화하는 동시에 금리인하로 대출이 더 늘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빚투(빚내서 투자)족'에게 경고한 이 총재는 "수도권 일부 지역 집값이 올라가는데 통화정책으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그로 인해서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건 저희가 최선을 다해 막겠다"고 했다. 비공식 협의체인 F4(Finance4) 회의뿐 아니라 거시건전성 정책 협의체를 제도화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제도화·법제화해서 실효성 있게 운영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다만 금리인상이 쉽지 않다는 고충도 밝혔다. 이 총재는 "금리인상 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문제가 될 것"이라며 "일반 가계의 부동산 대출은 대부분이 고소득자가 많아서 (소비여력 감소로) 성장이나 이자부담으로 오고, PF는 금융기관과 연결돼 있어서 안정성 문제와 관련 리스크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기대인플레 2% 이하로 관리" 이 총재는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을 향후 통화정책의 최대 변수로 지목했다. 이 총재는 한은 통화정책 제1의 목표인 물가안정과 관련, "지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7%까지 올랐지만 연말까지 3%로 내려오고 더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저희가 예상했던 물가경로가 하마스 사태에도 불구하고 유지될지 여부"라고 말했다. 한은 물가경로 전망이 빗나갈 경우 '소비자들의 향후 1년간 인플레이션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 관리에 중점을 두고 정책을 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의 물가상승률 전망이 올라갈 경우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매파적' 발언이다. '장기 저성장' 탈피를 위해 구조개혁을 강조한 이 총재는 향후 경제성장에서 최대 변수로 중동 사태를 꼽았다. 이 총재는 "올해 성장률은 1.4%에 부합하거나 다소 하향 조정하거나 중동 사태 양상을 봐야 한다"라며 "내년 경제성장률은 향후 몇 주 동안 중동 사태가 어떻게 변할지 봐야 한다"고 했다. 당초 내년 성장률을 2.2%로 전망했는데 '원점 재검토'할 필요성도 언급한 것이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박문수 기자
2023-10-23 21:28:32[파이낸셜뉴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가계대출 증가세와 관련 "쉽게 금리를 낮춰 가계대출이 더 늘어나게 하는 정책은 하지 않겠다"라며 '고금리 장기화'를 23일 시사했다. 특히 이 총재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서 빠져나가는 걸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며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를 주장했다. ■부채 관리, DSR 규제 강화·필요시 금리인상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우리경제 뇌관으로 꼽히는 민간부문 부채에 대해 "정책당국에 조금 더 강화된 DSR 규제를 하자고 건의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지금은 전세자금대출과 보험약관대출, 예적금담보대출과 카드사 현금서비스 등 13개 유형의 대출이 DSR 규제 예외로 남아 있다. 금리인상 등 영향으로 줄어들던 가계대출은 올해 2·4분기 이후 증가 전환, 지난달말 은행권 가계대출잔액은 1080조원에 달했다. 이 총재는 '정책당국의 미시적 대응이 우선', '당국과 같은 목표를 갖고 협의 중'이라면서도 필요시 거시정책을 쓸 수 있다고 재확인했다. 그는 "경기를 부양하기보다는 금리 수준을 높게 가져감으로써 가계대출이 증가할 수 있는 여력을 없애는 것"이라며 "미시정책을 해서 (대출이) 너무 줄지 않으면 금리도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고 미시적·거시적으로 조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거시건전성 정책을 강화하는 동시에 금리인하로 대출이 더 늘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빚투(빚내서 투자)족'에게 경고한 이 총재는 "수도권 일부 지역 집값이 올라가는데 통화정책으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다"며 "다만 그로 인해서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건 저희가 최선을 다해 막겠다"라고 했다. 비공식 협의체인 F4(Finance4) 회의 뿐 아니라 거시건전성 정책 협의체를 제도화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제도화·법제화해서 실효성 있게 운영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50년만기 주택담보대출, 특례보금자리론 등 당국의 정책이 오락가락한다는 지적에는 "의사가 약을 쓸 때 열이 좀 낮아지는지 아닌지 보면서 약을 조절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시장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약을 썼는데 과도한 반응이 있어서 조절하는 것"이라며 "정책 실패라고 하기에는 빠르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금리인상이 쉽지 않다는 고충도 밝혔다. 이 총재는 "금리인상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문제가 될 것"이라며 "일반 가계의 부동산 대출은 대부분이 고소득자가 많아서 (소비여력 감소로) 성장이나 이자부담으로 오고, PF는 금융기관과 연결돼 있어서 안정성 문제와 관련 리스크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금리인상시 부동산 PF 대출 부실 등 금융기관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중동 분쟁에 "기대인플레 2% 이하로 관리" 이 총재는 이스라엘·팔레스테인 하마스 간 전쟁이 향후 통화정책의 최대 변수로 지목했다. 이 총재는 한은 통화정책 제1의 목표인 물가안정과 관련 "지난 9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7%까지 올랐지만 연말까지 3%로 내려오고 더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저희가 예상했던 물가경로가 하마스 사태에도 불구하고 유지될지 여부"라고 말했다. 한은 물가경로 전망이 빗나갈 경우 '소비자들의 향후 1년간 인플레이션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 관리에 중점을 두고 정책을 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들의 물가상승률 전망이 올라갈 경우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매파적' 발언이다. 이달 4일 원·달러 환율이 1363원대로 연고점을 기록하는 등 환율이 상승한 가운데 자본유출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이 총재는 "미국이 고금리로 갈 것이라는 건 예상을 했는데, 문제는 미국 금리가 올라서 한국 금리까지 같이 올라가는 영향이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채금리 상승으로 우리나라 금리도 덩달아 올라서 환율 상승압력이 커질 수도 있지만, 시장에서 자연스레 긴축적인 기조가 이어지면서 환율 상승과 자본유출이 완화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장기 저성장' 탈피를 위해 구조개혁을 강조한 이 총재는 향후 경제성장에서 최대 변수로 중동 사태를 꼽았다. 이 총재는 "올해 성장률은 1.4%에 부합하거나 다소 하향 조정하거나 할 지 중동사태 양상을 봐야 한다"라며 "내년 경제성장률은 향후 몇 주 동안 중동 사태가 어떻게 변할지 봐야 한다"고 했다. 당초 내년 성장률을 2.2%로 전망했는데 '원점 재검토' 필요성도 언급한 것이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박문수 기자
2023-10-23 19:49:16엇박자가 꼭 불협화음은 아니다. 유심히 듣다 보면 자연스러울 때가 있다. 우리 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 문제를 두고 이른바 F4(Finance 4) 수장의 톤과 매너가 조금씩 다른 걸 두고 하는 얘기다. 당장 이번 주에 나온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수장의 목소리도 같은 듯 다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9일 기준금리 동결 후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 그 자체가 앞으로 장기 성장률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올라가면 소위 '망국병'이라고 할 만큼 사회·경제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이 많다"고 말했다. 당장은 미시조정을 통해 해보되 '정 안 된다면' 금리를 통한 거시조정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틀 전 이복현 금감원장은 "가계대출이 늘지 않으면 좋지만 이미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100%, 105%까지 늘어난 상황에서 급격하게 줄이는 것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준다"며 연착륙에 방점을 찍었다. 문제는 엇박자가 아니다. 중장기 시계에서 물가안정을 도모하는 중앙은행과 금융시장 안정, 금융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감독기관의 '톤과 매너'는 다를 수 있다.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 완만한 축소'라는 데 공감대를 갖고 있다면 성과로 보여주면 된다. 엇박자 논란 진화에 힘쓰기보다 정책수단과 내용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다. 금융위원회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정착 △은행권의 상환능력 범위 내 대출관행 안착 등 '정책적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재 차주단위 DSR 규제를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것인지, DSR 산정만기나 예외범위를 일부 손보겠다는 것인지 구체적 내용은 아직이다. 내년 1월까지 운영하기로 한 정책모기지 특례보금자리론을 중단한 데 이어 또 다른 '오락가락 행보'가 우려되는 이유다. 상황 변화에 그때그때 대응해야 하는 게 정책당국의 역할이라고는 하지만 지금처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하다가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 기획재정부·한은·금융위·금감원 수장이 만나 비공개로 정책현안을 논의하는 F4회의 외에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다른 협의체가 필요한지도 검토해 볼 지점이다. 중장기 시계에서 경제를 보는 한은과 건전성 규제 결정권을 가진 당국이 정책 속도와 내용을 조율하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다. 가계대출이 주택관련대출 위주로 늘어나는 점을 고려할 때 국토교통부 등의 참여도 필요해 보인다.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메시지보다는 '함께 논의해서 걸어가고 있다'는 성과를 보여줄 때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금융부 기자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2023-10-19 18:32:18[파이낸셜뉴스]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가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해 "증가폭이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도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고 5일 말했다. 가계부채 관리 과정에서 한국은행과 정책당국 간 '엇박자' 논란에 대해서는 "기관이 가진 정책수단이 다르니까 엇박자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건 아니다"라며 일축했다. 유 부총재는 이날 한국은행 출입기자단 워크샵에서 지난 4월 이후 가계대출이 늘고 있는 것과 관련 "조금 낙관적으로 보자면 완만하게 줄어들 걸로 본다"며 완만한 부채 축소를 전망했다. 그는 3·4분기 가계부채비율 전망에 대해서는 "전체적인 거시경제 여건을 봐야 한다"며 "주택시장에 대한 새로운 기대가 형성되지 않고, (현재의) 경제여건만 고려한다면 차입비용이나 경제성장 등을 봤을 때 늘어날 가능성보다는 대출 증가폭이 줄어들고 GDP 대비 비율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올해 2·4분기 101.7%로 전분기(101.5%) 대비 소폭 늘었다. 가계부채비율은 지난해 1·4분기 105.1%, 2·4분기 105.2%로 상승하다 고금리 영향 등으로 3·4분기 104.8%, 4·4분기 104.5%로 하락했다. 올해 1·4분기까지 하락하던 가계부채비율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늘어나면서 2·4분기 증가 전환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집계한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08.1%로 5년 전 대비 16.2% 올라 26개국 중 가장 큰 폭 상승했다. 유 부총재는 고금리에 레버리지가 늘어나는 데 대해 우려와 관련 "고금리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고정금리로 대출받지 않고 변동금리로 짧은 시간에 받아서 필요하면 언제든지 리파이낸싱을 한다"라며 "우리나라 가계부채 구조가 갖고 있는 문제라서 그렇지, 그게 특별히 더 위험한 건 아니다"라고 했다. 한국은행이 부채 축소를 보다 강조하는 반면 정책당국이 주택시장 연착륙 및 서민 대출 활성화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엇박자 논란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주택금융공사의 고정금리 정책모기지 특례보금자리론과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 등 정부의 정책이 한은의 부채 축소 기조와 반대로 간다는 지적에 "엇박자는 아니다"라고 한 것이다. 그는 "지난해 부동산 시장 경착륙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했다. F4회의(기획재정부 장관·한국은행 총재·금융위원장·금융감독원장 상시협의체)가 잘 작동했고 최근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과정에서도 F4가 잘 협의하고 있다"면서 "여기서 나름대로 조치를 취하고 있고 공조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들이 정부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 거시건전성 정책에 쓴소리를 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가계부채가 빨리 늘어나니까 일부 위원들이 나열식으로 얘기하는 것이지, 한은 전체적인 의견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에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기재부, 금융위, 금감원 등 각 기관이 가진 정책수단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엇박자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그건 아니다"라며 "공조 자체는 제대로 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 등을 통해 주택가격이 반등 조짐을 보이는 데 대해서는 "매수 심리가 살아난 건 경착륙에서 연착륙으로 가면서 생기는 일시적 현상"이라며 "가계부채를 부채질하고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주택가격에는 투자와 실수요가 섞여 있다"고 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2023-10-06 10:50:04[파이낸셜뉴스] 금리인상 여파로 캐피탈업계 연체율이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현대캐피탈의 2·4분기 30일 이상 연체율이 0.98%을 기록해 연체율 관리 비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캐피탈 연체율 관리 성공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캐피탈의 2·4분기 30일 이상 연체율은 0.98%로 1% 미만에 그쳤다. KB캐피탈의 2·4분기 30일 이상 연체율은 2.65%, 우리금융캐피탈은 1.95%를 각각 기록했다. 캐피탈사들의 연체율이 높은 이유는 금리인상 여파로 조달금리가 빠르게 높아지면서 금융상품의 금리도 덩달아 올랐기 때문이다. 고객의 채무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캐피탈사의 연체율도 높아지는 구조다. 여기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도 캐피탈사 연체율 상승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2~3년 동안 국내 캐피탈사들이 신규 수익을 위해 부동산 PF에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며 부동산 PF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했다. 부동산 호황기에는 이 같은 전략이 고수익으로 이어지자 캐피탈사들은 브릿지론 등 부동산 PF 투자 규모를 빠르게 확대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부동산 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되자 캐피탈사들의 부동산 PF 부실 위험도 급부상하고 있다. 캐피탈사들이 브릿지론과 부동산 PF에 투자한 자금의 만기를 연장하는 사업장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캐피탈은 올해 1·4분기 ‘30일 이상 연체율’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14%포인트 상승으로 억제했고 2·4분기 연체율은 1% 미만으로 관리하는데 성공했다. 현대캐피탈이 자산 건전성 관리를 위해 관리하는 상품(계좌) 단위의 연체율도 지난 6월 말 기준 0.59%을 기록했다. ■선제 위기대응 '주효' 이같이 현대캐피탈이 연체율 관리에 성공한 비결로는 지난해 8월 전사에 신용위기 1단계를 선포하는 등 최고경영자부터 선제적인 위기대응에 나선 것이 꼽힌다. 현대캐피탈의 당시 연체율 지표는 1% 미만으로 안정적인 수준이었지만 물가, 금리, 주택시세, 경기선행지수 등 주요 거시경제와 신용시장 지표가 1차적인 위험 수준을 넘어섰다는 자체 분석 결과가 나오면서 관련 대책을 발빠르게 마련했다. 현대캐피탈은 매달 대표이사가 직접 주관하는 위기대응협의체인 ‘디커미티(D-Committee)’를 구성했다. CEO가 직접 총괄하는 위기대응 컨트롤 타워부터 구축한 것이다. 이 협의체의 역할은 위기대응을 위한 전사적 전략을 기획하고, 이를 신속하게 실행에 옮기는 것. 여기에 리스크 관리부서뿐만 아니라 각 사업 부서까지 전방위적으로 참여시켜 다양한 논의가 한번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다. 현대캐피탈은 디커미티를 통해 신용위기 1단계에 이어 유동성 위기 1단계 경보까지 발령했다. 신용 위기와 유동성 위기 선언 이후 곧바로 실무 부서의 업무 방향성을 전환하면서 각종 내·외부 지표를 기준으로 상황별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시나리오는 전사적 유동성 확보와 함께 즉시 각 부문별 사업전략에 반영됐다. 구체적으로 현대캐피탈은 개인금융 부문에서 연체 가능성이 높은 무담보 순수 신용대출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자동차 담보 대출 등 우량 고객 확보에 집중했다. 그 결과 현대캐피탈 무담보 신용대출 자산의 비중은 지난해 1·4분기 7%에서 지난 2·4분기 3.5%까지 줄었다. 위기에 대비해 채권관리 체계도 정비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해 11월 채권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4개 지역본부를 신설, 각 지역별 채권관리 조직을 보다 세밀하게 재구성하고, 연체채권 전담 인력을 확충했다. 고객의 총 대출규모와 상환여력 등 다양한 채권관리 지표를 기반으로 연체고객 분류 기준도 재정립하고 이에 따라 연체금액 상환 여력이 악화된 고객은 전문 상담인력을 배치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 ■ 부동산PF 자산 3.5% 그쳐 현대캐피탈이 자동차 금융 본업에 충실하면서 부동산 PF 위기에 휩쓸리지 않은 것도 역설적으로 안정적인 연체율 관리로 이어졌다. 현대캐피탈의 전체 상품자산 중 자동차금융 자산 비중은 80%가 넘는다. 반면 현대캐피탈의 부동산 PF 자산 규모는 1조4000 억원 수준으로, 전체 자산의 약 3.5%에 불과하다. 최근 캐피탈 업계 연체율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된 브릿지론이 차지하는 비중은 PF 자산 4%, 전체 자산 중에서는 0.2%에 불과하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현대캐피탈이 투자한 PF 사업장은 대다수 서울과 수도권에 있고 시공사도 거의 1군 건설사로, 투자한 PF가 거의 다 차환 선순위 대상이어서 안정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현대캐피탈은 아울러 AI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운영, 연체나 사기 가능성이 높은 고객을 예측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이를테면 연체 가능성이 높은 고객에게 납입일 이전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납입금이 연체되지 않도록 사전 안내를 진행하는 식이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2023-08-23 17:12:32[파이낸셜뉴스] 방기선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28일 "미국 연준 긴축 장기화 우려 등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러·우 전쟁, 중국 리오프닝 등 변화가 올해 우리 경제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글로벌 리스크에도 국내 외환·금융시장 안정성을 유지하도록 외화자금 유출입 모니터링, 금융기관 외환건전성 감독 등 공조를 강조했다. 방 차관은 이날 국제금융센터에서 올해 첫번째 외환건전성협의회를 주재했다. 외환건전성협의회는 외환부문 거시건전성 관리를 담당하는 관계기관간의 협업을 강화하기 위해2021년 7월 신설된 협의체다. 참석기관은 기획재정부(제1차관 주재),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금융기관 외화유동성 현황, 최근 해외 공공기관 채권투자자금 및 외환수급 동향 등을 논의했다. 방 차관은 미국 연준의 긴축 장기화 우려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러·우 전쟁, 중국 리오프닝 등 국제 경제·정치 상황의 변화가 올해 우리 경제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리스크에도 국내 외환·금융시장 안정성을 유지하도록 외화자금 유출입 모니터링, 금융기관 외환건전성 감독 등 관계기관들이 긴밀히 공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먼저 금융기관 외화유동성 현황을 점검했다. 2월 들어 미국 달러화 강세전환 등 글로벌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은행·증권·보험사는 안정적인 외화유동성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022년말 103.5 → 2023년 2월 2일 100.9 → 2월 24일 104.6을 나타냈다. 국내은행 2월 외화LCR은 132% 수준으로 규제비율(80%)을 큰 폭 상회했다. 은행·증권·보험사에 대한 위기 상황 분석 결과 충분한 외화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관계기관들은 향후 시장변동성이 더욱 확대되거나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금융회사의 외환부문 리스크를 면밀히 점검하고, 충분한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도록 지속적으로 지도해 나가기로 했다. 또 해외 공공기관 채권투자자금 동향을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관계기관들은 최근 해외 공공기관의 채권투자자금 순유출은 일부 공공기관의 투자여력 약화, 차익거래유인 축소 등에 주로 기인한 것임에 대해 인식을 같이했다. 이에 방 차관은 외국인 채권자금 움직임이 과도하게 해석돼 변동성을 더욱 확대시키지 않도록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필요시 적기에 대응해 나갈 것을 강조했다. 한편 최근 2개월간 외환수급 동향에 대해서도 심층 논의했다. 관계기관들은 수출·입, 내국인 해외투자, 외국인 국내증권투자 등 외환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점검했으며, 향후에도 외환수급상 쏠림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면밀히 모니터링해 나가기로 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2023-02-28 11:21:53[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강조한 건 △건전재정 예산 △약자복지 예산 △미래준비 예산으로 요약된다. 새 정부 출범 뒤 '건전재정'으로 전환시켜 글로벌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완화시켜, 투자 유치 여건 조성과 미래세대 부담 완화를 도모할 예산안을 편성했다는 것이다. 다만 윤 대통령이 건전재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전임 문재인 정권에서 추진했던 사업 예산을 삭감한데 이어 전임 정권의 방만한 재정 운용을 지적하며 재정건전화를 성과로 내세운터라,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이날 윤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는 압도적 의석의 민주당이 보이콧을 하면서 향후 치열한 여야 대치를 예고했다. 예산안 수정을 공식화한 민주당과의 신경전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대통령실과 여당으로선 '협치 카드'가 절실하지만 대립각은 좀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재정건전성 강조한 대통령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위기 상황에서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야당 설득에 앞서 당위성을 피력하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의 보이콧 속에 가진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부가 치열한 고민 끝에 내놓은 예산안은 국회와 함께 머리를 맞댈 때 완성될 것"이라며 "우리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시기에 국회에서 법정기한 내 예산안을 확정해달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639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이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축소 편성됐다는 것 자체가 위기 국면을 건전재정으로 타개하겠다는 의지임을 대통령실은 강조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서울 용산 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한국 정부가 건전재정 기조하에서 안정적인 금융시장을 관리를 해나가겠다는 그런 의지를 대통령이 강하게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건전재정 기조 유지로 글로벌 시장에 한국에 대한 안정적인 투자 심리를 갖게 하고, 위기가 장기화되는 과정에서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보호한다는 것이다. 우수한 대외신인도를 유지하기 위해선 거시정책 기조가 일관되게 추진되고, 지속 가능한 재정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윤석열 정부는 최우선 과제로 재정건전성을 선택했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의 국제신용등급 평가에서도 재정건전성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기에, 새 정부는 1000조원 넘어선 나라빚 부터 조정하는 것을 중점과제로 추진했다는 분석이다. 최상목 수석은 "재정 건전화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활용해 기존 중위소득을 역대 최대 폭으로 인상을 하는 등 기초생활보장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건전재정 전환 과정에서 한국판 뉴딜 사업이 대폭 축소됐다는 야당의 지적과 관련, 최 수석은 " 코로나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증액했던 그런 예산들은 좀 줄여나갔다"며 "정책 금융 관련된 부분들은 효율화 측면에서 줄였고, 산업중소기업 에너지 부분과 SOC(사회간접자본) 부분이 줄었다"고 말했다. ■협치카드 절실하지만..암울 이재명 민주당 대표 측근에 대한 검찰의 수사 등으로 여야간 대치가 첨예해지면서 윤석열 정부의 예산안 처리도 녹록지 않아보인다. 국민의힘에선 639조원 규모의 예산안이 건전재정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정부 예산안 처리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건전재정'과 '약자복지'를 내세운 정부 예산안이 현재 민생위기 극복에 맞지 않다며, 예산안 수정을 벼르고 있다. 이에 최상목 경제수석은 "재정 정책이 하나의 축이 되는 거시정책이기 때문에 이런 위기 상황에서 같이 여야가 따로 있을 순 없지 않겠나"라면서 "그런 부분들을 강조하고 설명을 드리면 그래도 이해가 되시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의 바람과 달리 여야간 대치는 심각하다. 국민의힘은 "헌정 사상 최초로 민주당이 (시정연설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아주 나쁜 선례"라며 비판에 나섰고, 민주당은 "민생 경제를 챙겨야 할 정당이 민생경제를 놔두고 야당에 대한 정치보복에 몰두해 있다"며 반발에 나섰다. 예산안 내용을 두고도 여야의 평가가 극명하게 갈렸다. 국민의힘은 이번 예산안에 대해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해 재정수지는 개선되고 건전재정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국민 입장에서 무성의한 예산"이라며 예산안 수정을 시사했다. 아울러 이번 시정연설에 재생에너지 관련 내용이 없었다는 점, 대통령실 예산이 878억원에 달한다는 점도 민주당에서 지적한 부분이다. 민주당은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이 부자 감세를 하는 동시에 일부 민생 예산을 삭감했다고 판단, 거대 야당으로서 예산안 수정을 이루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날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대립 국면에서 정부·여당이 야당에게 제안할 협치 카드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예산안이나 정부 추진 입법안 등의 통과를 해야 한다면 예산안 통과 전인 11월 말쯤 영수회담을 할 수도 있다"며 "영수회담이 이뤄져야 여야정 협의체나 여야 중진의원 협의체 등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김나경 정경수 기자
2022-10-25 16:33:00[파이낸셜뉴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정책 공조를 강화한다. 물가 상승과 외환시장 변동성 등 전반적인 경제상황에 대응하는 조치다. 다만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결정 권한의 독립성은 유지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프레스센터에서 조찬을 겸한 회동을 가졌다. 이날 회동에서 추 부총리와 이 총재는 현재의 경제상황에 대해 심도 깊게 논의하고, 향후 정책 추진방향 및 정책공조 강화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추 부총리와 이 총재의 단독 공식 회담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지난 13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거시금융상황점검회의에 참석해 정책 공조를 약속했으며 윤 대통령 취임 전 만난 바 있다. 추 부총리는 "현재 경제 상황이 엄중하고 정책 수단은 상당히 제약돼 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도 중앙은행과 정부가 경제 상황에 대해 늘 이야기를 나누고, 인식을 공유하고, 정말 좋은 정책 조합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면서도 지혜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이달 기준금리 결정과 관련해서는 "모든 만남을 정책결정과 연결하면 만남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금리결정과 관련해서는 전적으로 중앙은행 금통위의 결정"이라고 했다. 이어 이 총재는 "우리가 당면한 여러가지 문제가 정부 한 부처나 중앙은행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모든 부처가 정책 공조를 해야 그나마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추 부총리와 함께 팀워크를 맞춰서 좋은 정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동에서 이들은 우리 경제가 처한 엄중한 상황에 대해 인식을 같이 했다. 최근 우리경제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주요국 통화 긴축 등 대외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크게 확대된 가운데,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고조되고 성장 둔화 가능성도 높아진 위중한 국면이라는 데 공감했다. 특히, 높은 물가상승세로 인해 민생경제 어려움이 확대되고 거시경제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은 만큼, 거시경제 상황 전반에 대한 면밀한 점검을 바탕으로 종합적인 정책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인구·산업구조 변화 등에 따른 성장잠재력이 저하되고 정부 중심의 경제운용 등으로 저성장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사회 전반의 양극화 심화, 국가·가계부채 확대 등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이날 추 부총리와 이 총재는 민간 주도의 경제활력 제고,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구조개혁 등 과감한 정책전환과 함께 사회안전망 강화, 재정건전성 제고 노력도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 했다. 한편, 추 부총리와 이 총재는 양 기관간 벽을 낮추고 소통을 강화하는 방안을 지속 강구해 나가기로 했다. 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는 공식 회의체뿐 아니라 격의없이 만나는 기회를 수시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공식 협의체를 보강해 양 기관의 경제상황 인식 및 연구역량 교류 기회를 확대한다. 현재 기재부-한은 협의체는 거시정책협의회(1차관 주재), 가계부채 협의회(차관보 주재), 외환·금융대책반 회의(국금국장 주재) 등이 있다. 또 분야별 간담회, 세미나 개최 등 실무진간의 소통채널 신설 및 다양화, 인사교류 확대 등도 추진한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2022-05-16 07:5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