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용보험기금 보험료율을 전격 인상한 것은 코로나19 직격탄뿐 아니라 실업급여 보장기능 확대 등 선심성 정책, 부정수급 반복으로 기금 고갈을 버티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2~2017년 6년간 흑자였던 고용기금은 2018년 적자전환 후 적자가 매년 쌓였고, 혈세인 공공자금관리기금을 투입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일각에선 고용보험 재정 악화는 넉넉하지 않은 재정을 외면하고 실업급여 혜택·수급요건을 완화한 데 따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실업급여 계정 지출 효율화·부정수급 적발 강화, 코로나19 한시사업 종료 등 고용보험기금 안정화 방안을 내놨다. 이번 조치로 보험료율이 인상돼 근로자 1인(평균월급 288만원 기준)당 노사는 각각 월 2886원(연 3만4632원)을 추가 부담하게 된다. ■고용안정대책 구조조정 나서 고용노동부는 1일 고용보험위원회에서 고용보험기금 재정건전화 방안을 의결하고 보험료율 인상과 사업구조조정에 나선다.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실업급여 지급수준 인상과 기간 확대 등 선심성 퍼주기 정책을 지속한 결과 적립금이 지속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고용보험 적립금은 2017년 10조3000억원에서 2018년 9조4000억원, 2019년 7조4000억원으로 줄었다. 정부 고용보험기금 중기 재정추계를 보면 적립금은 2023년(-1404억원) 고갈될 전망이다. 실업급여 반복·부정수급도 문제였다. 지난 5년간 5회 이상 실업급여 반복수급자는 1만2850명이었다. 지난해 부정수급액도 237억5700여만원으로 5년 전보다 100억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실업급여 계정 보험료율 내년 7월 0.2%p 인상, 코로나19 고용안정특별대책사업 구조조정에 나선다. 고용보험기금은 실업급여 계정과 고용안정·직업능력 계정으로 구분된다. 실업급여 계정은 구직급여와 육아휴직급여 등을 지급한다. 고용안정·직업능력 계정은 고용유지와 직업훈련 등 사업을 지원한다. 실업급여 계정 관련 고용보험법 개정을 통한 구직급여 제도개선으로 2025년부터 연 885억원을 절감키로 했다. 구직급여 반복수급자(5년간 3회 이상 수급자)의 구직급여를 50~10%로 조정하고, 대기기간을 1주에서 4주로 연장해 연 752억원을 절감한다. 5년간 실업급여 3회 수급자는 구직급여를 10% 줄이고 4회 25%, 5회 40%, 6회 이상 50% 감액을 적용한다. 대기기간은 5년간 3회 수급자 2주, 4회 이상 수급자는 4주를 연장한다. 단기 이직자가 많은 사업장은 사업주 보험료를 0.2%p 추가 부과, 2025년부터 연 55억원 수입 증가가 기대된다. 구직급여일액 산정기준을 평균임금에서 보험료 부과기준인 보수로 일원화해 2022년부터 연 133억원을 절감한다. ■실업급여 반복·부정수급 차단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업급여 부정수급 예방·적발을 강화하는 것이다. 실업급여 수급 중 특수고용직으로 산재보험 가입 이력(산재보험 연계), 일용근로소득 발생 여부(국세청), 해외체류 기록(출입국기록, 법무부) 등과 연계를 확대한다. 고용안정·직업능력 계정은 2020년 고용안정특별대책사업 등 한시사업 종료 등 사업구조조정으로 2022년 2조5384억원을 절감하기로 했다. 이 중 청년추가고용장려금, 노사합의고용유지지원금, 고용유지자금융자, 특별고용촉진장려금, 노동시간단축지원, 주근로시간단축 6개 사업 종료로 2022년 지출 9833억원이 줄어든다. 또 코로나19 관련 사업인 고용유지지원금(78만1000명→16만4000명), 직업훈련 생계비 대부(3만4000명→9000명)를 축소해 2022년 지출 1조5551억원을 감축한다. 박화진 고용노동부 차관은 "최근 기금 재정이 어려워진 이유는 코로나19 위기대응을 위해 고용유지, 취업지원, 구직급여 지급 등 대폭적인 지출 확대와 관련돼 있다"며 "코로나19 상황에서 고용유지, 지원에 총력을 다해 고용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고 실업급여 부담도 줄이는 노력을 경주했다"고 말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2021-09-01 18:37:35정부가 98년 8월에 무역어음을 기존의 ‘건별 할인 방식’에서 ‘포괄한도 할인방식’으로 변경하여 시행한 결과, 98년 9월에서 99년 12월말까지 시행된 무역어음의 보증금액 1조3479억원중 1조54억원이 미회수돼 보증에 나섰던 수출보험공사 기금 70%가 고갈될 처지에 놓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따라 국내기업들의 수출 보증 업무 및 지원을 담당하는 수출보험공사에 대한 부실 문제 제기도 배제할 수 없어 대외 신인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수출보험공사가 국회 산업자원이 소속 한나라당 황승민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밝혀졌다.이 자료에 따르면 특히 대우그룹으로 인해 발생한 손실액 5900억원은 수출보험기금의 40.6%에 해당하며 이로 인해 수출보험공사의 보증 능력은 4.35%로 떨어져 금융기관의 8%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됐다. 현재 미회수된 무역어음 잔액 내역과 관련, 보증서가 발급된 금호 상용그룹등 32개 업체중 ㈜쌍용 585억원·쌍용중공업 108억원·동국무역 307억원 등 16개 업체에 1조5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고 이중 대우그룹이 워크아웃으로 인해 수출보험공사가 입은 손실은 ㈜대우 4450억원·대우자동차 500억원·오리온 전기 500억원 등 총 5450억원에 이자 약 450억원 등 총 59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 sm92@fnnews.com 서지훈기자
2000-10-05 05:10:21국민연금이 폰지사기처럼 보인다고 한다. 지금 국민연금을 수령하고 있는 세대는 살아 있는 동안 받는 연금 총수령액이 평생 낸 돈의 두 배 이상이다. 누군가 당신도 그렇게 받게 해줄 테니 가입하라고 한다면 폰지사기라는 의심이 갈 만도 하다. 나중에 국민연금을 수령할 사람들이 약속된 급여를 받지 못하게 될 시기가 올 것이 확실하다는 얘기다. 현행대로라면 2055년에 기금이 고갈된다고 하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상향 조정하자는 것이 요즘 거론되는 소위 모수개혁의 요지이다. 그래 봐야 고작 기금고갈 시점을 몇 년 늦추는 정도다. 기금이 고갈되면 그해 걷은 보험료로 그해 급여를 지급하게 된다. 이럴 경우 약속된 급여를 지급하려면 보험료율이 현재의 네 배 수준은 되어야 한다. 30년 후의 생산활동인구가 받아내야 하는 타격이다. 현재 세대가 낸 것보다 더 많이 받아간 만큼 미래 세대는 낸 것보다 덜 받게 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이 도입되었던 1988년의 20세 청년은 자신의 노후에 대해 어떤 준비를 할 수 있었고, 어떤 것에 대비하지 못했을까. 1988년의 20세 청년은 기대여명이 53년이었고, 자신이 약 40년 일하고 60세에 은퇴하면 퇴직금을 받고 자식들로부터 약간의 도움을 받아 약 13년간의 여생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로 직장을 잃었을 수도 있고, 2008년 금융위기로 사업이 실패했을 수도 있다. 개인연금은 있지도 않았고, 직장에서는 이미 은퇴했으며, 2024년 현재 56세인 그는 기대여명이 30년이다. 대학을 졸업한 자녀는 몇 년째 취준생이고, 앞으로도 몇 년은 더 자녀 뒷바라지를 해야 할 듯하다. 그나마 몇 년 후부터 수령하게 될 국민연금이 있어서 천만다행이다. 2024년 현재의 20세 청년은 어떨까. "기대여명은 65년인데, 과거 세대처럼 40년간 일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인공지능이 발달해 내 직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국민연금만으로는 노후 대비가 충분치 않으니 따로 개인연금도 들고 저축도 해서 종잣돈을 마련한 후 주식이나 코인에 투자해 재산을 불려야 한다. 자녀를 갖는 것은 좀 더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고려해 볼 수 있으나, 나의 노후를 자녀에게 의지할 수는 없다." 이런 그에게 자신이 50세가 될 때 국민연금의 기금이 고갈될 것이라 한다면 국민연금에 낼 보험료로 차라리 개인연금을 들겠다고 하지 않을까. 국민연금은 살려야 한다. 예상치 못한 사회적 위기가 닥쳤을 때 개인의 삶이 무너져내릴 수 있고, 실업급여나 건강보험으로 노후소득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금고갈이 예정된 국민연금으로는 보험료를 납부할 젊은 세대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모수개혁으로 기금고갈 시기를 몇 년 늦춘다고 얻을 수 있는 신뢰가 아니다. 연금제도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 반드시 낸 만큼만 받아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 개인이나 한 세대가 운이 나빠서 보험료를 충분히 내지 못할 상황에 처할 수도 있고, 이는 다른 개인과 세대가 십시일반으로 보조할 수도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기본적으로 사회부조이다. 하지만 2024년 현재 609조원에 이르는 국민연금의 재정부족분(2029년에는 869조원이 된다)은 2023년 한 해의 연금보험료 총수입액의 10배가 넘는 금액으로, 고스란히 미래 세대에게 떠넘기기에는 너무 크다. 현재 세대가 직면했던 사회적 위험에 대한 미래 세대의 부조도 있을 수 있지만, 현재 세대가 누렸던 부의 축적 기회를 미래 세대는 갖지 못할 수도 있다. 단순히 국가가 지급을 보증한다는 것을 넘어 재정부족분을 어떻게 줄여나가겠다는 로드맵이 필요하다. 예정된 고통을 누가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 필요하다. 김민성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2024-11-05 18:36:14최근의 연금개혁은 전국시대 송나라 저공이 집안 형편이 어려워져 원숭이들에게 주던 도토리를 '아침에 셋, 저녁에 넷'으로 줄이고자 했으나, 이에 성난 원숭이들이 '아침에 넷, 저녁에 셋'이라는 저공의 변경안에는 만족했다는 조삼모사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나라 연금개혁 논의 과정에서 나온 안들은 2018년 정부의 국민연금 개편(안), 2023년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안), 최근의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안)까지 내용 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공론화위원회를 거쳐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 제안된 두 가지 방안을 살펴보자. 하나는 보험료율 13%와 소득대체율 50%의 소득보장 방안이고, 다른 하나는 보험료율 12%와 소득대체율 40%(현행 유지)의 재정안정화 방안이다. 이들 두 가지 안은 소득보장 수준에서 다소 차이가 있어 보이지만, 어차피 연기금의 고갈 시점을 6~7년 정도 연장하는 데 그치고 있어서 어느 안이 채택되더라도 연금개혁 논의가 6~7년 이후에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결국 개혁의 조속한 시행이 중요했던 셈이다. 그런데도 이들 안을 토대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최종 제안한 방안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개혁은 미뤄졌다. 보험료는 13%로 인상하는 데 합의가 이루어졌으나, 소득대체율은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해 결국 연금개혁이 다음으로 미뤄진 것이다. 제시된 안들이 실제로 큰 차이가 없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미진한 연금개혁 추진에 아쉬움이 크다. 물론 연금을 둘러싸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모두를 만족시키는 유일한 안을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안을 찾고 있는 것일까. 2007년 연금개혁 이후 다양한 개혁방안들이 제시된 바 있다. 2018년에 논의된 국민연금 개편방안 네 가지 중에서 두 가지가 최근의 공론화위원회가 제시한 안과 흡사하다. 그동안 갑론을박하면서 제시된 안이 고작 5년 전 방안들의 복사판이었던 셈이다. 그런 까닭에, 늦으면 늦을수록 불합리하거나 모두가 불편해지는 안만 나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크다.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만시지탄만 있을 뿐이다. 한편 근본적으로 연금제도의 목적은 노후소득 보장에 있다. 그런데 이러한 노후소득 보장은 연기금뿐만 아니라 정부 재정의 안정으로 달성되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해왔다. 기초연금 확대가 이를 증명한다. 이제는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재정안정에도 초점을 둘 때다. 늦으면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기초연금까지 재정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따라서 노후보장의 버팀목이 되는 복지유산인 국민연금제도를 재정비할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국민연금의 구조개혁 논의도 필요하다. 이에 따라 2023년 상반기 제2차 국회 연금개혁특위 자문위원회에서는 구조개혁을 논의했지만, 준비 과정이 짧았고 국회의원 선거 등으로 인해 별 성과를 내지 못했다. 보험료와 소득대체율을 논의하는 모수개혁과 다르게 국민연금과 여러 다른 연금들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구조개혁 논의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더 많은 숙고가 요구된다. 이렇듯 연금개혁이 지체될수록 해결해야 할 과제는 쌓여만 가고 있다. 유일하고 완벽한 개혁방안은 없다. 대다수 국민은 조속한 연금개혁을 통해 우리의 노후소득이 안정적으로 보장되기를 바라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집단지성을 발휘해서 우리나라의 복지 위기를 극복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연금개혁도 완수되기를 기원해 본다. 안철경 보험연구원장
2024-07-21 19:05:22[파이낸셜뉴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배우조합, 한국영화감독조합 등 20개 단체로 구성된 영화산업위기극복영화인연대가 "(정부의) 일방적인 입장권 부과금 폐지 방침을 철회하고, 영화발전기금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또 "한국영화 정상화와 영진위 정상 운영 등을 위해 영화계와 논의하는 협의체를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지난 3월 27일 정부는 32개 부담금을 폐지·감면하기로 결정하면서 영화 티켓에 따라 붙던 3%의 부과금을 폐지했다. 하지만 영화발전기금이 상당부분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에서 충당됐기 때문에 영화계에서는 폐지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불거졌다. 영화산업위기극복영화인연대는 4일 성명문을 통해 "윤 대통령은 영화산업 등 꼭 필요한 사업은 일반회계를 활용해서라도 차질 없이 (영화산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영화발전기금의 유일한 재원이었던 입장권 부과금 폐지를 영화계와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에 대해 우리 영화인들은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현재 영화발전기금은 고갈될 위기다. 지난 2019년 '기생충'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과 미국 아카데미시상식 수상 등으로 국제적인 성공을 거둔 이후 2020년 예기치 않은 코로나로 인해 심각한 경제적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현재 영화발전기금은 고갈될 위기다"라며 "안 그래도 불안한 상황에 닥쳐 있는 한국 영화계에 (입장권 부과금 폐지가) 더욱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한국 영상콘텐츠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그 뿌리인 독립·예술영화와 영화산업을 둘러싼 생태계를 굳건하게 지켜나가야 한다. 그래야만 정부가 강조하는 세계 4대 콘텐츠 강국 실현이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영화발전기금의 주된 재원이었던 입장권 부과금을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출연 등을 통해 영화발전기금을 안정적으로 정상화할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는 것"이라며 "영화산업 회복을 위해서는 영화업계의 노력과 더불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영화산업은 장기 불황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한국영화의 총체적 위기 상황에 영화정책과 행정의 거버넌스가 후퇴하고 있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현재 직무대행 체제인 영진위가 하루속히 정상 운영될 수 있도록 영화계와 협의하길 바란다. 영화계 현장과 정부가 한목소리를 내어야 한국영화의 건강한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일방적인 입장권 부과금 폐지 방침을 철회하고, 영화발전기금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또 " 한국영화 정상화와 영진위 정상 운영 등을 위해 영화계와 논의하는 협의체를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04-04 16:38:31우리나라의 연금재정 재계산과 연금개혁안 제출은 법으로 5년마다 이루어지도록 강제되어 있다. 2003년 제1차 연금개혁안 제출을 시작으로 5년마다 이루어지고 있으며, 10월 27일 정부는 제5차 연금 개혁안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의 연금개혁안은 구체적인 보험료 인상률과 소득대체율이 빠져 있어 맹탕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우연인지 필연인지 2007년 국민연금 개혁을 시행한 노무현 정부와 2014년 공무원연금 개혁을 시행한 박근혜 정부는 이후 정권이 교체되는 일을 겪었다. 정치인들은 표를 잃을 수 있는 사안인 연금개혁을 추진하여 정권교체를 당하는 일을 피하고 싶어 한다. 이러한 정치적 사유로 아무런 개혁조치가 취해지지 못한 상태에서 연금기금 고갈을 2050년대 중반에 맞게 된다면 우리나라는 큰 경제·사회 위기에 빠지게 될 것이다.잘못된 정치 유인을 극복하고 반드시 연금개혁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4가지 방안을 제안한다. 첫째로, 국민적 합의 도출을 위해 다양한 형태로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을 제안한다. 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2022년 2월 여야 후보들은 함께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연금개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연금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정치적 이해득실을 넘어 우리나라의 사회통합과 미래를 위한 연금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둘째로, 정치적 수용성을 위해 근로자 부담분 보험료율은 현행 4.5%를 유지하고 사업주의 부담분을 현행 4.5%에서 8.0%로 인상할 것을 제안한다. 사용주 부담분이 근로자 부담분보다 높은 사례는 여러 유럽 국가에서 관찰된다. 사업주 부담분만의 인상안에 대해 잘 훈련받은 경제학자는 조삼모사에 불과하며, 실질적 측면에서 임금조정을 통해 근로자가 상당부분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이러한 경제학적 분석은 타당하나 정치적 시각에서 보면 사용주 부담분만의 인상은 실행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사업주의 부담분 인상과 함께 법인의 세부담을 낮춰주는 조치를 패키지 형태로 실시함으로써 기업들을 설득할 수 있다. 기업들의 통합 고용창출 세액공제 항목으로 국민연금 고용주 부담금 인상분의 일정 비율을 포함하여 공제하는 방안을 제안한다.이렇게 높아진 고용주의 연금보험료는 확정급여(DB)형이 아니라 확정기여(DC)형으로 별도 운영할 것을 제안한다. 고용주 부담분 인상으로 별도 운영되는 연금계좌는 60세 은퇴 후 68세 연금 개시까지의 소득공백기에 소중한 재원이 될 수 있다.셋째로, 연금소득에 대해 부과되는 소득세 세수를 일반재원의 세수가 아닌 국민연금기금 재원으로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연금소득세 규모는 현재 의미 있는 수준은 아니나, 연금수급자와 연금지급액이 크게 증가하는 2030년대 이후에는 상당한 규모를 보일 것이다. 연금기금이 고갈되는 경우 우리나라 경제·사회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음을 고려하여 이를 막기 위해 연금소득세 세수의 기금 편입과 같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이 경우 세수결손 부분들은 소득세 누진성 제고, 부가가치세 인상 등을 통해 채워져야 한다. 넷째로, 연금지급액의 자동안정화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자동안정화 장치는 기대수명 증가를 반영해 연금지급액을 삭감하는 형태인데, 이러한 형태의 제도 도입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한다. 다만 도입 시 과도한 삭감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모수를 적절하게 조정해야 한다. 위에서 제안한 방안들은 선행조치와 안전판 성격을 가지는 조치들로 근로자 부담분 인상 없이는 제도의 장기 지속가능성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제안한 선행조치들을 시행한 후 근로자 부담분 인상을 포함한 연금개혁이 국민적 합의를 통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2023-10-31 18:22:25[파이낸셜뉴스] 여야는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연금 개혁의 미진함을 지적하며 제대로 된 연금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국민연금공단의 방만 운영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복지위 국정감사에는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노대명 한국사회보장원장 등이 참석했다. 가장 이슈가 된 것은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전날 제출한 '2023 국민연금 재정계산 국민연금 제도 개선 방향' 최종 보고서였다. 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적정 위험자산 비율과 그에 대한 대책, 매년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는 확률을 계산한 추정치 등이 없다는 것을 지적했다. 정 의원은 "구체적인 내용은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개혁안이 될 수가 있느냐"며 "소득대체율과 직역·국민연금 간의 형평성, 사각지대의 해소와 같은 중요한 정책에 대한 고민이 없는 반의 반쪽짜리 개혁"이라고 말했다. 또한 제대로 된 연금개혁을 위해서는 미래세대인 청년세대로부터 신뢰 회복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같은 당 서영석 의원은 "실질 소득 대체율이 23% 정도 밖에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보고인데 실질 소득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는 것이 말이 되나"라며 "국민연금공단은 실질소득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고 명목소득에 대한 자료만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또 "미래세대들이 실제로 불안해하고 있는데 대책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에 대한 연구도 안 하고 어떻게 연금개혁을 하겠다는 것인가"라며 "세대 간 형평성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지에 대한 근거가 있어야 미래 세대들이 불안해하지 않을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현재 연금 관련 6개 위원회 구성원 총 96명인데 이 중에 2030 세대는 국민연금 심의위원회 지역가입 대표자 38명 변호사 1명이다. 공단에서 청년들과 소통한 것도 딱 한 번이다"라며 "그 정도론 부족하다. 반드시 연금개혁 논의에 청년층이 참여할 수 있도록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일각에서는 공단이 연기금 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민주당 고영인 의원은 공단이 기금 일부를 정부 사업에 사용하고 이를 되돌려 받지 못하면서 기금 고발만을 토로한다고 주장했다. 고 의원은 "공단에 정부에서 해야 될 사업을 수탁하는 사업이 있다. 정부 예산인데 일정 정도를 연기금에서 지금 하고 있다"며 "그런데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정부로부터 돈을) 받아냈는지 자료 제출도 못하고 있고 그동안 못 받은 돈도 1000억 원"이라고 꼬집었다. 고 의원은 이어 "어떻게 연기금이 고갈됐다고 얘기하면서 대책도 못 세우고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나"라며 "지금까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 한 것에 대한 이사장의 사과가 필요하고 복지부 장관에게도 (사과를) 요구한다. 관련자들 징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는 연금개혁이 더딘 것을 두고 이전 정부의 문제가 크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민의힘 최영희 의원은 "이번 국민연금 개혁안이 중요한 이유는 문재인 정부에서 연금 개혁을 포기하고 넘기는 바람에 더 이상 물로 쓸 곳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라며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미흡하나마 공무원 연금이라도 개혁했지만 문 정부는 연금 개혁을 거의 방치했다. 연금 개혁이 뒤로 미뤄지며 지금 연금 위기가 더 앞당겨졌다"고 주장했다. act@fnnews.com 최아영 기자
2023-10-20 16:50:41[파이낸셜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중증, 소아, 응급의료 등 필수의료 대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 참석한 조 장관은 업무보고에서 "역대 가장 큰 122조원 이상 편성했다”며 "복지부는 저소득층의 기초생활을 보장하는 생계급여를 내년에 역대 최대인 13.2% 인상하고 복지부 예산안 역시 약자보호에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우리 사회가 코로나19 위기에서는 벗어났지만 아직 회복이 덜 된 경제 상황으로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상당하고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인한 사회구조적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가족돌봄, 고립은둔, 자립준비청년 등 다양하고 새롭게 나타나는 복지수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정책과제를 추진하고 있다”며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 시행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필수의료 대책과 관련해서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중증, 소아, 응급의료 등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건강보험 등 보건복지체계가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혁신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김혜진 복지부 기획조정실장이 주요 업무 추진 현황에 대한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내년부터 새로운 복지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청년복지 5대과제’가 시행된다. 일례로 자립준비청년의 자립수당은 월 4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인상되고 청년 정신건강검진이 확대된다. 저출산 극복에도 5대 핵심분야 예산을 올해 14조원에서 내년 17조6000억원까지 확대했다. 특히 임신 전 남녀 필수 가임력 검진을 신설하고 냉동난자를 활용한 보조생식술 지원도 이뤄진다. 오는 2025년 노인인구 1000만 시대에 맞춰 기초연금 월 지급액이 올해 32만3000원에서 내년 33만4000원으로 상향됐다. 복지부는 노인일자리 규모를 역대 최대인 103만명까지 늘리고 6년 만에 수당도 7% 인상하기로 했다. 지속적으로 고갈 위기를 맞고 있는 연금 개혁도 함께 추진된다.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과 노후소득보장, 세대 간 형평성 제고가 목표다. 앞서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재정안정화 방안으로 보험료율, 수급개시연령, 기금수익률을 조합해 18개 경우의 수에 따른 시나리오를 제시한 바 있다. 복지부는 재정계산위원회의 최종 보고서를 검토해 이달 안으로 국민연금 정부 개혁안을 마련한다. 조 장관은 “건강보험 등 보건복지체계가 급변하는 정책환경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2023-10-11 10:32:50[파이낸셜뉴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4년 콘텐츠 분야 예산안이 올해보다 1683억원 늘어난 1조125억원으로 편성됐다고 4일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20% 증가한 규모로, 내년도 문체부 예산안의 14.5%를 차지한다. 문체부는 K-콘텐츠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집중 육성한다는 목표 아래 △콘텐츠 정책금융 △콘텐츠 한류 확산 △지속성장 기반 마련 △대표장르 육성 △신기술 연구 등의 세부 과제를 기준으로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다. 정책금융 1조7700억원, 수출 지원 및 스타트업 육성에 총력 문체부는 역대 최대 규모인 1조7700억원의 정책금융 공급을 통해 K-콘텐츠 제작사를 지원한다. 이를 위해 총 3955억원(영상전문투자조합 출자 포함)의 예산이 편성됐으며, 이중 K-콘텐츠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K-콘텐츠 펀드 출자'가 전년 대비 1000억원 늘어난 2900억원으로 확대 편성됐다. 기업 성격에 따른 투자 제한 없이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K-콘텐츠 전략 펀드 출자(450억원)’도 새롭게 편성, 세계 경쟁력을 가진 콘텐츠를 집중 육성한다. 또한 콘텐츠 프로젝트 제작비 대출에 대한 보증을 지원하는 ‘완성보증 출연' 항목을 전년대비 50억원 늘린 250억원으로 확대 편성했다. K-콘텐츠 수출지원에도 총력을 다한다. 해외 현지에서 콘텐츠 수출을 종합지원하는 해외비즈니스센터를 올해 15곳에서 25곳으로 확충하고, 국내 기업의 현지 법인설립과 입주공간 등을 지원하는 해외 콘텐츠 기업지원센터 2곳을 새롭게 설치한다. 또 관계부처 합동 K-박람회 개최와 해외홍보관 운영을 유럽과 중동권까지 확대하는 등 K-콘텐츠의 프리미엄 효과를 활용한 연관산업의 동반 성장 지원도 강화한다. 이외에 해외 현지 출원 및 등록지원 대상도 올해 125개에서 200개 기업으로 확대해 국내 콘텐츠의 지식재산권 보호 기반을 공고히 한다. 문체부는 ‘스타트업 코리아’를 실현하기 위해 스타트업 지원에도 박차를 가한다. 청년들의 꿈과 아이디어가 창업과 사업화로 이어지도록 예비 창업과 창업 초기(3년 미만), 도약(3~7년)의 성장단계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강화한다. 또한 해외 액셀러레이터(기업육성전문기관) 지원과 해외마켓 참가 확대를 통해 스타트업의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고 스타트업과 대기업·중견기업이 협업해 해외에 동반 진출하는 프로그램도 신설한다. K팝, 게임, 영화 등 대표 장르 집중 육성 문체부는 게임기업의 수출 활성화를 위한 지원사업을 확대한다. 중소 게임기업의 해외 진출을 뒷받침하는 게임유통 지원 사업을 크게 확대하고, 게임기획 지원, 게임 상용화 제작 지원도 지속 추진한다. 게임인재 양성을 위한 게임인재원 운영 예산도 확대 지원할 예정이다.또한 코로나19 이후 부과금 수입 감소 등으로 고갈 위기에 처한 영화발전기금의 재원 확충을 위해 체육기금 전입금 300억원과 복권기금 전입금 54억원을 최초로 반영했다. 침체된 한국영화 투자·제작을 활성화하고, 미개봉영화의 개봉 촉진을 지원하는 펀드 구성을 위해 영상전문투자조합 출자예산을 일반회계로 전환해 대폭 확대한다. 애니메이션 분야에서는 기존 영·유아 중심 국내 산업의 영역을 확대할 수 있도록 15세 이상의 연령층을 위한 청장년층 애니메이션 제작지원 사업을 새롭게 추진한다. 해외 진출 기업의 자국 복귀(리쇼어링)를 지원하고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순천 애니메이션 클러스터도 조성한다. 웹툰 분야에서도 창작자와 업계 모두가 자유롭게 창의력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 웹툰산업 전문인력 교육, 만화·웹툰 비즈니스 현지화 지원, 만화·웹툰콘텐츠 창작 지원 등 인재 발굴과 해외진출 지원사업을 새롭게 추진한다. K-팝 부문에서는 해외 쇼케이스 개최 등 현지 인프라를 활용한 국내 가수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한다. 중소기획사의 창의적인 음악콘텐츠가 확산되도록 온라인 전문 공연장 운영과 온·오프라인 음악콘텐츠 개발 지원도 이어나간다. 패션 산업은 패션 디자이너 육성 지원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해 성장기 패션 디자이너의 해외 진출 지원을 확대한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3-09-04 09:32:07[파이낸셜뉴스]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박기용)는 지난 21일 국회의원 이용호(국민의힘)· 김윤덕(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 개정 방안 토론회를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콘텐츠도 포함시켜 영화의 개념을 새로 정립해야 하느냐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가졌다. 24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영비법은 영화와 비디오물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6년 제정돼 그동안 여러 차례 개정됐지만 현행법이 빠르게 발전하는 미디어 환경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홍익표 문화체육관광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이번 토론회에서 "OTT가 활성화되면서 영비법을 체계적으로 정비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회는 황승흠 국민대학교 법과대학 교수의 '영비법 전면 개정 방안: 영화와 비디오물의 통합 입법 방안'에 대한 첫 번째 발제로 시작했다. 황 교수는 "비디오 산업이 쇠락하고 OTT 온라인 플랫폼이 성장하고 있는데 현행 법체계는 이를 따라가고 있지 못하다"며 "영비법에 명시된 '비디오물' 정의를 폐지하고 영화와 비디오물 간 체계를 통합한 영화의 정의를 새로 세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영비법은 영화를 '영화상영관 등의 장소 또는 시설에서 공중에게 관람하게 할 목적으로 제작한 것'으로 정의해 영화의 유통 방식과 커뮤니케이션 유형을 한정하고 있다. 이같은 정의가 극장 뿐 아니라 OTT 서비스 등 1 대1 영화 소비가 많은 실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영화를 '영화상영관 등에서 상영하거나 판매나 대여 또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시청에 제공할 수 있도록 제작된 것'으로 새로 정의해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와 OTT 등 온라인으로 유통되는 영화까지 모두 포함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현행법은 OTT 콘텐츠를 영화가 아니라 '온라인 비디오물'로 분류한다. 이어 노철환 인하대 연극영화학과 교수의 '영화 정의 관련 해외 법제 사례 '를 주제로 두 번째 발제가 이뤄졌다. 노 교수는 " 호주는 영화를 '게임, 광고를 제외한 모든 매체에 기록된 모든 영상물 '로 정의하고 캐나다나 싱가포르 등 주요 선진국도 영화법상 영화를 넓게 정의한다"며 "콘텐츠 중심으로 모든 매체를 아우르는 영상물의 통합 개념으로서 영화를 법적으로 다시 정의할 근거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발제 이후 영비법 개정 방안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자로는 김은주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정책실장, 이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 최정화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대표, 오기환 한국영화감독조합 감독, 김진선 한국영화관산업협회 협회장 등 영화 산업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토론회 좌장은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의 홍승기 교수가 맡았다. 토론에서도 영화의 정의를 비디오물과 통합하는 방향으로 영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은주 정책실장은 "영비법이 제정된 2006년과 지금의 영화 산업 환경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며 "미래 영화 산업을 반영할 수 있는 용어의 선택과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은 회장은 "유통방식 중심에서 콘텐츠 중심의 정의로 전환하는 황 교수의 발제 의견에 동의한다"고 지적했다 . 토론자들은 고갈 위기에 처한 영화발전기금 재원 마련을 위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영화 산업이 심각한 위기에 봉착함에 따라 영발기금 이외에도 별도 국고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 신설과 안정적으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법 제정도 절실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회장도 "상영관 입장권 부과금 징수 의무를 넘어서는 명확한 영화 진흥 재원 마련에 대한 조항을 포함해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발기금은 영화상영관입장권 부과금으로 관객 입장료의 3%를 징수해 조성된다. 전국의 영화 제작과 유통을 지원하고,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등에서 영화인을 키우는 데 쓰이는 영발기금은 매년 500억원대였던 규모가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영화관 수입이 급감하면서 2020년 이후 1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이대로 간다면 당장 올해 말 영발기금 고갈이 예상돼, 국고 지원이나 새로운 재원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2023-07-24 09:5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