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휠체어를 탄 장애인에게 모욕하고 침을 뱉은 70대 남성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형사3단독 강진명 판사는 공공장소에서 중증 장애인에게 욕설하고 침을 뱉은 혐의(폭행·모욕)로 기소된 A씨(70)에게 징역 4개월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월13일 대구도시철도 1호선 반월당역의 한 출구 앞 지하에서 기분이 나쁘다며 휠체어를 탄 뇌병변장애 1급 여성 B씨(41)에게 큰소리로 욕설을 하고 손으로 어깨를 친 뒤 가래침을 뱉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A씨는 폭행죄 등으로 선고받은 징역형 집행유예 기간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아무런 이유 없이 피해자를 모욕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고 있는 점, 폭행 등의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지만 자숙하지 않고 동종 범죄를 저지를 점을 종합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3-08-08 10:13:25우울증과 조울증은 기분장애(氣分障碍·Mood Disorder)의 대표적이고 흔한 질환이다. 우울증은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길 정도로 우울한 기분이 심한 경우를 말한다. 조울증은 기분이 들뜬 상태인 조증과 우울증이 번갈아 가며 나타나는데 의욕이나 흥미의 저하, 수면이나 식욕 감소, 죄책감으로 이어진다. 심하면 자살충동까지 생긴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세계 4위다. '2021년 자살대책 팩트시트'에 따르면 2019년 자살자는 1만3799명으로 하루 평균 37.8명이었다. 통계 비교가 가능한 2016년 기준으로 전 세계 183개국 가운데 인구10만명당 자살자 수는 26.9명이었다. 리투아니아(31.9명), 러시아(31명), 가이아나(29.2명) 다음 순위였다. 통계개발원이 지난 4일 발간한 '국민 삶의 질 2020'상의 자살률도 2000년 13.7명에서 2011년 31.7명으로 증가한 이후 감소 추세였다가 2017년 이후 다시 증가했다. 남성은 연령이 많을수록 자살률이 높은 반면, 여성은 70세 이상을 제외하면 20~40대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19세 이하에서는 남성보다 여성의 자살률이 높게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 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기분장애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지난 2016년 77만7781명에서 2017년 81만6859명, 2018년 89만3478명, 2019년 96만3239명, 2020년 101만6727명 등으로 연평균 6.9%씩 늘어났다. 기분장애 질환자 100만명 시대에 접어들었다. '노인병'으로 알려진 기분장애가 '젊은이병'이 됐다.연령대로 보면 20대가 16.8%(17만987명)로 가장 많이 진료를 받았다. 사회적 스트레스가 젊은이들의 불안감과 우울감을 키운 탓이다. 치열한 대입경쟁을 뚫고 사회에 진출했지만 취업난과 내집 마련의 벽에 부딪히면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과 고립감 그리고 좌절감이 심각한 기분장애로 이어진 것을 알 수 있다. 젊은이들의 무력감과 무망감이 딱하기 이를데 없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위원
2021-04-06 18:05:53[편집자 주] '인(忍)'이라는 한자에는 '참다' 이외에도 '잔인하다'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장애, 忍'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이 세상의 잔인함을 어떻게 견디고 사는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 역은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의 간격이 넓음으로 발 빠짐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지하철에서 무심코 흘려버리는 이 안내문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긴장의 끈을 조여 맨다. 비장애인이 '한 걸음'으로 외면하는 15㎝ 남짓의 간격은 장애인에게 10층 높이의 절벽 끝처럼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지난 4월 신촌 한 병원을 향하던 지체장애인 장향숙(60·여)씨는 열차와 지하철 승강장 사이에 앞바퀴가 끼는 사고를 겪었다. 앞바퀴는 빠지고 뒷바퀴가 들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장씨는 겁에 질려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자칫하면 승강장 문이 닫히고 열차가 출발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 다행히 주변 승객들의 도움으로 위험을 피할 수 있었지만 장씨에게 이날의 트라우마는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그는 "지하철에서 내리려고 보니 열차와 승강장 사이 간격이 어마어마하게 넓었다"며 "내리지 않으려다 병원에 가야 해서 용기를 냈는데 바퀴가 빠져버렸다"고 전했다. 이어 "장애인은 집 밖을 나선 순간부터 수많은 위험에 노출된다"며 "이런 일을 한두 번 겪는 것도 아닌데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죽음을 체험하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현행 도시철도규칙과 도시철도 정거장 설계지침에 따르면 승강장 연단의 간격은 10㎝, 높이 차는 1.5㎝를 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2017년 기준 서울지하철 1~9호선 역사 중 간격이 10㎝를 초과한 역사는 111개로, 전체 역사 중 1/3을 넘는다. 실제로 2호선 신촌·홍대, 3호선 경복궁·충무로·동대입구 등은 승강장 사이 간격이 넓은 역으로 장애인 사이에서 악명이 자자하다. 취재진이 직접 휠체어를 타고 경복궁, 충무로 등 역에서 승차 시도를 해본 결과 앞바퀴가 승강장 사이에 끼어 열차에 오를 수 없었다. 앞바퀴가 낀 휠체어는 사용자 힘으로 빠지지 않아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대다수의 장애인은 승강장 내 마련된 교통약자 지정석에서 열차에 오른다. 문제는 같은 플랫폼을 이용하더라도 승차하는 역에선 간격이 좁지만 하차하는 역의 간격은 넓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3호선 독립문 역 4-4 플랫폼은 고무발판이 설치돼 안전하게 승차할 수 있다. 하지만 경복궁 역 4-4 플랫폼은 승강장 사이 간격이 넓어 휠체어를 이용해서 하차하기 어렵다. 휠체어 이용자 A씨는 "목적지가 처음 가보는 역일 경우 승강장 사이 간격이 넓지 않을까 출발할 때부터 불안감에 휩싸인다"며 "간격이 넓으면 위험을 감수하고 하차를 시도하거나, 아예 하차를 포기하고 역을 지나쳐 버리기도 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승·하차 시 역무원에게 전화해 안전발판 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다지만, 하차 시간을 맞춰 계산하긴 쉽지 않다"며 "장애인은 여전히 울며 겨자먹기로 모험하듯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대중교통'이지만 대중이란 말에 장애인은 빠져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 측은 문제점을 개선하고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12일 입장을 밝혔다. 공사 측 관계자는 "고무발판을 설치해 승강장 사이 간격을 최대한 줄이려 하고 있다"며 "2호선 신도림역과 3호선 경찰병원 역 등에는 승강장 안전문과 연계돼서 작동하는 '자동안전발판'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안전성이 증명되면 다른 역에도 적용해 사고를 방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장애인 #휠체어 #지하철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2019-07-12 16:29:14감정이나 정서상태가 불안한 기분장애가 남성보다 여성에게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기분(정동·情動) 장애 관련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2006∼2010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여성 진료환자가 46만9453명으로 전체의 68.5%를 차지했다고 10일 밝혔다. 최근 5년간 증가율도 여성(3.4%)이 남성(1.9%)보다 높았다. 이처럼 여성들이 남성보다 정서가 불안한 데는 임신·출산 등 남녀 간의 차이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이선규 교수(정신과)는 "나라와 문화에 상관없이 남성보다 여성에게 우울증이 두 배 이상 흔하다"며 "이런 남녀 차이는 호르몬, 임신·출산, 심리사회적 스트레스의 차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특히 우울증은 남녀 불문하고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해 기분장애로 진료받은 전체 환자 중 남성의 74%, 여성의 79%가 우울증을 앓았다. 인구 10만명당 진료환자 추이를 보더라도 우울증은 2006년 959명에서 2010년 1081명으로 122명이나 늘었다. 같은 기간 조울증이 86명에서 108명으로 22명 늘고 순환기분장애 등 다른 기분장애가 235명에서 29명으로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현상이다. 기분장애는 치료를 방치하거나 중단할 경우 더 큰 불행을 초래할 수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 교수는 "치료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안전이다. 자살 위험이 있는 경우 반드시 안전병동에 입원하거나 보호자가 24시간 지켜볼 수 있는 안전한 장소를 마련해야 한다"며 "충분히 치료하지 않고 그만두면 다시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치료계획을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pado@fnnews.com허현아기자
2011-07-10 17:54:24[파이낸셜뉴스] 친구 집에서 물을 마신 30대 남성이 몇년 후 폐가 완전히 망가지게 된 사연이 공개됐다. 19일 영국 매체 더 미러에 따르면 30대 호주 남성 크리스 캐퍼(33)는 여과되지 않은 샘물을 먹은 뒤 폐의 3분의 1이 세균에 감염되고 패혈성 관절염을 앓게 됐다고 전했다. 여과되지 않은 샘물이 '비결핵 항산균' 감염 원인이라 주장 비결핵항산균 감염 진단을 받은 이 남성은 친구 집에서 마신 천연 샘물이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직접적인 연관성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캐퍼는 2021년 7월 호주 퀸즐랜드 북부 마운트 엘리엇에 위치한 친구 집에서 천연 샘물을 마셨다. 물은 마시고 난 뒤 캐퍼는 몸에서 열이 나고 잦은 기침을 하며 쉽게 피로해지는 증상을 겪었다. 이후 인근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지만 정확한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2년 뒤인 지난해 7월 엑스레이 검사 결과, 폐에 구멍이 난 사실을 알게 됐으며 6주가 지나자 폐의 3분의 1이 세균에 감염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원인은 흙, 물, 먼지에서 발견되는 박테리아인 '비결핵 항산균(NTM)'이었다. NTM은 사람 간 전염이 아닌 환경적 노출로 감염된다. 주로 면역력이 약하거나 기존에 폐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환경에서 박테리아에 노출될 때 발생한다. NTM은 정수처리 과정 중 염소로 소독해도 살균되지 않을 정도로 생존력이 강하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에 따르면 증상은 감염 부위에 따라 다르지만 폐 감염시 주로 기침, 호흡 곤란, 피로, 발열, 체중 감소, 가래, 흉통이 나타난다. 캐퍼의 경우 폐에 감염된 균은 그의 팔꿈치로 퍼져 '패혈성 관절염'까지 일으켰으며, 왼쪽 엉덩이와 허리뼈는 물론 피부까지 세균이 번졌다. 그는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병원에서도 이 균에 대해 잘 모른다. 매일 알약 16개를 먹으며 버티고 있다. 그냥 죽기를 기다리는 것 같은 기분이다"고 말했다. 폐혈성 관절염..심각한 관절 손상 일으키는 무서운 질환 패혈성 관절염은 세균성 관절염, 화농성 관절염, 감염성 관절염 등으로 불리며 세균이 관절 안으로 침투해 생기는 질환이다. 세균이 혈류를 타고 빠르게 번식해 하루 이틀 만에 심각한 관절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무서운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병원 측은 캐퍼가 기저질환으로 1형 당뇨병과 낭포성 섬유증을 앓고 있어 면역체계가 약해진 상태라 박테리아 감염에 더욱 취약했을 가능성이 높았다고 분석했다. 낭포성 섬유증은 선천성 유전질환이다. 체내에서 점액, 땀, 소화액과 같은 체액이 지나치게 끈적끈적해지게 만드는 CFTR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한다. 그 결과, 점액이 폐와 소화기관에 축적되어 호흡 문제, 감염, 소화 장애 등을 일으킨다. 한편, 샘물이 깨끗해 보여도 그냥 마시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미국 영양사 길리언 컬버트슨은 "샘물처럼 여과 되지 않은 물은 암반 물질을 통과하고 유기물과 접촉하면서 박테리아가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다"라며 "적절한 여과 및 오염을 제거하지 않는 물을 마시면, 자신도 모른 사이에 몸을 망가트리고 고통을 가져 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9-19 07:38:52[파이낸셜뉴스] 올해 역대급 폭염이 한반도를 덮치면서 기후변화가 건강을 크게 해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기온 상승이 정신질환 중 하나인 우울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8일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교실, 서울대 보건대학원, 부산대 의생명융합공학부 공동 연구팀이 국제기분장애학회(ISAD) 공식 학술지(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지역사회건강조사(2021년)에 참여한 21만9187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기온 상승과 우울증 위험 사이에 연관성이 관찰됐다. 평년기온 더 오른 지역 거주자, 우울증 호소 늘어 연구팀은 연구 대상자가 사는 지역의 연평균 기온이 과거 평년기온(1961~1990년)보다 얼마나 높은지 조사했다. 이후 이 차이가 각 응답자의 우울 증상에 미치는 영향을 살핀 결과 거주 지역의 연평균 기온이 과거 평년 기온보다 1도 높아질 때마다 우울 증상 호소 응답률은 13%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교실 배상혁 교수는 "평소에 적응된 기온보다 더 높은 기온에 노출되면 불편감, 수면장애, 일상생활의 저하 등으로 인해 우울감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제는 기후변화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많은 건강 영향 중 정신과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대비가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폭염이 정신질환으로 인한 병원 입원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2003∼2013년 사이 국내 6대 도시(서울, 인천, 대전, 대구, 부산, 광주)에서 있었던 폭염과 정신질환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고온 노출이 정신건강 악화로 인한 입원을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11년간 기온이 상위 1%에 해당하는 29.4℃ 이상을 폭염으로 정의하고, 같은 기간 정신질환에 의한 응급실 입원 16만6579건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 정신질환으로 입원한 환자의 14.6%가 폭염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 중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이런 비율이 19.1%로 집계돼 젊은 층보다 상대적으로 고온에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 원인 추정되는 정신질환, 불안>치매>조현병>우울증 順 폭염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정신질환 비율은 불안이 31.6%로 가장 큰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치매 20.5%, 조현병 19.2%, 우울증 11.6% 순이었다. 연구팀은 고온에 지나치게 노출된 신체가 체온조절의 한계점을 초과하면서 스트레스 호르몬 증가와 체온조절 중추의 이상 등을 일으켜 정신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과도한 열기와 습도가 우울증 발생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분석했다. 해당 연구는 국제학술지 '종합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발표한 논문(2018년)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올해 5월20일부터 9월10일까지 발생한 폭염으로 3505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이로 인한 사망자가 32명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최악의 무더위'로 기록된 지난 2018년 4526명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4-09-19 07:01:42[파이낸셜뉴스] 최근 의학 분야의 공통 관심사가 문제의 '근본'으로 쏠리기 시작하면서 동서양 의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참다참다 아파서 가는 병원'이 아닌, '건강해지고 아프지 않으러 가는 병원'이 되도록 '기능의학'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한다. <편집자주> 아직도 계속되는 늦더위를 실감하는 9월 초, 갑작스레 내리는 가을비를 보며 문득 달력을 보니 빨간 날이 가득하다. 설날과 함께 우리나라의 2대 명절로 꼽히는 '추석'이 예년보다 일찍 다가왔다. '더도 덜도 말고 늘 가윗날만 같아라'는 말처럼, 추석은 모두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는 날이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과 친지들과 함께 모여 맛있는 음식은 물론, 안부와 덕담 역시 나누며 괜스레 들뜨는 시간이다. 어린 시절에는 용돈을 받는 재미도 쏠쏠했으나, 이제는 내 지갑이 가벼워진다. 그래도 좋은 날이 추석이다. 마음은 좋지만, 과연 몸도 그와 같을까. 생각보다 명절이 지나며 우리 몸의 점수는 떨어지게 된다. 마음 상태와 몸 상태를 그래프로 그린다면, 완벽한 '반비례' 그래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우선, 시작 시점부터 문제점은 디폴트다. 가족을 만나기 위해 장시간 차안에 있기 마련인데, 이때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기 어렵기에 허리 쪽에 무리가 가기 쉽다. 또한 이동 과정에서의 식사/간식 이후 운동량이 전혀 없기에, 소화 불량과 혈액순환 장애 역시 문제요소다. 휴게소/졸음쉼터 등에서 최소한의 스트레칭이라도 하는 것이 답이다. 명절을 가장 기분좋게 하는 이유 중 하나인 '음식'에서 반비례 그래프는 더욱 가팔라진다.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특정 자세를 오래 취하기 마련인데, 앞서 언급했던 이동 과정에서부터의 혈액순환 문제가 쌓여 하지 정맥류 등 관련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마사지를 통한 근막 자극을 지속적으로 해줘야 하는데, 가족끼리 모여있는 명절 자리에서 이런 개인적인 시간을 갖기는 어렵다. 통상 1주일 이내 전문적인 근막 치료를 받는 것을 추천한다. 흔히들 근막 치료를 통증을 줄여주는 물리치료 정도로 생각하는데, 근본적으로 보면 순환과 대사를 촉진시켜주는 아주 전문적인 치료 영역이다. 음식 섭취에 따른 문제점은 아마 대부분의 독자들이 알 것이다. 기름지고 당분이 높은 음식들로 가득한 명절음식들의 칼로리량은 계산해보기에도 아찔한 수준이다. 특히 송편, 약식 등 정제된 곡물로 만든 떡 종류는 지난 칼럼에서 언급한 '혈당 스파이크'를 맞기 위한 최적의 재료랄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평소 기름진 고칼로리 음식들을 먹지 못했기에 명절에 몰아서 섭취했지만,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들은 평소에도 이런 음식들을 접하기가 어렵지 않기에, 사실 이 시대의 명절 음식들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본다. 명절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당연히 체중도 늘어나지만, 낙심하기엔 이르다. 당연하게도 잉여로 남은 영양소들은 '글리코겐'으로 간과 근육에 저장되어 있는데, 이 저장기한이 2주 정도다. 저장 기한이 지난 글리코겐들은 지방으로 전환되는데, 2주 이내로 칼로리 섭취를 줄이고 운동량을 늘려 글리코겐을 사용하면, 소위 말하는 '명절 살'이 빠지게 된다. 하지만 단순히 운동만으로 급찐급빠(급하게 찐 살 급하게 빠진다) 효과를 만들기는 어렵다. 개인의 건강상태를 고려한 처방에 맞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했던 혈액순환조차 안되는 상황에서 무리한 운동을 할 시에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뿐더러, 대사량이 올라오지 않은 상황에서의 움직임은 피로감만 유발할 뿐이다. 몸의 근막들을 효과적으로 조절해주는 전문적인 치료와 대사량을 개선시킬 수 있는 처방이 필요한 이유다. 앞선 과정들을 돌이켜 보면, '명절 증후군'을 피하기는 어렵겠지만,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내 몸의 상태를 알고, 알맞은 처방을 내려주는 '나만의 주치의'와 함께라면, 명절 한 켠에 자리잡은 불안요소들은 더 이상 문제가 아닐 것이다. / 이해인 원스클리닉 압구정 프리미엄센터 대표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4-09-13 16:32:33명절만 되면 온몸이 아프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이른바 '명절증후군'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갑자기 평소와는 다른 생활패턴이 며칠씩 이어지면 생활 리듬이 깨져 연휴 중이나 이후에 극심한 피로를 느끼게 되며 각종 소화기 질환, 근골격계 질환, 정신적 증상까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12일 의료진들에 따르면 그동안 '명절증후군'은 음식을 만들고 손님을 대접하는 주부들 사이에 많이 발생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부모님과 아내 눈치를 봐야 하는 남편, 결혼 및 취직 압박에 시달리는 청년들도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장거리 운전, 음식 만들기 등 평소보다 무리한 노동과 기름진 음식 등 명절 환경과 식생활 변화로 명절 전후 건강을 해치기 쉽기 때문이다. ■육체적·정신적 피로감 부르는 명절증후군'명절증후군'은 명절을 전후해 두통, 요통, 근육통, 복통, 만성피로, 우울증, 불안감, 불면증 등 육체적·정신적 증상을 호소하는 현상으로 장시간 이동으로 인한 피로, 무리한 육아와 가사노동으로 인한 스트레스, 가족 간 갈등 등의 이유로 발생한다. 보통 연휴 일주일 전부터 증상이 생기기 시작해 명절 전후 2~3일 동안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부들은 음식 준비와 상차림 등 가사노동이 늘면서 손목, 어깨, 허리, 무릎 등 통증이 나타난다. 남자들은 장거리 운전 때 한 자세로 오래 있다 보니 척추 관절에 무리가 올 수 있어서 중간에 스트레칭과 휴식으로 관절을 충분히 풀어줘야 한다. 특히 연휴 동안 평소와 달리 늦은 취침과 과음은 수면 피로를 유래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또 특별한 원인 없이 스트레스로 긴장성 신경성 두통도 발생할 수 있다. 머리가 띵하고 무겁거나 감싸는 듯한 목 조임, 목덜미 뻐근함 증상이 나타난다. 최근 정신적 증상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었는데, 취업과 결혼, 임신 압박에 시달리는 청년층이 주로 겪는다. 또 평상시 교류가 없던 가족들이 모여 대회가 시작되면 기분 나쁜 언쟁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종종 있는데 이처럼 갈등을 유발하는 주제는 스트레스와 상처를 받고 우울감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고부갈등, 남녀 불평등도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때문에 상호 간 배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은영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빠르게 해소하는 것이 가장 좋다"며 "연휴가 끝나기 전 휴식을 취하며 마음이 편안한 상태를 유지해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정신적 피로가 심하면 불면증과 같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데 사전에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함으로써 생체리듬을 미리 회복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장거리 운전 시 '스트레칭'은 필수좁은 공간에 앉은 자세로 장시간 운전을 하게 되면 혈액 순환 장애 및 근육이 긴장되거나 쉽게 뭉치게 되고, 허리, 목 관절에 무리를 줘 육체적 피로 및 통증이 찾아오기 쉽다. 운전을 하는 중간에도 틈틈이 스트레칭을 통해 뭉친 근육을 풀어주고 관절의 피로감을 덜어주는 것이 좋다. 올바르지 못한 운전 자세는 전만(앞으로 만곡)을 유지해야 하는 경추와 요추를 점점 후만(뒤로 만곡) 모양으로 바뀌게 한다. 이는 거북목과 일자 허리 등의 대표적 원인이다. 또 오래 앉아있는 자체가 요추 디스크에 과도한 압력을 주게 돼 섬유륜 손상 등의 디스크 퇴행을 촉진한다. 이민기 인천세종병원 신경외과 과장은 "장시간 운전을 하다 보면 처음에는 바른 자세를 유지했다가도 조금씩 자세가 무너지며 척추에 무리를 준다"며 "보조 쿠션과 스트레칭 등 간단한 방법으로도 척추 건강을 얼마든지 보호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먼저 운전석 시트가 너무 딱딱하다면 방석 쿠션 또는 허리 받침 쿠션을 사용하는 게 좋다. 운전석이 핸들과 너무 멀면 엉덩이가 빠져 후만 변형이 생기게 되므로, 엉덩이와 뒤 허리가 좌석에 밀착되면서 페달을 밟을 수 있는 정도로 시트 거리를 사전에 조절해야 한다. 가슴을 앞으로 내민다는 느낌을 가지면서 운전하는 습관도 가져야 한다. 이렇게 하면 자연스레 요추 전만을 유지하며 운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장은 "장시간 운전하면 누구라도 자세가 무너지게 마련"이라며 "무엇보다 매시간 운전을 잠시 멈추고 가벼운 스트레칭을 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평소 식습관·생활습관 유지해야명절 때는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 위주로 섭취하고 과음하기도 쉬워 다양한 소화기 증상을 앓기 쉽다. 또 추석 명절은 일교차가 커서 음식이 쉽게 상해 식중독과 장염에 걸릴 수 있어서 남은 음식은 밀봉해 냉장 보관하고 조리와 식사 전후 손 씻기 등 위생관리도 철저히 해줘야 한다. 식약처는 명절 음식 준비를 위한 식재료 장보기는 가급적 1시간 이내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식중독 예방을 위해 냉장·냉동식품, 육류·어패류 등은 아이스박스를 이용해 서늘한 상태로 운반하고 조리 직전까지 차갑게 보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에서 조리된 명절 음식을 구매할 경우에는 가급적 냉장·냉동온도를 유지하여 배송되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고, 섭취 시에는 반드시 재가열하여 섭취해야 한다. 추석 명절 전까지 무더위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상예보에 따라 명절 음식은 가급적 빨리 섭취하고, 보관 시에는 상온보다는 냉장으로 보관해야 식중독을 예방할 수 있다. 박재석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소화기병원장은 "기름진 음식을 과하게 섭취하면 소화능력이 저하돼 역류성 식도염을 유발할 수 있고,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있다면 배탈이 나거나 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2024-09-12 18:23:13[파이낸셜뉴스] 갑상선은 몸의 대사를 조절하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관이다. 갑상선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호르몬이 부족하거나 과다하게 분비되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나 항진증이 발생한다. 처음에는 경미한 증상으로 시작될 수 있지만, 치료하지 않으면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조윤영 교수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콜레스테롤 축적으로 심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며, 도파민 분비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기분 장애, 수면 장애, 인지 장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심박동수와 심박출량을 높여 부정맥·심부전 등 심장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을 높이며, 뇌졸중 발생 위험도 높인다"고 29일 밝혔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모든 대사가 느려지므로, 무기력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체중이 증가하고 몸이 붓는 증상이 생긴다. 대표적으로 만성 자가면역성 질환인 하시모토 갑상선염이 있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대사량과 심장 박동수가 증가하면서 두근거림, 다한증, 손 떨림, 호흡이 가쁘고, 쉽게 짜증이 나고, 식사량이 같은데도 체중이 감소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갑상선 기능 장애를 진단하려면 혈액 검사와 갑상선 자가 항체 측정 검사를 시행한다. 갑상선이 부어 있거나, 아급성 갑상선염 감별이 필요하면 갑상선 초음파를 시행할 수 있다.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면 갑상선 스캔을 시행하기도 한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 치료는 주로 갑상선 호르몬의 보충이다. 갑상선 호르몬제는 반감기가 길어 안정적이고, 임신과 수유 시에도 복용해도 될 만큼 안전하다. 국내 갑상선 기능 저하증 환자의 40% 이상이 3년 이상 장기간 치료가 필요하며, 주기적인 갑상선 기능 검사를 통해 적절한 약물 농도를 유지해야 한다. 특히 진단 시 심부전 등 다른 장기 합병증을 동반한 상태였다면, 갑상선 호르몬을 장기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 치료는 약물 치료,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 수술이 있다. 국내에서는 비교적 안전하고 환자 부담이 적은 약물 치료를 선제적으로 시행하지만, 재발이 흔하다는 단점이 있다. 약물 치료에 심한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치료 효과가 떨어지면, 약물 치료보다 완치율이 우수한 방사성 동위원소나 수술 등 2차 치료를 시도한다. 이 경우 관해에 도달하면 보통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바뀌므로, 호르몬 보충이 필요하다. 조 교수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 환자가 임신을 계획한다면 적절한 담당 의사와 상의해 적절한 갑상선 기능 상태인지 확인해야 하며, 임신 중에는 늘어나는 갑상선 호르몬 요구량에 맞춰 호르몬제를 증량하면 된다"라며 " 항진증도 약물 치료로 갑상선 기능이 잘 조절되면 임신이 가능하고, 더 안전한 약제로 변경해야 하므로 담당 의사와 미리 상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갑상선 기능 장애 가족력이 있다면, 갑상선 기능 이상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환경적인 요인으로는 요오드 섭취, 바이러스 감염, 스트레스 등이 있다. 갑상선 기능 이상으로 약을 복용 중이라면 지나친 요오드 섭취는 제한해야 한다. 조 교수는 “젊은 환자가 많은 갑상선 항진증 환자들은 바쁜 사회생활로 약을 거르거나 병원 방문을 놓치는 경우가 있는데, 조절되지 않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부정맥, 심부전 등 심뇌혈관 합병증을 1.5~3배까지 증가시키기 때문에 주기적인 병원 방문과 꾸준한 약제 복용이 중요하다"며 "지속되는 피로감, 원인 모를 체중 변화가 있다면, 갑상선 기능 검사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2024-08-29 10:15:51[파이낸셜뉴스] 지난 22일 오후 2시 부산진구 당감2동 온종합병원 13층. 66㎡ 넓은 휴게공간이 순식간에 산뜻한 미용실로 바뀌었다. 미용사들이 가위와 빗, 바리캉 등 미용기구들을 챙기며 머리손질을 할 준비를 하는 동안 휠체어를 탄 환자들이 간병사나 보호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속속 임시미용실인 '온뷰티살롱'으로 모여들었다. 장기요양 중인 온요양병원 입원환자들과 수술하고 입원치료를 받고는 퇴원을 맞아 매무새를 가다듬으려고 찾아온 온종합병원 환자들은 저마다 미소 머금은 밝은 얼굴들이었다. 몇몇 요양병원 환자들은 벌써부터 낯익은 사이가 됐는지 보자마자 미용사들에게 반갑게 인사말을 건넸다. 온종합병원과 온요양병원은 수년전부터 부산진구미용사회의 도움으로 입원환자들을 대상으로 미용봉사를 해오고 있다. 권일, 서보교, 박영숙 실장 등 부산진구미용사회 소속 미용사들은 매주 화·수·목요일마다 바쁜 미용실 일을 뿌리치고 무료로 환자들의 머리손질을 해주고 있다. 미용봉사에 참여하는 미용사들은 부산진구 서면의 유명 미용실에서 현역으로 일하고 있는 베테랑들이다. 이번에 석달만에 머리 커트를 한다는 김 모 할머니(79)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볼 때마다 머리카락이 길어 얼굴마저 부스스하게 보여 신경 쓰였는데, 유명한 미용사 선생님들이 예쁘게 깎아주니 너무 기쁘고 기분 좋다"며 자원 봉사하는 미용사들에게 감사인사를 했다. 온종합병원에서는 이같은 미용봉사 뿐 아니라 다도, 원예, 미술, 음악 등 다양한 재능을 가진 자원봉사들이 의료진과 더불어 환자사랑을 앞장서서 실천하고 있다. 매주 화·수요일에는 부산진구 전포동 평화교회와 수영로교회의 장로나 권사 등 자원봉사자들이 환자들에게 마사지봉사를 해오고 있다. 천연 오일로 섞어 만든 특별 오일과 바디로션으로 까칠하고 각질화화 된 전신을 부드럽게 마사지해줘 환자들이 엄청 즐거워하고 있다. 교회봉사자들의 환자 마사지는 지난 2018년부터 했으니 벌써 햇수로 7년째다. 이들은 또 매달 한두 차례 꽃밥을 만들어 환자들에게 특식까지 제공하고 있다. 감전교회에서 주도하는 다도봉사에는 봉사자들이 철따라 식용 꽃잎들을 직접 주문해 제조한 꽃차로 환자들을 대접하고 있다. 오디, 귤, 민들레, 수레국화, 찔레, 방풍, 목련, 금어초, 홍화씨, 해당화, 박하, 작두콩, 무말랭이차 등이 인기다. 외부자원봉사자들 뿐 아니라 병원 의료진이나 직원들도 봉사활동 참여에 적극적이다.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호스피스온화의료병동에 입원 중인 말기 암 환자들에게 생일상을 마련해주거나, 결혼기념일까지 챙겨주고 있어 환자는 물론 가족들이 크게 감동하기도 한다. 지난 12일엔 환자보호자의 요청으로 이 병원 16층 옥상에서 '노을음악회'를 처음으로 마련, 참석한 요양병원 환자들이 바이올린이나 플루트 등으로 서툴지만 정성스레 연주하는 의료진에게 박수로 화답했다. 그날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거름, 부산진구 당감2동 온요양병원 옥상 하늘정원에는 환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같은 병실의 할아버지는 거동 불편한 옆 친구의 휠체어를 밀고 옥상으로 왔다. 평소 노을이 예쁘기로 입소문 나면서 환자나 간병 보호자들이 자주 찾아 '노을맛집'으로도 알려진 병원 옥상에서 열린 1회 노을음악회에는 의사이면서 의료법인 대표인 윤선희 이사장이 플루트, 요양병원 권진영 행정실장이 바이올린, 의료전문방송 ONN닥터TV 정은경 아나운서가 전자피아노를 연주했다. 아리랑, 바람이 머무는 날, 기쁨의 노래, 고향의 봄, 내 마음 저 깊은 곳에 등 10여곡의 선율이 노을을 타고 도심하늘을 뒤덮었다. 이번 노을연주회에는 온종합병원 행동발달증진센터에서 발달장애 치료를 받고 있는 중학생도 자원봉사에 참여해 바이올린을 연주했고, 칠순이 넘은 요양병원 의사인 전기환 의무원장이 직접 성악까지 선보여 참석한 환자들로부터 우레와 같은 큰 박수를 받았다. 이 '노을음악회'는 환자가족의 제안으로 병원에서 마련했다. 언젠가 보호자 한분이 퇴근길 아버지를 병문안하려 병원을 찾았다가 옥상에서 하늘을 우두커니 응시하는 아버지의 모습에 가슴이 저몄단다. 가까이 다가가 아버지에게 뭐 하시냐고 말을 걸었더니, "노을이 너무 예쁘다!"고 하시는 모습이 그리 행복해보이더란다. 이 보호자가 병원 직원에게 하늘정원에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게 해주시면 더 좋겠다고 제안했고, 온요양병원이 '노을음악회'를 마련했던 것이다. 온종합병원 김동헌 병원장(전 부산대병원 병원장)은 "이 병원을 설립한 안과의사 정근 원장은 국제의료봉사단체인 그린닥터스재단을 설립해 국내외 의료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무료진료해온 '봉사왕'으로 불린다"면서 "병원의 설립취지에 걸맞게 자연스럽게 미용사회 미용사들은 물론 기독교교회 성도, 봉사정신이 투철한 부산시내 어르신들이 스스로 병원에 찾아와서 구석구석 자원봉사의 손길로 환자들을 사랑으로 돌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의료진 뿐 아니라,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환자사랑을 베푸는 곳이 온종합병원과 온요양병원'이라고 자랑했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2024-08-23 09:1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