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휠체어를 탄 장애인에게 모욕하고 침을 뱉은 70대 남성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형사3단독 강진명 판사는 공공장소에서 중증 장애인에게 욕설하고 침을 뱉은 혐의(폭행·모욕)로 기소된 A씨(70)에게 징역 4개월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월13일 대구도시철도 1호선 반월당역의 한 출구 앞 지하에서 기분이 나쁘다며 휠체어를 탄 뇌병변장애 1급 여성 B씨(41)에게 큰소리로 욕설을 하고 손으로 어깨를 친 뒤 가래침을 뱉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A씨는 폭행죄 등으로 선고받은 징역형 집행유예 기간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아무런 이유 없이 피해자를 모욕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고 있는 점, 폭행 등의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지만 자숙하지 않고 동종 범죄를 저지를 점을 종합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3-08-08 10:13:25우울증과 조울증은 기분장애(氣分障碍·Mood Disorder)의 대표적이고 흔한 질환이다. 우울증은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길 정도로 우울한 기분이 심한 경우를 말한다. 조울증은 기분이 들뜬 상태인 조증과 우울증이 번갈아 가며 나타나는데 의욕이나 흥미의 저하, 수면이나 식욕 감소, 죄책감으로 이어진다. 심하면 자살충동까지 생긴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세계 4위다. '2021년 자살대책 팩트시트'에 따르면 2019년 자살자는 1만3799명으로 하루 평균 37.8명이었다. 통계 비교가 가능한 2016년 기준으로 전 세계 183개국 가운데 인구10만명당 자살자 수는 26.9명이었다. 리투아니아(31.9명), 러시아(31명), 가이아나(29.2명) 다음 순위였다. 통계개발원이 지난 4일 발간한 '국민 삶의 질 2020'상의 자살률도 2000년 13.7명에서 2011년 31.7명으로 증가한 이후 감소 추세였다가 2017년 이후 다시 증가했다. 남성은 연령이 많을수록 자살률이 높은 반면, 여성은 70세 이상을 제외하면 20~40대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19세 이하에서는 남성보다 여성의 자살률이 높게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 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기분장애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지난 2016년 77만7781명에서 2017년 81만6859명, 2018년 89만3478명, 2019년 96만3239명, 2020년 101만6727명 등으로 연평균 6.9%씩 늘어났다. 기분장애 질환자 100만명 시대에 접어들었다. '노인병'으로 알려진 기분장애가 '젊은이병'이 됐다.연령대로 보면 20대가 16.8%(17만987명)로 가장 많이 진료를 받았다. 사회적 스트레스가 젊은이들의 불안감과 우울감을 키운 탓이다. 치열한 대입경쟁을 뚫고 사회에 진출했지만 취업난과 내집 마련의 벽에 부딪히면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과 고립감 그리고 좌절감이 심각한 기분장애로 이어진 것을 알 수 있다. 젊은이들의 무력감과 무망감이 딱하기 이를데 없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위원
2021-04-06 18:05:53[편집자 주] '인(忍)'이라는 한자에는 '참다' 이외에도 '잔인하다'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장애, 忍'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이 세상의 잔인함을 어떻게 견디고 사는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 역은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의 간격이 넓음으로 발 빠짐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지하철에서 무심코 흘려버리는 이 안내문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긴장의 끈을 조여 맨다. 비장애인이 '한 걸음'으로 외면하는 15㎝ 남짓의 간격은 장애인에게 10층 높이의 절벽 끝처럼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지난 4월 신촌 한 병원을 향하던 지체장애인 장향숙(60·여)씨는 열차와 지하철 승강장 사이에 앞바퀴가 끼는 사고를 겪었다. 앞바퀴는 빠지고 뒷바퀴가 들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장씨는 겁에 질려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자칫하면 승강장 문이 닫히고 열차가 출발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 다행히 주변 승객들의 도움으로 위험을 피할 수 있었지만 장씨에게 이날의 트라우마는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그는 "지하철에서 내리려고 보니 열차와 승강장 사이 간격이 어마어마하게 넓었다"며 "내리지 않으려다 병원에 가야 해서 용기를 냈는데 바퀴가 빠져버렸다"고 전했다. 이어 "장애인은 집 밖을 나선 순간부터 수많은 위험에 노출된다"며 "이런 일을 한두 번 겪는 것도 아닌데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죽음을 체험하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현행 도시철도규칙과 도시철도 정거장 설계지침에 따르면 승강장 연단의 간격은 10㎝, 높이 차는 1.5㎝를 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2017년 기준 서울지하철 1~9호선 역사 중 간격이 10㎝를 초과한 역사는 111개로, 전체 역사 중 1/3을 넘는다. 실제로 2호선 신촌·홍대, 3호선 경복궁·충무로·동대입구 등은 승강장 사이 간격이 넓은 역으로 장애인 사이에서 악명이 자자하다. 취재진이 직접 휠체어를 타고 경복궁, 충무로 등 역에서 승차 시도를 해본 결과 앞바퀴가 승강장 사이에 끼어 열차에 오를 수 없었다. 앞바퀴가 낀 휠체어는 사용자 힘으로 빠지지 않아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대다수의 장애인은 승강장 내 마련된 교통약자 지정석에서 열차에 오른다. 문제는 같은 플랫폼을 이용하더라도 승차하는 역에선 간격이 좁지만 하차하는 역의 간격은 넓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3호선 독립문 역 4-4 플랫폼은 고무발판이 설치돼 안전하게 승차할 수 있다. 하지만 경복궁 역 4-4 플랫폼은 승강장 사이 간격이 넓어 휠체어를 이용해서 하차하기 어렵다. 휠체어 이용자 A씨는 "목적지가 처음 가보는 역일 경우 승강장 사이 간격이 넓지 않을까 출발할 때부터 불안감에 휩싸인다"며 "간격이 넓으면 위험을 감수하고 하차를 시도하거나, 아예 하차를 포기하고 역을 지나쳐 버리기도 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승·하차 시 역무원에게 전화해 안전발판 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다지만, 하차 시간을 맞춰 계산하긴 쉽지 않다"며 "장애인은 여전히 울며 겨자먹기로 모험하듯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대중교통'이지만 대중이란 말에 장애인은 빠져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 측은 문제점을 개선하고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12일 입장을 밝혔다. 공사 측 관계자는 "고무발판을 설치해 승강장 사이 간격을 최대한 줄이려 하고 있다"며 "2호선 신도림역과 3호선 경찰병원 역 등에는 승강장 안전문과 연계돼서 작동하는 '자동안전발판'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안전성이 증명되면 다른 역에도 적용해 사고를 방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장애인 #휠체어 #지하철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2019-07-12 16:29:14감정이나 정서상태가 불안한 기분장애가 남성보다 여성에게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기분(정동·情動) 장애 관련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2006∼2010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여성 진료환자가 46만9453명으로 전체의 68.5%를 차지했다고 10일 밝혔다. 최근 5년간 증가율도 여성(3.4%)이 남성(1.9%)보다 높았다. 이처럼 여성들이 남성보다 정서가 불안한 데는 임신·출산 등 남녀 간의 차이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이선규 교수(정신과)는 "나라와 문화에 상관없이 남성보다 여성에게 우울증이 두 배 이상 흔하다"며 "이런 남녀 차이는 호르몬, 임신·출산, 심리사회적 스트레스의 차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특히 우울증은 남녀 불문하고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주목된다. 지난해 기분장애로 진료받은 전체 환자 중 남성의 74%, 여성의 79%가 우울증을 앓았다. 인구 10만명당 진료환자 추이를 보더라도 우울증은 2006년 959명에서 2010년 1081명으로 122명이나 늘었다. 같은 기간 조울증이 86명에서 108명으로 22명 늘고 순환기분장애 등 다른 기분장애가 235명에서 29명으로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현상이다. 기분장애는 치료를 방치하거나 중단할 경우 더 큰 불행을 초래할 수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 교수는 "치료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안전이다. 자살 위험이 있는 경우 반드시 안전병동에 입원하거나 보호자가 24시간 지켜볼 수 있는 안전한 장소를 마련해야 한다"며 "충분히 치료하지 않고 그만두면 다시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치료계획을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pado@fnnews.com허현아기자
2011-07-10 17:54:24[수원(경기)=임수빈 기자] "오늘 행사장에 오면서 지난해 나눔키오스크로 후원을 받았던 한 친구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처음으로 대형 마트에서 원하는 물건을 고르며, 하늘에 둥둥 떠서 구름이 된 기분이라고 하더라. 미래 세대를 위해 삼성 임직원들은 일상의 나눔을 실천하고자 한다." 박승희 삼성전자 CR담당 사장은 14일 경기 수원에 위치한 삼성전자 디지털시티 디지털홀에서 열린 '2024 나눔의 날' 행사에서 "삼성은 늘 사회 속에서 이웃과 함께 서로 돕고, 나누며 성장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삼성은 지난 11월 1일부터 2주간 전 관계사에 걸쳐 '나눔위크'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는 나눔위크 성과를 발표하고, 봉사·기부 등 일상 속 나눔을 확산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나눔위크' 기간에 봉사와 기부 및 헌혈에 동참한 임직원은 국내 기준 11만 여 명에 달한다. △인근 지역사회를 위한 대면봉사 △나눔키오스크를 통한 기부 △헌혈 캠페인 등 활동이 진행됐다. 올해 나눔위크부터는 삼성전자 해외 법인 임직원들도 동참했다. 특히 사원증을 태깅해 한 번에 1000원씩 기부할 수 있는 플랫폼인 나눔키오스크를 통한 '일상 속 기부'도 나눔위크 동안 특별하게 진행됐다. 나눔키오스크 기부 대상은 희귀질환이나 장애로 인해 불편을 겪고 있는 환아 등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아동들이다. 나눔위크 기간에는 주말을 제외한 10일간 매일 2명씩 총 20명의 아동을 위한 특별 모금이 진행됐다. 해당 기간 동안 삼성 관계사 임직원들이 나눔키오스크로 기부한 금액은 총 3억5000만원이다. 당초 아동 1인당 1000만원씩 총 2억원을 기부한다는 목표였는데, 1억원 넘게 초과 모금됐다. 삼성 임직원들은 나눔위크 기간 중 헌혈 캠페인에도 적극 동참했다. 삼성은 올해 나눔위크 기간에 전국 42개 사업장에서 헌혈버스 110대를 운영해 임직원들의 헌혈 참여를 도왔다. 그 결과, 2주간 임직원 4000여 명이 헌혈에 참여했다. 한편, 삼성 관계사 대표이사(CEO) 등 주요 경영진들도 임직원들과 봉사활동을 함께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부회장)는 지난 12일 삼성청년SW아카데미(SSAFY) 서울캠퍼스에서 교육생들과 만나 특강을 하고, 교육생들로부터 다양한 질문을 받으며 멘토링을 진행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2024-11-14 16:20:05【 광주=김태경 기자】 "이제 뭐 신청하러 갈 때 필요한 서류들 이것저것 챙기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너무 편할 거 같아요." "모바일 신분증으로 주민등록증까지 서비스되면 이제 지갑을 놓고 다녀도 될 것 같아요." 13일 정부박람회가 열린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만난 관람객 김상호씨는 "인공지능(AI)을 결합한 다양한 서비스를 소개해 새로운 미래 기술 트랜드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앞으로의 전시가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올해 정부박람회의 슬로건은 '내일을 위한 정부혁신, 함께 하는 디지털플랫폼 정부'다. 말 그대로 중앙부처 광역, 기초, 공공기관 모든 정부의 혁신 활동을 통해 마련된 다양한 성과와 디지털플랫폼 정부 구축을 위한 민관협력 성과가 한자리에 모인 특별한 자리다. 올해는 편리한 서비스, 똑똑한 정부, 안전한 사회 3개 주제별로 70개 기관이 전시관을 구성, 네이버와 SK텔레콤, KT 등 대기업을 비롯해 26개 기업이 참여해 126개 콘텐츠로 열띤 경쟁을 벌였다. ■첨단기술과 행정의 조화 이번 박람회를 꿰뚫는 주제는 AI와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과 행정의 조화다. 참여한 기관 사례들도 AI가 행정에 적용된 사례들이 많았다. 행안부 자동회의록 작성과 보고서 작성 등 반복업무 등을 지원하는 AI행정비서, 특허청 AI기반의 더 빠르고 정확한 특허심사·심판시스템, 편리한 농식품 정보 서비스 제공으로 보조금 부정수급을 차단하거나 행정비용을 절감하는 농식품부의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도 눈길을 끌었다. 이 가운데 행안부의 공공디지털 지갑 부스는 관람객들이 가장 많이 몰린 전시부스다. 국민 일상과 밀접한 혁신사례들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었다. 특히 연말 시행을 앞둔 혜택알리미 서비스와 모바일 주민등록증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청년기본소득지원, 취업 수당, 첫만남이용권, 귀농인 이사비용 지원 등 다양한 정부 서비스를 혜택 대상에게 선제적으로 알려주는 '혜택서비스'가 12월 26일 시작된다는 설명을 듣고 경기도에 거주 중인 이정일씨(30)는 "아내가 내년 초에 출산을 앞두고 있다"며 "우리 지역에 산후조리비 지원 사업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알아서 이런 정보를 알려준다고 하니, 국민의 입장에서 대접 받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내년 5월부터는 공공데이터 개방을 통해 국민·하나·신한·기업은행 등 시중은행 애플리케이션(앱)과 토스 등의 민간 앱과 연동해 모바일 주민등록증 서비스가 확대된다. 급한 용무로 은행을 찾았다가 신분증이 없어 발길을 돌린 경험이 있다는 최정안씨(24)는 "모바일 주민등록증 서비스가 시행되면 지갑은 진짜 안 들고 다녀도 될 거 같다"고 말했다.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의 전시관 가운데 '나의 건강기록앱' 또한 관람객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나의 건강기록앱'은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정보원이 제공하는 의료 데이터 국가 중계플랫폼인 '건강정보 고속도로'의 대국민 서비스 앱이다. 14세 미만 자녀의 예방접종 내역 확인이나, 투약하고 있는 약의 복용시간 알림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어린 자녀와 함께 박람회를 찾은 이소영씨(40)는 "그동안 아이 예방접종은 수첩에 적어서 일일이 확인했는데, 이제 앱에 다 기록되고 조회도 된다고 하니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민간기업·공공 협업 ‘다양한 성과’민간기업과 공공의 협업을 통해 마련된 다양한 성과들도 전시됐다. 공공기관이 가진 데이터를 학습해 기관이 필요한 맞춤형 AI서비스를 제작, 제공하는 네이버 클라우드 전시관은 특히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귀농, 청년농업인을 위해 농촌진흥청과 함께 개발한 '스마트 영농 AI 이삭이'를 선보여 청년세대 관람객들의 관심을 이끌었다. 관람객들은 직접 궁금한 것을 검색해보며, 오랜 시간 서비스를 직접 체험해보는 진풍경도 이어졌다. 6차산업에 관심이 많아 농업경영쪽을 공부하고 있다는 박하영씨(32)는 "농사 기술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을 때마다 농진청에 연락해 상담하거나, 주변 농가를 통해 정보를 얻었는데, 이제는 대화형 AI서비스가 제공된다고 하니 걱정을 한시름 놓았다"며 서비스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냈다.'대한민국 우주시대' 개막을 알리는 우주항공청의 전시관은 유치원, 초등학생 등 어린아이들이 모여 그림을 그리고, 모형을 만드는 '체험의 장'으로 인기를 끌었다. 우주선이 그려진 종이에 알록달록 색칠을 하고 QR코드를 찍으면 색칠한 누리호가 우주로 발사되는 증강현실(AR) 체험, 달 탐사 보드게임, 망원경 모형 만들기, 우주상식에 대한 퀴즈이벤트 등을 운영하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체험을 마친 이수현군(11)은 "인공위성이나 달 탐사선 같은 이야기를 듣다 보니 너무 재밌다"며 "원래 우주에 관심이 많았는데 우주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AI를 체험하라… 체험부스공간 인기이번 박람회는 지난 행사와 달리 다양한 체험 공간이 특징이다. AI를 필두로 메타버스 기반 과학화 군사훈련 체험이 첫선을 보였다. 이 가운데 육군사관학교가 주관한 군 교육훈련 혁신을 위해 연구개발된 메타버스 기반 차세대 군 훈련 방식을 체험하는 기회가 제공돼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다목적 전투 사격 훈련 시뮬레이터, 혼합현실 박격포 시뮬레이터 등의 체험을 할 수 있다. 확장현실(XR)을 선보인 수원시의 사례는 가장 주목을 끌었다.스마트 도시관광 체험이라는 주제로 AR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실감 콘텐츠를 통해 XR 속에서 간접적으로 도시관광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한편 이날 개막식에서는 그동안 유튜브에서 천만회 이상 조회를 기록하거나 방송을 통해 익히 알려진 '공공기관의 스타 유튜버'들이 무대에 올라 공공 홍보방식의 혁신, 조직 문화 등과 관련한 토크쇼가 진행됐다.토크쇼에 참여한 양산시 하진솔 주무관은 "같은 업무를 하는 팀장, 주무관 사이에 수직적 벽을 허물고 수평적 협업 관계로 바꾼 뒤로 모든 게 바뀌었다"며 "홍보나 업무에 있어 담당자들이 편안한 환경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찾는게 중요하다. 진솔함으로 열심히 홍보할 것"이라 말했다. 박람회 마지막 날인 15일은 이상민 장관 등이 참여한 대국민보고회,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클래식 콘서트, 올해 프로야구 통합 우승을 기록한 기아 타이거즈의 인기 선수 사인회, 캐릭터 퍼레이드 등이 준비돼 있어 박람회장을 찾은 국민들의 기대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ktitk@fnnews.com
2024-11-13 19:15:31[파이낸셜뉴스] 【광주=김태경 기자】"이제 뭐 신청하러 갈 때 필요한 서류들 이것저것 챙기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너무 편할 거 같아요." "모바일 신분증으로 주민등록증까지 서비스되면 이제 지갑을 놓고 다녀도 될 것 같아요." 13일 정부박람회가 열린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만난 관람객 김상호씨는 "인공지능(AI)을 결합한 다양한 서비스를 소개해 새로운 미래 기술 트랜드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라며 "앞으로의 전시가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올해 정부박람회의 슬로건은 '내일을 위한 정부혁신, 함께 하는 디지털플랫폼 정부'다. 말 그대로 중앙부처 광역, 기초, 공공기관 모든 정부의 혁신 활동을 통해 마련된 다양한 성과와 디지털플랫폼 정부 구축을 위한 민관협력 성과가 한자리에 모인 특별한 자리다. 올해는 편리한 서비스, 똑똑한 정부, 안전한 사회 3개 주제별로 70개 기관이 전시관을 구성, 네이버와 SK텔레콤, KT 등 대기업을 비롯해 26개 기업이 참여해 126개 콘텐츠로 열띤 경쟁을 벌였다. 첨단기술과 행정의 조화 이번 박람회를 꿰뚫는 주제는 AI와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과 행정의 조화다. 참여한 기관 사례들도 AI가 행정에 적용된 사례들이 많았다. 행안부 자동회의록 작성과 보고서 작성 등 반복업무 등을 지원하는 AI행정비서, 특허청 AI기반의 더 빠르고 정확한 특허심사·심판시스템, 편리한 농식품 정보 서비스 제공으로 보조금 부정수급을 차단하거나 행정비용을 절감하는 농식품부의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도 눈길을 끌었다. 이 가운데 행안부의 공공디지털 지갑 부스는 관람객들이 가장 많이 몰린 전시부스다. 국민 일상과 밀접한 혁신사례들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었다. 특히 연말 시행을 앞둔 혜택알리미 서비스와 모바일 주민등록증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청년기본소득지원, 취업 수당, 첫만남이용권, 귀농인 이사비용 지원 등 다양한 정부 서비스를 혜택 대상에게 선제적으로 알려주는 ‘혜택서비스’가 12월 26일 시작된다는 설명을 듣고 경기도에 거주 중인 이정일씨(30)는 “아내가 내년 초에 출산을 앞두고 있다”며 “우리 지역에 산후조리비 지원 사업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알아서 이런 정보를 알려준다고 하니, 국민의 입장에서 대접 받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내년 5월부터는 공공데이터 개방을 통해 국민·하나·신한·기업은행 등 시중은행 애플리케이션(앱)과 토스 등의 민간 앱과 연동해 모바일 주민등록증 서비스가 확대된다. 급한 용무로 은행을 찾았다가 신분증이 없어 발길을 돌린 경험이 있다는 최정안씨(24)는 "모바일 주민등록증 서비스가 시행되면 지갑은 진짜 안들고 다녀도 될 거 같다"고 말했다.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의 전시관 가운데 '나의 건강기록앱' 또한 관람객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나의 건강기록앱'은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정보원이 제공하는 의료 데이터 국가 중계플랫폼인 '건강정보 고속도로'의 대국민 서비스 앱이다. 14세 미만 자녀의 예방접종 내역 확인이나, 투약하고 있는 약의 복용시간 알림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어린 자녀와 함께 박람회를 찾은 이소영씨(40)는 "그동안 아이 예방접종은 수첩에 적어서 일일이 확인했는데, 이제 앱에 다 기록되고 조회도 된다고 하니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민간기업과 공공 협업 다양한 성과 나타나민간기업과 공공의 협업을 통해 마련된 다양한 성과들도 전시됐다. 공공기관이 가진 데이터를 학습해 기관이 필요한 맞춤형 AI서비스를 제작, 제공하는 네이버 클라우드 전시관은 특히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귀농, 청년농업인을 위해 농촌진흥청과 함께 개발한 ‘스마트 영농 AI 이삭이’를 선보여 청년세대 관람객들의 관심을 이끌었다. 관람객들은 직접 궁금한 것을 검색해보며, 오랜 시간 서비스를 직접 체험해보는 진풍경도 이어졌다. 6차산업에 관심이 많아 농업경영 쪽을 공부하고 있다는 박하영씨(32)는 "농사 기술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을 때마다 농진청에 연락해 상담하거나, 주변 농가를 통해 정보를 얻었는데, 이제는 대화형 AI서비스가 제공된다고 하니 걱정을 한시름 놓았다"며 서비스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냈다. '대한민국 우주시대' 개막을 알리는 우주항공청의 전시관은 유치원, 초등학생 등 어린아이들이 모여 그림을 그리고, 모형을 만드는 '체험의 장'으로 인기를 끌었다. 우주선이 그려진 종이에 알록달록 색칠을 하고 QR코드를 찍으면 색칠한 누리호가 우주로 발사되는 증강현실(AR) 체험, 달 탐사 보드게임, 망원경 모형 만들기, 우주상식에 대한 퀴즈이벤트 등을 운영하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체험을 마친 이수현군(11)은 "인공위성이나 달 탐사선 같은 이야기를 듣다 보니 너무 재밌다"며 "원래 우주에 관심이 많았는데 우주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AI를 체험하라...체험부스공간 인기이번 박람회는 지난 행사와 달리 다양한 체험 공간이 특징이다. AI를 필두로 메타버스 기반 과학화 군사훈련 체험이 첫 선을 보였다. 이 가운데 육군사관학교가 주관한 군 교육훈련 혁신을 위해 연구개발된 메타버스 기반 차세대 군 훈련 방식을 체험하는 기회가 제공돼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다목적 전투 사격 훈련 시뮬레이터, 혼합현실 박격포 시뮬레이터 등의 체험을 할수 있다. 확장현실(XR)을 선보인 수원시의 사례는 가장 주목을 끌었다.스마트 도시관광 체험이라는 주제로 AR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실감 콘텐츠를 통해 XR 속에서 간접적으로 도시관광을 체험할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한편 이날 개막식에서는 그동안 유튜브에서 천만회 이상 조회를 기록하거나 방송을 통해 익히 알려진 ‘공공기관의 스타 유튜버’들이 무대에 올라 공공 홍보방식의 혁신, 조직 문화 등과 관련한 토크쇼가 진행됐다. 토크쇼에 참여한 양산시 하진솔 주무관은 "같은 업무를 하는 팀장, 주무관 사이에 수직적 벽을 허물고 수평적 협업 관계로 바꾼 뒤로 모든 게 바뀌었다"라며 "홍보나 업무에 있어 담당자들이 편안한 환경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찾는게 중요하다. 진솔함으로 열심히 홍보할 것"이라 말했다. 박람회 마지막 날인 15일은 이상민 장관 등이 참여한 대국민보고회,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한 클래식 콘서트, 올해 프로야구 통합 우승을 기록한 기아타이거즈의 인기 선수 사인회, 캐릭터 퍼레이드 등이 준비돼 있어 박람회장을 찾은 국민들의 기대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ktitk@fnnews.com 김태경 기자
2024-11-13 13:23:37<37> 이집트 '룩소르②' - 나일강 야경과 카르나크 신전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나에게는 이집트에 가게되면 꼭 하고싶은 로망이 몇가지 있었다. 그중 하나는 나일강이 내려다보이는 멋진 발코니가 있는 호텔에 묵는 것이었다. 몇 년 전부터 에어비앤비를 들여다보며 정말 가보고 싶은 멋진 숙소를 점찍어 놨었는데 정작 숙소예약을 해야할 때 보니 안타깝게도 이미 다른 손님이 있는건지 예약이 안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나일강이 보이는 멋진 호텔을 찾으러 룩소르 근처를 돌아다녔다. 졸리 빌 리조트며 룩소르의 고급 호텔들을 이곳저곳 다녀봤지만 아쉽게도 나의 맘에 딱 맞는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오늘은 무함맛이 일찍 퇴근을 할 수 있으니 함께 시간을 보내자고 한 날이다. 늦은 오후 무함맛과 만나서 무얼할까 하다가 나일강에서 배를 타고 일몰을 보고 싶다고 하니까 잘 아는 곳으로 데려가주었다. 우리끼리였다면 어디에서 어떤 배를 타야할지, 가격은 어느 정도를 내야 사기를 안 당하는지 모든 것이 어려웠을텐데 친구와 함께 오니 아무 걱정 없이 즐겁기만 하다. 하얀 깔라베야(이집트 남자들이 입는 원피스)를 입은 선장님을 만났다. 뱃삯은 인당 10달러. 안내해준 친구 것도 우리가 함께 계산했다. 작은 부두를 걸어들어가니 하얀 작은 보트가 우리가 탈 배라고 한다. 사실 천으로 된 돗이 멋있게 펼쳐진 낭만적이고 옛스러운 보트를 기대했지만 뭐 이것도 감지덕지다. 배이름이 Aswan Moon(아스완 달)이다. 웬지 정감이 가서 이름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스무명은 족히 탈수있을 만한 크기의 배였는데 우리가 전세냈다. 손님이 우리밖에 없는거 리얼? 이게 웬 호사인가 싶다. 배가 출발한다. 나일강에서 여유롭게 배를 타는 것이 오랜 소망이었는데 드디어 이루어졌다. 28년전에도 나일강에 온적이 있긴 하지만 단체 패키지 여행이었기에 큰 배로 이동을 한 적은 있지만 뱃놀이할 기회는 없었다. 우리만 탄 배에서 고대 이집트를 상상하며 나일의 풍경에 흠뻑 빠지고 싶었다. 몇 천년전 이 강에는 파피루스로 만든 배들이 물건을 싣고 오가고 있었겠지. 그리스, 시리아 등 주변 나라에서 배에 공물을 싣고 이곳에 도착하면 강에서 보이는 거대하고 아름다운 신전들의 위용에 역시 이집트는 대단한 대국이구나 하며 감탄했겠지. 나일에 석양이 진다... 석양은 하늘과 강을 온통 물들여놓아 보는 이에게 깊은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정신없이 강과 노을을 보고 있는데 무함맛이 배 지붕으로 올라가보라고 권한다. "어? 그래도 되나?" 사다리가 있어 올라가도 되는 것 같아 조심조심 올라갔다. 와, 사방에 아무것도 거칠게 없이 그야말로 강과 하늘이 다 보인다. 우리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너무너무 기분이 좋았다. 눈이 촉촉해질 정도로 감동적인 풍경을 이렇게 특별하게 감상할 수 있다니. 이 순간은 죽을때까지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지금은 커다란 유람선들이 강가를 차지하고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강가에 유람선과 건물들에 하나 둘씩 불이 켜지는 모습 또한 아름다웠다. 이 땅, 이 강 자체가 그냥 역사이고 문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일강에서 석양과 일몰, 그리고 야경까지 모든 것을 가득히 기억 속에 담았다. 뱃놀이 후 날이 꽤 어두워져서 무함맛의 추천 맛집으로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시내에는 차를 세우기가 힘들다며 걸어가자고 해서 함께 걸었는데 거리는 꽤 되었지만 룩소르를 걸어다녀보니 차타고 다닐때에는 미쳐 볼 수 없던 거리의 풍경을 하나하나 볼 수 있었다. 관광지답게 마차꾼도 다니고 걷다보면 도로 옆에 신전이 그냥 다 보인다. 한참 걷던 우리를 잠시 멈추게 하고 무함맛은 다리아래를 가리켰다. 타일로 된 길 양옆에 수많은 스핑크스들이 도열해있는 스핑크스 길이었다. 룩소르 신전에서부터 약 3km 떨어진 카르낙 신전까지 이어져있다고 한다. 역시 룩소르는 입장료를 내고 신전에 들어가지 않아도 거리에도 이렇게 볼 것이 많다. 스핑크스마다 조명이 밝혀져있는 광경이 너무 멋있어서 한번 걸어보고 싶다고 하려다 거의 1시간 거리라는 소리에 말이 쏙 들어갔다. 한참을 걸어서 우리는 건물이 통채로 한 식당인 곳에 들어갔다. 딱 봐도 현지인, 외국인들이 자리에 가득가득 찬 것이 맛집포스가 느껴진다. 3층으로 올라가 겨우 자리를 잡고 마흐맛이 시켜주는 대로 음식을 받았다. 병아리콩과 마카로니, 면, 그리고 잡곡인듯한 곡물들을 한그릇 가득 받았고 그 위에 따뜻한 토마토소스인 듯한 것을 부어 섞어 먹는 음식으로 이름은 "쿠사리"라고 한다. 탄이 우리 말에 '핀잔을 듣다'의 의미인 '쿠사리 먹었다'라는 말이 있는 것을 떠올리며 이 음식 이름은 절대 안잊어버리겠다고 너스레를 떤다. 무함맛이 매운 소스도 추가해줄까 묻자 한국인의 맵부심을 부리며 한숟갈 가득 넣었다. 역시 그다지 맵지 않았다. 냄새도 좋고 입맛에 잘 맞아 좋았다. 식사 후 우리가 돈을 내려하자 외국인에게는 비싸게 받는다며 무함맛이 계산을 했다. 얼핏 들었는데 한그릇에 1000원도 안하는 황당하게 저렴한 가격이었던것 같다. 날씨도 기온도 타이밍도 시간도 모든 것이 완벽한 나일강 뱃놀이와 처음 먹어본 쿠사리를 알게해준 무함맛에게 감사하며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날 룩소르를 30년만에 다시 찾은 가장 큰 이유인 카르나크 신전을 방문했다.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이곳의 거대한 기둥들과 아름다운 고대의 상형문자 부조들의 강렬한 느낌을 잊지못해 꼭 다시 오고 싶었고 탄에게도 몇천년전의 인류의 작품을 마주하는 감동을 오롯이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카르나크는 옛 테베의 북쪽 절반을 지칭하는 지명으로, 그곳에 아몬 대신전을 중심으로 몬트, 무트 신전 등 세 신전으로 구성된 신전군을 통틀어 카르나크 신전이라 한다. 다만 몬트 신전은 거의 남아있지 않고, 무트 신전 역시 일부만 잔존한다. 1월은 이집트 관광 성수기여서 사람들이 붐비기전 문이 열리자마자 들어가려고 인터넷으로 오픈시간을 확인해보니 웬걸, 새벽 6시에 연다고 한다. 낮이 뜨거운 이집트라 새벽과 저녁에 관광객을 많이 받기 위함이 아닐까 싶었다. 오픈시간 즈음해서 카르나크신전에 도착했다. 엄청 넓은 주차장에 차가 두어대밖에 없다. 기념품가게들도 아직 문을 열기 전 조용한 분위기에 새벽공기가 매우 상쾌하게 느껴졌다. 카르나크 신전 방향이 밝아지는 것이 해가 뜨기 시작하는 것 같다. 서둘러 표를 사서 들어갔다. 건물 안에 망자의 배와 카르나크신전의 축소모형이 전시되어 있었다. 신전 모형을 구경하던 중 탄이의 한국말이 들려온다. 사람좋은 탄이는 또 현지인에게 붙잡혀 유료가이드를 쓰라는 권유에 한국말 회피스킬을 시전하고있다. "하하, 그냥 우리끼리 보고싶어요~" 입장권의 QR코드를 찍고 검사대를 들어가는 것은 이제 익숙해졌다. 지하철 봉같은 것을 밀고 들어가 광장으로 나오니 저멀리 카르나크신전 너머로 해가 뜨는 장관이 펼쳐지고 있었다. 넓은 광장을 지나 신전이 가까와지자 또 한번 검사대를 거친다. 중요유산이라 그런지 다른 곳 보다 검색이 매우 삼엄하다. 신전앞의 길에 늘어선 염소머리의 스핑크스들을 보니 어젯밤에 본 룩소신전과 카르나크신전을 잇는 스핑크스 길이 생각났다. '여기서부터 걸어가면 룩소신전이 나온다는 거지' 야외에 설치된 안내지도는 낡아서 거의 알아볼 수가 없었다. 입장료 받아 이런거나 깨끗하게 고쳐놓지. 아쉽지만 뭐 직접 다녀보면 되지 하며 들어간다. 첫번째 안뜰의 옆쪽 건물로 들어가니 벽마다 부조가 보였다. 앞서 방문한 신전들에서도 많이 본 부조이지만 왠지모르게 카르나크의 것은 마음을 울리는 감동이 있다. 몇천년전의 사람이 손수 조각하고 정성스레 채색한 그 손길이 느껴지고 당시 이집트 사람들이 관심있고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지금 내가 보고있다는 사실이 강하게 다가온다. 신전을 관통하는 중앙 통로를 통해 해가 찬란하게 뜨고 있는 모습이 정말 장엄하고도 환상적이었다. 수천년전에도 해는 이렇게 떴을테니 당시 사람들도 나와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느끼지 않았을까. 아니, 당시엔 화려한 채색으로 완성된 모습이었을테니 더 웅장하고 멋있었을것이다. 찬란한 고대 이집트의 기술이라면 분명 이런것을 다 고려해서 위치를 잡고 신전을 건설했을것 같다. 두번째 큰 탑문에 다가가니 양옆에 커다란 석상이 서있다. 람세스2세와 네페르타리의 석상이라고 한다. 문을 지나 드디어 카르나크 최고의 장관, 대열주전에 들어섰다. 134개의 거대한 기둥들이 주는 위압감이 대단하다. 기둥하나가 사람 여러명이 팔을 벌리고 둘러싸야할 정도로 크다. 기둥사이를 거닐며 내 오랜 지독한 그리움을 달래고 드디어 다시 이곳에 왔음을 충분히 만끽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둥 하나하나에 새겨진 그림과 문자들을 통해 몇천년의 시간을 거슬러 과거에 머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수많은 기둥들의 상형문자와 그림을 천천히 관찰하다보니 조각되어있는 방식에 차이가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섬세하고 세련되게 양각부조로 조각되어 있는 것도 있고 투박하고 깊게 심조로 판것도 있다. 나중에 찾아보니 여러 파라오를 거쳐 긴세월동안 지어진 것이라 시대별로 방식과 솜씨가 달라졌다고 한다. 긴 세월을 지나는 동안 많이 소실되고 무너졌던 기둥들이 잘 복원된 것이 감사했다. 하지만 고대의 기둥들은 아마도 완벽한 곡률을 가지고 자로 잰듯 똑같은 모양으로 서있었을텐데 소실된 부분을 새로 만들어 채워놓은 곳은 좀 울퉁불퉁 일정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기둥의 방을 지나니 중간크기의 오벨리스크 두개가 보인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가보니 저멀리 또 커다란 탑문이 보인다. 또다른 새로운 신전으로 가는 길이다. 거의 무너져내린 탑문이 있는 신전은 아직 복원중인지 들어가볼 수가 없었다. 다시 되돌아가려고 뒤를 돌아보니 우리가 나온 탑문앞에 거대한 석상이 놓여있는 것이 보였다. 원래는 4개의 석상이 일정한 간격으로 탑문앞에 자리하고 있었을것같았는데 현재는 2개만 있었다. 그래도 그 크기와 형상이 무척 멋있고 당대의 위용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신전 안쪽에는 커다란 호수같은 것이 있었는데 물고기도 살고 있었다. 우리나라 궁처럼 연못을 만들어 놓았나보다. 가장 안쪽에는 미로같은 작은 방같은 것들이 많이 있었는데 하나하나 빠짐없이 다 보려고 열심히 돌아다녔다. 그렇게 이곳저곳을 보고있는데 유니폼을 입은 한 경비원이 오라고 손짓을 한다. 나무로된 문이 있는 곳을 열어주더니 들어가보라는 것이다. 일반 관광객은 못 들어가게 막아놓은 곳 인 듯 싶었지만 호기심에 따라 들어갔다. 콘도르의 방으로 안내해준다고 한다. 요리조리 복원이 덜 된 유적 사이를 지나 깊숙히 들어갔다. 천장에 햇빛구멍이 하나 있는 방으로 안내되어 들어갔는데 방안에 형체를 거의 알아볼 수 없이 훼손된 돌덩이가 하나 놓여져있었다. 아마도 이것이 콘도르 석상인가 싶었는데 여기가 코브라이고 이것은 뭐고 설명을 해주는데 듣고 봐도 잘 모르겠다. 한쪽 벽에는 사람들 손때가 타서 까맣게 된 곳이 있는데 탄이에게도 손을 대보라고 한다. 풍뎅이 문양이다. 아마도 이걸 만지면 뭐 재물이 들어온다는 등 그런 의미 같다. 아무튼 남들은 못보는 것을 보았다는 묘한 만족감에 좋았다. 아직 안끝났다. 또 따라오라며 앞장서는 경비원. 아마도 딱히 할게 없는 경비원들이 이런식으로 부수입을 올리려는 것 아닌가 싶었다. 맨 마지막에는 좀 위험한 돌 위를 올라가 아래는 동물을 키우는 곳이고 위는 사람이 사는 방이라는 곳으로 갔는데 채색이 많이 남아있는 아름다운 방이어서 다른 사람들은 아직 많이 못본 벽화를 좋은 기회에 많이 봐두어야겠다 싶은 생각에 열심히 감상했다. 신전의 일하는 사람들이 지냈던 방이라고 하는 듯하다. 안내가 끝나니 역시 자기에게 프레젠트를 하라고 한다. 성의표시는 해야겠지 싶어 천원이 안되는 작은 돈을 팁으로 드렸다. 30년전과는 달리 복원도 많이 되어있고 장애인을 위한 통로 등 여러가지 신경을 쓴 것들이 보였다. 안쪽 구석구석까지 갈 수 있는 곳은 다 들어가고나서야 카르나크 신전관광을 마쳤다. 내가 사랑하는 기둥들을 뒤로하고 언제 다시올지 기약이 없는 발걸음을 돌렸다. 맥도날드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길을 걷는데 서점이 보였다. 혹시 이집트에 관련된 서적이 있을까싶어 들렸는데 상형문자 해석집이며 고대유물의 화보집 등 탐나는 책들이 한가득이다. 특히 책 전체를 오려서 접고 붙이면 신전이 되는 종이공작책이 있어서 한국에 가져가면 만들어보려고 샀다. 서점을 나와 또 걷는데 작은 은세공 전문점이 보였다. 전에 왔을때 이집트 상형문자로 엄마이름을 새겨넣은 금목걸이를 선물해드렸었는데 무척 좋아하시며 아직도 가지고 계신다. 내 이름으로 된 것도 하나 갖고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곳에서 만들어줄 수 있다고 한다. 세공사아저씨가 우리 둘의 이니셜을 즉석에서 상형문자로 번역해 써주신 것을 보니 마냥 신기하고 좋았다. 아버지부터 2대째 이 일을 하고있는 장인이라고 한다. 내 이름을 상형문자로 조각한 은목걸이를 주문해서 받았다. 가격도 생각보다 크게 비싸지않고 세상에 하나뿐인 기념품이라 무척 만족스러웠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uDrSSwCBnpg?si=FAJJfJx3G1ASoTZX>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10-31 17:51:56[파이낸셜뉴스] # 서른 살 취업준비생 A씨는 잇따라 취업에 실패하면서 자신감이 떨어지고, 우울증 증상이 심해졌다. A씨는 대학생 시절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장기화하면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자유로운 생활이 좋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외로움과 우울감이 심해졌다. 특히, 졸업 이후 계속되는 취업 실패로 우울증이 악화, 결국 병원에서 약 처방을 받고 치료를 받고 있다. 장기적인 경기불황과 취업 불안으로 우리나라 청년들의 정신건강 적신호가 켜졌다. 보건복지부의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 중 32.1%가 우울 위험군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22.9%에 비해 9.2%P 증가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서도 전체 우울증 환자 중 20, 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8년 26%에서 2022년 36%로 증가했다. 20대 우울증 환자 수는 2017년 7만 6246명에서 2021년 17만 3745명으로, 4년 사이 무려 45.7% 증가했다. 특히, 20대 여성 환자가 12만 3592명으로, 20대 남성 환자 4만 172명보다 3배나 더 많았다. 부산 온종합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 이수진 과장은 “우리나라 청소년 5명 중 1명은 한 번 이상 우울장애, 불안장애 등 정신장애를 겪어본 것으로 나타났지만 치료·상담 등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해 본 청소년 비율은 5.6%에 그쳤다”고 21일 지적했다. 보건복지부가 2023년말 공개한 ‘고립·은둔 청년 실태’ 자료에서는 국내 고립·은둔 청년이 34만여 명에 달했고, 이 중 14만여 명은 은둔 상태가 장기화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우울증은 청년들이 겪는 우울 장애를 의미한다. 우울한 기분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우울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전문의들은 우울증의 대표증상으로 10가지를 꼽는다. 슬픔, 허무감, 매사에 의욕 저하, 갑작스러운 분노 폭발, 불면이나 과다 수면, 폭식, 불안 초조, 집중력 저하, 생각이나 인체반응이 느려지거나 우유부단, 과거에 대한 후회나 죄의식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 증상 중 5가지 이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우울증을 의심해야 한다. 온종합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 최세지 과장은 “청년 우울증은 학업, 직장, 대인관계 등 다양한 외부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감정적 불안정 상태가 지속될 때 나타나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늘어난 고립된 시간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또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청년 정신건강 관리를 위해서는 스트레스 관리와 규칙적인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학업, 취업, 인간관계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려면 운동, 명상, 취미활동 등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 충분한 수면과 균형 잡힌 식사, 적절한 휴식 등 규칙적으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일도 정신건강 유지에 효과적이다. 정부는 최근 ‘일반건강검진 내 정신건강검사’ 확대방안을 발표하고, 내년부터 20∼34세의 청년들이 2년 주기로 일반건강검진을 받을 때마다 정신건강검사를 받을 수 있게 했다. 지금까지는 10년 주기로 일반건강검진 시 우울증 검사를 실시해왔다. 중증 정신질환이 주로 처음 발병하는 청년기에 주기적인 정신건강검진을 통해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만성화를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이 병원 정신건강증진센터 김상엽 소장은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률은 12.1%에 불과한 실정으로 다른 국가보다 현저히 낮고, 청년층의 경우도 16.2% 수준에 그친다”면서 “향후 매 2년마다 청년들을 대상으로 정신검진을 실시함으로써 정신질환의 미치료기간을 단축시켜, 정신질환 증상 초발 후 최대한 빠른 발견과 치료 개입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정부의 청년 정신건강검진 실시 주기 단축 조치를 반겼다. paksunbi@fnnews.com 박재관 기자
2024-10-21 16:30:32[파이낸셜뉴스] 우리나라 어르신들은 평균 2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노인 10명 중 3명꼴로 3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어 운동이나 식이 등 건강관리에 더욱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2023년 노인실태조사 결과’ 우울 증상을 가진 노인은 11.3%로, 지난 2020년 13.5%와 비교해 2.2%P 줄었다. 최근 1년간 낙상사고를 경험한 노인 역시 2020년 7.2%보다 1.6%P 감소한 5.6%를 기록했다. 이같은 노인실태 조사결과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이 지난해 9월 4일~11월 12일까지 남녀 어르신 1만78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자들은 당뇨나 고혈압 등 평균 2.2개씩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가진 노인도 35.9%에 달했다. 특히 지난 2020년엔 27.8%가 3가지 이상 만성질환자로 파악됐으나, 2023년엔 35.9%로 8%p 증가했다. 질병이 없는 어르신은 불과 13.9%에 그쳤다. 부산 온종합병원 노년내과클리닉 은명 과장은 “노인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다양한 건강 문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건강관리가 필요하다”며 “대개 면역력이 약해져 있고, 만성질환의 위험이 높아지는 등 건강에 대한 취약성이 높아지므로 건강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는 신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인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노인의 건강 문제는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므로, 노인 건강관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온종합병원 노년내과클리닉은 노인 건강관리 체크리스트로 △영양관리를 통해 충분한 열량과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등을 섭취하고 있는지 확인 △치아와 잇몸 상태를 점검하고,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위한 구강관리 △우울증 증상이 있는지 확인 등을 제시했다. 또 △규칙적인 운동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정기적인 측정·관리 △치매, 골다공증, 심혈관 질환 등의 노인성 질환에 대한 예방 및 관리 △정기 건강검진을 통한 질병 조기 진단 △가족이나 친구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사회적 활동 참여 독려 등도 노인 건강관리에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라고 설명했다. 은명 과장은 “노인은 난치질환인 암 못잖게 낙상사고 등으로 거동이 불편해지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평소 원활한 신체 활동이 무엇보다 노인 건강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신체 활동은 정신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운동을 하면 체내 호르몬인 엔도르핀이 분비되어 기분이 좋아지고,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가 감소하므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운동은 우울증과 불안장애 증상도 완화한다. 신체 활동으로 인해 체내 호르몬인 세로토닌과 도파민의 분비가 촉진되어 기분이 좋아지고, 우울증과 불안장애의 원인인 뇌의 신경전달물질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은 불면증을 예방하고, 수면의 질도 향상시킨다. 은명 과장은 “신체 활동은 개인의 취향과 체력에 따라 걷기, 달리기, 수영, 자전거 타기 등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면서 “별도로 짬을 내지 않고도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외출이나 출퇴근 시 대중교통 대신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고,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온종합병원(병원장 김동헌·전 대한외과학회 회장)은 부산지역 종합병원으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9월 ‘노년내과클리닉’을 개설, 운영하고 있다. paksunbi@fnnews.com 박재관 기자
2024-10-18 21:1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