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안정이냐, 물가안정+α냐."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은행 통화정책 목적을 기존의 '물가안정' 단일목표에서 '물가안정+고용안정'과 같은 복수목표로 확장할지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실물경제 부양의 역할을 추가로 부여해 거시경제 상황에 발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과 동시에 "물가안정·금융안정으로도 충분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 물가안정 목표 수준(2%)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장은 정책목표를 확장하기 어렵다는 쪽에 힘이 실린다. 21일 국회에 따르면 입법조사처는 '2023 국정감사 이슈분석'을 통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목표를 '물가안정 단일목표'로 할지 '복수목표'에 둘지 결정할 때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은행법 제1조는 한은 설립목적과 정책목표를 '물가안정'으로 규정하고 통화신용정책 수행 시 금융안정에 유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입법조사처가 분석한 한은법 개정안(21대 기재위서 심사 중인 개정안)에는 한은법 통화신용정책 목적을 고용안정 등 실물경제 부양으로 넓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금통위의 기준금리 결정 시 고용안정을 목적으로 두고, 정부의 실물경제 부양정책을 고려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한은이 물가안정·금융안정뿐 아니라 실물경제 부양의 역할도 하라는 것이다. 한은의 통화정책 목표를 물가안정 단일목표에서 물가안정+α 등 복수목표로 하는 데는 의견이 엇갈린다. 입법조사처는 "목표가 물가안정으로 제한될 경우 다양한 거시경제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해 경기대응의 효과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복수목표로 해야 한다는 쪽에서는 "정부 재정정책과의 연계를 통해 통화정책도 고용안정 등 실물경제 부양을 위한 효과적인 정책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면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지금의 물가안정과 금융안정만으로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다. 목표가 많아지면 여러 목표 사이의 상충이 발생할 수 있는 데다 정부와 한은 간 정책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지고 중앙은행 목적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한국은행이 실물경기 부양을 위해 확정적 통화정책을 사용하면 유동성이 확대돼 물가가 오르기 때문에 한국은행 제1목적인 물가안정이 저해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에 추가 정책수단을 주지 않고 고용안정까지 달성하라고 하는 건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나경 기자
2023-08-21 18:20:50[파이낸셜뉴스] "물가안정이냐, 물가안정+α냐."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은행 통화정책 목적을 기존의 '물가안정' 단일목표에서 '물가안정+고용안정'과 같은 복수목표로 확장할지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실물경제 부양의 역할을 추가로 부여해 거시경제 상황에 발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과 동시에 "물가안정·금융안정으로도 충분하다"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한국은행 물가안정 목표 수준(2%)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장은 정책목표를 확장하기 어렵다는 쪽에 힘이 실린다. 21일 국회에 따르면 입법조사처는 '2023 국정감사 이슈분석'을 통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목표를 ‘물가안정 단일목표’로 할지 ‘복수목표’에 둘지 결정할 때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은행법 제1조는 한은 설립목적와 정책목표를 '물가안정'으로 규정하고 통화신용정책 수행시 금융안정에 유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입법조사처가 분석한 한은법 개정안(21대 기재위서 심사 중인 개정안)에는 한은법 통화신용정책 목적을 고용안정 등 실물경제 부양으로 넓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금통위의 기준금리 결정시 고용안정을 목적으로 두고, 정부의 실물경제 부양 정책을 고려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한은이 물가안정·금융안정 뿐 아니라 실물경제 부양의 역할도 하라는 것이다. 한은의 통화정책 목표를 물가안정 단일목표에서 물가안정+α 등 복수 목표로 하는 데는 의견이 엇갈린다. 입법조사처는 "목표가 물가안정으로 제한될 경우 다양한 거시경제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해 경기대응의 효과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복수목표로 해야 한다는 쪽에서는 "정부 재정정책과의 연계를 통해 통화정책도 고용안정 등 실물경제 부양을 위한 효과적인 정책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면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지금의 물가안정과 금융안정만으로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다. 목표가 많아지게 되면 여러 목표 사이의 상충이 발생할 수 있는 데다, 정부와 한은 간 정책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지고 중앙은행 목적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한국은행이 실물경기 부양을 위해 확정적 통화정책을 사용하면 유동성이 확대돼 물가가 오르기 때문에 한국은행 제1목적인 물가안정이 저해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에 추가 정책수단을 주지 않고 고용안정까지 달성하라고 하는 건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고용정책은 고령화, 여성 고용, 산업구조 등 비(非)경기적 요인에 의해 주도되는데 미국과 달리 통화정책 파급효과(금리→성장·물가→고용)가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은행 안에서도 이같은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물가와 고용이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라는 현재 통화신용정책 목표만으로 충분하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물가가 안정돼 있을 때는 고용안정을 논의할 수 있지만,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이 발생한 후엔 물가안정에 집중하기도 바쁘다"라며 "고용안정 등을 통화정책 목표로 추가할지는 공론을 더 모아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2023-08-21 10:04:15올해 우리나라의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지난 2008년 수준(4.7%)을 넘어 5%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다. 또한 우리나라의 연간 최고 기준금리가 3% 이상으로 높아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올해 7월 14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때부터 한번에 금리를 0.50%p 인상하는 '빅스텝'을 포함한 추가 금리인상에 속도를 붙일 것으로 보인다. ■올해 물가 5% 진입 전망…하반기도 물가상방 압력 한국은행은 21일 이창용 총재 주재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을 점검하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한은은 올해 물가상승이 지속되면서 금융위기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맥락에서 한은은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2008년 수준(4.7%)을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의 소비자물가 오름세는 2008년 상반기와 유사한 모습으로, 최근의 물가여건에 비추어 볼 때 하반기 이후에도 높은 물가오름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 5월 발표한 올해 경제전망에서 2022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연 4.5%로 전망했다. 정부도 지난 16일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2%에서 4.7%로 높인 바 있다. 이날 이 총재는 "현재는 (물가상승) 추세가 어느 정도 진정될 때까지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한다"면서 가파른 물가상승 추세가 바뀔 때까지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 총재는 물가상승세가 장기화될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물가흐름과 관련 해외발 공급충격의 영향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며 "물가오름세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것은 해외발 공급충격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크게 상승한 데다 곡물 등 국제 식량가격도 전쟁 여파, 주요 생산국의 수출제한, 이상기후에 따른 작황부진 등으로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준금리 연말 최고 3%까지 인상이에 따라 한은의 통화정책 속도도 한층 빨라지게 됐다. 한은은 다음달 금통위 회의 때부터 한번에 0.75%p 올리는 빅스텝을 밟는 것을 비롯,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3%까지 올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이 총재는 금리인상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빅스텝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지금 단계에서는 중립금리보다 우리 금리가 아래 있기 때문에 일단 중립금리까지 가고, 그 상황에서 여러 변수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견해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과 한국의 금리 차이에 대해서는 당장 자본유출 등의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이 총재는 "지금 상황은 미국이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돌아서면서 전 세계적으로 미국의 금리가 굉장히 올라가서 다른 나라가 따라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과거의 경험이 반드시 지금 상황하고, 동일한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한미 금리 차에 따른 환율과 자본유출 영향이 어떤지 그때그때 보며 유연하게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외에 그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해 "지난 5월 금통위에 비해 물가는 더 올라가는 상방위험이 높아졌지만 국내 성장률은 잠재성장률 2% 이상의 성장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김동찬 기자
2022-06-21 18:15:57한국은행이 내년 이후 중기 물가안정 목표치를 현행과 동일한 2.0%로 설정했다. 그동안 3년마다 물가목표 수준을 새로 정했던 것과 달리 적용기간은 특정하지 않는다. 한은은 시장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연 2회 발간하고, 한은 총재 기자간담회도 정기적으로 개최하기로 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6일 임시회의를 열고 2019년 이후 물가안정목표를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기 대비) 기준 2.0%로 확정했다. 한은은 "중장기적인 적정 인플레이션 수준, 주요 선진국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물가안정목표제는 중앙은행이 중장기적으로 달성해야 하는 물가목표치를 미리 제시하고 이에 맞춰서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물가는 중앙은행의 금리결정에 최우선 고려요소다. 한은은 소통 강화를 통한 시장의 혼선을 막기 위해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연 2회 발간하기로 했다. 물가상황에 대한 평가, 물가전망 및 리스크 요인, 물가안정목표 달성을 위한 향후 정책방향 등이 담긴다. 이에 맞춰 한은 총재 기자간담회도 연 2회 개최한다. 기존 물가안정 목표치를 6개월 이상 0.5%포인트 이상 벗어날 시 한은 총재가 실시했던 물가목표 달성 책임 설명회는 사라진다. 아울러 2년 주기로 물가안정목표제 운영 개선에 필요한 사항을 점검하고 결과를 공개·설명한다. 한은 관계자는 "유가 변동성 확대, 경기와 물가의 관계 약화 가능성 등으로 물가 상황 및 향후 전망의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대국민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내년 소비자물가가 1%대 중·후반의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수요 측 물가압력이 크지 않은 가운데 국제유가, 농산물 가격 등 공급측 요인의 기여가 축소될 것으로 보면서도 임금상승세 지속, 택시·도시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 등이 상방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은 임금상승세가 지속됨에 따라 올해 1%대 초반에서 내년에는 1%대 중반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정부의 복지정책 강화 기조 등을 감안하면 오름세는 완만할 것으로 봤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2018-12-26 17:24:15한국은행이 내년 이후 중기 물가안정목표치를 현행과 동일한 2.0%로 설정했다. 그동안 3년마다 물가목표 수준을 새로 정했던 것과 달리 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기간은 특정하지 않는다. 시장과의 소통 강화 목적으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연 2회 발간하고, 한은 총재의 기자간담회도 개최하기로 했다. ■ 기간 없이 물가안정목표 2.0% 유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6일 임시회의를 열고 2019년 이후 물가안정목표를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 기준 2.0%로 확정했다. 한은은 "중장기적인 적정 인플레이션 수준, 주요 선진국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물가안정목표제는 중앙은행이 중장기적으로 달성해야 하는 물가목표치를 미리 제시하고 이에 맞춰서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물가는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의 최우선 고려요소다. 물가안정목표제는 1990년 뉴질랜드가 가장 먼저 도입됐다. 한국은 1998년부터 물가안정목표제를 시행하고 있다. 물가안정목표 적용기간은 특정하지 않는다. 한은은 지난 2004년부터 3년마다 새로 목표치를 제시해왔다. 한은은 소통 강화를 통한 시장의 혼선을 막기 위해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를 연 2회 발간하기로 했다. 물가상황에 대한 평가, 물가 전망 및 리스크 요인, 물가안정목표 달성을 위한 향후 정책방향 등이 담긴다. 이에 맞춰 한은 총재의 기자간담회도 연 2회 개최한다. 기존 물가안정목표치를 6개월 이상 0.5%포인트 이상 벗어날 경우 한은 총재가 실시했던 물가목표 달성 책임 설명회는 사라진다. 또 2년 주기로 물가안정목표제 운영 개선에 필요한 사항을 점검하고 그 결과를 공개·설명하기로 했다. 한은 관계자는 "유가 변동성 확대, 경기와 물가간의 관계 약화 가능성 등으로 물가 상황 및 향후 전망의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대국민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행빈도가 낮은 별도 설명방식을 정기 설명방식으로 변경함으로써 국민들의 물가상황에 대한 이해도가 제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내년 소비자물가가 1%대 중후반의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수요 측 물가압력이 크지 않은 가운데 국제유가, 농산물가격 등 공급측 요인의 기여가 축소될 것으로 보면서도 임금상승세 지속, 택시·도시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 등이 상방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은 임금상승세가 지속됨에 따라 올해 1%대 초반에서 내년에는 1%대 중반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정부의 복지정책 강화 기조 등을 감안하면 오름세는 완만할 것으로 봤다. 한은은 최근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향후 물가경로의 하방리스크가 다소 커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내년 통화정책 완화기조 지속 한은은 이날 발표한 '2019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을 통해 내년 우리 경제가 세계경제 성장세 지속, 정부의 적극적 재정운용 등에 힘입어 수출 및 소비 중심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국내 경제의 상방리스크로는 △정부의 확장적 재정운용 △주요 대기업의 투자지출 확대 계획 등을 하방 요인으로는 △글로벌 무역분쟁 심화 △중국 성장세 둔화 △고용여건 개선 지연 등을 꼽았다. 금융.외환시장에 대해서는 대외리스크 요인의 불확실성이 작지 않은 만큼 그 전개 양상에 따라 변동성이 수시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한은은 내년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 요인의 변화가 성장 및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면밀히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갈 방침이다. 이와함께 가계부채 증가 등에 따른 금융불균형 누적 가능성과 대외리스크 요인 변화에 따른 금융·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도 유의하겠다고 전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2018-12-26 10:24:22이달 4~5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은행 국제 컨퍼런스의 주제는 '통화정책의 역할: 현재와 미래'다. 통화정책 목표와 수단, 평판과 커뮤니케이션, 정책 조합, 중앙은행의 미래 등에 대한 참가자들의 연설과 논문 발표 등이 이어지고 있다. 2008년 4월부터 2013년 3월까지 일본 중앙은행을 이끌었던 시라카와 마사아키 전 일본은행 총재는 물가안정목표제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면서 주목을 받았다. 물가안정목표제는 중앙은행이 일정기간 또는 중장기적으로 달성해야 하는 물가목표치를 미리 제시하고 이에 맞춰서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중앙은행이 금리결정을 할 때 물가를 가장 중시하는 시스템이다. 물가안정목표제는 1990년 뉴질랜드가 가장 먼저 도입했으며 이후 각국으로 퍼져 가장 대중적인 통화정책 방식이 됐다. 한국은 1998년부터 물가안정목표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 前 일본은행 총재, 물가안정목표제에 대해 문제제기 오랜 기간 물가안정목표제는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인식됐다. 인플레이션 전망 등에 따라 금리를 조절하면서 경기변동을 축소하고 물가를 안정시켜 안정적인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시스템으로 평가 받곤 했다. 금리 결정에 있어서 인플레이션 문제는 가장 중요하다는 게 당연한 것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시라카와 전 총재는 그러나 이 같은 인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물가안정목표제는 성공적인 통화정책 체계로 평가됐고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통화정책의 개별적 실패사례로 인식됐다"면서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안정 문제가 부각되면서 도전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는 통화정책이 물가를 안정시킬 수는 있으나 다른 부작용을 방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전 일본은행 수장의 메시지였다. 그는 "물가안정목표제가 거시경제안정을 보장하지는 못했다"면서 "지난 30년간 주요 경제위기를 초래한 것은 부채와 높은 자산가격으로 특징 지어지는 금융불균형이었다"고 말했다. 경제 위기의 주범은 부채나 부동산 버블 등이었지만, 중앙은행이 지나치게 물가안정에만 천착한 것 아니냐는 일갈로 보였다. 시라카와 전 총재는 중앙은행이 '금융안정' 문제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로 △ 금융안정을 측정하기 어렵다는 점 △ 복수의 정책수단이 필요하다는 점 △ 다른 기관(예컨대 정부)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점 등을 거론했다. 시라카와 전 총재는 "금융안정 문제는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설명책임이라는 정책 가버넌스 측면에서 물가안정만큼 용이하게 접근하기 어려운 목표였다"고 평가했다. ■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의 부딪힘 시라카와 총재는 앞으로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문제가 서로 부딪히는 일이 빈번할 수 있다고 봤다. 이런 지적은 물가상승률이 낮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한 뒤 빠른 속도로 가계부채를 쌓은 한국과 같은 나라에도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잠재성장률 하락과 장기간의 완화적 통화정책 유지는 부채 누증이라는 부담을 가져 온다"면서 "향후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간 상충관계가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고객 맞춤형의 다양한 신상품 개발 등으로 정확한 인플레이션 측정이 보다 어려워질 것으로 봤다. 또 국제화된 환경에선 자국요인만 보고 통화정책을 펴기도 어려울 것으로 봤다. 시라카와 전 총재는 "국제금융환경과 같은 대외요인이 개별국 통화정책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확대될 수 있고 통화정책과 국내 정책목표간 대응관계 약화의 문제도 대두될 수 있다"고 밝혔다. ■ 큰 폭 금리 인상 기대하기 힘든 한국 중앙은행의 현실 인식 시라카와 전 일본총재의 목소리는 통화정책 과정에서 물가에만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라는 조언으로 읽힌다. 저금리가 오랜 기간 지속되면 가계부채 급증 등 금융불균형이 커지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많은 중앙은행가들에게 물가 압력의 정도는 여전히 가장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 물가상승률이 중앙은행의 목표를 밑도는 경우들이 많았으며, 이런 고민들은 계속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상승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과거와 같은 다이나믹한 통화정책적 대응은 힘들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의 일반인들은 정부기관이나 중앙은행이 발표하는 '낮은 물가 상승률'에 대해 믿지 않지만, 중앙은행가들은 저물가 때문에 금리를 올리기 만만치 않다는 인식을 드러내곤 했다. 그간 금융가 등에선 금융위기 이후 필립스 곡선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했다. 필립스 곡선은 실업률과 임금상승률 사이에 안정적인 관계가 있음을 나타내는 모델이다. 예컨대 실업률이 낮을수록 임금상승률(물가상승률)이 높게 나타난다는 이론이다. 실업자가 줄어들면 사람들의 몸값이 올라가는 게 당연해 보였지만, 위기 이후 이런 그림이 매끄럽게 그려지지 않았다. 그 동안 경기가 좋아져 실업률이 낮아지는데도 물가는 예상만큼 오르지 못하는 현상에 대해 중앙은행가들은 머리를 긁어댔다. 이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이주열 총재는 이날 컨퍼런스에서 통화정책 과제와 관련, "금융위기 이전엔 경기회복과 함께 실업률이 하락하면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즉 필립스 곡선의 우하향 경향이 뚜렷했다"면서 "하지만 위기 이후 이런 상관관계에 의문이 생기면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운용에 어려움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소비자물가 물가상승률은 1%대 초·중반 수준으로 중기목표(2.0%)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반인들은 물가가 높아서 아우성을 치기도 하지만, 중앙은행가들이 볼 때는 금리를 올릴 만큼 물가가 오르지 않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엔 한국은행에게 고용을 중시하라는 외부의 목소리도 얹혔다. 한국은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추세에 접어든 상태이며, 무엇보다 인구고령화가 급속히 이뤄지고 있다. 이런 구도에선 향후 고용이 급격히 늘어나거나 경기가 고성장을 구가하기 만만치 않다. 금리를 올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이미 한국에선 중립금리가 많이 낮아져 있다는 인식도 강하다. 이론상으로 존재하는 중립금리는 경제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압력이 없이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금리다. 빠른 속도로 노쇠한 한국경제에선 3% 성장, 2% 물가를 현실적으로 '활력 있는' 경제상태로 볼 수 있다는 진단들도 많다. 아무튼 중앙은행가들은 이런 점 때문에 과거처럼 금리를 많이 올리기 어려울 수 있다. 동시에 금리 인하를 경기부양책으로 적극적으로 쓰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이주열 총재는 "중립금리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보다 상당 폭 낮아진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면서 "중립금리가 낮아지게 되면 경기가 하강국면에 진입했을 때 정책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렇게 되면 정책금리가 하한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경기변동에 충분히 대응하기 어렵게 된다"면서 "중립금리는 인구고령화, 생산성저하, 안전자산 선호 경향 등 주로 장기 추세적 요인으로 인해 낮아진 것으로 보여 앞으로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taeminchang@fnnews.com 장태민 기자
2018-06-04 13:58:09다음은 조동철 금융통화위원의 언론 대상 강연 내용이다. 1. 인플레이션과 금리 주지하다시피, 금리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보상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경제학자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관찰하는 금리를 ‘명목금리’라고 칭하고, 이를 인플레이션에 대한 보상과 그 부분을 차감한 ‘실질금리’의 합으로 이해합니다. 즉, ‘명목금리≡실질금리+인플레이션’ 혹은 ‘실질금리≡명목금리-인플레이션’의 항등식이 성립합니다. 저의 작년 기자간담회 모두발언이 우리나라의 자연 실질금리가 낮아져 왔다는 점을 설명했다면, 오늘은 여기에 더하여 인플레이션의 하락이 명목금리를 더욱 빠르게 하락시켜 왔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그림 1]은 우리나라의 10년물 국채금리가 2000년대 초반 7% 내외에서 최근 2%대까지 하락한데에는 실질금리의 하락 못지않게 인플레이션의 하락(음영처리 된 부분)이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다 정확한 의미에서, 현재 명목금리에 반영되는 인플레이션은 과거에 실현된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기대’되는 인플레이션입니다. 금융거래를 하는 개개인의 마음속에 있는 기대 수준을 직접 관찰할 수 없어 많은 연구자들이 실현된 인플레이션을 기대인플레이션의 대용변수로 사용합니다만, 개념상 완벽한 측정방식은 아닙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한국은행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기대인플레이션에 대한 설문조사를 수행하고 있는데, 그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은 최근까지 2%대 중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그림 2] 참조). 이 정도의 인플레이션 기대를 보유하고 있는 일반인들 입장에서 볼 때, 2%대까지 하락한 장기금리는 실질금리가 0% 내외에 불과한 ‘초저금리’로 평가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가급적 돈을 빌려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여타 기관에서도 인플레이션 기대에 대한 다양한 설문조사를 수행하고 있는데, 그 결과들도 최근에는 대체로 2.0~2.5%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금리가 결정되는 채권시장 분위기는 일반인들의 기대와는 사뭇 달라 보입니다. 선진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실현된 인플레이션을 사후적으로 보상해 주는 물가연동국채가 우리나라 채권시장에서도 거래됩니다. 인플레이션 위험이 헤지되어 있는 물가연동국채 금리는 대체로 채권시장에서 인식하는 실질금리를 나타내고 있다고 평가되며, 따라서 일반국채 금리와 물가연동국채 금리의 차이는 채권시장이 실제 가격에 반영하는 ‘기대인플레이션’(혹은 손익분기 인플레이션)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우리나라의 물가연동국채 시장이 선진국에서 만큼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 이 시장에서 추출된 정보들이 지표로서의 대표성이나 신뢰성에 상당한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채권시장에서의 기대가 투자자의 금전적 이해득실을 의미하는 시장가격에 반영되어 표출되고 있다는 점에서, 설문조사에 비해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한 추가적 고민이 포함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림 2]는 채권시장의 인플레이션 기대(=국채금리-물가연동국채금리)가 2012년까지만 해도 당시 물가안정목표인 3%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만, 2013~2014년의 급락기를 거쳐 2015년 이후에는 1%를 하회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일반인들과 달리 이처럼 낮은 인플레이션을 예상하고 있는 채권시장 참여자들에게는 2%대의 명목금리도 적절한 실질수익률을 제공하는 ‘정상적인 금리’로 평가될 수 있으며, 따라서 채권을 매입할(혹은 돈을 빌려줄) 합리적 이유가 존재합니다. 이처럼 금리수준에 대한 평가는 각자 예상하는 미래의 인플레이션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그와 같은 관점에서 볼 때,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 편차가 확대되어 있는 최근의 현상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에도 일반인의 인플레이션 기대는 실제 인플레이션을 상회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채권시장의 기대인플레이션은 실제 인플레이션을 하회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만, 두 지표의 격차가 최근처럼 확대되어 수년간 지속된 적은 없었습니다. 일반인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은 실제 인플레이션 변화에 상대적으로 둔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채권시장에서 투자수익을 고민하는 투자자들은 최근의 인플레이션 하락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 인플레이션 하락의 원인 그렇다면 2013년 이후 우리나라의 인플레이션이 크게 낮아진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요? 이에 대해 합의된 결론은 없습니다만, 몇 가지 가설들은 있습니다. 그 첫 번째가 세계적인 低인플레이션의 영향입니다. 틀림없이 우리 경제는 개방되어 있으며, 따라서 성장, 인플레이션, 금리 등 모든 주요 거시경제 변수들이 여타 경제와 상당히 동조화되어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와 미국의 장기금리를 비교한 [그림 3A]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2015년 이후 우리나라 금리는 변화 방향뿐 아니라 수준까지도 미국의 금리를 상당히 추종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치 우리나라의 거시경제 변수들은 거의 전적으로 미국시장 상황에 의해 결정되고, 국내 요인들의 영향은 미미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조금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다른 측면이 눈에 띕니다. 과거에도 금리가 동조화되었던 것은 사실이나, 불과 5~6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금리는 미국보다 상당히 높았습니다. 이러한 금리격차가 사라지게 된 원인은 앞에서 설명 드린 물가연동국채 금리를 통해 개략적으로나마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림 3B]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나라와 미국의 물가연동국채 (실질)금리가 어느 정도의 격차를 유지하면서 밀접하게 동조화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실물 경기순환이 글로벌 요인에 크게 영향 받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반면, [그림 3C]는 채권시장에서의 기대인플레이션(손익분기 인플레이션)이 동조화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을 나타냅니다. 특히 2% 내외에 안정되어 있는 미국의 기대인플레이션에 비해 우리나라의 기대인플레이션은 2013~2014년을 전후하여 급락하면서 미국과의 명목금리 격차를 사라지게 만든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즉, 2013년 이후의 인플레이션(특히 채권금리에 반영된 기대인플레이션) 하락의 원인을 세계적 低인플레이션에만 돌리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두 번째 가설은 인구고령화와 생산성 정체 등으로 대변되는 구조적 요인의 영향입니다. 다분히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연상시키는 가설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실물경제의 구조적 요인은 지난 10~20년간 지속되었던 현상으로, 그 영향이 2013~2014년에 갑자기 나타나야 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이론적으로도, 고령화와 생산성 정체는 실질 중립금리를 하락시키는 요인일 수는 있어도 인플레이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이해되기는 어렵습니다. 만일 그와 같은 현상이 관찰된다면, 아마도 그것은 통화정책이라는 간접경로를 경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실물경제의 구조적 요인에 의해 잠재성장률과 자연 실질금리가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통화정책을 과거의 명목금리 수준과 비교하여 수행할 경우, 이는 ‘의도하지 않은 긴축기조’를 형성함으로써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제가 작년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강조하고자 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2013년 이후의 인플레이션 하락이 통화정책의 결과라는 세 번째 가설로 연결됩니다. 표준적인 경제이론에 의하면, 통화당국이 거시경제를 효과적으로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기준금리를 인플레이션 변동보다 더 큰 폭으로 조정해야 합니다(학술적으로 표현하자면, Taylor Rule의 인플레이션 갭에 대한 계수가 1보다 커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통화당국은 경기하락과 함께 (기대)인플레이션이 하락할 때 기준금리를 인하하여 대응합니다만, 기준금리 인하 폭이 (기대)인플레이션 하락 폭보다 작을 경우에는 명목금리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실질 기준금리가 오히려 상승하여 긴축적인 정책기조가 형성되고, 그 결과 (기대)인플레이션이 더욱 하락하는 악순환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림 4]는 근원물가 상승률로 대표되는 기조적 인플레이션이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물가안정목표 수준을 하회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2012년 하반기 이후에는 목표 수준으로부터의 괴리가 크게 확대되었습니다만, 기준금리는 여전히 근원물가 상승률을 상당 폭 상회하는 수준에 머무름에 따라 실질 기준금리(=기준금리-근원물가상승률)가 높아지면서 긴축적 통화정책이 형성되었습니다. 즉, 인플레이션에 대한 최초의 충격은 세계적 경기침체와 같은 외부적 요인일 수 있겠습니다만, 그와 같은 충격이 우리 경제의 인플레이션을 기조적으로 하락시킨 데에는 긴축적 통화정책이 자리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단기적인 인플레이션 등락이 비통화적 요인에 의해 촉발될 수 있지만, 중장기적 인플레이션 기조는 결국 통화정책에 의해 결정된다는 경제이론에 부합하는 설명입니다. 그리고 2015년 말에는 2016~2018년의 물가안정목표를 이전의 3%에서 2%로 하향조정하여, 낮아진 인플레이션을 과거 수준으로 복원시키지 않을 것임을 공식화하였습니다. 이러한 통화정책의 적절성 여부에 대해서는 인플레이션 이외에 금융안정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평가가 가능할 것입니다. 실제로 2013년 당시 통화정책과 관련된 논의에서는, 낮은 인플레이션보다 Taper Tantrum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즉, 자본유출 가능성을 축소하기 위해서는 국내 기준금리가 미국의 기준금리보다 상당히 높아야 하며, 따라서 당시의 2%대 기준금리에는 추가 인하의 여력이 많지 않으므로 그 여력은 가급적 보존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2013년 5월 이후에는 기준금리가 2.5% 수준에서 동결되어 1년 이상 유지되었으며,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기 시작한 2014년 중반 이후에 이르러 기준금리가 인하되기 시작하였습니다. 3. 기대인플레이션 안정(Anchoring)을 위한 통화정책 우리 경제는 수십 년에 걸쳐 인플레이션을 하향 안정화시키는 데에 성공해 왔습니다. 그 결과 2013년 이후 우리의 인플레이션은 선진경제권의 공통 목표 수준인 2%를 지속적으로 하회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인플레이션은 낮으면 낮을수록 바람직한 것일까요? ‘적정’ 인플레이션에 대한 학계에서의 논의는 역사도 길고 논점도 다양합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낮아진 최근에는 적정 혹은 목표 인플레이션 수준에 대한 논의가 통화정책 공간(Monetary Policy Space)의 확보라는 차원에서 집중 조명되고 있습니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통화당국은 기준금리를 0% 이하로 설정하기 어렵습니다. 이른바 ‘제로금리하한’(Zero Lower Bound)입니다. 반대로, 단기 기준금리를 장기 시장금리보다 높은 수준으로 설정하여 수익률곡선을 역전시키는 통화정책도 이례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일반적으로 기준금리는 0%와 장기금리 수준 사이에서 운용되며, 따라서 (기대)인플레이션 하락에 의해 장기금리가 하락할수록 통화당국의 통상적 기준금리 운용 공간은 축소됩니다. 이는 예상하지 못한 부정적 충격이 발생할 때, 신축적인 기준금리 조정을 통해 충격을 완충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듦을 의미합니다. 장기간의 디플레이션에 의해 이미 기준금리가 0%로 하락해 있었던 일본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경제를 강타하였을 때에도 통화당국이 대응할 여지가 별로 없었으며, 결국 2009년 성장률이 위기 진원지였던 미국의 -2.8%보다 훨씬 낮은 -5.4%까지 추락하였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학계 일각에서는 현재의 2% 물가안정목표를 상향조정하여 인플레이션 기대와 장기금리 수준을 높임으로써 통화정책의 공간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만일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수준에서 고착화될 경우, 이를 변경시키고자 하는 정책은 작지 않은 경제사회적 비용을 수반한다는 것이 역사적 경험입니다. 1970년대에 형성된 높은 인플레이션 기대를 교정하기 위해 1980년대 초반에 미국이 겪어야 했던 경기침체(‘Volker Recession’)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20여년에 걸쳐 형성된 디플레이션 기대로부터 탈출하고자 하는 최근 일본 통화당국의 힘겨운 노력은, 그 반대의 경우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이 목표수준에서 크게 이탈하지 않도록 안정시키는 것은 통화정책의 핵심 과제입니다.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 안정은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담보하는 필수조건이기도 합니다. 기대인플레이션이 확고히 안정되어 있어야 (즉, 필립스 곡선의 위치가 이동하지 않아야) 기준 명목금리 조정이 실질금리의 변화로 이어지면서 실물경제에 의도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통화당국들이 기대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기 위해 물가안정목표제에 대한 시장과의 소통을 크게 강화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 결과,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엄청난 충격에도 디플레이션 기대가 형성되지 않았으며, 유례없이 공격적인 통화팽창에도 기대인플레이션이 급등하지 않았습니다. 일본을 제외한 대다수 선진국에서의 기대인플레이션은 2% 내외에서 큰 변화 없이 안정되어 있습니다. 아직 기조적 인플레이션과 기대인플레이션이 목표수준인 2% 부근에 안착되어 있다고 확신하기 어려운 우리의 경우, 물가안정목표제에 대한 통화당국의 약속(Commitment)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가안정목표는, 실물경제의 총수요 상황을 집약적으로 반영하는 기조적 물가흐름에 대한 준거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통화정책의 방향을 안내하는 등대와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폭풍우가 몰려오고 암초가 나타날 때 일시적으로 항해경로를 바꿀 수도 있으며, 바뀐 뱃머리를 등대 방향으로 되돌리는 속도를 상당 기간에 걸쳐 서서히 조절하는 신축성을 발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항상 항해의 궁극적인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명확히 알림으로써 탑승객의 불안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리고 실제 통화정책을 그와 같은 방향으로 꾸준히 집행하여 물가안정목표제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확보할 때,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이 안정되고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제고될 것입니다. 대부분 국가의 중앙은행법에서와 마찬가지로 한국은행법 제1조도 안정적 인플레이션의 유지라는 ‘물가안정’을 통화정책의 1차적 목적으로 명시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사료됩니다. 통화당국의 입장에서는 물가안정목표제의 성실한 수행이 법에 의해 주어져 있는 책무(Mandate)인 동시에 시장 혹은 국민과의 약속인 것입니다. taeminchang@fnnews.com 장태민 기자
2018-05-09 13:58:36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27일 내놓은 물가전망 보고서에서 '물가안정 목표치 2% 달성시기'를 내년으로 제시했던 것을 철회했다.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취하고 있지만 NHK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BOJ는 이틀간의 금융정책결정 회의를 마치고 이날 내놓은 '경제·물가 정세 전망' 보고서에서 '물가안정 목표치 2% 달성시기는 2019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이 문구는 지난 1월 보고서에는 담겨 있었다. 대신 '2019년까지 물가 전망은 기존 전망에 비해 대체로 불변'이라는 문구가 들어갔다. 이는 BOJ가 대규모 금융 완화정책을 지속하고 있음에도 2% 물가상승률 목표치 달성시기를 명확히 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NHK는 지적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지난 2013년 3월 취임 이후 물가상승률 2% 목표 달성을 내걸고 같은 해 4월 시장에 대규모로 돈을 푸는 금융완화 정책을 실시했다. 이후에도 추가 완화 조치를 했지만, 물가상승률 목표를 아직 실현하지 못해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의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이날 보고서는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1.3%로 직전 보고서의 1.4%에서 소폭 낮췄다. 내년 전망치는 1.8%로 직전 보고서와 같았다. 소비세 인상 영향을 반영할 경우 내년 전망치는 2.3%, 2020년은 2.3%로 제시됐다. 보고서는 수급격차 개선과 중장기적인 예상 물가 상승률 증가 등을 배경으로 "(물가상승률의) 플러스 폭 확대 기조가 계속돼 2% 목표치를 향해 상승 속도를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상승률 전망치는 올해 1.6%, 내년 0.7%로 직전 보고서보다 모두 상향됐다. 2020년 전망치는 0.8%로 제시됐다. 국내경기에 대해서는 "완만하게 확대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완만한 확대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3월 통화정책결정 회의와 같은 전망이다. 수출과 설비투자, 개인소비 등에 대한 전망도 3월 회의와 동일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2018-04-27 13:23:42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오후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물가안정목표제 설명책임 관련 추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서동일 기자 tekken4@fnnews.com 서동일 기자
2016-07-14 15:08:26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오후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물가안정목표제 설명책임 관련 추가 기자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사진=서동일 기자 tekken4@fnnews.com 서동일 기자
2016-07-14 15: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