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유튜브 채널 '소련여자'를 운영하고 있는 러시아 출신 유튜버 크리스티나 안드레예브나 옵친니코바가 악플 테러를 당하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가운데서다. 오늘 25일 '소련여자'를 보면 소련여자의 최신 영상에 일부 누리꾼들이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관련한 악플을 달고 있다. 대다수 누리꾼들은 소련여자가 악플을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지 시각으로 24일 새벽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작전 승인을 시작하면서부터 악플이 심해지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소련여자' 채널에 "네가 (푸틴 대신) 대표로 사과해" 라거나 "러시아는 즉시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철수하라", "러시아인들은 당장 한국에서 나가라", "소련여자야, 우크라이나 안 불쌍하니?" 등의 댓글을 달았다. '소련 여자' 댓글 창에 구토하는 모양의 이모티콘을 작성하는 누리꾼도 있었다. 유튜브 채널 '소련여자'는 '먹방'과 리뷰를 주로하며 구독자면 113만명이다. '소련여자'는 러시아를 소개하는 콘텐츠도 있지만 러시아의 체제를 홍보하거나 선전하는 채널은 아니다. 그럼에도 '소련여자'의 운영자가 러시아인이라는 이유로 악플이 달리고 있는 것이다. '소련여자'에게 악플을 다는 누리꾼들은 '소련여자'가 러시아어 공부법을 알려주는 콘텐츠를 올리면서 푸틴 대통령의 모습을 섬네일(미리보기) 화면과 본 영상에 등장시킨 것도 문제 삼았다. ck7024@fnnews.com 홍창기 기자
2022-02-24 22:42:31"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Cogito, ergo sum)." 데카르트 철학의 출발점이다. 고등학교 시절 그냥 외우기만 했던 것인데, 그것도 잘못된 구석이 있다. 생각만 하고 있으면 밥이 나오나. 친구가 오나. 일자리가 생기나. 그래서 "나는 교환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Muto, ergo sum)"라는 말을 만들었다. 저 라틴어도 내가 만든 것이다. 친구의 딸이 혼인을 하니 부조금을 보내고, 우리집에 초상이 났으니 그 친구가 조의금을 들고 온다. 조상과 자손 간에도 주고받는 것이 있고, 부모 자식 간에도 주고받는 것이 있으며, 남녀 간에도 주고받는 것이 있어야 아이도 생긴다. 그렇게 할 수 있는 물리적인 거리를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는 마음이라도 주고받는다. 주는 것을 받지 않으면 원수가 될 수도 있다. 주고-받고-되갚는 사이클이 지속되면서 인간관계가 지속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공동체도 만들어진다. 북조선의 장마당 소식이 그곳의 사람 사는 질서를 말해주는 기준이 된다. 베트남의 '도이머이(개혁개방)'도 장마당으로부터 시작했다. 민중으로부터 불기 시작한 바람을 정권이 막을 수 없었다. 장마당이 탄압되는 이유를 알게 된다. 교환을 막는 것은 존재부정이라는 논리로 이어진다. 그래서 '원수에게는 오물을' 보내는 모양이다. 불평등 관계 속에서는 선물이 비틀려서 뇌물로 변질된다. 사람은 누군가와 무엇인가를 교환해야 하며, 그러다 보면 교환을 위한 평화적 단골관계가 생기게 마련이다. 서태평양 뉴기니 남쪽의 트로브리안드에서 장기거주했던 브로니슬라브 말리노브스키가 발견한 '쿨라(kula)'가 불후의 사례다. 규모가 적은 섬들은 모든 물자를 자급자족할 수 없다. 개별적인 섬들은 각자 전문으로 제작하는 물품이 있고, 그것들을 교환하기 위하여 작심하고 원양 항해를 하였다. 규모가 있고 폼 나는 배의 제작이 필요했고, 그 과정에 개입하는 사회조직이 있게 마련이었다. 물물교환을 위한 항해 과정에 수반되어 혼인도 성사되었다. 단골들 사이에는 대를 물려서 교환하는 물건들이 있었고, 특별한 조개들로 만들어진 목걸이와 팔찌들이 해당되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에서는 어디서나 사회적 교환이 있었다. '쿨라'에 북서태평양의 '포틀래취(potlach)'를 더해서 마르셀 모스가 '증여론'이란 책을 만들었다. 이론가인 모스는 실천가인 말리노브스키를 따라가지 못한다. 일차대전 도중 포로 신분으로 영국군의 거주제한 속에서 만들었던 말리노브스키의 민속지(ethnography)는 인류학이란 학문의 표본이 되기에 충분하다. 전쟁 중에 발견한 쿨라의 상징은 평화 만들기의 방법이었던 것이다. 사회적 교환이 전쟁 차단의 수단으로 작동하였음을 강조하고 싶다. 그래서 "무토 에르고 숨"을 제창한다. 1990년 여름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에 갔다. 소련의 붕괴 직전이라 중앙아시아의 고려인들이 걱정되어서 '김병화 꼴호즈'를 찾아가는 길이었다. 일행은 우즈벡 가정에 초대되었고, 마당에 마련된 가마솥에서 양 한 마리가 삶아지고 있었다. 거창한 밥상이 차려졌고, 주인을 중심으로 둘러앉은 사람들 앞에는 커다란 접시에 '오쉬(osh)'라는 밥이 담겼다. 러시아말로는 '쁠로브'이고, 고려인들은 그것을 '기름밥'이라고 이름하였다. 일단 쌀(인디카종)을 물에 삶았다가 건져낸 다음에 다시 양기름을 넣어서 본격적으로 밥을 하였다. 이 양기름은 특별한 부위다. 엉덩이에 약간 덜렁거리는 기름 주머니가 있다. 그것을 우즈벡 말로 '둠바'라고 한다. 쌀밥은 색깔이 노랗고 기름에 담갔다가 건진 것 같았다. 채로 썰어진 당근이 눈에 뜨이고, 군데군데 양고기 덩어리가 놓였다. 숟가락이 없으니 손으로 먹는 것임을 알았다. 주인이 솔선수범으로 먹는 준비를 하는데, 손바닥에 가득하게 밥을 올린다. 공기밥 하나 정도의 양은 넘는다. 나에게 입을 벌리라는 시늉을 한다. 다 받아먹었다고 생각했는데도 주인은 손을 떼지 않았다. 그 손에 붙은 밥알과 기름을 모조리 깨끗하게 먹어 주어야 한다. 손가락 사이사이를 핥고 빨아야 하는 과정이었다. 순서를 바꾸어서 다음은 내 차례였다. 손바닥에 고봉으로 쌓아 올려서 주인의 입으로 가져갔다. 주인은 내 손바닥을 그야말로 깨끗하게 처리하였다. 이 행위가 진행되는 동안에 좌석의 일동들은 응원을 하며 깔깔거린다. 돌아가면서 파트너를 지목하여 반복되는 행위였다.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밥이라는 선물을 '주고-받고-되갚는' 행위의 반복이었다. 친밀감을 넘어선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나는 우즈벡 사람들과 이렇게 기름밥을 주고받았고, 지금도 그 감촉이 남아서, 때때로 그 사람들 생각이 진하게 난다. 이 행위를 우즈벡 말로 '오쉬티쉬'라고 했다. 물론 이 자리에는 남자들만 모였고, 여자들은 여자들대로 따로 오쉬티쉬를 한다. 무슬림 사회에서 결코 남녀가 섞일 수 없는 행위다. 찾아온 손님에 대한 우즈벡 사람들의 접대방식이다. 과거 오스만터키 제국의 강역에서 전해지는 풍습이라고 하였다. 자리가 파하고 돌아오는데, '구르트'를 한 보따리 준다. 소금을 많이 가미한 건조된 하얀색의 동그란 치즈다. 긴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필수품으로 지참하는 것들 중 하나가 구르트라고 하였다. 우즈벡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우리네의 살림살이와 다를 바가 없었다. 사람은 무엇인가를 교환함으로써 존재가 확인된다. 교환은 사람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자연의 일부인 사람은 다른 요소들과도 교환한다. 그것이 자연질서다. 먹이사슬을 피라미드 형태로 인식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관점으로서, 제국주의 시대에 만들어진 세계관의 표현이다. 사람을 만물의 영장 자리에 위치시켜 놓고, 자연을 지배하는 형태를 보여주는 인식의 표현이다. 그것은 세상을 거꾸로 돌리는 세계관이다. 죽은 사람은 흙으로 돌아가서 동물과 곤충과 미생물의 밥이 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한 관계를 잘못 설정하게 되면, 세상은 어지럽게 돌아간다. 자연에 대해서 해롭게 한 결과로 기후변화라는 된서리를 맞고 있다. 힘자랑을 하는 순간에 인간관계는 지리멸렬이 되고 만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평등하게 주고-받고-되갚는 교환관계가 순리다. 그래야 살림살이가 편하고, 살림살이가 편해야 아이들이 나온다. 잔머리만 굴리지 말고 누군가와 무엇인가를 교환해야 한다.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4-07-22 18:08:55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사진)이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약 5개월 만에 처음으로 러시아 외무장관과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대화 주제는 우크라이나가 아닌 양측에 억류된 국민 교환으로 제한될 전망이다. 블링컨은 2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향후 며칠 이내에, 전쟁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대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양국 외교 수장들은 지난 2월 15일 마지막으로 대화했으며 이후 2월 22일 회담이 취소되고 이틀 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대화가 끊겼다. 다만 블링컨은 대화를 하더라도 "우크라이나에 관한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제는 억류된 미국인 우선 석방 요구 문제로 좁힐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러시아에 억류된 미국인 브리트니 그라이너는 미 여자프로농구(WNBA) 스타로 올림픽 금메달 2관왕이다. 오프시즌 러시아팀 UMMC 에카테린부르크에서 활동한 그라이너는 지난 2월 미국에서 2주간 휴가를 보낸 뒤 러시아에 입국하다 마약 밀반입 혐의로 모스크바 공항에서 체포돼 재판을 받고 있다. 또다른 미국인 폴 휠런은 기업 보안책임자로 2020년 간첩 혐의로 체포돼 16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러시아에 수감 중이다. 본인은 결백을 주장하고 있으며 미국은 러시아가 거짓 혐의를 씌웠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CNN은 27일 보도에서 미국이 지난달 억류된 미국인 2명을 돌려받는 대가로 악명 높은 러시아 무기상 빅토르 부트를 러시아로 돌려보내는 제안을 했다고 전했다. CNN은 미국이 해당 논의를 연초부터 진행했으며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이를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부트는 지난 2005년 개봉한 미국 영화 '로드 오브 워'의 모티브가 된 인물로 2012년 미국에서 25년형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다. 그는 옛 소련 장교 출신으로 소련 붕괴 이후 수십억달러의 무기를 각종 분쟁지역에 팔아넘겨 '죽음의 상인'이라는 악명을 얻었다. 블링컨은 억류된 미국인에 대해 "이들은 옳지 못하게 구금됐고, 귀국이 허용돼야 한다"며 "우리는 몇 주 전 그들의 석방을 가능케 할 실체적인 제안을 내놨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대화로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2-07-28 18:26:39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약 5개월 만에 처음으로 러시아 외무장관과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대화 주제는 우크라이나가 아닌 양측에 억류된 국민 교환으로 제한될 전망이다. 블링컨은 2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향후 며칠 이내에, 전쟁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대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양국 외교 수장들은 지난 2월 15일 마지막으로 대화했으며 이후 2월 22일 회담이 취소되고 이틀 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대화가 끊겼다. 다만 블링컨은 대화를 하더라도 "우크라이나에 관한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제는 억류된 미국인 우선 석방 요구 문제로 좁힐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러시아에 억류된 미국인 브리트니 그라이너는 미 여자프로농구(WNBA) 스타로 올림픽 금메달 2관왕이다. 오프시즌 러시아팀 UMMC 에카테린부르크에서 활동한 그라이너는 지난 2월 미국에서 2주간 휴가를 보낸 뒤 러시아에 입국하다 마약 밀반입 혐의로 모스크바 공항에서 체포돼 재판을 받고 있다. 또다른 미국인 폴 휠런은 기업 보안책임자로 2020년 간첩 혐의로 체포돼 16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러시아에 수감 중이다. 본인은 결백을 주장하고 있으며 미국은 러시아가 거짓 혐의를 씌웠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CNN은 27일 보도에서 미국이 지난달 억류된 미국인 2명을 돌려받는 대가로 악명 높은 러시아 무기상 빅토르 부트를 러시아로 돌려보내는 제안을 했다고 전했다. CNN은 미국이 해당 논의를 연초부터 진행했으며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이를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부트는 지난 2005년 개봉한 미국 영화 ‘로드 오브 워’의 모티브가 된 인물로 2012년 미국에서 25년형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다. 그는 옛 소련 장교 출신으로 소련 붕괴 이후 수십억달러의 무기를 각종 분쟁지역에 팔아넘겨 ‘죽음의 상인’이라는 악명을 얻었다. 블링컨은 억류된 미국인에 대해 "이들은 옳지 못하게 구금됐고, 귀국이 허용돼야 한다"며 "우리는 몇 주 전 그들의 석방을 가능케 할 실체적인 제안을 내놨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대화로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동시에 이달 합의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재개와 관련해 “러시아가 곡물 선박 통과를 허용한다는 약속을 지키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편 러시아 외무부는 블링컨의 발표 직후 현지 타스통신을 통해 공식적인 대화 제의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확성기로 일을 처리하는 게 아니라 정상적인 외교 관례에 따라 일을 처리한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2-07-28 09:18:50'인류의 제전' 올림픽의 막이 오른다. 23일 오후8시 도쿄의 밤하늘에 성화가 점화된다. 2020 도쿄올림픽이 열전 17일 장정에 돌입한다. 29개 종목 232명의 선수를 출전시킨 한국은 이번 올림픽서 금메달 7개 종합순위 10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20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로 인해 1년 연기된데다 여전히 펜데믹의 위험 가운데 노출돼 있어 최악의 올림픽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각국 정상들이 속속 불참을 선언했고, 아베 신조 전 총리마저 개막식에 나타나지 않는다. 정치는 올림픽을 외면했지만 신기록을 향한 선수들의 열망마저 잠재울 순 없다. 관중 없는 올림픽은 그 참맛을 잃었다. 올림픽을 올림픽답게 만들고 열기를 되살리기 위해선 경기장에서 각종 신기록이 쏟아져야만 한다. 선수들이 지난 5년간 흘린 땀의 보상은 메달과 신기록에 대한 찬사로 나타난다. 선수들은 폭염과 낙후된 선수촌 시절, 코로나19의 위협 속에서도 변함없이 신기록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각 종목의 깨어지지 않는 '넘사벽' 기록을 살펴본다. 이와함께 '황제' 우사인 볼트(육상·자메이카)와 마이클 펠프스(수영·미국)가 사라진 트랙과 수영장에서 누가 새로운 황태자로 등극할지도 관심을 모은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누가 과연 그리피스 조이너(미국)의 여자 100m와 200m 기록을 깨트릴 것인가에 이목이 집중돼 왔다. 조이너는 1988년 7월 미국 올림픽 대표 선발전 100m서 10초49의 세계신기록을 작성했다. 또 서울올림픽 200m 결승서 21초34라는 대기록을 수립했다. 이 기록들은 33년째 깨어지지 않고 있다. 조이너의 기록들은 금지약물 복용 가능성으로 순도에 의심을 받고 있다. 약물의 도움을 받은 만큼 순수 인간의 힘으로 신기록을 기대하긴 힘들다는 우려다. 하지만 역시 서울올림픽서 금지약물의 도움으로 9초79라는 세계신기록(결국 인정받지 못했지만)을 작성한 벤 존슨(캐나다)의 엉터리 기록도 우사인 볼트에 의해 무너졌다. 볼트는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서 9초58로 2008베이징올림픽서 달성한 자신의 기록 9초69를 스스로 깨트렸다. 모두 벤 존슨을 능가하는 기록들이었다. 여자 100m 역대 2위 기록(10초63) 보유자인 셜리 앤 프레이저-프라이스(자메이카)에 기대가 모아진다. 볼트의 후계자는 많지만 그의 기록을 넘어설 새 트랙 황제는 보이지 않는다. 볼트의 그늘에 가려 있던 2인자 저스틴 게이틀린(미국)은 퇴조 기미를 나타내고 있고 크리스천 콜먼(미국)은 도핑 테스트를 피하려다 자격 정지를 받은 상태다. 올 시즌 최고 기록(9초77) 보유자인 트레이본 브로멜(미국)과 그의 팀 동료 로니 베이커(9초85), 프레디 켈리(9초86) 등 미국 선수들의 강세가 예상된다. 예년과 달리 자메이카 선수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역시 우사인 볼트가 보유한 200m(19초19)서는 10대 샛별 에리연 나이턴(17·미국)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 대표 선발전서 19초84를 기록했다. 하지만 볼트의 신기록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 수영에선 카엘렙 드레셀(미국)이 은퇴한 펠프스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2017년 세계선수권대회서 7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어 화려한 대관식을 예고했다. 2016년 리우올림픽서 금메달 2개를 따낸 실력파다. 반세기 넘게 깨지지 않는 올림픽 기록도 있다. 1968년 해발 2000m가 넘는 고지대에서 열린 멕시코올림픽서 밥 비먼(미국)은 남자 멀리뛰기서 8m90을 뛰었다. 이 기록은 1991년 마이크 파월(8m95·미국)에 의해 무너졌지만 여전히 올림픽 기록으로 남아 있다.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서 세워진 여자 육상 800m와 여자 포환던지기 올림픽 기록이 깨어질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나데즈나 올리자렌코(구소련)은 여자 800m서 1분53초43으로 당시 세계신기록을 수립했다. 이후 세계기록은 새로 작성됐지만 올림픽 기록은 40년째 요지부동이다. 일로나 슬루피아넥(동독)는 여자 투포환서 22m41을 던져 올림픽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후 세계기록은 번번이 경신됐지만 올림픽서 이 기록을 능가하는 마녀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이밖에도 파울라 이반(루마니아)의 여자 1500m(3분35초96), 재키 조이너 커시(미국)의 여자 멀리뛰기(7m40), 마르티나 헬만(동독)의 여자 원반던지기(72m30) 등 각종 올림픽 기록들이 도쿄에서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선수들은 이번 도쿄올림픽서 코로나 19와 함께 높은 기온과 습도로 인해 신기록 작성에 불리함을 안고 싸운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2021-07-22 18:36:44미국 항공우주국(NASA) 우주비행사 선발시험에서 1등을 하고도 여자라는 이유로 우주에 가지 못했던 80대 할머니가 마침내 우주여행에 나서게 됐다. 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 우주탐사기업 블루오리진은 이런 사연을 가진 월리 펑크(82)가 오는 20일 예정된 민간인 우주관광 로켓 ‘뉴 셰퍼드’에 탑승하는 단 한 명의 ‘명예 승객’이 된다고 밝혔다. 블루오리진 소유주인 제프 베이조스는 남동생 마크 베이조스, 최근 2800만달러(312억원)을 내고 좌석 경매에 낙찰된 익명의 부호, 명예 승객 한 명 등 총 4명이 첫 우주 관광에 나선다고 밝혔다. 블루오리진 뉴 셰퍼드는 음속 3배 속도로 우주 경계선으로 불리는 고도 100㎞의 ‘카르만라인’까지 올라가 약 3분간 무중력 상태로 우주에 떠서 지구를 내려다본 뒤 지상으로 내려올 예정이다. 펑크는 이런 우주여행의 역대 최고령자가 될 전망이다. 미국과 소련이 우주개발 경쟁에 돌입했던 1961년 NASA는 유인 우주비행을 추진하면서 여성도 테스트에 포함시켰다. ‘머큐리 프로젝트’ 시험을 통과한 여성은 총 13명으로, 펑크도 그 중 하나였다. 심지어 그는 당시 테스트에 참가한 모든 남녀를 통틀어 1등을 차지했지만 결국 우주비행단에는 남성 7명만 뽑혔다. 당시 NASA에는 ‘우주비행단은 전투기 조종 경력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는 규정이 있었는데, 공군 전투기 조종사 자체는 남자에게만 허락된 직업이었기 때문이다. 탈락한 여성 13명은 ‘머큐리 서틴’으로 불리며 이듬해부터 의회 입법 로비에 나섰고 항공기 조종사 등으로 진출했다. 펑크도 조종사로 약 2만시간을 비행하고 연방항공청(FAA) 감독관 등으로 일한 뒤 은퇴했다. ‘머큐리 서틴’ 등의 노력 끝에 NASA의 남성 우주비행사 규정은 20년 뒤 폐지됐고 1983년 미국 첫 여성 우주비행사가 탄생했다. 이들의 스토리는 올초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머큐리 서틴’으로도 제작됐다. 베이조스도 이러한 의미를 감안해 펑크를 명예 승객으로 발탁한 것으로 보인다. 펑크는 이날 베이조스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나는 이번 여행의 매순간을 사랑할 것이다. 기다릴 수 없다”며 “그들은 ‘넌 여자잖아. 그거 못해’라고 말했다. 나는 ‘네가 뭐라든 상관없어. 나는 아무도 해보지 못한 일을 하는 게 좋아”라고 말했다. 베이조스는 “그녀보다 더 오래 우주관광을 기다린 사람은 없다"며 "승무원이 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2021-07-02 06:47:11[파이낸셜뉴스] 이원다이애그노믹스(이하 EDGC)의 ‘유후’를 활용한 DNA혈통분석 콘텐츠가 유명 유튜버들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112만명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소련여자(본명 크리스티나 안드레예브나 옵친니코바), 그녀는 최근 해시태그 #DNA #유전자검사 #혼혈 “저는 사실 일본 혼혈입니다”라는 동영상을 올려 이달 18일 기준 조회수 121만8338회를 기록 중이다. 아울러 채널 누적 1억 3000만뷰를 달성했다. 소련여자 운영자는 할리우드 배우 못지않은 화려한 미모와는 달리 시종일관 무표정, 뼈를 때리는 팩폭, 병맛스런 공감 개그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녀는 이번 영상에서 ‘내가 한국인의 피가 흐름을 증명할 것이다’라고 화두를 꺼낸다. 그리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꺼낸 것은 국내유일 유전적 혈통분석 서비스 키트 ‘유후’. 그녀는 “난 광고 아니야, 난 그냥 내 소중한 사람들한테 즐거움만 주고 싶어. 그게 다야”라며 “DNA키트 광고 들어올 때까지 존버하다가 끝내 안들어와서 결국 지돈지산(내 돈 내고 내가 샀다) 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실제 유후를 서비스하는 EDGC 측에도 문의한 결과 일체 광고를 위한 접촉이 없었다고 확인해줬다. 분석 결과, 소련여자 운영자는 핀란드 26.46%, 스웨덴 14.82%, 영국 11.89%, 네덜란드 6.91%, 프랑스 0.91%, 독일 0.41%, 벨라루스 1.95%, 헝가리 1.68%, 에스토니아%, 1.58%가 그리고 모국인 러시아 5.15%로 나타났다. 소련여자 운영자는 이 같은 결과에 경악했지만, 이내 무표정으로 돌아가 “북유럽(핀란드+스웨덴) DNA가 40% 넘는구나. 어쩐지 이케아(스웨덴 기업) 조립이 너무 쉽더라”라며 특유의 반전 개그를 선보였다. 그리고 모두가 기다리던 동아시아 편에서는 시베리아 인 1.31%, 몽골인 0.79%, 동남아시아인 0.55%, 한국인 0.02%, 일본인 0.01%라는결과가 나타나자 “한국인 겨우 0.02%...이건 주작(조작)이야. 당신은 누구시죠”라는 애드립으로 3901개에 이르는 폭풍 댓글을 유도했다. 이를 지켜본 팬들은 “0.02%의 존재감이 99.98%의 존재감을 압도해 전체를 대표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표본:크리스” “가장 많이 섞인 피가 핀란드 영국 스웨덴 싹다 러시아랑 한바탕 싸워본 나라들이넼ㅋㅋㅋㅋㅋ”“솔직히 크리스 엄청 이쁘다”라고 밝혀 많은 공감을 얻었다. 구독자 44.9만명을 보유한 닮은꼴 커플 유튜버 <푸들커플> 운영자들은 “서로 닮은 커플이 유전자 검사를 해본다면..?ㅋㅋ유전자도 닮았을까?ㅋㅋ”라는 동영상을 올려 조회수 8만회(6월18일 기준)를 올렸다. 여기서 운영자들은 유후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 ‘해의 부족’ ‘하백의 부족’을 언급하며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구독자 16만6000명의 THIS IS MATE(디씨즈마테), 인플루언서이자 모델인 그녀는 평소 “한국인 같지 않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며, 자신의 뿌리 찾기에 나섰다. 이는 20만 조회수를 넘어서며 지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유튜버 몽골엔이수(Mongol&Esu)는 “[MON] EP30 아니!? 세상에 이런일이? 믿을 수 없는 몽골인의 충격적인 유전자 검사 결과”라는 비슷한 콘텐츠의 영상을 제작해 올려 자신의 구독자 2만1200만명을 훨씬 웃도는 48만의 조회수를 돌파했다. 또한 유명 농구스타였던 하승진 씨도 자신의 유튜버 채널에 유후를 활용한 “221cm의 키에는 어떤 유전자가 있는지 검사해봤습니다 | 혈통분석 검사”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확인결과 해당 유튜버들은 유후 서비스사인 EDGC로부터 일체 광고·협찬 지원 등을 받지 않았다. 유후는 30억쌍 DNA염기서열 분석한 73만여개 핵심 유전자 정보 빅데이터를 통해 수십만년간 이어온 민족 특이적인 유전정보가 어떻게 섞여 있는지 분석한다. 이를 통해 개인의 인종 분포도와 대륙 이동 경로 및 부계·모계 유전적 계보를 알려준다. 현재 국내에서 보건복지부 승인을 받아 서비스를 론칭한 기업은 EDGC 뿐이다. 한편 EDGC는 4차산업혁명의 바이오IT를 주도하는 유전체 빅데이터 및 분석·검진 기업으로 차세대 암 조기정밀진단 서비스인 액체생검 분야를 미국의 그레일 사와 함께 주도하고 있다. 치매 치료제 신약개발, 미래 먹거리 배양육 기술개발, 건강기능식품 등 신사업 추진으로 강력한 성장 모멘텀을 이어가고 있다. kjw@fnnews.com 강재웅 기자
2021-06-24 09:53:24[파이낸셜뉴스] 예스24 4월 4주 종합 베스트셀러에서는 인기 만화 시리즈의 마지막화 ‘귀멸의 칼날 23’이 3주 연속 1위에 등극했다. 어른을 위한 힐링 판타지 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한 계단 상승해 2위에 올랐고, 50억 자산가 아버지가 자녀에게 경제의 기본 원리와 부의 노하우를 전하는 ‘아들아, 돈 공부해야 한다’는 3위를 기록했다. 국민 육아멘토 오은영 박사의 현실 밀착 육아법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가 전주와 동일한 4위, 브라이언 그린의 10년 만의 신작 ‘엔드 오브 타임’은 새로운 5위다. 어린이 만화 시리즈가 인기를 끌고 있다. 정재승 교수의 지식교양 과학만화 ‘정재승의 인간탐구보고서 6’이 7위를 차지했고, 어린이들이 한국사를 쉽고 재미있게 학습할 수 있는 ‘설민석이 한국사 대모험 16’은 한 계단 올라 8위로 나타났다. 인기 유튜브 크리에이터 ‘흔한남매’의 탈출 미션 스토리북 ‘흔한남매 별난 방탈출 2’가 14위, ‘흔한남매 7’이 19위를 기록했다. 도서를 통해 투자 및 재테크를 공부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주식 전문가 ‘염블리’ 염승환의 주린이를 위한 참고서 ‘주린이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 77’이 다섯 계단 상승해 6위에 올랐다. 비트코인으로 2천만원을 50억으로 만든 투자비법 ‘서른살, 비트코인으로 퇴사합니다’는 아홉 계단 하락해 15위에 안착했고, 대한민국 대표 가치 투자자 슈퍼개미 김정환 대표의 투자 비책 ‘나의 첫 투자 수업 2 투자편’은 여덟 계단 내린 20위다. 이 밖에도 후회가 사라지고 오해가 줄어드는 기분 사용법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10만 부 기념 봄 에디션)’은 아홉 계단 상승한 9위로 나타났고, 한국 판타지의 대표작 ‘룬의 아이들’의 3부 ‘룬의 아이들 - 블러디드 4’는 10위를 차지했다. 제12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7개 작품을 엮은 ‘2021 제12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세 계단 내린 11위, 전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 조던 피터슨의 신작 ‘질서 너머’는 두 계단 오른 12위다. 나태주 시인의 작품 가운데 블로그나 트위터 등에서 자주 언급되는 시를 모아 엮은 ‘꽃을 보듯 너를 본다’는 열 한 계단 하락해 13위에 안착했다. 공무원 시험 대비를 위한 ‘2021 선재국어 나침판 실전 모의고사 vol.2’는 아홉 계단 내린 16위로 나타났다. 뮤지션 유희열의 에세이 ‘밤을 걷는 밤’은 17위를 유지했으며, 가장 짧고 확실한 신체 부위별·증상별 스트레칭을 담은 ‘하루 1분 초간단 스트레칭’이 새롭게 18위에 올랐다. 전자책 분야에서는 이스라엘 최고 범죄 소설 작가 드로 미샤니의 심리 스릴러극 ‘세 여자’가 새로운 1위로 등극했다. 뒤를 이어 스파이 스릴러의 대가 존 르카레가 재구성한 소련 이중간첩 사건 실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가 2위로 나타났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21-04-29 10:26:45"그래서 나는 더더욱 이 일을 멈출 수 없다고 스스로 다짐한다." 벨라루스 출신 노벨문학상 수상자(2015년)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72). 대표작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는다'에서 그는 반복적으로 이 표현을 썼다. 기자 시절에 쓴 반정부 글로 인해 해외를 전전하다 고국으로 돌아와 정착한 게 10년 정도 된다. '하얀 루시'라는 뜻의 벨라루스는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역사를 공유한다. 모스크바공항 출구엔 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스 세 나라가 한묶음으로 있다. 나머지 구소련과 외국인이 각각 다른 창구다. 같은 형제국이긴 하나 우크라이나와 달리 벨라루스는 러시아에 별다른 적대감이 없다. 하지만 구소련 아래 청년기를 보낸 많은 이들은 지금도 전쟁의 기억을 잘 쫓아내지 못한다. 알렉시예비치도 마찬가지다. 구소련 전역을 돌며 2차대전 참전 여성들을 찾아 새로 쓴 전쟁 역사서가 그 책 '전쟁은…'이다. 기존의 수많은 전쟁서적과 다른 것은 '목소리의 기록'이라는 사실. 전쟁터 사람들 이야기이긴 하나 그의 표현대로 "감정의 역사"다. "구체적인 시간 속에 살고 구체적인 사건을 겪은 구체적인 사람을 연구하면서, 영원의 떨림을 기록했다"고 고백했다. 이를 통해 닿고자 한 것은 전쟁의 진실일 것이다. 또 다른 역작 '체르노빌의 목소리'는 어느 날 갑자기 닥친 재앙이 평범한 이들의 삶을 어떻게 파괴했는지 증언한다. 그날 밤 당직자였던 소방대원, 긴급 작업 호출로 밥 먹다 불려나간 기계공, 하루아침에 살던 곳에서 사라져야 했던 수많은 체르노빌레츠에 대한 기억이 들어있다. 그렇게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 소박한 이들의 "목소리를 읽는 것"이 알렉시예비치의 주된 일이었다. 그랬던 그가 이제 스스로 역사의 한복판으로 걸어나왔다. 듣고 읽는 것이 아닌 '참전'이다. 26년 집권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 퇴진시위를 이끄는 지도부에 몸을 담았다. 외신은 정치권과 항상 멀리 있으려 했던 알렉시예비치가 이런 결단을 한 걸 볼 때 벨라루스는 이제 혁명의 길로 가게 됐다는 논평을 했다. 지난달 6일 치러진 대선에서 루카셴코가 80% 득표율로 6선에 성공하자 명백히 부정선거라고 외친 이들의 대규모 시위는 이제 주말마다 이어지고 있다. 인구 950만명인 나라에서 10만명씩 거리로 쏟아져나온다. 손에는 꽃과 깃발을 들었다. 루카셴코는 갖은 기행에도 구소련 국가들과 비교해 무난한 분배와 성장을 일궜다는 평도 있었다. 기나긴 독재를 받쳐준 기반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온순한 국민들의 순종도 시한이 있다는 걸 그만 몰랐다. 시위대 지도부의 면면은 어쩌면 낯설다. 고령의 알렉시예비치가 조언자 역할이라면, 시위를 전면 주도하는 이는 플루트 전공자 30대 마리아 콜레스니코바다. 금발의 커트머리로 맨앞에 서서 "누를수록 강해질 것"이라고 외친다. 다른 주요 인사들은 투옥됐거나 망명했거나 둘 중 하나다. 비로소 터진 민중봉기의 끝은 지금 알 수가 없다. 집권기 의도적으로 러시아와 거리를 두고자 했던 루카셴코는 이제 푸틴 대통령 발 앞에 엎드려 있다. 정적 나발니 독극물 살해 미수사건으로 머리가 복잡한 푸틴은 이 가련한 독재자에게 염려 말라 위로하면서도 아직은 깊숙한 개입을 꺼리는 것도 같다. 변수는 결국 러시아다. 결말이 그저 이러하길 바란다. 알렉시예비치가 '전쟁은…'에서 '사람이 전쟁보다 귀하다'편에 쓴 구절이다. "바로 이거야! 세상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것을 찾은 것이다. 사실 찾을 줄 알고 있었다." 최진숙 논설위원
2020-09-02 16:33:16【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김호연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우즈베키스탄을 국빈 방문 중인 김정숙 여사는 19일(현지시간) 고려인 1세대와 대화를 나누고 "고려인들은 나라없이 와서 노력한 훌륭한 분들"이라고 경의를 표했다. 김 여사는 이날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외곽에 위치한 '아리랑 요양원'을 방문해 입소 어르신들의 생활을 살피고 고려인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다. 김 여사의 아리랑요양원 방문은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보내며 대한민국 독립에 기여한 연해주 한인들의 후손인 고려인을 찾아, 역경을 딛고 성장해서 우즈베키스탄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는 고려인 동포들에게 격려와 감사를 보내고자 마련됐다고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아리랑 요양원은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양국의 합의로 고려인 1세대 독거 어르신을 위해 만든 요양원이다. 2006년 양국 정부간 합의에 따라 우즈베키스탄측이 건물을 무상증여하고 재외동포재단이 개보수를 지원해 2010년 3월 개원했다. 고려인은 1920년대 스탈린 치하 소련 연해주 등지에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 당한 조선인 약 17만명의 후손으로 현재 우즈베키스탄에는 단일국가로는 가장 많은 18만 명의 고려인이 살고 있다. 특히, 이날 일정에는 미르지요예바 우즈베키스탄 영부인이 김 여사와 동행했다. 두 여사는 요양원에 입소중인 1세대 고려인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눴다. 김 여사는 "오늘 미르지요예바 여사와 함께 다니며 아리랑 요양원에 함께 했다. 고려인들은 나라 없이 와서 노력으로 부자도 되고, 소비에트 시절에는 노력영웅도 23명이나 된 훌륭한 분들"이라면서 고려인 1세대 어르신에게 경의를 표했다. 이어 "여기 영부인 방문은 처음이지요. (영부인 께서) 도로도 내주시고, 꽃도 해주시고, 40인승 버스도 해주시면서 사시는 것도 살펴주시겠다고 하셨다"며 미르지요예바 여사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은 이번 김 여사의 아리랑 요양원 방문을 계기로 40인승 버스를 요양원에 증정하기로 결정했고, 이날 미르지요예바 여사는 버스 열쇠를 요양원에 전달했다. 또 김 여사의 방문 결정으로 요양원 설립 10년만에 5㎞ 도로 포장부터 화단 조성, 각종 가구 선물 등 우즈베키스탄측의 아낌없는 지원이 이뤄졌다. 김 여사는 또 "(고려인들은) 뿌리는 한국인이지만 우즈벡 국민이기도 하다. 여기올 때 마음이 복잡했다"며 "(당시) 나라잃은 마음으로 왔을 텐데 마음이 아팠다. 고생하셨다고 들었고 한국 국민으로 우즈벡에 감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많이 컸고 (이제는 다른 나라에게) 무엇을 도와주고 함께 클 것인가를 많이 이야기한다. 이게 어미니들의 노고가 밑바탕에 있다"며 "대통령 정상회담하며 우리도 줄 것이 있다 이야기할 수 있어 뿌듯하다. 그 밑바탕에는 어머니들의 노고가 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참석자들은 우즈베키스탄 정부와 국민들의 따뜻함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김 여사에게 강조했다. 조 조야(85) 할머니는 "배 곯으면서 여기 와서 젖이 안 나는데 우즈벡 여자들이 애기한테 젖을 먹여 주었다. 그래서 우리가 살았다"며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손님을 귀하게 안다. 한밤 중에 온 손님한테도 차를 대접한다" 며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의 인정을 이야기했다. 허 이오시프(85) 할아버지는 "3살부터 우즈베키스탄에 살았다. 역사적으로 한국이 고향이지만 실질적으론 우즈벡이 고향이다. 우즈벡 정부가 아니었으면 살 수가 없었다. 빵 한 조각도 나눠 먹을 수 있었다"며 "우즈벡 정부에 감사하고, 나이 들어 좋은 요양원에 살 수 있는 것도 역사적 고향인 한국 덕분이다. 한국 정부에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할머니들은 집단농장 시절 불렀던 노동요를 부르기도 했다. 김 여사와 미르지요예바 여사는 병환 중인 한 할머니를 방으로 찾아가 인사를 나눴다. 또 1층 프로그램실에 들러 치료를 받기도 하고 휴식하는 고려인 어르신들을 만나 대화했다. fnkhy@fnnews.com 김호연 기자
2019-04-19 21:5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