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가 국내 최초로 카드 소비데이터 기반의 '탄소배출 지수'를 올 하반기 선보인다. 앞으로 보다 정교한 지수 산출을 위해 카드 소비 데이터 등을 정밀 분석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카드는 국내 카드 소비데이터를 기반으로 탄소배출 지수인 '신한 그린 인덱스'를 비자와 공동 개발중이라고 23일 밝혔다. 오는 8월 마이데이터 오픈 등과 연계해 고도화 작업을 거친 뒤 올 하반기 정식으로 지수를 오픈할 예정이다. 그간 탄소배출 관련 연구는 주로 생산이나 에너지 소비량 측면에서 이뤄졌다. 반면 신한 그린 인덱스는 카드 소비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비가 유발하는 탄소배출계수를 산출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신한카드는 신한 그린 인덱스를 통해 고객들의 친환경 소비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가령, '소비 탄소배출 스코어' 제도를 도입하고 텀블러 전용 할인쿠폰을 제공해 일회용컵을 사용하지 않으면 탄소배출 스코어가 내려간다. 고객 스스로 착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게 카드측의 설명이다. 신한카드측은 "신한 그린 인덱스를 기반으로 다양한 기업의 '착한 마케팅'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선순환 구조 'ESG마케팅 플랫폼'으로 확장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jyyoun@fnnews.com 윤지영 기자
2021-02-23 17:56:44메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 '스레드'의 모바일 사용자 수가 출시 2년 만에 엑스(X·옛 트위터)를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월간활성이용자(MAU)가 500만명을 넘어서는 기세로, 2030세대와 소통이 중요한 다양한 기업들에게 필수 마케팅 SNS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8일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6월 스레드의 MAU는 532만4973명으로, 3월 처음 500만명을 넘어선 이후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사한 플랫폼으로 꼽히는 엑스가 국내에서 600만명 대를 유지하며 정체된 사이 스레드는 급속도로 몸집을 불려왔다. 지난해 6월만 해도 스레드의 국내 MAU는 264만명 수준이었지만, 1년 만에 이용자가 2배 이상 증가했다. 미국에서도 스레드는 엑스에 거의 근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7일(현지시간) 시장조사 업체 시밀러웹(Similarweb)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스레드 앱의 평균 일일 활성 이용자수(DAU)는 1억 1510만명에 달했다. 같은 기간 엑스의 일일 사용자 수 1억 3200만명이였다. 스레드는 DAU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7.8% 증가한 반면 엑스의 DAU는 오히려 15.2% 줄면서 두 플랫폼 격차가 크게 줄었다. 미국에서 엑스의 부진은 지난해 11월 미 대선에서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전폭 지원한 것에 반발해 많은 이용자가 엑스를 떠난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스레드의 경우 엑스를 떠난 이용자들을 유입시키며 빠른 성장을 이뤄냈다는 분석이다. 기존 인스타그램 이용자가 쉽게 쓰레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배경으로 꼽힌다. 여기에 '텍스트 힙(책 읽기가 세련된 것으로 여겨지는 현상)'이 맞물리며 텍스트 위주의 SNS인 스레드 유행을 만들어냈다. 지난 2023년 7월 메타가 선보인 스레드는 텍스트 기반의 SNS다. 간단한 사진이나 짧은 동영상(숏폼)도 올릴 수 있지만, 주로 일상이나 정보를 공유하는 텍스트 기반의 콘텐츠가 주가 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2030세대를 중심으로 스레드 사용자가 급증하며 팔로워를 '쓰친'이라고 부르고, 반말을 사용하는 스레드 만의 문화가 만들어졌다. 특히 네이버에서 운영하는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KREAM)은 기업 공식 계정임에도 이러한 스레드의 문화를 적극 차용해 반말을 사용하며 소통 중심의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계정 운영자가 스스로를 '담당자'라 칭하며 "평생 뽕 뽑을 데님 쇼츠 추천하고 감"이나 "신발 박스 못 버리는 사람 이해 안감/ 그때부터 였나요 나 자신이 이해가 안 갔던게..." 등 익살스럽고 편한 게시물을 올리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밖에 2030세대를 주요 타겟으로 삼고 있는 기업간소비자(B2C)거래 기업들도 스레드 안에서 소통을 늘려가고 있는 추세다. 네이버웹툰·카카오페이지 등 정보기술(IT) 콘텐츠 제공 기업, 농심·GS25·유니클로 등 소비재 기업 뿐만 아니라 삼성도 공식 뉴스룸 계정을 운영하며 스레드에 뛰어들었다. 한 마케팅 업계 관계자는 "소수 인플루언서와 광고 위주인 인스타그램이나 매니아틱한 엑스에 비해 아직까지 스레드에 기회가 남아있다고 보고 있다"며 "소통 접점을 늘리고 이미지를 제고하려는 기업들이 더 많이 진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2025-07-08 18:30:28[파이낸셜뉴스] 넷플릭스가 ‘오징어게임 시즌 3’ 흥행에 힘입어 지난달에도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위를 기록했다. 4일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6월 MAU는 1449만9273명에 달했다. 넷플릭스는 지난달 중순께 한 때 일간활성이용자수(DAU)가 300만명에 못 미쳤다. 하지만 '오징어게임 시즌 3'가 공개된 같은 달 27일 DAU가 414만2663명으로 급증했고 이튿날인 28일에도 412만6065명을 기록하면서 그 빈틈을 채워줬다. 이는 지난해 연말 오징어게임 시즌 2 공개 직후 이틀간 DAU(412만8302명, 372만8758명)보다 높은 수치이며, 오징어게임 시즌 3를 뛰어넘은 작품은 '더 글로리 파트 2'(524만3642명, 539만5064명)가 유일하다.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투둠(TUDUM)’에 따르면 지난달 23~29일 오징어게임3은 약 6000만회의 시청 수를 보이며 비영어권 TV쇼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국가별로는 미국과 일본, 아르헨티나 등 대륙을 가리지 않고 전 세계 93개국에서 1위를 질주했다. 지난달 20일 개봉한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역시 전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지만 국내의 경우 DAU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티빙은 꾸준한 MAU 상승세를 드러냈다. 티빙의 6월 MAU는 728만3168명으로, 전달 대비 12만 4368명(1.7%) 증가하면서 3위 쿠팡플레이와의 격차를 벌렸다. 두 회사의 MAU 차이는 5월 7764명에서 지난달 32만6456명으로 벌어졌다. 티빙 관계자는 “야구가 시즌 중반에 접어들며 인기가 고조돼 티빙 야구 중계에 시청자가 많이 몰렸다”며 “오리지널 콘텐츠와 tvN 드라마 시청률도 매우 좋은 편이고 지난달 2일부터 시작한 ‘배달의민족’과의 통합 멤버십 상품도 호응을 얻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드라마 ‘미지의 서울’ 마지막 두 회차가 방송된 지난달 28일과 29일 티빙의 DAU는 각각 약 219만명과 197만명에 달했다. 미지의 서울 최종회 시청률은 전국 가구 평균 8.4%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5월 27만4706건이던 신규 앱 설치 건수는 지난달 35만4969건으로 29.22% 늘었다. 쿠팡플레이는 전달 대비 19만4324명 줄어든 728만3168명의 6월 MAU를 기록했다. 쿠팡플레이는 지난달 중순부터 스포츠 경기 중계 전용 요금제인 '스포츠패스'를 운영하기 시작해 이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관건이다. 기존 이용자들은 쿠팡 와우 멤버십 요금 7890원에 스포츠패스 9900원을 합쳐 매달 1만7790원을 내야하는 상황이 됐다. 스포츠 패스를 이용하면 잉글랜드, 스페인, 독일, 스페인 등 유럽 축구는 물론 F1, F1 아카데미, 나스카, LIV 골프, PGA 챔피언십, NFL 등 총 48개 리그 및 대회 중계를 볼 수 있지만 소비자 부담이 커진 상태다. 4위인 웨이브는 지난달 MAU가 430만1300명으로 전월(412만5283명)보다 증가했다. 5위인 디즈니+ 역시 249만3872명으로 전달(243만4607명)보다 이용자 수가 늘었다. 반면 최근 49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며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 거절'을 통보 받은 왓챠는 지난달 MAU가 45만522명으로 올해 들어 최저치를 보였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박성현 기자
2025-07-03 16:39:14[파이낸셜뉴스] 이달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중반까지 내려가며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에 원화 가치가 상승한 가운데 달러화 가치는 하락하면서 전월보다 20원 넘게 급감했다. 업계에서는 미국 성장 둔화가 가시화하면서 달러화가 약세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29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오는 30일을 제외한 6월 평균 원·달러 환율은 1366.5원(오후 종가 기준)으로 집계됐다. 전월(1390.7원)보다 24.2원 내려간 수치로 지난해 10월(1365.4원) 이후 최저 수준이다. #OBJECT0#물가의 상대적 변화를 반영해 통화의 실질 가치를 나타내는 해당 지수는 국제결제은행(BIS) 실질실효환율 지수도 상승세다. 5월 말 기준 원화의 실질환율 지수는 91.6으로 전월 대비 2p 상승했다. 여전히 기준선(100)을 하회하고 있지만 이달 환율의 수준을 고려할 때 실질가치는 이달 들어 더 높아졌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말 비상계엄과 탄핵사태 등 정국 불안 여파에 1450원대를 상회했던 원·달러 환율은 상호관세 등 대외불안까지 겹치며 5개월 연속 1400원대를 돌파했으나, 지난달부터 약달러에 대한 시장 투심이 확대되면서 1300원대에 안착했다. 특히 이달 들어 미국 정책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며 달러 약세 흐름은 더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26일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장중 97.270까지 하락했다. 지난 2022년 3월 2일(97.261) 이후 3년 3개월여 만에 최저치다. 금융권에서는 하반기에도 달러화가 성장 둔화를 기반으로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예외주의 약화와 글로벌 탈달러 모색의 영향에 놓인다는 지적이다. 이용재 국제금융센터 원장은 "장기 선행지표 부진 조짐, 통상환경 불확실성 장기화 등으로 지난 수년간에 비해 미국의 경제 활력 위축이 불가피하다"며 "달러인덱스는 완만한 약세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도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대신증권은 “펀더멘털 측면에서 수출 경기 둔화가 불가피하나, 소비 및 기업심리 개선에 따라 내수는 우려보다 양호할 가능성이 있다”며 4·4분기 원·달러 환율을 1350원 수준으로 예측했다. 삼성증권도 올해 4·4분기에 환율이 1330원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한 가운데, LS증권의 경우 하반기 환율 하단을 1300원으로 평가했다. 다만 달러화 실수요 확대에 환율이 다시 1400원대로 복귀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트럼프 2기 집권 후 작년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국내 기업 미국 현지 생산기지 이전 이슈 고려 시 2022~2024년과 마찬가지로 해외투자 확대는 강력한 달러 환전 수요”라고 설명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2025-06-29 13:53:38최근 달러 가치가 하락하는 가운데 원화 가치는 크게 오르고 있다. 저평가 상태가 해소되는 과정에서 앞으로도 원화 가치는 더 상승하고 이는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 4월에 1480원을 넘었던 원·달러 환율이 5월 말에는 1360원대까지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 결정 요인을 고려하면 원화 가치는 더 오를 전망이다. 원·달러 환율 결정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달러 인덱스와 더불어 일본의 엔이나 중국의 위안 등 상대국의 환율이다. 이 외에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나 경상수지도 환율 변동을 초래하는 요인이다. 이들을 설명변수로 원·달러 환율을 종속변수로 회귀 분석해서 원·달러 환율의 적정 수준을 추정해볼 수 있다. 분석 대상 기간은 2001년 1월부터 2025년 4월까지다. 원·달러 환율은 이들로 추정한 적정 수준에서 벗어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여기에 근접하면서 변동해왔다. 2025년 4월 말 이들 변수로 추정한 적정 원·달러 환율은 1169.7원으로 나타났다. 실제 환율은 1426.9원이었다. 원화 가치가 22% 저평가된 셈이다. 단기에 원·달러 환율이 적정 수준까지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환율을 결정하는 요인을 보면 원화 가치는 더 오를 확률이 높다. 원·달러 환율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경제변수는 달러 인덱스이다. 달러 인덱스가 연초 110에서 5월 말에는 99 수준까지 하락했다. 미국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달러 인덱스는 더 떨어질 확률이 높다.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크게 둔화할 전망이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69%를 차지하는 소비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올해 성장률이 1% 안팎에 그쳐 지난해(2.8%)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중장기적으로 달러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4월 세계경제전망에서 세계 GDP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4년 26.4%에서 2030년에는 25.7%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과거에 미국의 GDP 비중과 달러 인덱스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6년간 달러 인덱스가 하락한다는 의미이다. 또 미국의 대내외 불균형 확대도 달러 인덱스 하락 요인이다. 미국의 대외순부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16.7%에서 2024년에는 89.3%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연방정부 부채도 GDP 대비 89.9%에서 124.1%로 증가했다. 무디스가 최근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1'으로 내린 주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와 더불어 세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가운데 달러 비중이 2000년 71.1%에서 2010년 62.2%, 2024년에 57.8%로 줄었다. 특히 중국이 미 국채를 팔고 금을 사고 있다. 미국으로 외국인의 직접투자나 증권투자 자금 유입이 조금이라도 줄어들면 달러 인덱스는 하락할 것이다. 이런 요인을 고려할 때 달러 인덱스가 하락하고 원화 가치는 더 상승할 확률이 높다. 원화 가치가 상승할 때 1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우리 경제에서 수출 중심으로 제조업 생산은 둔화했고 서비스업 등 내수는 증가했다. 달러 인덱스가 하락하는 시기에는 S&P500보다는 코스피가 상대적으로 더 올랐다. 실제로 2000년 1월에서 2025년 4월 통계로 분석해보면 코스피/S&P500의 상대지수와 달러 인덱스 사이에 역의 상관관계(상관계수 -0.83)가 있었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이 1% 하락하면 코스피는 0.79% 상승했다. 업종별로 보면 원화 가치가 상승할 때 전기전자 업종보다는 금융업 등 내수 관련 업종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더 올랐다. 주식 투자자라면 미국 주식보다는 내수 업종 중심으로 국내 주식 비중을 더 늘리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2025-05-29 18:54:40[파이낸셜뉴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75%에서 2.50%로 0.25%p 내렸다. 건설경기 등 내수 부진 장기화에 미국 상호관세 충격에 수출 둔화 우려까지 겹치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0.8%까지 떨어지자 경기 부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25bp(1bp=0.01%p) 인하했다. 이에 기준금리는 2022년 10월 11일(2.50%) 이후 2년 7개월여 만에 2.5%까지 떨어졌다. 이날 기준금리 인하는 시장의 전망에 부합하는 결과다. 파이낸셜뉴스가 채권시장 전문가 11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본지 2025년 2월 26일자 보도 참고> 1인을 제외한 전문가 10인이 전원이 한은이 5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p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달 금통위의 금리 인하 기조를 멈춘 외환시장 변동성 우려가 최근 잠잠해진 결과다. 달러 자산 신뢰가 약화하며 달러인덱스가 100 아래에서 맴도는 가운데, 미국이 우리나라에 원화 절상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면서 원화는 강세 압력을 받고 있다. 이날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평균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444.31원에서 이달(1일~28일) 1395.22원까지 내렸다. 한은의 올해 경제성장률 수정 전망치는 0.8%로 제시됐다. 지난 2월 전망치(1.5%)보다 0.7%p 낮아진 것으로 지난 2020년 8월 1.1%p 조정 이후 최대폭 하향조정이다. 앞서 전문가 11명 중 6명이 0%대 진입을 예측한 것을 고려할 때, 한은의 전망치는 시장 예측과 부합한 것으로 8개 해외 주요 투자은행(IB)이 지난달 말에 제시한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과도 일치한다. 이는 건설 경기를 등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미국 상호관세 충격에 따른 수출 부진 등 대내외 악재가 작용한 영향이다.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를 0.9%로 예측한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미, 미중 관세협상 결과가 당초 발표안보다는 긍정적으로 나오겠지만 애초에 관세정책 자체가 성장을 짓누르는 요인”이라고 했다. 0.8%를 전망한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1·4분기 성장률 마이너스에 미국 관세부과로 인한 2·4분기 수출 위축까지 경기하방 리스크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전망치와 같은 1.9%를 기록하며 시장의 예측과 대체로 일치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망치를 상회하면서 물가상승률이 상향 조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으나, 국내 소비 부진이나 국제 유가 하락 등 하방 요인이 상승 압력을 상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번 금통위 기자회견의 관전 포인트는 통상 환경 변화에 대한 한국은행의 해석이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나타난 트럼프 행정부 상호관세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이창용 한은 총재의 견해에 따라 추가 금리 인하 횟수가 늘어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0%대 성장률 전망이 나온 만큼 대선 이후 2차 추가경정예산 등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할 지도 관심이 주목된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2025-05-29 09:52:23[파이낸셜뉴스] "사과의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YTN 등 방송통신 분야 청문회'에선 증인으로 출석한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CEO)를 향해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다'는 질책이 쏟아졌다. 지난달 18일 해킹 공격으로 SK텔레콤 가입자의 유심(USIM) 정보가 탈취된 사건이 일어나면서 SK텔레콤은 국민적 분노를 샀다. 사고 소식을 뒤늦게 알린 데다 대처와 사과까지 늦어진 데 따른 질타였다. 그리고 이틀 뒤인 2일 유 대표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이날 유 대표는 서울 을지로 SKT타워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사이버 침해 사고 관련 고객 불안과 불편을 초래한 데 대해 사과하고 고객 보호를 위한 추가 조치 방안을 설명했다. 유 대표의 이날 사과와 설명이 그동안의 분노를 잠재울 지는 미지수다. 사과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사과의 방식 “본의 아니게=예상과는 다르게,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내가 한 짓이다, 더 나은 모습으로 보답하겠습니다=좀 더 해 먹어야겠다.” 방송작가이자 코미디언인 유병재씨가 지난 2012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의 일부다.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병재 사과문'이라는 설명과 함께 회자되는 이 글은 기업이나 공인에겐 사과문의 해설서로 불리는 동시에 사과문을 잘 써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고 있다. 사과 형식의 입장 발표는 말 그대로 발생한 위기나 저지른 잘못을 인정하고 틀어진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이다. 최근엔 사과의 언어보다 사과의 방식이 의도와 달리 오해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SK텔레콤 해킹 사건이 대표적이다. SK텔레콤은 지난달 18일 가입자 유심 정보 해킹 정황을 인지하고 약 45시간 만인 20일 오후 4시 46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신고했다. 그리고 지난 22일에야 언론에 보도 참고 자료를 배포하면서 해킹 사고 사식을 알렸다. 유심 정보가 해킹됐음에도 “주민등록번호, 결제 계좌번호 등 민감 정보는 유출되지 않았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내용에 집중했다. 무엇보다 고객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는 방식에 불만이 터졌다. 문자로는 알리지 않고 자사 ‘T월드’ 인터넷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에 사과문을 올렸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현재 T월드 앱을 사용한 사람 수는 223만4016명이었다. 이는 이달 1~21일 평균 이용자 수인 약 74만2028명 대비 3배 이상이었다. 해킹 사실이 처음 알려진 22일 역시 사용자 수가 105만3700명으로 전월(75만1878명) 대비 40.1% 증가했다. 무엇보다 해킹 사고가 알려진 뒤에야 비로소 T월드에 가입하는 사람이 많았다. T월드 앱 신규 설치 건수도 지난 23일 6801건으로 이달 1~21일 평균치(1183건) 대비 6배 가량 증가했다. T월드에 고객들이 몰리면서 1시간에 가까운 대기 시간이 발생하기도 했다. T월드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은 사과도 받지 못한 셈이 됐다. 불친절한 사과의 사례는 또 있었다. 파이낸셜뉴스가 첫 보도한 안성재 셰프의 모수 서울이다. 모수 서울은 사고 직후 "최근 KT를 사칭해 모수(서울)의 전화번호로 착신 전환을 한 후 식사 비용을 요구하는 범죄 행위가 발생한 점을 확인해 경찰에 고발 조치했다"는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리는 데 그쳤다. 피해자 중엔 뉴스를 보고 인스타그램에 가입해 해당 내용을 확인한 사람도 있었다. SK텔레콤 가입자나 모수 서울 피해자들은 중요한 안내를 앱이나 SNS에만 올린 이유에 불만을 토로하고 피해 사실을 뉴스에서 보게 됐다는 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결국 SK텔레콤 가입자들은 집단 소송에 들어가기로 했다. 모수 서울에 예약하려다 금전적 손실을 입은 피해자들 중 일부도 법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사과, 두 가지만 잘 하면 된다 전문가들은 SK텔레콤이나 모수 서울이 '잘못된 사과의 전형을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SK텔레콤의 사과 방식을 두고 "사람들에 대한 기본 예의가 안 돼 있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 역시 "사과를 받아야 할 사람이 앱이나 SNS에 들어가서 사과문을 찾아보는 상황을 만들었다"면서 "자신들이 갑인 듯 '사과문 올렸으니 들어와서 봐라'라고 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기업이 지켜야 할 사과의 방식 두 가지도 제시했다. '빨리'와 '더 많이'다. 이 교수는 "사과와 피해에 대한 보상이 필요한 데 원칙이 있다"면서 "사과는 빨리, 피해보상은 고객이 기대한 것보다 더 많이, 더 세게 해야 한다. 그게 사과의 기본이며 초기 단계에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빠른 사과를 해야 하는 데 이유도 있었다. 안 교수는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사고가 터지자마자 공개적으로 사과부터 하고 24시간 안에 이용자에게 통지했어야 했다"며 "이는 정보 유출로 불안감이 커진 가입자들을 안심시키고 신뢰에 대한 확신을 주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기업이 '사과'에 인색해진 데는 달라진 사회 정서를 꼽았다. 안 교수는 "대한민국은 현재 '예스' 아니면 '노' 극단으로 나뉘어진 상태다. 사과하면 잘못을 인정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생기고 이에 따라 치명적 손해가 발생할 거라 보고 있다"면서 "진상 규명의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사과부터 하면 안 된다는 정서가 기업들에도 반영이 된 듯 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도 "정치권이 이 사회에 끼친 폐해인 듯하다"면서 "정치는 정치일 뿐이다.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는 신의와 신뢰를 바탕으로 금전적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신의가 깨졌을 경우 빠르게 사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빨리''더많이' 공식에 맞지 않게 SK텔레콤은 해킹 사고가 발생하고 닷새가 지난 지난달 23일부터 사과문과 유심 보호 서비스 안내를 담은 문자 전송을 시작했다. 문자도 뒤늦게 도착했다. 시스템 문제로 2300만명 전원에게 일시에 보낼 수 없었다는 게 SK텔레콤 설명이다. 유영상 대표는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SK텔레콤 사옥에서 고객 정보 보호조치 강화 설명회를 열고 유심 무상 교체를 발표하며 사과했지만, 유심 물량을 확보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 같은 조치를 발표하면서 '오픈런' 사태를 야기했다. 닷새 뒤인 청문회에서 다시 한번 사과한 유 대표는 이날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모수 서울은 "경찰 조사가 나오기 전까지"라는 전제를 들며 피해자들에 사과는 물론 보상에 대한 대화도 하지 않고 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2025-05-02 13:51:52【 실리콘밸리=홍창기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사진) 취임 100일을 맞아 전 세계가 대혼란에 빠졌다. 미국 우선주의(아메리카 퍼스트)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압축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한국 등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을 배제시키며 충격을 줬고, 중국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을 훼손하고 있다. 관세 등의 경제 정책을 비롯해 다른 정책에 대해서도 미 국민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등을 돌렸다. 취임 후 이달까지 갤럽 등 각 여론조사 기관에서 실시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평균 지지율은 45%에 그쳤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취임한 대통령 중 역대 두번째로 낮다. ■트럼프 137건의 행정명령 사인26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정부 관보(Federal Register)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 후 총 137건의 행정명령에 사인했다. 이는 전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취임한 후 100일 동안 서명한 행정명령의 3배를 웃돈다. 또 트럼프 1기 정부 첫 3개월간 서명한 행정명령보다 100건 이상 많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137건의 행정명령 중 핵심은 중국에 최고 145%의 관세를 부과하는 관세 정책인데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을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에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더 강경하게 나오고 있다. 중국이 예상외로 강경하게 나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무역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주장했지만 중국은 협상 존재 자체를 부인하며 그를 머쓱하게 하고 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를 했다고 했지만 중국 정부는 "양국은 결코 관세 문제에 관해 협상이나 담판을 진행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달러 가치 9%·증시 8.66% 하락백악관 대변인 쿠시 데사이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주요 기업들이 역사적인 투자 약속을 통해 수조달러를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불확실성 정책으로 인해 오히려 미국 금융 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주가지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기준으로 트럼프 취임 당일 이후 지난 25일까지 8.66% 하락했다. 미국 달러화도 약세다. 25일(현지시간) 기준 유로화와 일본 엔화 등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한 달러화 인덱스(DXY)는 99.59로 마감, 트럼프 취임 당일(109.35) 이후 약 9% 하락했다. 이 같은 달러 가치 하락은 닉슨 대통령 이후 미국 대통령 중 취임 후 100일 동안 가장 급격한 하락세다. 반면 전통적 자산으로 꼽히는 금값은 트럼프 취임 후 22.5%나 치솟으면서 온스당 3318달러를 기록하고 있는데 금값이 4000달러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경기에 민감한 미국의 소비재생활기업 P&G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안드레 슐텐은 "우리는 미국과 유럽에서 경기 둔화 신호를 감지하기 시작했다"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전했다. 세계적 자산운용사 아폴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토르스텐 슬로크는 경기 침체 발생 확률이 90%라고 추정했다. theveryfirst@fnnews.com
2025-04-27 19:15:57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로 미국의 대내외 불균형이 축소되고, 한국 경제는 수출 중심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을 확률이 높다. 특히 한국의 각 경제 주체는 환율의 급격한 변동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이유는 미국의 대내외 불균형이 지나치게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우선 2024년 연방정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24.1%로 매우 높다.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 정부가 지출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2020년 54.9%에서 2020년에는 129.9%로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 이후 부채 비율이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여기에다가 대외 불균형도 지속하기 어려울 정도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대외순부채(=대외자산-대외부채)가 26조2321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다. GDP 대비 비율도 2000년 15.0%에서 2024년에는 89.8%로 급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일 미국 주요 교역 대상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그 뒤 중국에는 관세를 145%로 인상했고, 나머지 국가에 대해서는 관세 부과를 90일 유예하면서 협상을 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관세가 미국의 재정 수입에 얼마나 도움을 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관세로 미국의 소비가 위축되면서 수입이 줄어들 확률은 매우 높다. 이미 심리 데이터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국 미시간대학 4월 소비자심리지수가 50.8로 2022년 6월(50.0) 이후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가계가 관세 부과로 물가가 오르기 전에 상품을 사면서 3월까지는 소비지출이 증가했지만, 4월부터는 소비심리 위축이 실제 소비 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소비가 감소하면 미국의 수입이 줄면서 무역적자가 줄 것이다. 미국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9%로 높기에 소비 감소는 곧 미국 경제의 침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 트럼프 대통령은 내부적으로 연방준비제도(연준)에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외부적으로는 무역 상대국에 통화가치 상승을 요구할 것이다. 연준의 통화정책 목표는 '물가 안정'과 '고용 최대화'이다.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물가상승률보다는 고용 감소율이 더 커질 것이기 때문에 연준은 금리를 인하할 전망이다. 이를 반영하여 달러 인덱스는 2023년 7월 이후 처음으로 100 이하로 하락했다. 미 재무부는 조만간 '주요 교역 상대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 정책 보고서'를 발표할 것이다. 미국은 중국 등 일부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그 나라의 통화가치 상승을 요구할 전망이다. 그 이후 달러 인덱스 하락 속도가 더 가파르게 진행되고 다른 나라 통화가치는 크게 오를 것이다. 우리 원화도 예외가 아니다. 필자가 원·달러 환율을 결정하는 달러 인덱스, 위안·달러 환율, 엔·달러 환율, 한미 금리차, 경상수지로 환율의 적정 수준을 추정하면 지난 3월 말 원화 가치는 19% 정도 저평가되었다. 각 경제 주체가 다가올 환율의 급격한 변동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관세와 미 달러에 대한 원화 가치의 상승으로 대미 수출은 줄어들 확률이 높다. 정책당국은 유로, 엔, 위안화 등에 비해 우리 통화가치가 더 오르지 않도록 외환시장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기업들도 선제적으로 환율 변동에 대응하며, 미국 이외의 시장으로 수출을 적극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 달러 인덱스가 하락할 때는 미국 주가보다는 한국을 비롯한 신흥시장 주가가 더 올랐다. 미국 주식 투자 비중이 높은 개인은 미국 이외 국가의 비중을 늘려야 할 것이다. 우리 주식시장도 그중 하나다.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2025-04-22 18:06:36[파이낸셜뉴스] 이달 국내 경제심리가 비상계엄 당시인 지난해 12월만큼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강도 상호관세에 미중 갈등이 심화돼 국내 경제성장률 하방 압력이 커진 가운데 달러 가치 하락에도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유지하는 등 원화 저평가 흐름이 지속된 탓이다. 이에 더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에도 국내 정치 불확실성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도 비상계엄 사태 전보다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향후 국내 경제 지표도 부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중 갈등에 맥 못추는 원·달러 환율까지 ‘이중고’ #OBJECT0# 15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국민 경제심리를 나타내는 뉴스심리지수(NSI) 이달(1~13일) 88.33으로 집계됐다. 지난 2월(99.85) 이후 두 달 연속 하락세로 비상계엄 당시인 지난해 12월(85.75)에 근접한 수치다. 뉴스심리지수는 한은이 지난 2022년 1월 개발한 실험적 통계 지표다. 경제 분야 언론 기사에 나타난 경제 심리를 지수화한 것으로 소비자심리지수 등 한은이 발표한 주요 경제심리지표를 1~2개월 선행한다. 지수가 100보다 크면 경제 심리가 과거 장기 평균보다 낙관적, 100을 하회하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4월 NSI는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인 미국과 중국 간의 관세 갈등이 격화하며 주저앉았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총 104%의 '관세 폭탄'으로 위협하고, 중국 정부도 즉각 '전방위 비례 대응 보복'에 나섰던 지난 9일에는 NSI가 82.83까지 떨어졌다. 이는 정국 불안이 지속되고 무안 제주항공 참사로 연말연초 각종 행사마저 취소돼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지난해 12월 31일(82.6) 이후 최저치다. 성장률 하방 압력은 확대됐다. 영국의 리서치그룹 캐피탈이코노믹스은 미국이 유예기간 후 관세를 추가 인상하거나, 국가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145% 수준의 대(對)중 관세가 유지된다면 글로벌 성장률이 1%p가량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발 관세 충격의 여파가 큰 한국의 경우 주요 투자은행(IB) 8곳의 평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지난 2월 말 1.55%에서 지난 13일 기준 1.35%로 한 달 만에 0.2%p 하락한 상태다. 특히 우리나라는 성장 부진 우려에 원화 가치 저하라는 악재까지 겹친 상태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올해 1월 13일에는 110.164까지 뛰었으나 관세 리스크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로 이 99.6까지 떨어지며 9.59% 평가 절하됐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은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1425.5원에 마감하며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같은 기간 3.08% 오르는 데 그쳤다. ■정치 불확실성 지수, 尹파면 뒤에도 높은 수준경제심리뿐 아니라 국내 정치 불확실성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도 비상계엄 사태 전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치 불확실성 지수는 지난 13일 기준 2.5(일주일 이동평균)로 집계됐다. 지난 2000년 1월 1일부터 현재까지의 장기평균을 0으로 가정할 때의 상대적 수치다. 정치 불확실성 지수는 한은 조사국이 언론 기사 중 제목과 본문 등에 '정치'와 '불확실'을 포함한 기사 수를 집계해 산출한다. 통상 지수 상승이나 하락은 언론 기사를 바탕으로 판단한 정치 불확실성이 과거 평균보다 확대 또는 축소되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 12월 초 0.4~0.5에 그쳤던 지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다음날부터 가파르게 오르며 같은 달 14일 12.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종전 최고치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인 2004년 3월 17일의 8.8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인 2016년 12월 13일에도 6.2까지 상승했다. 지수는 2월 하순 1~2 수준으로 안정됐으나 지난 4일 탄핵심판 선고를 전후로 3을 상회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 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나, 6개월 전만 해도 마이너스(-) 수준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꽤 높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으로 리더십 공백을 메울 길이 열렸지만 정치적, 경제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바클리도 "탄핵이 마무리됐지만, 대선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정치 불확실성 등 리스크가 장기화하면서 환율은 혼조세가 예상된다"고 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2025-04-15 15:3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