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독일에서 동양인으로 성악을 한다는 것은 전쟁터에 나가는 것과 다름없었다. 거리에서 밤낮으로 스킨헤드(신나치주의자)의 위협을 느꼈고 마음 붙일 곳이라곤 극장뿐이었다. 당시 독일 프랑크푸르트-오더 극장에서 첫 작품으로 '마술피리' 타미노 역을 맡은 적이 있다. 성악가들과 함께 연습하며 작품이 완성되어가는 만족감에 타국에 점점 적응하고 있음을 느꼈다. 오페라를 연습하는 과정은 스태프, 성악가들과 수많은 약속을 하는 것과 같다. 무대 위 동선을 정하고 행동을 통일시키는 약속은 반복되는 공연에도 동일한 퀄리티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어느 날, 상대역인 독일 소프라노가 공연 중 약속에도 없던 돌발행동을 한 적이 있다. 마지막 피날레 장면에서 갑자기 입을 맞춘 것이었다. 무척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습에 그녀는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동양에서 온 숫기 없는 어린 테너를 놀리려고 작정한 것이었다. 10년간 해외에서 오페라가수로 생활하며 겪은 차별을 돌이켜보면 이건 귀여운 수준이다. 이방인 음악가로서 겪는 차별도 견디기 힘든 일이지만, 더욱 힘든 점은 외로움이다. 혼자서 호숫가를 산책하며 이국적인 풍경에 행복을 느끼는 것도 잠시 극한의 외로움이 마음 깊숙이 파고든다. 음악만이 유일한 친구였던 어느 12월, 얼어붙은 마음을 두드려 준 분이 계신다. 바로 스승인 알도 발딘이다. 아무 연락도 없이 눈보라를 뚫고 찾아오셔서 커피 한잔을 하신 뒤에 "노래하러 가야지!"라고 하셨다. 레슨까지 해주시곤 늦은 밤 기차로 다시 훌쩍 떠나셨다. 추운 날, 커피의 온기가 온몸에 퍼지듯 제자를 향한 애정이 온 마음에 퍼졌다. 레슨 후에 홀연히 떠나시던 모습처럼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셨던 선생님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어려움에도 음악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오페라를 생각하면 여전히 떨리는 마음과 오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전해주는 따뜻함 때문이었다. '마술피리'에서 타미노가 부르는 아리아에는 이런 소절이 있다. "나의 마음은 떨림으로 가득하네. 그래, 이것이 사랑이도다." 이것이 오늘까지도 '마술피리'를 가장 아끼는 이유다. 국립오페라단 단장 겸 예술감독
2023-08-14 18:16:451990년대 독일에서 동양인으로 성악을 한다는 것은 전쟁터에 나가는 것과 다름없었다. 거리에서 밤낮으로 스킨헤드(신나치주의자)의 위협을 느꼈고 마음 붙일 곳이라곤 극장뿐이었다. 당시 독일 프랑크푸르트-오더 극장에서 첫 작품으로 ‘마술피리’ 타미노 역을 맡은 적이 있다. 성악가들과 함께 연습하며 작품이 완성되어가는 만족감에 타국에 점점 적응하고 있음을 느꼈다. 오페라를 연습하는 과정은 스태프, 성악가들과 수많은 약속을 하는 것과 같다. 무대 위 동선을 정하고 행동을 통일시키는 약속은 반복되는 공연에도 동일한 퀄리티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어느 날, 상대역인 독일 소프라노가 공연 중 약속에도 없던 돌발행동을 한 적이 있다. 마지막 피날레 장면에서 갑자기 입을 맞춘 것이었다. 무척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습에 그녀는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동양에서 온 숫기 없는 어린 테너를 놀리려고 작정한 것이었다. 10년간 해외에서 오페라가수로 생활하며 겪은 차별을 돌이켜보면 이건 귀여운 수준이다. 이방인 음악가로서 겪는 차별도 견디기 힘든 일이지만, 더욱 힘든 점은 외로움이다. 혼자서 호숫가를 산책하며 이국적인 풍경에 행복을 느끼는 것도 잠시 극한의 외로움이 마음 깊숙이 파고든다. 음악만이 유일한 친구였던 어느 12월, 얼어붙은 마음을 두드려 준 분이 계신다. 바로 스승인 알도 발딘이다. 아무 연락도 없이 눈보라를 뚫고 찾아오셔서 커피 한잔을 하신 뒤에 “노래하러 가야지!”라고 하셨다. 레슨까지 해주시곤 늦은 밤 기차로 다시 훌쩍 떠나셨다. 추운 날, 커피의 온기가 온몸에 퍼지듯 제자를 향한 애정이 온 마음에 퍼졌다. 레슨 후에 홀연히 떠나시던 모습처럼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셨던 선생님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어려움에도 음악을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오페라를 생각하면 여전히 떨리는 마음과 오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전해주는 따뜻함 때문이었다. ‘마술피리’에서 타미노가 부르는 아리아에는 이런 소절이 있다. “나의 마음은 떨림으로 가득하네. 그래, 이것이 사랑이도다.” 이것이 오늘까지도 ‘마술피리’를 가장 아끼는 이유다. 국립오페라단 단장 겸 예술감독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3-08-10 14:53:55[파이낸셜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장기화되며 휴전론이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 철수, 핵안전보장, 전면적 포로 교환 등 연일 엄격한 협상 조건을 제시하고 나섰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비즈니스인사이더와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화상 연설에서 10개 항의 평화협상 조건을 제시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0일 프랑스어권 국제기구회의(OIF) 연설에서도 같은 조건을 재확인하며 서방의 지지를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제시한 조건은 △핵 안전 △식량안보 △에너지 안보 △포로 석방 △유엔 헌장 이행 △러시아군 철수와 적대행위 중단 △정의 회복 △환경 파괴 대처 △긴장 고조 예방 △종전 공고화 등이다. 그 가운데서도 러시아군 철군과 포로 석방이 우크라이나 측의 핵심적 요구로 보인다. 지난 9월 러시아가 자국 영토로 선언한 동부 도네츠크·루한스크, 남부 자포리자·헤르손 4개 지역을 비롯해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림반도까지 돌려줘야 종전 합의에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동부 돈바스를 시작으로 흑해 연안의 서부 항구도시 오데사로 이어지는 동남부 벨트를 완성하려는 계획을 세웠던 러시아 입장에서는 도저히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더욱이 이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러시아 입장에서는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따라서 러시아로서는 어떤 경우에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러시아에 포로로 붙잡혀 있는 수천 명의 우크라이나 군인과 민간인을 석방시키기 위한 전면적 포로 교환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 조건 역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신나치주의자'(극우 민족주의자) 제거를 주요 전쟁 목표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던 만큼 포로 가운데 이 범주에 속한다고 판단하는 우크라이나인들에 대해 사법 절차를 강행할 것으로 예상돼 이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 밖에도 러시아의 추가적 적대행위를 막을 수 있는 장치 마련, 자포리자 원전의 우크라이나 통제, 국제시장에 에너지·곡물 안정적 공급, 환경 파괴 복원 비용 러시아 부담, 주권과 영토 보장 등도 종전 조건에 있어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변한 러시아라 할지라도 타협점을 찾기에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한편 세계적 석학이며 국제정치학에서 '공격적 현실주의' 이론을 발전시킨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정치학과 석좌교수는 17일 한국일보가 주최한 '2022 코라시아포럼'에서 "미국, 우크라이나, 러시아 모두에게 매력적인 협상안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교착 상태가 수년간 지속되며 전쟁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물러나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푸틴의 후임자가 푸틴만큼 강경하거나 매파적이라는 증거가 많다. 오히려 더 강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2022-11-22 14:58:49미국 민주당 출신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을 겨냥한 '폭발물 소포' 배달 사건이 24일(현지시간) 발생한 가운데 중간선거를 열흘 앞둔 공화당과 민주당이 서로 다른 반응을 보였다. 공화당은 막판 선거변수로 등장한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며 강력 규탄한 반면 민주당은 이번 사건을 언급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데 화력을 집중했다. CNN에 따르면 공화당 지도부는 이번 사건을 '테러행위'로 규정하며 강력하게 비난했다. 공화당의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이날 미 위스콘신주 마라톤카운티 모사이니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 "오늘 아침 뉴스 봤나"라며 "이는 테러행위이며 우리 민주주의에서 설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인 스티브 스컬리스 역시 이번공격이 "범죄를 넘어서 완전한 테러 행위"라고 비난했다. 반면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솔직하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앞서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시기에 우리는 힘을 합치고 함께 해야 한다. 그리고 어떤 종류의 정치 폭력 행위 또는 위협도 미국에서 설 자리가 없다는, 한가지 매우 명확하고 강력하며 틀림없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슈머 대표와 펠로시 대표는 이날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공화당 소속 그레그 지안포르테 하원의원(몬태나)의 "물리적 폭력을 용납했던 것"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지안포르테 의원은 지난해 5월 보권선거 직전 공화당의 보건의료 정책에 관해 인터뷰를 시도하던 영국 일간지 가디언 기자를 땅바닥에 내동댕이치고 주먹으로 때려 물의를 일으켰다. 이 사건에도 지안포르테 의원은 당선됐고 이후 유죄를 인정해 6개월의 선고유예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몬태나 미줄라에서 열린 공화당 지원 유세 도중 지안포르테 의원을 가리키면서 "보디슬램(프로레슬링에서 상대를 들어 올려 매트에 내던지는 기술)을 할 수 있는 어떤 남자라도 그는 내 타입의…나의 남자다"라고 말했다. 슈머와 펠로시는 성명에서 "(지안포르테 의원의) 폭력 행위를 용납하는 발언을 뒤집기 전까지는 그의 (오늘) 발언은 입에 발린 소리"라며 "시간이 흐를수록 대통령은 물리적 폭력을 용납하고 말과 행동으로서 미국민들을 분열시킨다. 기자를 보디슬램한 의원과 샬러츠빌에서 젊은 여성을 살해한 신나치주의자, 자국민을 살해하는 전세계 독재자들을 지지하고 자유 언론을 국민의 적이라고 말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바마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이자 2016년 민주당 대선후보를 지낸 힐러리 전 장관 앞으로 폭발물이 든 소포 배달이 시도돼 미 연방수사국(FBI) 등 수사당국이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전직 대통령을 경호하는 미 비밀경호국(SS)은 "오바마 전 대통령과 클린턴 전 장관의 자택에 배달될 수 있는 잠재적 폭발물을 각각 탐지해 차단했다"고 밝혔다. 비밀경호국은 "해당 소포들은 일상적인 우편물 검사 절차에서 폭발성 장치로 즉시 확인돼 적절하게 처리됐다"며 "경호대상자들은 소포를 받지 못했고 받을 위험도 없었다"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워싱턴DC에 자택이 있고, 힐러리 전 장관은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함께 뉴욕시 교외에서 거주한다. 오바마 전 대통령 자택이 수신처인 소포는 이날 오전에,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 자택으로 보내려 한 소포는 전날 저녁에 각각 발견됐다.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은 당시 민주당 중간선거 지원을 위해 플로리다를 방문 중이었으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자택에 머물렀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언론은 전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 한 행사에 참석해 "소포가 집으로 배달되기 전에 미리 걸러내준 비밀경호국(SS) 요원들 덕분에 우리는 잘 있다"고 감사의 말을 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트위터 계정에서 "이번 사건에 대처해준 비밀경호국과 사법당국에 감사하다"며 "우리나라와 공동체의 안전 유지를 위한 그들의 끊임없는 노력에 영원히 감사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뉴욕 맨해튼의 타임워너 빌딩에 입주한 CNN방송 뉴욕지국에도 폭발물 소포가 배달돼 직원들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발생했다. 이 밖에도 최소 2명의 민주당 측 인사들에게 폭발물로 의심되는 소포가 배달된 것으로 나타나 이틀 전 민주당 기부자인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에게 배달된 것까지 포함해 총 6건의 폭발물 소포가 드러났다. 수사당국의 사전 차단 등으로 다행히 피해는 없었지만, 중간선거가 임박한 때에 '반 트럼프' 진영의 주요 인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도 높은 비판을 해온 언론을 향한 테러 협박 시도라는 점에서 선거에 변수로 작용할지가 주목된다. 사건을 수사 중인 FBI는 이날 배달된 소포가 다소 조잡한 형태의 파이프 폭탄이라고 밝혔다. 국가반테러센터의 마우라 비어드 대변인은 CNN에 이번 사건이 외국 테러리즘과 관련있는지 여부는 아직 결론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2018-10-25 10:21:27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버지니아주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시위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와 관련, 반대 시위자까지 포함한 "양측 모두의 잘못"이라는 자신의 주장을 재차 강조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사실상 극우세력에게 쏟아졌던 비난을 덜어준 것으로, 이같은 발언에 대해 백인우월주의 단체 KKK(쿠클럭스클랜) 등에서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반면 대다수 사회 저명인사 등은 비난의 날을 세웠다. ■ 트럼프 U턴 발언에 극우단체 "환영"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남부 연합군 사령관 로버트 리 장군 동상 철거를 막기 위해 시위를 나섰던 사람들이 전부 백인우월주의자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나는 신나치주의자를 비난했고, 여러 다른 그룹들을 규탄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신나치주의자는 아니었다. 나를 믿어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양쪽(both sides) 모두에 책임이 있다"고 다시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은 불과 24시간전 그가 백악관에서 프롬프터를 통해 읽었던 "KKK와 신나치주의자, 인종주의자를 규탄한다"는 발언과도 차이가 있다. 또 이날 애초 교통, 수도 등 인프라 투자에 대한 행정명령과 관련한 기자회견 자리였으나 작심한 듯 즉흥적으로(off the cuff) 비난 방어에 나섰다고 FT는 지적했다. 대통령은 백인 우월주의자들이나 신나치주의자의 환심을 사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극우파 단체들은 즉각 반응했다. KKK 대표를 지낸 데이비드 듀크는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정직하고 용기 있게 샬러츠빌 사태의 진실을 말하고 좌파 테러리스트들을 비판한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백인우월주의 집회를 주동하고 있는 '대안우파(alt-right)' 리더 리처드 스펜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의 정체성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정신적으로 연결돼 있다. 그는 내 인생에서 처음보는 진짜 애국주의자"라고 치켜세웠다. ■ 논란속 환경규제 축소 명령 서명극우 소수 집단을 제외한 대다수 저명인사들과 미국 여론은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윌 허드 공화당 하원의원(텍사스주)은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며 "프롬프터나 읽고 즉흥발언은 중단하라"고 촉구했으며, 스티브 스티버스 공화당 하원의원(오하이오주)도 "백인우월주의자들과 신나치주의자들은 악랄하고, 방어되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발언에 실망한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대통령 직속 제조업위원회 사퇴도 잇따르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리처드 툼카 미국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 회장 등 7명이 이날 추가로 대통령 직속 제조업위원회를 떠났다. 이제 남은 기업인들은 17명이다.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인프라 투자를 활성화하고 환경규제를 축소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행정명령 서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대선에서 공약했던 1조 달러(약 1142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의 일환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행정명령으로 망가진 인프라 허가 절차가 개편될 것이고, 로비스트와 컨설턴트에게 갔던 일자리들이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으로 내다봤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2017-08-16 17:32:55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버지니아주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시위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와 관련, 반대 시위자까지 포함한 "양측 모두의 잘못"이라는 자신의 주장을 재차 강조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사실상 극우세력에게 쏟아졌던 비난을 덜어준 것으로, 이같은 발언에 대해 백인우월주의 단체 KKK(쿠클럭스클랜) 등에서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반면 대다수 사회 저명인사 등은 비난의 날을 세웠다. ■ 트럼프 U턴 발언에 극우단체 "환영"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남부 연합군 사령관 로버트 리 장군 동상 철거를 막기 위해 시위를 나섰던 사람들이 전부 백인우월주의자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나는 신나치주의자를 비난했고, 여러 다른 그룹들을 규탄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신나치주의자는 아니었다. 나를 믿어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양쪽(both sides) 모두에 책임이 있다"고 다시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은 불과 24시간전 그가 백악관에서 프롬프터를 통해 읽었던 "KKK와 신나치주의자, 인종주의자를 규탄한다"는 발언과도 차이가 있다. 또 이날 애초 교통, 수도 등 인프라 투자에 대한 행정명령과 관련한 기자회견 자리였으나 작심한 듯 즉흥적으로(off the cuff) 비난 방어에 나섰다고 FT는 지적했다. 대통령은 백인 우월주의자들이나 신나치주의자의 환심을 사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극우파 단체들은 즉각 반응했다. KKK 대표를 지낸 데이비드 듀크는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정직하고 용기 있게 샬러츠빌 사태의 진실을 말하고 좌파 테러리스트들을 비판한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백인우월주의 집회를 주동하고 있는 '대안우파(alt-right)' 리더 리처드 스펜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의 정체성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정신적으로 연결돼 있다. 그는 내 인생에서 처음보는 진짜 애국주의자"라고 치켜세웠다. ■ 논란속 환경규제 축소 명령 서명 극우 소수 집단을 제외한 대다수 저명인사들과 미국 여론은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윌 허드 공화당 하원의원(텍사스)은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며 "프롬프터나 읽고 즉흥발언은 중단하라"고 촉구했으며, 스티브 스티버스 공화당 하원의원(오하이오)도 "백인우월주의자들과 신나치주의자들은 악랄하고, 방어되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발언에 실망한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대통령 직속 제조업위원회 사퇴도 잇따르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리처드 툼카 미국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 회장 등 7명이 이날 추가로 대통령 직속 제조업위원회를 떠났다. 이제 남은 기업인들은 17명이다.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인프라 투자를 활성화하고 환경규제를 축소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행정명령 서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대선에서 공약했던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의 일환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행정명령으로 망가진 인프라 허가 절차가 개편될 것이고, 로비스트와 컨설턴트에게 갔던 일자리들이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으로 내다봤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2017-08-16 15:16:47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버지니아주 백인우월주의 시위와 관련해 '양측 모두가 잘못했다'는 식으로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잘못을 묵인하자 소속 정당인 공화당 의원들도 그를 비난하고 나섰다. 그렇다고 이들 백인우월주의자들과 거리를 둘 경우, 자신의 강력한 지지기반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결국, 백악관이 먼저 진화에 나섰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종류의 폭력과, 편견, 증오 뿐만 아니라 백인우월주의자, 큐클럭스클랜(KKK·백인우월주의단체), 신나치주의자 등 모든 극단주의자 그룹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인종주의나 백인우월주의, 신나치주의는 이 사회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발언들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2일 발생한 버지니아 사태와 관련해 "여러 편(many sides)에서 나타난 증오와 편견, 폭력의 지독한 장면을 최대한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고 말해 사실상 백인우월주의자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항하는 사람들까지 똑같이 비판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기 때문이다. 특히 오하이오 출신의 20세 백인우월주의자 남성은 차량을 타고 이를 반대하는 시위대로 돌진, 여성 1명이 숨지고, 19명이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여러 편' 발언과 관련해 오린 해치(유타), 코리 가드너(콜로라도) 의원 등 공화당 의원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가드너 의원은 백악관이 백인 민족주의자 단체의 지지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CNN 방송에서 "백인 민족주의자들과 백인 우월주의자들 등 이들은 대통령도 50개주의 어떤 의원도, 누구의 지지기반도 아니다"라며 "우리는 이들을 증오와 편견이라는 이름 그대로 불러야 한다. 우리는 그들이 우리의 지지기반인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해치 의원도 "우리는 악을 악이라는 이름 그대로 불러야 한다"고 트위터에 남겼다. FT는 이번 사태가 공화당원들에게 불편한 정치적 현실을 깨우쳐줬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트럼프의 지지기반이 백인노동자 그룹의 분노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과, 이것이 이번 폭력시위와 같은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지지율은 지난 6개월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치전문 웹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설문에 따르면 최근 지지율은 38%에 불과해, 사실상 대다수가 그의 국정운영에 못마땅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많은 백인 유권자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당시 후보 보다는 트럼프를 선택했는데, 이들 중 대다수는 고등학교 졸업자이거나 그 이하였다며, 여전히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이들 저학력 백인 계층에서 트럼프를 강력히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FT는 전했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2017-08-14 15:08:04노르웨이에서 2011년 폭탄 테러와 총기 난사로 77명을 살해한 희대의 극우 테러범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37)가 죄를 뉘우치기는커녕 여전히 신나치주의의 '총통'이 되고 싶어 한다고 고위 관리가 증언했다. 브레이비크는 간수들과 매일 주사위 게임을 하는 등 방 세 칸짜리 감방에서 아늑한 수감생활을 보내는 것으로 나타나 공분을 사고 있다. 노르웨이 총리의 법무 고문인 프레드리크 세제르스테드는 17일(현지시간) 항소법원에서 "그의 수감조건은 다른 수감자들보다 좋아서 여러 면에서 VIP 대우를 받고 있다"면서 감방생활이 "아늑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브레이비크는 비디오 게임기인 엑스박스(Xbox)와 각종 운동기구, 책과 신문 등이 갖춰진 세 칸짜리 감방에서 생활해왔다. 감방에는 외부의 자연환경을 볼 수 있는 창문도 있다고 한다. 그는 또한 교도관들과 주사위 게임을 하고 수시로 목사와 변호사와 면담을 하고 있으며, 독방 생활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원격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보장받고 있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교도소에서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브레이비크의 주장에 대해 법무부는 안전상의 이유로 독방에 그를 격리하기는 했지만, 브레이비크가 매우 아늑한 시설에서 인권침해 없이 지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세제르스테드는 "다른 어떤 수감자도 하루에 두 시간이나 간수들과 게임을 하고 대화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은 브레이비크가 '비인간적 수감 생활로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하자 노르웨이 정부가 판결에 불복, 항소하면서 열렸다. 신나치주의자를 자처한 브레이비크는 2011년 7월 오슬로 정부청사 앞에서 폭발물을 터뜨리고 노동당이 개최한 청소년 여름캠프에서 총기를 난사해 77명을 살해한 죄로 법정 최고형인 징역 21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재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징역형은 무기한 연장될 수 있다. 노르웨이 당국은 브레이비크가 자신의 죄를 참회하지 않고 여전히 극우 이념을 신봉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세제르스테드는 법정에서 "그는 자신을 1930년대 수감생활을 한 젊은 히틀러로 여기고, 언젠가 교도소를 나가 '총통'이 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앞서 브레이비크는 지난 10일 법정에 걸어들어오면서 나치식 경례를 하는 등 뉘우치는 기색이 전혀 없는 모습을 연출, 희생자 유족들의 공분을 산 바 있다. 항소심의 심리는 18일(현지시간)까지 이어지며 판결은 다음 달 내려진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2017-01-19 08:57:09【로스앤젤레스= 강일선 특파원】 지난 17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에서 백인우월 신나치주의자들과 이민개혁을 지지하는 반전 평화주의자가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국가 사회주의 운동의 회원들인 신나치주의자들은 이날 미국 성조기와 과거 1930년대 독일 나치가 사용하던 스와스치카 깃발을 흔들며 유색 외국인들과 불법 이민자들을 겨냥해 성토하는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과거 나치와 마찬가지로 백인우월주의를 주창하며 불법 이민을 철저히 차단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들 신나치주의자가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 거리를 누비는 동안 이민개혁을 지지하는 반전 평화주의자들이 이들을 향해 병과 돌을 던져 일부 신나치 행동대원들이 가벼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신나치주의자들과 평화주의자들이 충돌하자, LA 경찰이 출동해 이들간의 싸움이 격화되는 것을 막고 양측의 주동자들을 체포해 가기도 했다. 이날 시위를 벌인 신나치주의자는 대략 50명 정도였으며 이에 맞서 대응한 평화주의자들은 500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들이 로스앤젤레스를 시위지역으로 선정한 것은 LA시가 미 전국에서 가장 이민자들의 비중이 높고 외국인들의 왕래가 잦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신나치주의자들은 매년 시위를 벌여 왔으나 평화주의자들과 무력 충돌이 빚어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Kis@fnnews.com
2010-04-18 15:5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