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사고 여객기는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약 2㎞까지 접근한 상태에서 블랙박스 기록이 중단된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기 기체는 활주로 너머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둔덕과 부딪힌 충격에 앞부분 잔해가 둔덕에서 최대 200m 떨어진 곳까지 튀어 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27일 이 같은 사고 개요 등을 포함한 A4용지 5장 분량의 예비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보고서는 사고 후 항철위가 처음으로 공표한 정식 조사 보고서다. 보고서에서는 사고기 블랙박스인 비행기록장치(FDR)와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 기록이 한꺼번에 멈췄을 때의 대략적인 운항 위치가 공개됐다. 블랙박스 기록은 사고기가 무안공항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둔덕에 충돌하기 4분 7초 전인 지난달 29일 오전 8시 58분 50초부터 남아 있지 않다. 항철위 조사에 따르면 당시 사고기는 원래 착륙하려던 방향인 01활주로의 시작점(활주로 최남단)에서 남쪽으로 약 1.1NM(해리) 떨어진 바다 위를 비행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미터로 환산하면 약 2037m의 거리다. 착륙이 임박했던 만큼 속도는 161노트(시속 약 298㎞), 고도는 498피트(약 151m)로 낮아진 상태였다. 이때 양쪽 엔진에는 대표적인 겨울 철새인 가창오리가 빨려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항철위 조사 결과 두 엔진 모두에서 가창오리의 깃털과 혈흔이 발견됐다. 항철위는 정확한 조류 충돌 시점이나 충돌한 조류 개체 수, 다른 조류가 포함됐는지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사고 당시(오전 9시 기준) 바람은 110도 방향에서 2노트(약 3.7㎞)로 불고 있었다. 시정은 9000m이며 구름은 4500피트(약 1.37㎞)에 조금 있어 항공기 운항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온도는 2도에 노점온도(이슬점)는 0도, 해면 기압은 1028헥토파스칼(hPa)로 특별한 기상 변화는 없었다. 이번 보고서에는 사고 개요와 항공기 이력, 조종사 경력 등의 조사 결과 및 사고 현장 상황 등 그간 초기 조사로 파악된 내용이 담겼다. 사고기는 B737-800 기종(등록번호 HL8088)으로, 미국 보잉에서 제작해 2009년 9월 4일 유럽 저비용항공사(LCC)인 라이언에어에서 처음 인도받아 운항하다가 2017년 2월 3일 제주항공에서 리스로 도입해 운영해 왔다. 기장은 총 비행시간이 6823시간으로, 이 가운데 사고 기종으로 비행한 시간이 6096시간(기장으로서 비행한 시간은 2559시간)이었다. 사고 직전 90일간 비행시간은 186시간으로 조사됐다. 부기장은 총 1650시간을 비행했으며 이 중 사고 기종은 1339시간 운항했다. 사고 이전 90일 중에는 164시간을 비행했다. 사고 항공편인 7C2216편은 지난달 29일 현지시간 오전 2시 30분(한국시간 오전 4시 30분)께 승무원 6명과 승객 175명 등 181명을 태우고 태국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서 이륙했다. 이후 한국시간 오전 8시 54분 43초, 사고기는 무안공항 관제탑과 착륙을 위한 최초 교신을 했고 관제탑에서는 01활주로 착륙을 허가했다. 착륙 허가를 받은 사고기는 01활주로로 접근 중 오전 8시 57분 50초에 관제탑으로부터 조류 활동(충돌)을 주의하라는 내용을 전달받았다. 그로부터 꼭 1분 뒤 블랙박스 기록이 동시에 중단됐다. 사고기는 직후인 오전 8시 58분 56초에 조류 충돌로 인한 메이데이(비상 선언)를 3회 외치는 동시에 고도를 높이는 복행을 했다. 이후 01활주로 왼쪽 상공으로 비행하다가 반대 방향인 19활주로로 착륙하기 위해 오른쪽으로 선회한 뒤 활주로에 맞춰서 접근했다. 활주로19에는 착륙기어 장치(랜딩기어)가 내려지지 않은 상태로 동체 착륙했고, 활주 중 활주로를 초과해 방위각 시설물(로컬라이저 둔덕)과 부딪혔다. 둔덕과 충돌한 뒤에는 화재와 폭발이 발생했다. 이 충돌로 두 개의 엔진은 둔덕 흙더미에 묻혔고, 기체 전방 부위는 둔덕으로부터 약 30∼200m까지 흩어졌다. 후방 동체 꼬리 부분은 둔덕 바로 너머에서 일부가 전소된 상태였다. 이 사고로 운항 및 객실 승무원 4명과 승객 175명 등 총 179명이 사망했다. 객실 승무원 2명은 중상을 입었다. 조류 충돌이 블랙박스를 비롯한 항공기 장치 기능 이상으로 이어지게 된 경위와 복행 및 착륙 활주로 변경의 배경, 로컬라이저 둔덕이 피해 규모에 미친 영향 등은 추후 밝혀질 전망이다. 항철위는 "조류 충돌, 엔진 분해 검사, FDR·CVR 자료 분석, 관제 자료, 부품 정밀검사와 방위각 시설물 등을 전방위적으로 조사해 명확한 원인을 규명할 것"이라며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프랑스 항공사고조사위원회(BEA)와 사고조사를 협력하고 있으며,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합동으로 조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앞서 항철위는 지난 25일 사고 유가족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보고서에 담은 사고 조사 현황과 향후 계획 등을 미리 공유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2025-01-27 10:18:42【베이징=김홍재 특파원】말레이시아 정부가 이르면 다음 주에 실종된 말레이이항공 여객기에 대한 예비보고서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보고서에는 상업용 항공기 운항시 실시간 추적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CNN 방송은 24일(현지시간)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가 CNN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전문가 조사팀에 보고서 검토를 지시했다"며 "다음 주에 보고서를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민간항공국(DCA)은 보고서 공개에 대한 구체적인 시기는 언급하지 않은 채 이번 사건에 쏠린 국제적인 관심을 고려해 향후 공개할 방침이라고 말해 즉각 공개를 요구하는 탑승자 가족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나집 총리는 또 여객기 실종이 49일째를 맞았음에도 말레이시아 정부는 아직 탑승자 239명의 사망을 선언할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어느 시점엔가 (사망 선언을 할) 때가 되겠지만 지금은 탑승자 가족들의 심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탑승자 가족 일부는 명백한 증거가 발견될 때까지 사망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hjkim@fnnews.com
2014-04-25 16:22:02[파이낸셜뉴스]금융위원회는 오는 28일부터 8월 22일까지 4주간 ‘2025년 D-테스트베드’ 하반기 참여자를 모집한다고 27일 밝혔다. D-테스트베드는 혁신적인 핀테크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스타트업, 예비 창업자 등이 데이터를 활용하여 금융서비스 관련 과제를 실제로 시험해 볼 수 있도록 시험장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사업을 통해 시험해 보고 싶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개인, 팀, 기업 누구라도 참여가 가능하다. 참여자에게는 아이디어 테스트 환경(14주의 별도 테스트 기간동안 제공), 아이디어의 테스트와 사업화 연계를 위한 다양한 지원이 제공된다. 먼저 테스트 환경은 실제 데이터와 이를 기반으로 한 원격 분석 시스템, 상시 활용이 가능한 오프라인 분석환경으로 구성돼 있다. 기존에는 D-테스트베드 환경에서 제공되는 데이터만 활용이 가능했던 것과 달리, 올해부터는 참여자가 보유한 데이터 일부도 시험장 내로 가지고 들어와 폭 넓게 활용할 수 있다. D-테스트베드 참여자로 선정되면, 아이디어의 테스트와 사업화를 연계하기 위한 데이터 분석·보안·투자·법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멘토링과 테스트의 전반적인 과정과 아이디어의 사업화 가능성에 대한 평가 의견서가 제공된다. 또한 참여자에게는 핀테크지원센터가 운영하는 핀테크 지원 사업을 신청하는 경우 심사시 가점도 부여중이다. 올해부터는 최근 급증하는 AI 관련 핀테크 아이디어 개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AI 특화 전형을 신설하여 운영중이다. 동 전형에 선정된 참여자에게는 AI 개발을 위한 대규모 연산 작업을 빠르게 수행할 수 있도록, 고사양 하드웨어(GPU)가 집중 지원된다. 지난 2021년 시범사업으로 시작된 본 사업에는 그동안 총 127개 팀이 참여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26개 팀이 참여해 테스트를 진행중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AI 특화 전형을 포함해 20개 내외의 참여자(팀)를 모집할 계획이다. 참여를 희망하는 경우, 참여 부문과 전형을 선택해 D-테스트베드 포털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하반기 참여자는 9월부터 12월까지 총 14주간 제공된 결합데이터 등을 활용하여 아이디어를 구현 및 검증하고, 최종적으로 결과 보고서를 제출하게 된다. 연말에는 상·하반기 참여자 전체에 대한 성과평가를 거쳐 ’25년 D-테스트베드 6개 우수팀을 최종 선정하고 시상할 예정이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2025-07-26 12:29:33[파이낸셜뉴스] 기관전용 사모펀드(PEF) 운용사 오아시스에쿼티파트너스(오아시스EP)가 IMS 모빌리티(옛 비마이카) 관련 "투자 당시 김건희 여사 집사(김예성씨)와 무관한 법인이였다"며 정면 반박에 나섰다. 현재 김건희 특검은 대기업 투자유치 과정에 김 여사가 개입했다는 이른바 ‘집사 게이트’ 의혹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김 여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 씨가 설립한 렌터카 업체 IMS가 심각한 재무 위기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으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받은 과정에서 김 여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오아시스EP는 2023년 6월 이노베스트코리아로부터 IMS 모빌리티의 구주를 46억원에 매입했다. 이노베스트코리아는 원양어업 및 냉동냉장보관업을 영위하는 동남의 2세 윤재현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법인이였다. 당시 오아시스EP는 70장 분량의 투자제안서를 기관 50여곳에 태핑(수요조사)하며 투자금을 유치했다. HS효성(35억원), 카카오모빌리티(30억원), 한국증권금융(50억원) 등 11곳의 투자자가 자체 내부 과정을 통해 투자한 바 있다. 실사보고서는 태성회계법인, 법무법인 KL파트너스를 통해 만들어졌다. 특히 오아시스EP의 투자금 중 75%는 IMS 모빌리티로 납입, 실질적인 성장 재원으로 사용됐다. 인수 단가를 낮추기 위해 낮은 단가의 구주를 포함해 거래했을뿐 그로쓰(성장) 성격의 투자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오아시스EP의 초기 투자제안서에 구주 거래 대상을 기재하지 않았거나, 주석으로 A투자조합, 초기투자자로만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다수 LP 입장에서 구주 거래 상대방을 알기 어려운 부분이다. 정치적 영향으로 확대해석하는 시선에 반박할 수 있는 부분이다. IMS 모빌리티 재무실사리포트에 따르면 2022년 6월 말 기준 자본총계는 117억원이다. 투자 직전인 2022년 말 기준 자본총계는 59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와 거리가 멀었다. 투자 이후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K-IFRS로 회계기준을 전환했고, 이에 따라 자본이 었던 우선주가 부채로 재분류 되면서 일시적으로 자본보다 부채가 커지게 됐다. 오아시스EP의 투자 후 IMS 모빌리티에 KB캐피탈이 2023년 9월 프리밸류 1590억원에 투자한 것도 오아시스PE 투자의 정당성에 무게를 실어준다. 오아시스EP는 투자 당시 기업가치(EV) 1290억원에 투자한 바 있다. 오아시스EP의 신규 투자금 138억원 중 106억원으로 자회사 유상증자에 활용됐다. 본사에 대한 차입금 상환 목적이다. 이 자금은 차입금을 상환하면서 다시 본사로 재유입됐다. IMS 모빌리티는 2024년 7월 IPO(기업공개) 주관사에 대신증권, 신한투자증권을 선정해 예비 실사를 진행 중이다. 2026~2027년 코스닥 상장이 목표다. 한편 오아시스EP는 2021년에 설립, 2022년 5월 107억원 규모 1호 펀드를 시작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만 6개, AUM은 약 800억 규모이다. 신생 운용사지만 경영권 안정화를 위한 구조화 딜(엔켐), 프리IPO 딜(달바글로벌), 빅테크 성장투자(리벨리온), 클라우드 솔루션, 모빌리티 솔루션, 물류로봇 등 투자 스펙트럼이 폭 넓다고 평가된다. 오아시스EP는 2024년 초 AI(인공지능) 반도체 팹리스 리벨리온(Rebellions)의 시리즈B 라운드(총 1650억원)에 유일한 프로젝트펀드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리벨리온은 국내 대표 AI 반도체 설계 기업이다. 자체 개발한 데이터센터용 AI칩 ‘아톰(ATOM)’의 성능을 세계 무대에서 입증한 바 있으며, 내년도 IPO 대어로 평가받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기관전용 사모펀드 업계에서 프로젝트 펀드로 AI 스타트업 투자에 성공한 것은 이례적인 사례"라며 "오아시스EP의 빠른 판단과 펀드 결성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라고 봤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강구귀 기자
2025-07-24 20:34:03【파이낸셜뉴스 제주=유선준 기자】 "오랜 세월 말할 수 없었던 슬픔과 아픔의 진실이 침묵을 깨고 세계의 기억, 인류의 기억이 됐습니다." 지난 18일 오후 제주시 봉개동 제주 4·3 평화공원 위패봉안실. '제주 4·3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인증서 봉헌식'이 거행되는 날이었다. 이날 오전 내내 화창했지만, 행사가 진행될 때쯤 갑작스레 구슬비가 내리며 어두컴컴해졌다. 진실 규명을 위해 참고 버텨야 했던 수많은 세월이 한에 맺힌 듯 영령들의 구슬픈 눈물이 흐르는 듯했다. 오영훈 제주지사와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 김광수 제주도교육감, 김종민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정영남 제주재향경우회장,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등은 위령 제단에 헌화 분향 후 이날 도착한 세계기록유산 등재 인증서를 봉헌했다. 지난 4월 등재된 제주 4·3 기록물에는 군법회의 수형인 명부와 옥중 엽서(27건), 희생자와 유족들의 증언(1만4601건), 시민사회의 진상규명 운동 기록(42건), 정부의 공식 진상조사보고서(3건) 등 1만4673건의 역사적 기록이 포함됐다. 오 지사는 "당신들의 고통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당신들의 외침이 세계를 울렸음을, 이제 우리는 전 세계에 말할 수 있게 됐다"며 "제주 4·3의 진실이 세계 곳곳에서 평화의 씨앗이 되도록, 이 땅의 아픔이 인류의 지혜로 승화되도록 우리는 계속 걸어가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현재 제주도는 연간 1300만명이 찾는 세계적 관광지로 발돋움했지만, 그 이면에는 제주 4·3사건의 아픔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제주 4.3사건은 1947년 3월 1일 발포가 발단이 됐다. 3·1절 기념식 행사 직후 기마경찰이 어린아이를 쳤음에도 조처를 하지 않자, 분노한 민중들이 경찰서로 몰려갔다. 경찰은 군중을 향해 발포해 6명이 사망하고 말았다. 이후 제주도청을 시작으로 민관 총파업이 발생했다. 미 군정은 '제주도 주민 70%가 좌익 또는 그 동조자'라며 제주도를 '레드 아일랜드'(Red island)로 규정했다. 남조선노동당(남로당)이 주도한 총파업과 경찰·대한청년단·서북청년단(서청)의 검속과 학살, 남로당의 무장 봉기, 계엄령 선포 및 중산간 지역 초토화, 6·25전쟁으로 인한 예비 검속 및 즉결 처분 등이 이어졌다. 1947년 3·1절 발포 사건과 1948년 4·3 무장 봉기로 시작된 제주 4·3사건은 7년 7개월 만인 1954년 9월 21일에서야 끝이 났다. 희생자만 1만4935명에 달했다. 이는 확인된 피해만 집계된 것으로, 도민의 10분의 1인 약 2만5000~3만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무엇보다 참담한 비극은 희생자 33%가 노인이나 어린이, 여성이었던 것이다.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된 '한국기자협회 제주 4·3 팸투어'를 통해 지켜본 제주 4·3사건의 현장들은 참담하기 이를 데 없었다. △1947년 3·1 발포 사건이 일어났던 '관덕정' △4·3 시기에 한라산에서 하산한 주민들의 수용소인 '주정 공장' △4·3 시기 북촌리 학살 사건 희생자를 기리는 '너븐숭이 기념관' △성산면 주민들이 학살된 '터진목' △학살을 자행했던 서청 주둔지(성산 동초등학교) △오조리 주민들이 학살된 곳인 '우뭇개 동산' △표선면 주민들이 학살된 곳인 '한모살' △표선면 주민들이 소개령으로 수용됐던 '표선초등학교' △4·3 시기 희생된 가시리 주민 430여명을 위령하는 '가시리 위령비' △4·3 시기 하도리·종달리 주민 11명이 굴속에서 희생된 '다랑쉬굴' 등을 돌며 억울하게 희생된 4·3사건 피해자들의 흔적을 묵묵히 지켜볼 수 있었다. 특히 '너븐숭이 4·3 기념관'은 이날의 비극을 잊지 않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라 의미가 깊다. 북촌리 주민 400여명이 몰살된 이곳은 애기무덤 20여기가 아직도 군락을 형성해 있어 당시 참혹했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400여명이 희생된 성산 터진목 학살 현장도 아무도 없는 해변가에서 외로이 바다만을 향하고 있었다. 일출 명소로 유명한 성산봉이 있는지라 터진목은 상대적으로 외면받는 모양새였다. 이밖에 '다랑쉬굴'도 허허벌판에서 강한 바람을 맞으며 굳게 자리 잡고 있었다. 당시 하도리·종달리 주민 11명이 학살을 피해 굴속에 피신하자, 서청 등 병력이 굴속에 연기를 피워 질식하게 만든 장소다. 팸투어 해설을 맡은 전영미 제주역사문화해설연구회 대표는 "오랫동안 '빨갱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고통을 받은 4·3 희생자와 유족은 탄압에도 끊임없이 증언을 이어갔고, 결국 유네스코 등재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이라며 "제주는 가해자였던 사람들을 포용하고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5-07-24 18:16:32【제주=유선준 기자】 "오랜 세월 말할 수 없었던 슬픔과 아픔의 진실이 침묵을 깨고 세계의 기억, 인류의 기억이 됐습니다." 지난 18일 오후 제주시 봉개동 제주 4·3 평화공원 위패봉안실. '제주 4·3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인증서 봉헌식'이 거행되는 날이었다. 이날 오전 내내 화창했지만, 행사가 진행될 때쯤 갑작스레 구슬비가 내리며 어두컴컴해졌다. 진실 규명을 위해 참고 버텨야 했던 수많은 세월이 한에 맺힌 듯 영령들의 구슬픈 눈물이 흐르는 듯했다. 오영훈 제주지사와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 김광수 제주도교육감, 김종민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 정영남 제주재향경우회장,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등은 위령 제단에 헌화 분향 후 이날 도착한 세계기록유산 등재 인증서를 봉헌했다. 지난 4월 등재된 제주 4·3 기록물에는 군법회의 수형인 명부와 옥중 엽서(27건), 희생자와 유족들의 증언(1만4601건), 시민사회의 진상규명 운동 기록(42건), 정부의 공식 진상조사보고서(3건) 등 1만4673건의 역사적 기록이 포함됐다. 오 지사는 "당신들의 고통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당신들의 외침이 세계를 울렸음을, 이제 우리는 전 세계에 말할 수 있게 됐다"며 "제주 4·3의 진실이 세계 곳곳에서 평화의 씨앗이 되도록, 이 땅의 아픔이 인류의 지혜로 승화되도록 우리는 계속 걸어가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현재 제주도는 연간 1300만명이 찾는 세계적 관광지로 발돋움했지만, 그 이면에는 제주 4.3사건의 아픔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제주 4.3사건은 1947년 3월 1일 발포가 발단이 됐다. 3·1절 기념식 행사 직후 기마경찰이 어린아이를 쳤음에도 조처를 하지 않자, 분노한 민중들이 경찰서로 몰려갔다. 경찰은 군중을 향해 발포해 6명이 사망하고 말았다. 이후 제주도청을 시작으로 민관 총파업이 발생했다. 미 군정은 '제주도 주민 70%가 좌익 또는 그 동조자'라며 제주도를 '레드 아일랜드'(Red island)로 규정했다. 남조선노동당(남로당)이 주도한 총파업과 경찰·대한청년단·서북청년단(서청)의 검속과 학살, 남로당의 무장 봉기, 계엄령 선포 및 중산간 지역 초토화, 6·25전쟁으로 인한 예비 검속 및 즉결 처분 등이 이어졌다. 1947년 3·1절 발포 사건과 1948년 4·3 무장 봉기로 시작된 제주 4·3사건은 7년 7개월 만인 1954년 9월 21일에서야 끝이 났다. 희생자만 1만4935명에 달했다. 이는 확인된 피해만 집계된 것으로, 도민의 10분의 1인 약 2만5000~3만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무엇보다 참담한 비극은 희생자 33%가 노인이나 어린이, 여성이었던 것이다.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된 '한국기자협회 제주 4·3 팸투어'를 통해 지켜본 제주 4.3사건의 현장들은 참담하기 이를 데 없었다. △1947년 3·1 발포 사건이 일어났던 '관덕정' △4.3 시기에 한라산에서 하산한 주민들의 수용소인 '주정 공장' △4.3 시기 북촌리 학살 사건 희생자를 기리는 '너븐숭이 기념관' △성산면 주민들이 학살된 '터진목' △학살을 자행했던 서청 주둔지(성산 동초등학교) △오조리 주민들이 학살된 곳인 '우뭇개 동산' △표선면 주민들이 학살된 곳인 '한모살' △표선면 주민들이 소개령으로 수용됐던 '표선초등학교' △4.3 시기 희생된 가시리 주민 430여명을 위령하는 '가시리 위령비' △4.3 시기 하도리·종달리 주민 11명이 굴속에서 희생된 '다랑쉬굴' 등을 돌며 억울하게 희생된 4.3사건 피해자들의 흔적을 묵묵히 지켜볼 수 있었다. 특히 '너븐숭이 4·3 기념관'은 이날의 비극을 잊지 않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라 의미가 깊다. 북촌리 주민 400여명이 몰살된 이곳은 애기무덤 20여기가 아직도 군락을 형성해 있어 당시 참혹했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400여명이 희생된 성산 터진목 학살 현장도 아무도 없는 해변가에서 외로이 바다만을 향하고 있었다. 일출 명소로 유명한 성산봉이 있는지라 터진목은 상대적으로 외면받는 모양새였다. 이밖에 '다랑쉬굴'도 허허벌판에서 강한 바람을 맞으며 굳게 자리 잡고 있었다. 당시 하도리·종달리 주민 11명이 학살을 피해 굴속에 피신하자, 서청 등 병력이 굴속에 연기를 피워 질식하게 만든 장소다. 팸투어 해설을 맡은 전영미 제주역사문화해설연구회 대표는 "오랫동안 '빨갱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고통을 받은 4.3 희생자와 유족은 탄압에도 끊임없이 증언을 이어갔고, 결국 유네스코 등재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이라며 "제주는 가해자였던 사람들을 포용하고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5-07-24 10:45:33최근 국내에서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한국군 전환 문제가 재점화됐다.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응 측면 이외에 우리의 안보와 관련된 다양한 변화 측면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한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2026년도 국방 수권법안(NDAA)도 최근 상원 군사분과 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런 가운데 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50일 이내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끝내라면서 '강력한 관세부과'로 압박에 나섰다. 지난 2012년 말부터 13년간 중국 최고 권좌를 지켜온 시진핑 국가주석을 둘러싸고 실각설도 확산하고 있다. 일본도 지난달 미·일이 공동 대응하는 '원 시어터'(One Theatre·하나의 전장·전구) 구상을 전격 미국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에게 제안했다. 미·일의 군사적 강화 신호로도 읽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이같이 국내·외의 격변하는 외교안보 관련 주요현안의 핵심을 짚어본다. ■ 러-우 전쟁 평화 협상 가능성 점차 거론20일 군과 외교가에 따르면 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한 자리에서 수세에 처한 우크라이나에 방공 무기와 대규모 공격 무기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무기체계 지원은 이날 체결된 협정에 의해 나토가 미국산 무기를 구매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지원에 소극적이었던 이전 방침과 배치되는 전향적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우 전쟁에 직접적 개입할 생각이 없음을 거듭 강조하면서 50일 이내에 전쟁을 끝내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러시아에 혹독한 관세를 부과하고, 러시아와 거래하는 국가에는 2차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관세율이 100% 정도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더해 뉴욕타임스(NYT)는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 주도로 미 의회에서 러시아의 석유와 우라늄을 구매하는 국가에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금액보다 크게 상향된 500%의 관세를 부과하는 제재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평화 합의를 끌어내려 했지만 푸틴 대통령에 의해 번번이 좌절됐다. 이번 대응 조치로 자신의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 미국의 실익을 택한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022년 2월 24일(현지시간)에 시작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현재 2년 4개월째다. 양측의 사상자는 최소 13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지난 16일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AFU)가 공개하고 키이우포스트(KP)가 전한 러시아군의 피해는 △103만명 이상의 전투병력 사상자와 △전자·장갑차량 4만여대 △차량 및 유류 수송 차량 5만5000며대 △포병 시스템 3만400여문 △드론 4만6000여대 △전투기·헬리콥터 760여대 △다연장로켓 시스템 1440기 △군함 및 보트 28척 △잠수함 1척 등이다. 다만 전쟁 상황의 특성상 양측 모두 자국의 손실은 축소하고 전과는 과장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민간인 피해와 피난민 등을 포함하면 양측의 손실에 대한 정확한 집계는 어렵다. 우-러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는 영토의 20% 정도를 빼앗긴 상태로 양측은 전쟁 장기화로 인해 피로도가 높아져 있다. 전쟁 결과에 따른 푸틴과 젤렌스키 양 지도자의 정치적 입지와 관련 전쟁의 종결은 쉽지 않으나 평화 협상 가능성이 점차 거론되고 있다. ■ 시진핑 정권 실각설… 日 하나의 전구 제시지난해 하반기부터 떠돌던 중국 시 주석의 실각설은 최근 세계 유력 언론이 다루기 시작했다. 지난 6일 영국 텔레그래프는 "비밀리에 작동하는 중국 체제 속에서 시 주석은 정치적 곤경에 처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대만을 비롯한 중화권 언론은 중앙군사위의 '비정상적인 상황'을 언급하며 시 주석이 군 통수권자로서 제대로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트럼프 1기 첫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플린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중국을 주시하는 사람들은 중국공산당의 핵심 구성원, 특히 대중과 국가안보 부처의 신뢰 상실을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에서 분명히 권력 이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올렸다. 시 주석은 미국을 겨냥해 중국이 주도하는 비서방 신흥경제국 연합체인 브릭스(BRCIS) 정상회의에 처음으로 불참하면서 건강 이상설과 실각설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시 주석은 군부에 심었던 측근들이 부패혐의로 숙청되는 등 군 권력 장악이 급격히 약화하면서 지난 5월 개최된 공산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정치 권력을 잃었고 현재 전임 총서기인 후진타오와 전임 총리인 원자바오 등 원로들이 정치를 관장하고 있다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아직 명확히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미 트럼프 대통령 집권 2기 미중 갈등 향방에 최대변수가 될 수 있다. 최근 일본 방위상이 미국 측에 한반도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하나의 '전구'(theater)로 통합해 이 지역 우호국들과 군사 협력을 강화하자는, 이른바 '원 씨어터(One Thearter)' 구상을 전달한 사실이 일본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미국도 동의를 표명한 이 구상이 현실화되면 한반도 안보 환경과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 한미일 군사협력 구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런 내용은 한반도 정세에도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 대비가 필요한 상황으로 보인다. ■ 한국군 주도, 연합사 美 전략자산 통제·운용은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우선 전작권 전환의 3가지 조건 가운데 현재 한국군이 연합방위 체제를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하는 초기 운영능력(IOC, Initial Operating Capability)은 어느 정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한미가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일각에서는 전작권을 미국이 일방적으로 행사하는 것으로 말하는 경우도 있지만 현재 연합방위 시스템은 그렇지는 않다. 지금은 전시 상황이 발생하면 한미 NCMA(National Command and Military Authorities, 한미 국가 및 군사 지휘 기구로 평시 및 전시 양국 군사 지휘 체계의 핵심 역할을 담당) 절차에 의거, 한미 정상들이 협의를 거쳐 그 결과를 양국 국방장관과 이어서 합참의장이 협의해서 지침을 내려주면 그 지침을 한미연합사령관이 부사령관과 함께(공동으로) 집행을 하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전작권의 한국군 주도 문제는 한국의 주권과 자존감 문제가 전혀 아니라는 뜻이다. 문 센터장은 전작권 전환의 핵심은 주한미군 감축으로 연결될 가능성과 우리가 전작권을 주도해도 미군이 주도할 때와 같은 또는 그 이상으로 미국의 전략자산과 감시정찰 첩보능력을 이용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이 전시 위기 국면에서 미국에 전략핵잠수함과 전략폭격기, 전략미사일을 준비하고 동원하라고 통제·지시할 수 있느냐는 문제라는 얘기다. 한국이 동맹인 것은 여전하지만 미국이 연합사의 주도권을 쥐고 책임이 있는 상황과 그런 책임에서 벗어났을 때 달라질 수 있는 안보태세의 변화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우려는 북한의 오판을 야기할 수 있으며 결국 한미동맹과 연합방위 체제가 그 이전 만큼 강력해질 수 있는가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는 지적이다. ■ 내년도 미 국방 수권법안 주요 내용은지난 11일 상원 의회를 통과한 미국의 2026년도 국방 수권 법안에는 예년과 다른 한반도 관련 중요한 언급들이 등장한다. 이 문서는 표지와 서문 각 한 페이지, 에너지부 예산을 포함한 국방 예산 구성 한 페이지와 메이저 하이라이트 여섯 페이지로 꾸며져 있다. 우선 서문 첫머리에는 2차대전 이후 현재 미국이 당면한 안보 상황이 최악이라고 단언했다. 또 미국의 영향력을 줄이고 미국을 위협하는 침략 추축국들(Axis of aggressors)을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이라고 명기하고 미국은 막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에 대한 위협, 적을 명확히 하면서 미국의 국방력은 이 나라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임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안 문서에 나온 내년도(2026년) 미국의 국방비는 예산안은 9247억달러로 한화 약 1284조원(지난 18일 원·달러 환율 1388.76원) 규모다. 나토도 최근 국방비를 오는 2035년까지 GDP의 5%, 약 1000조원을 상회하는 금액을 쓰기로 결의 한 바 있다. 이 같은 엄청난 군사비 지출은 전 세계적으로 안보가 위태롭다는 것을 방증한다. 또 예년과 달리 주한 미군을 한국 주둔 미군이 아니라 '한반도 주둔 미군'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이는 북한 자유화까지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가능해 이번 법안 문서의 차별화된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현재 한반도에서의 주한 미군 대비 태세 축소와 미군 숫자를 줄이거나 혹은 연합사령부에 대한 전시 작전 통제권의 변경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를 변경하려면 미 국방장관과 미 합참의장의 각 독립 보고서뿐 아니라 미 인도-태평령 사령관의 독립 보고서와 주한미군 사령관의 독립보고서를 미 의회에 제출하도록 절차를 규정했다. 미 핵심 군 수뇌부의 일치된 합의와 판단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주한미군과 주한미군과 전작권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을 차단한 규정으로 해석된다. 최근 주적(主敵) 설정 자체의 필요성에 대해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주된 적' 또는 '지정된 적'을 뜻하는 주적 개념도 혼돈이 지속되는데 영어로는 Main enemy, Primary enemy, Principal enemy, Specified enemy 등으로 표현된다. 주적 개념은 한 나라의 국방안보에 결정적 위협(Major threat)을 주는 상대국의 군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를 명확히 하지 않으면 국방 전략을 짤 수 없다는 것이 안보 전문가들의 주된 견해다. 주적의 설정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상대의 전력강화 움직임에 맞춰 우리 육해공 각 군과 각 병과 가운데에서도 선제적으로 대응을 강화해야 할 전력 소요가 발생하고 전략, 전술 수립과 평시 단련해야 할 훈련 양상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비역 육군 준장이자 국방 외교·안보 전문가로 남북군사실무회담에 풍부한 경험을 보유한 문 센터장은 북한이 이미 50여개의 핵탄두 보유가 추정되며 이를 늘리는 상황에서 자강을 강화하면서 막강한 힘을 가진 미국이 주도하는 현 한미연합사 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결코 굴종이 아니다. 지금 최우선에 둘 것은 국민의 안전과 실용, 국익이지 주어진 좋은 기회마져 날리는 실기를 범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은 남북대화가 복원되고 북한이 진짜 변화하며, 한반도에 평화로운 여건이 성숙되면 전작권 전환이 빨라질 수도 있지만, 선후가 바뀌면 안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5-07-20 18:52:09[파이낸셜뉴스] 지난달 인도 서부 아마다바드 공항 인근에서 추락한 인도 에어인디아 여객기 사고와 관련해 기장의 '자살 비행' 가능성이 제기됐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레프는 조사 당국 조사관들이 사고기를 몬 수밋 사바르왈 기장(56)의 의료 기록을 확보하고 그가 우울증과 정신건강 문제를 겪었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전했다. 인도 항공 안전 전문가 모한 랑가나탄은 텔레그레프에 "에어인디아 조종사 여럿이 그가 우울증과 정신건강 문제가 있었다고 얘기했다. 그는 3~4년간 비행을 중단하고 병가를 냈었다"면서 "(다만) 기장이 사측으로부터 (비행에) 건강상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았을 것이다. 적격 증명서를 발급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텔레그레프에 따르면 사바르왈 기장은 2022년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홀로 남은 고령의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조기 퇴사를 고민한 뒤 은퇴를 앞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바르왈 기장의 한 동료는 "우리도 같은 인간이다. 정신건강 문제가 있는 승무원들도 물론 있지만 즉시 운항이 중단된다"고 말했다. 1994년 에어인디아에 입사한 사바르왈 기장은 총 1만5000시간 이상의 비행 경력이 있는 베테랑 파일럿으로 추락기와 같은 기종은 8000시간 넘게 몰았다. 지난해 9월 조종사의 심리·신체 능력을 평가하는 1급 건강 검진도 통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기장 클라이브 쿤다르(28)는 항공업계 종사 집안 출신으로 3400시간 이상의 비행 경력을 보유했다. 그 역시 최근 2년 안에 1급 검진을 문제없이 마쳤다. 인도 아마다바드발 영국 런던행 에어인디아 AI 171 항공편은 지난달 12일 이륙하자마자 갑자기 추락하면서 승객과 승무원 등 260명이 사망했다. 인도 출신 영국인 탑승객 1명만 목숨을 건졌다. 최근 인도 민간항공부 산하 항공 사고조사국(AAIB)은 예비조사 보고서에서 이륙 직후 엔진의 연료 스위치가 꺼진 것을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2025-07-15 05:18:03축제가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판가름하는 지표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방문객 수와 그들이 현지에서 쓰고 간 총지출액 규모라고 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매년 내놓는 '문화관광축제 종합평가 보고서'에는 이를 나타내는 수치가 나와 있어 주목된다. 이는 문화관광축제 및 예비문화관광축제로 지정된 45개 축제가 자체 측정한 결과로, 실제 수치와는 다소 차이가 날 수도 있지만 해당 축제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에 따르면 2024년도 평가 대상에 포함된 총 45개 축제 중 관광객이 가장 많았던 축제는 대구치맥페스티벌로 100만명이 다녀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매년 여름 전남 장흥에서 열리는 정남진장흥물축제가 67만5000명의 관광객을 동원했고, 소래포구축제가 58만6000명, 임실N치즈축제가 58만명, 안성맞춤남사당바우덕이축제가 56만8000명의 관광객을 불러모으며 5위권에 랭크됐다. 또 괴산고추축제 45만9000명, 논산딸기축제 45만명, 강릉커피축제 44만명, 밀양아리랑대축제 41만2000명, 포항국제불빛축제 32만6000명의 관광객이 축제 현장을 찾은 것으로 보고됐다. 한편, 평가 대상에 오른 45개 문화관광축제가 유발한 관광객 총지출액은 6470억원으로, 축제 1개당 평균 지출액은 약 140억원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관광객 지출액이 가장 많았던 축제는 곡성세계장미축제로 약 764억원이 지출됐다고 보고됐다. 이어 인천펜타포트음악축제 716억원, 정남진장흥물축제 649억원, 안성맞춤남사당바우덕이축제 455억7000만원, 강릉커피축제 413억6000만원 순으로 조사됐다. 이밖에도 평창송어축제(325억1000만원), 청송사과축제(286억원), 목포항구축제(213억1000만원), 여주오곡나루축제(196억원), 논산딸기축제(191억4000만원) 등이 19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톱10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보고됐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5-07-13 18:53:16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995년부터 전국에서 열리고 있는 지역축제 중 관광상품성이 큰 축제를 대상으로 지속적인 지원을 해오고 있다. 이를 위해 매년 '지속가능한 축제'와 '지역경제에 활력을 주는 축제'를 대상으로 이른바 '문화관광축제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전년도 평가를 바탕으로 일정한 숫자의 '문화관광축제'를 평가 대상으로 선정하고, 각 지자체 및 전문가 심의를 통해 '예비' 문화관광축제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또 여기에 직접 지원이 종료된 전년도 문화관광축제 중 일부를 평가 대상에 포함시켜 해당 축제의 성과를 점검한다. 이렇게 해서 올해 4월 보고서가 나온 지난해 평가에는 문화관광축제 20개, 예비문화관광축제 25개, 종료(명예)축제 20개 등 총 65개 축제가 평가 대상에 올랐다. 해마다 전국에서 열리고 있는 축제가 1000개 이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여기서 거론되는 축제는 이미 성공적으로 행사를 치르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인지도 '보령머드', 만족도 '한탄강얼음축제' 일반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인지도 및 선호도 조사에선 보령머드축제와 인천펜타포트음악축제가 각각 1위를 차지했다. 20세 이상 전국 남녀 3005명에게 '문화관광축제에 대해 알거나 들어본 적이 있는가'라고 물었더니 응답자의 84.9%가 보령머드축제에 대해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어 화천산천어축제(70.3%), 금산인삼축제(64.7%), 소래포구축제(61.8%), 무주반딧불축제(59.3%), 함평나비대축제(56.1%), 수원화성문화제(55.5%), 청송사과축제(53.0%), 논산딸기축제(52.1%), 부산국제록페스티벌(52.1%) 등이 10위권에 포진했다. 문화관광축제를 알게 된 주된 경로는 언론이 59.6%(중복응답)로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는 소셜미디어(40.6%), 광고(36.9%), 주변인(30.2%) 순으로 나타났다. 또 '가장 가보고 싶은 축제를 최대 3개까지 선택해달라'는 질문에선 인천펜파포트음악축제(37.8%)에 이어 강릉커피축제(33.0%), 대구치맥페스티벌(33.0%), 진주유등축제(31.6%), 부산국제록페스티벌(30.1%), 수원화성문화제(26.5%), 무주반딧불축제(25.8%), 포항국제불빛축제(23.4%), 논산딸기축제(21.5%), 보령머드축제(21.4%)라고 대답한 사람들이 많았다. 선호 축제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강릉커피축제나 논산딸기축제처럼 지역 특산물을 전면에 내세운 지역특산물형 축제(61.6%)에 대한 선호가 높았으며, 문화예술형 축제(50.6%)나 전통역사형 축제(41.1%)에 대한 관심도 많았다. 또 축제 방문시 고려 사항으로는 축제 프로그램의 흥미성(72.6%), 축제 장소의 접근성(67.3%), 축제 개최 시기 및 기간(48.6%), 축제 주제의 독특성(30.0%), 축제 참가 비용(25.4%) 등을 꼽았다. 각 축제를 직접 경험한 축제 참가자(지역주민 제외)를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 결과는 좀 다르게 나왔다. 인지도 및 선호도 조사와 달리 지원 종료(명예)축제 20개를 빼고 문화관광축제 및 예비문화관광축제 45개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축제에 대한 전반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지난해 실제로 열린 축제에 대한 설문을 종합한 결과여서다. 이에 따르면 전반적 만족도가 가장 높은 축제는 5점 만점에 4.07점을 받은 철원한탄강얼음트레킹축제가 1위에 올랐으며, 이어 포항국제불빛축제(3.96점), 인천펜타포트음악축제(3.93점), 목포항구축제(3.88점), 임실N치즈축제(3.88점), 보성다향대축제(3.85점), 청송사과축제(3.84점), 곡성세계장미축제(3.81점), 대구치맥페스티벌(3.81점), 장수한우랑사과랑축제(3.81점), 한산모시문화제(3.81점) 등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지역경제·지역발전 기여도 '곡성장미축제'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지역경제 및 지역발전 기여도 조사에선 또 다른 결과가 도출됐다. 지역주민 2811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선 응답자의 78.1%가 해당 지역에서 열리는 축제에 1회 이상 참여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4회 이상 참여했다는 응답 비율도 25.4%나 됐다. 이들은 대체로 축제 목적에 공감(3.91점·5점 만점)하고, 축제 개최에 대해 긍정적 인식(3.94점)을 가지고 있으며, 축제의 지속적인 개최를 지지(3.97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이슈를 평가해볼 수 있는 이 조사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축제는 곡성세계장미축제로 조사됐다. 지난해 5월 17일부터 26일까지 10일간 곡성섬진강기차마을에서 열린 곡성세계장미축제는 축제에 대한 긍정적 인식도(2위)를 비롯해 지속 개최 지지도(2위), 축제 목적 공감도(3위), 지역환경 발전 기여도(3위) 등 다른 조사 항목에서도 상위권을 유지해 지역주민들의 호응이 가장 높은 축제로 평가됐다. 이를 부문별로 살펴보면, 지역경제 기여도에선 4.40점을 받은 곡성세계장미축제 외에도 한산모시문화제(4.21점), 수원화성문화제(4.06점), 괴산고추축제(4.03점), 평창송어축제(4.03점) 등이 4점 넘는 점수를 받으며 상위권에 올랐고, 지역발전 기여도 조사에선 곡성세계장미축제(4.17점)에 이어 수원화성문화제(4.14점), 고령대가야축제(4.10점), 순창장류축제(4.00점), 한산모시문화제(4.00점) 등이 5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5-07-13 18:5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