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프로듀서)의 미국 브로드웨이 도전이 재개된다. 신 대표는 27일 오후 강남구 스튜디오159에서 ‘비전 및 글로벌 신작 발표회’를 열고 영국의 RUG(리얼리 유스풀 그룹)나 미국의 디즈니 시어트리컬 그룹의 사례를 언급하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뮤지컬 프로듀싱 컴퍼니가 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영국 웨스트엔드를 대표하는 RUG는 ‘오페라의 유령’ ‘사운드 오브 뮤직’ ‘캣츠’등을 제작했고 디즈니 시어트리컬 그룹은 ‘라이언킹 ‘알라딘’등의 흥행작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글로벌’과 ‘오리지널’을 키워드로 세계에 통하는 작품을 만들어 향후 5년 안에 기업가치 10억 달러(1조)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뮤지컬 시장 한계, 글로벌 오리지널 작품으로 승부수 신호탄이 될 작품은 오는 10월 22일 미국 월드프리미어 페이퍼밀 플레이하우스에서 개막하는 ‘위대한 개츠비'다. 성공적인 트라이아웃 공연 후 2024년 브로드웨이 입성을 목표로 한다. 최근 미국 뉴욕에서 ‘위대한 개츠비’ 트라이아웃 무대에 오를 배우 오디션을 봤다는 그는 상기된 표정으로 “오늘 이 자리가 향후 한국 뮤지컬산업에 새 장을 연 자리로 기억되길 바란다. 한국 뮤지컬이 가야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신춘수 대표는 2001년 서른 살에 오디컴퍼니를 설립해 한국의 대표적인 뮤지컬 제작사로 키웠다. ‘지킬 앤 하이드’ ‘스위니토드’ '맨 오브 라만차' ‘데스노트’ 등의 히트작을 내놨고 2020년 뮤지컬 분야 최초로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또 한국 프로듀서 최초로 브로드웨이 리그 정회원&리드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창업 이래 우리 회사의 핵심가치는 작품의 완성도”라며 “뮤지컬 산업화 태동기를 거쳐 지난 10년간 한국뮤지컬 발전에 기여했다. 2023년부터는 세계적인 뮤지컬 프로듀싱 컴퍼니로 발돋움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한국 뮤지컬 시장은 지난해 사상 첫 4000억원대의 매출을 달성했지만 이는 브로드웨이 매출의 22%에 불과하다. 미국 전체 공연 시장이 아니라 브로드웨이에 한한다. 한국 내수 시장만으로는 발전에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K콘텐츠가 전 세계로 뻗어나간 것은 플랫폼 덕이 크다. 공연 시장에선 그 플랫폼이 바로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다. 1986년 웨스트엔드서 개막한 '오페라의 유령'은 약 30년간 누적매출 7조8000억원을 벌었다. 1997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라이온 킹’은 전세계 누적 매출이 10조5300억원 이상이다. 양대 시장서 성공하면 전세계로 뻗어나갈수 있다.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 인정받는 작품을 만들겠다"고 부연했다. 앞서 그는 2014년 '할러 이프 야 히어 미(Holler if Ya Hear me)'와 2015년 '닥터 지바고'의 리드 프로듀서에 이름을 올리며 브로드웨이 도전을 이어왔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조기 폐막한 쓰라린 경험이 있다. 그는 “‘힐러 이프 야 히어 미’를 할 당시에는 너무 성급했다면 ‘닥터지바고’는 미국 창작진에게 너무 맞추는 등 프로듀서로서 제몫을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고 자신했다. 신호탄이 될 작품은 '위대한 개츠비' “‘위대한 개츠비’는 뮤지컬에 적합한 작품이다. 저작권 만료되기까지 기다리면서 트리트먼트 구성부터 지금까지 전 과정을 주도했다. 2020년부터 단계별로 차곡차곡 밟으며 트라이아웃 공연 일정까지 잡았다. 팀워크도 좋고 작품 개발도 잘되고 있어 기대가 크다”고 자신감의 이유를 설명했다.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는 미국의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가 1925년 발표한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원작으로 한다. 지금까지 뮤지컬로 제작된 바 없다. 그는 현지 창작진을 소개하며 “극작을 빼고 다 브로드웨이서 데뷔했다. 비록 최고의 팀은 아니지만 최고의 작품을 만들 재능을 가진 팀이다. 이번 ‘위대한 개츠비’를 통해서 우리가 최고임을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로드웨이 배우들 사이에서 우리 작품이 좋다고 벌써 소문이 났다. 미국적 이야기를 한국인이 프로듀싱한다. 험난한 도전이다. 하지만 자신 있다"고 부연했다. 또 저작권이 만료된 관계로 현지의 다른 제작사도 동명의 뮤지컬을 준비 중이라며 "우리보다 트라이아웃 공연 일정이 늦다. 견제되지만 자신있다"고 했다. '위대한 개츠비'가 미국에서 개막한 뒤 국내로 들여온다면, 오는 2023년 12월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를 김동연 연출의 ‘일 테노레’는 한국 관객을 먼저 만난 뒤 전 세계에 소개할 계획이다. 한국 최초로 오페라 공연을 연출하고 주인공을 맡은 실존 인물 이인선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다.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한국 최초의 오페라를 꿈꾸는 이선과 독립운동가 진연 그리고 진연을 짝사랑하는 수한을 통해 비극의 시대에서도 꿈을 향해 달려가는 청춘의 이야기를 웅장하고 클래식한 사운드와 고전적 가사로 풀어낼 예정이다. 또 '캡틴 니모'와 프랭크 와일드혼 작곡의 '피렌체의 빛', 동명 영화 원작의 '어거스트 러쉬', 고전 '폭풍의 언덕'을 바탕으로 한 '워더링 하이츠'와 강남 극작/작사의 '나는 리처드가 아니다'를 개발 중이다. 신 대표는 “늘 꿈을 쫓는 이야기에 끌렸다”며 브로드웨이 진출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돈키호테가 되라고 얘기한다"고 했다. '돈키호테' 신춘수의 도전이, 이번에는 꽃을 피울까? K팝, K영화, K드라마에 이어 이제 K뮤지컬의 차례일까? 그 시간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분위기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3-04-27 18:06:48[파이낸셜뉴스] 뮤지컬의 대중화와 저변확대에 기여한 공연기획사 오디컴퍼가 6일 창립 20주년을 맞아 향후 행보와 포부를 밝혔다. 오디(OD)컴퍼니는 '오픈 더 도어(Open the Door)'의 약자로 관객과 무대가 만날 수 있도록 새로운 공연예술의 문을 열고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담아 지난ㄴ 2001년 4월 6일, 창작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로 첫 발을 내디뎠다. 설립한 이후 빠르게 성장하는 한국 뮤지컬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뮤지컬 제작사의 새 역사를 써내려 간 오디컴퍼니는 도전과 개척으로 점철된 프로듀서 신춘수 대표가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대중화하는데 앞장서며 해외 원작을 그대로 가져오는 레플리카 방식이 아닌 재창작에 가까운 논레플리카 라이선스 뮤지컬로 흥행 포문을 열었다. 지난 20년간 창작부터 라이선스, 내한 등 40편 이상의 작품을 선보인 오디컴퍼니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필두로 '맨오브라만차', '드라큘라', '스위니토드', '닥터지바고', '드림걸즈', '그리스',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등 작품성과 흥행성을 고루 갖춘 대표작들을 갖추고 국내 뮤지컬 시장의 성장에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특히 2004년 초연돼 누적 공연 횟수 1410회, 누적 관객수 150만 명이라는 흥행 신기록을 세운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매 공연마다 신드롬을 일으키며 한국 뮤지컬 시장에 던진 수많은 화두를 던졌다. 2006년 일본 공연은 한국 프로덕션의 해외진출 가능성을 여는 기폭제 역할을 했으며 한 발 더 나아가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해외진출로서 '지킬앤하이드'를 레플리카 프로덕션으로 중국 시장 진출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오디컴퍼니의 성장기로 볼 수 있는 2010년까지는 작품성을 기반으로 한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소재의 작품들을 비롯해 국내 초연되는 작품들을 대거 선보였다. 대표적인 작품은 스티븐 손드하임의 뮤지컬 '어쌔신'과 '나인'이다. 손드하임 작품 중 국내에 첫 선을 보인 '어쌔신'은 2005년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초연되어 마니아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으며 미국 대통령 암살을 다룬 작품인 만큼 극 전체가 정치적인 색을 띠고 있어 당시 국내 정치인들이 관람하며 세간에 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토니어워즈 작품상에 빛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나인'은 예술가로서 스스로 한계를 느낀 영화감독 귀도의 고군분투기를 그린 작품으로 2008년 LG아트센터에서 초연됐다. 한 남자를 둘러싼 15명의 여인들이 펼치는 몽환적인 무대로 화제를 모았다. 2011년 창립 10주년을 맞아 오디컴퍼니㈜는 해외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2009년 한미합작 프로젝트인 뮤지컬 '드림걸즈'를 발판삼아 2012년 '플레이밍 립스(Flaming Lips)'의 음악과 브로드웨이 유명 연출가 데스 맥아너프가 참여한 뮤지컬 '요시미 배틀 더 핑크 로봇(Yoshimi Battles the Pink Robots)'의 트라이아웃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2014년 브로드웨이 중심부에 있는 팔레스 씨어터에서 미국의 힙합 전설 투팍의 음악을 뮤지컬화 한 '홀러 이프 야 히어 미(Holler If Ya Hear Me)'를, 이듬해인 2015년 브로드웨이 씨어터에서 뮤지컬 '닥터 지바고(Doctor Zhivago)'를 제작해 선보였다. 특히 한국, 미국, 호주의 유명 프로듀서들과 제네럴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프로젝트로 제작된 '닥터지바고'는 호주에서 유료객석점유율 90%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월드 프리미어의 시작을 알렸고 2012년 한국 공연에 이어 2015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2017년 11월 국내 초연된 뮤지컬 '타이타닉'은 국내 라이선스뿐만 아니라 브로드웨이 공연권까지 확보하며 리바이벌 프로덕션으로서 한국과 브로드웨이 공연을 동시 추진하며 진일보된 프로덕션을 구현했다.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는 오디컴퍼니는 그 동안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전세계가 주목하는 경쟁력 있는 컨텐츠를 지속적으로 기획, 개발하고 발전시켜 나아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20주년을 기점으로 '맨오브라만차', '드라큘라', '지킬앤하이드', '스위니토드',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등 오랫동안 관객들에게 사랑받아온 대표 작품들을 우선적으로 선보이고 글로벌 창작 뮤지컬과 신작 라이선스 뮤지컬, 음악 영화를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현재 오디컴퍼니는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지닐 수 있도록 문학성을 기반으로 한 4편의 창작 뮤지컬을 비롯해 총 6편을 기획,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쥘 베른의 소설 '해저 2만리'에서 영감을 받은 '캡틴 니모'와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로도 개봉된 '위대한 개츠비'와 '워더링 하이츠', 세계 최초 모노드라마 뮤지컬로 선보일 '리처드 3세', 그리고 프랭크 와일드혼 작곡에 르네상스 시대의 두 거장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의 대결 구도를 그린 '피렌체의 빛'과 2012년 미국 트라이아웃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던 '요시미 배틀 더 핑크로봇'을 준비하고 있다. 또 브로드웨이와 한국 동시 개막을 목표로 음악 영화의 장인 존 카니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싱스트리트'와 모던 발레가 돋보이는 안무로 토니어워즈 안무상 수상에 빛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아메리칸 인 파리' 등 국내 초연되는 라이선스 뮤지컬 2편도 준비 중이다. 이외에도 뮤지컬 영화의 초석을 다지기 위한 음악 영화 '디어 헬렌'을 개발하고 있다. 오디컴퍼니는 20주년을 맞아 다양한 프로젝트와 사회공헌 활동을 펼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 관객들을 위한 감사제를 진행하고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연말에는 오디컴퍼니를 대표하는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과 주요 넘버들을 선보일 콘서트를 계획 중에 있다. 또한 '오픈 도어 프로젝트'로 창작 작품 공모를 추진하고 있으며, 어렵고 힘든 시기에 고군분투하고 있는 신진 예술가를 돕고 새로운 창작진과의 작업을 통해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해외 시장 진출까지 함께 할 수 있도록 앞장설 예정이다. 신춘수 대표는 "오디컴퍼니가 뜻깊은 20주년을 맞이할 수 있었던 건 그간 작품을 사랑해 주신 관객, 배우, 스태프 모두가 함께 했기에 가능했다"며 "진심을 다해 감사를 전하고 싶다. 지금까지 받은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20주년을 원동력 삼아 앞으로도 관객들에게 좋은 시간,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또한 지난해 개설한 유튜브 오디세이를 비롯해 다양한 소통 창구를 만들어 대중들에게 뮤지컬 문턱을 낮추고 끊임없이 관객과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신 대표는 "오디컴퍼니를 설립한 이래 지난 20년간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도전적인 행보를 이어왔다"며 "특히 프로듀서로서 오랜 꿈이었던 브로드웨이에 입성해 치른 호된 신고식은 소중한 자산이 되었고 올해가 진정한 터닝포인트가 되어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컨텐츠를 만들어 오디컴퍼니의 대표 작품이 브로드웨이 무대에서의 성공적인사례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이번 창립 20주년을 맞아 선보인 엠블럼에 바로 이 모든 아이덴티티를 담았다. 지나온 시간을 되새기고 20주년에서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문을 열고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1-04-06 14:55:03에스에프씨는 공연,영화,드라마,제작을 주요사업으로 하는 오디컴퍼니의 주식 2만1000주를 90억원에 양수하기로 결정했다고 17일 공시했다. 양수금액은 자기자본 대비 12% 수준이고 양수 후 지분율은 50%다. 회사측은 양수목적에 대해 "회사의 미래성장동력확보를 위한 매출 신장"이라고 말했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2017-03-17 08:14:284월 말. 출근하기 직전 서울 삼성동 아파트 대문 앞에 가만 섰다. 한꺼번에 많은 일들이 몰리면서 정신적 피로감이 극에 달한 때였다. 문을 향해 왼손을 있는 힘껏 쳤다. 순간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을 느꼈지만 정신은 갑자기 맑아졌다.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달려가 전치 6주 진단을 받고 깁스를 한 채 사무실로 향했다. 아침까지 복잡했던 머릿속이 한순간에 정리가 됐다. 말할 수 없는 평온함이 그를 진정시켰다. 뮤지컬계 '열혈남아'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42). 지난달 말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이제 막 깁스를 푼 팔을 만지며 "평온한 생활을 하고 있다"며 빙그레 웃었다. 영화감독을 꿈꿨지만 1990년대 후반 우연히 뮤지컬계 발을 디뎠고 2001년 오디뮤지컬컴퍼니를 설립한 뒤 10년째 '스타 프로듀서'로 입지를 굳히고 있는 뮤지컬 제작자. 그는 작품을 쉴 새 없이 진행하는 다작의 명수다. 신 대표의 출세작이라 할 수 있는 '드림걸즈'를 비롯, 뮤지컬계 스테디셀러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 '그리스' '올슉업' '나인' '마이 페어 레이디' 등이 오디의 대표 흥행작이다. 30대 초반에 '세계를 향한 문(Open the Door)'이라는 뜻의 오디뮤지컬컴퍼니를 설립해 이제 브로드웨이서도 'Mr. Shin'의 이름을 알리고 있는 그는 앞만 보고 달리는 열정파 프로듀서. 하지만 너무 달려온 걸까. "작품 만드는 일에만 매달려 왔어요. 회사 조직 전반을 챙기지 못했어요. 하지만 조직이 안정되게 성장하려면 경영을 잘해야 하잖아요. 경영 시스템을 다시 돌아보고 있어요. 사실 작품 만드는 것보다 경영이 백배 힘들어요." 프로듀서 일과 효율적인 회사 경영. 이 고민을 한창 하면서도 그는 또 새로운 일을 벌였다. 에너지가 고갈됐다고 느낄 때 그가 주로 쓰는 방법이다. 이번에는 프로듀서가 아닌 연출이다. 2007년 '스텔링비'에 이어 3년 만에 하는 두번째 연출. 작품은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지난해 브로드웨이에서 공동프로듀싱한 뮤지컬로 그의 브로드웨이 데뷔작이다. 프로듀서, 회사 최고경영자(CEO), 연출자 등 '1인 다역'이 순조롭게 정리되지 않으면서 한달 전 폭발했던 그는 이제 내달 13일부터 두달간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서 국내 초연될 이 뮤지컬 연출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따뜻한 내용이에요. 두 남자의 오랜 우정을 다룬 작품입니다. 담백하게 표현할 생각이에요. 이 뮤지컬을 보고 나서 인생에 소중한 게 뭔가를 한번쯤 생각하게 만든다면 성공입니다. 공연을 보고 나오는 길에 엄마여도 좋고 친구여도 좋고 소중히 여기는 사람에게 전화 한번 걸어봐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게 해주고 싶어요. 공연 내내 행복해질 수 있도록 할 겁니다." 지난 2006년 캐나다서 초연된 뒤 지난해 3월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 이 작품은 사실 현지에서 흥행에 크게 성공한 건 아니었다. 일단 당시 히트 트렌드에 맞지 않았다. 화려하고 볼거리가 풍성한 극이 즐비한 상황에서 이 작품의 매력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던 게 패인이었다고 신 대표는 분석한다. "무대도 많은 게 생략돼 상징물만 많은 세트가 돼버렸어요. 잔잔한 스토리도 이 때문에 잘 전해지지 않았죠. 국내 무대는 다르게 갈 겁니다. 무대를 더 사실적으로 꾸미고 드라마 전달에 많이 신경을 쓸 거예요. 대사도 편안하게 들릴 겁니다." 배우의 면면은 솔깃하다. 뮤지컬계 '섭외 1순위'로 꼽히는 류정한과 연기파 배우 이석준, 스크린과 브라운을 종횡무진하는 신성록, '신인 발굴 1인자'로 유명한 신 대표가 유망주로 지목하는 이창용, 이들 네명이 주인공이다. 이 뮤지컬 연출 다음 행보는 꿈에 그리던 영화감독의 길이다. 작업도 어느 정도 진행 중이다. 당초 내년 정도 작품을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장르를 저예산 독립영화로 바꾸면서 시기가 빨라졌다. "시나리오는 공동작업으로 하고 있어요. 이르면 올해 안에 크랭크인 할 겁니다. 뮤지컬은 배우예술이라면 영화는 감독예술이에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제가 주인공인 무대를 꿈꿨나 봐요. 배우로선 재능이 안되니까 무의식적으로 감독을 꿈꿨던 게 아닌가 합니다. 하하." 영화감독으로 잠시 외도할 계획이지만 그의 본업은 역시 프로듀서. 그의 마지막 꿈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창작뮤지컬을 만드는 일이다. 캐머런 매킨토시 같은 해외 스타 제작자가 자신의 작품을 라이선스할 그날을 꿈꾼다. "뮤지컬은 마술 같은 것"이라고 표현하는 신 대표. "배우들 연습하는 모습을 지켜볼 때, 이 배우들이 등장하는 순간 객석이 환호할 때 전 그런 생각을 해요. 뮤지컬은 정말 마술이구나. 관객에게 전 속으로 말해요. 이제 곧 마술이 시작됩니다. 마을을 열고 즐기세요." 스포츠모자를 눌러쓰고 소년 같은 웃음을 짓는 그는 꿈을 먹고 사는 프로듀서다. /jins@fnnews.com 최진숙기자 ■사진설명=뮤지컬계 '열혈남아'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 '드림걸즈' '지킬 앤 하이드' 등을 흥행시키며 스타 프로듀서로 입지를 굳혀 온 그는 내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로 두번째 뮤지컬 연출에 나선다. /사진=서동일기자
2010-06-03 17:06:39“그게 뭐 돈 벌려고 가는 겁니까. 국위 선양이라고 보면 됩니다.” 한 제작사 대표가 뮤지컬 ‘맨오브라만차’ 일본 공연을 두고 한 이야기다. 지난해 9월 오디 뮤지컬 신춘수 대표는 도쿄 시부야에 위치한 아오야마 극장에서 ‘맨오브라만차’를 일주일간 공연했다. 2006년 ‘지킬 앤 하이드’에 이어 두번째다. “그 말이 맞아요. 계산상으로는 마이너스죠. 각오하고 한거에요. 시장을 뚫는데 수업료를 낸 셈이죠.” 신 대표는 일본 진출에서 돈을 잃고 두 가지를 배웠다. 하나는 일본 관객이 생각보다 무척 배타적이란 점과 우리나라 특유의 ‘스타 파워’가 먹힌다는 점이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의 투어팀에 대한 반응이 의외로 시큰둥하더군요. 그런데 특정 스타에 열광하기 시작하면 그 때부턴 에너지가 폭발합니다. 특히 배우 조승우의 인기가 뜨거웠어요. 일본 뮤지컬 시장이 아무리 발전했어도 주목할만한 스타가 없는 게 현실이거든요.” 그는 올해도 ‘지킬앤 하이드’를 일본 무대에 올린다. 단 이번엔 ‘수익을 낸다’는 조건을 달었다. 상업 예술은 제 앞가림을 할 정도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지난해 직접 연출에 나선 것도 혹독한 경험이었다. 제작자로만 활동하다 처음으로 뮤지컬 ‘스펠링비’의 지휘봉을 잡은 것. 솔직히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요즘 병원에 다닐 정도에요. 제작에만 전념할 땐 뭐든지 자신있고 낙천적이었는데 신경질적으로 바뀌더라구요.” 열번 생각하느니 한번 실행하고 후회하는 편을 택한다는 그다. 그런데 ‘스펠링비’를 연출하면서부터는 성격이 바뀌었다는 소리를 들었다. “완벽주의를 고집하게 되더라구요. 눈에 뻔히 보이는데 안고쳐지니까 화도 나고…. 또 연출할 생각이 있냐구요? 제작자 일을 그만둔다면 모를까. 병행할 일은 없을 것 같아요.” 마흔 초반인 그는 나이에 비해 빠른 속도로 성장한 제작자로 꼽힌다. 남들처럼 대학로에 포스터를 붙이는 일부터 시작한 것도 아니다. 사실 지금의 그를 있게 한건 뮤지컬이나 연극이 아니라 영화다. 대학 시절부터 작은 프로덕션에서 편집, 노래 가사 붙이는 일부터 광고 카피 만드는 것까지 다 해봤다. ‘친절한 금자씨’ ‘올드보이’로 유명한 박찬욱 감독과 ‘엽기적인 그녀’의 곽재용 감독이 당시 한 팀이 돼 일했다. “전 그때 제가 천재인 줄 알았어요. 배우지도 않았는데 뭐든지 척척 해냈거든요. 게다가 뮤지컬 산업이 살아날 때쯤 지금의 회사를 만들며 안착했죠. 운도 좋았고 시기도 적절했어요.” 올해는 배우 황정민 주연의 뮤지컬 ‘나인’, 오드리헵번 주연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마이페어레이디’, 브로드웨이 코미디 뮤지컬 ‘나쁜 녀석들’ 등 총 세편의 라이선스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왜 순수 창작물을 만들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종종 듣지만 그에게 라이선스 뮤지컬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우리보다 훨씬 많은 경험을 가진 선진국에서 만든 작품이에요. 거기에 담긴 관록과 연출 기법, 뮤지컬 문법을 복제하면서라도 나아지는 게 있다면 하나라도 더 배워야죠.” 그의 최종 목표는 미국이나 영국 프로덕션을 설립해 영어로 뮤지컬을 만드는 거다. “한국어 공연은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처음부터 외국에 나가서 그들의 코드에 맞춰 작품을 만들어야죠. 현지에서 인정받은 공연을 한국에 들여오는게 전략입니다.” /wild@fnnews.com 박하나기자
2008-01-24 16:08:40[파이낸셜뉴스] 오디컴퍼니의 신춘수 대표가 한국 최초이자 아시아 최초로 단독 리드 프로듀서를 맡은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가 미국에 이어 영국 웨스트엔드에 진출한다. 8일 오디컴퍼니에 따르면 브로드웨이 개막 1주년을 맞아 영국 현지시간으로 2025년 4월 11일, 런던 콜리세움에서 프리뷰 공연의 막을 올린다. 이후 9월 7일까지 약 5개월간 종료 시점을 정해놓고 하는 '리미티드 런'으로 공연한다. 신춘수 단독 리드 프로듀서가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 팀과 함께 웨스트엔드 프로덕션도 직접 진두지휘한다. 신춘수 리드 프로듀서는 “’개츠비’와 ‘뮤지컬’의 본 고장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주목할 만한 큰 성과를 이뤄낸 이 작품을 영국 웨스트엔드에 선보이게 돼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런던 콜리세움은 우리 쇼의 화려한 미학과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를 잘 담아낼 수 있는 멋진 극장이다. 영국에서 가장 유서 깊고 아름답기로 유명한 콜리세움 극장이 작품 속 배경인 1920년대의 화려한 분위기를 관객들에게 완벽하게 전달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는 미국의 대표 고전,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을 원작으로 새롭게 각색한 작품으로 1920년대 혼란한 미국을 배경으로 백만장자 제이 개츠비와 그가 사랑한 데이지 뷰캐넌의 이야기를 그린다. 프리뷰 공연 기간을 포함해 개막과 동시에 단숨에 매출액 100만달러 이상을 기록해 ‘원 밀리언 클럽’에 입성했으며, 무려 20주 연속 ‘원밀리언 클럽’을 유지했다. 제68회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에서 ‘최우수 무대 디자인상’을 수상한 데 이어 제77회 토니어워즈에서 뮤지컬 부문 ‘의상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또한, 지난 8월 2일(뉴욕 현지 시간) 발매된 OST 앨범이 빌보트 차트 ‘캐스트 앨범(Cast Albums)’ 1위에 등극했다. 한편 런던 프로덕션은 2025년 4월 11일 프리뷰를 시작으로 4월 24일 공식 개막한다. 티켓은 오는 11월 27일부터 오픈한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11-08 09:30:33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이 27일 오후 7시(현지시간) 열리는 ‘뉴욕코리아센터’ 개원식에 참석한다. 1979년에 개원해 올해 45주년을 맞이한 주뉴욕한국문화원은 그동안 맨해튼 파크애비뉴에 있는 22층 건물 중 6층 일부를 임차해 사용했다. 하지만 한국문화에 대한 현지인들의 관심이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현재 위치인 맨해튼 32번가에 ‘코리아센터’를 건립해 확장·이전했다. ‘코리아센터’는 한국문화원과 한국관광공사, 한국콘텐츠진흥원, 세종학당 등 한국문화를 알리는 핵심 기관이 함께 입주해 기관 간 협력으로 한국문화의 다양한 요소를 유기적으로 연계한 종합서비스를 제공한다. LA와 상하이, 도쿄, 베이징, 파리에 이어 뉴욕에 6번째로 문을 열게 됐다. ‘뉴욕코리아센터’는 연면적 3383㎡, 지하 2층부터 지상 7층까지 건물 전체를 사용한다. 지하에는 공연 및 영화 상영을 위한 190석 규모의 공연장, 1층에는 미디어벽(미디어월), 2층에는 전시장과 정원, 3층에는 도서실, 4층에는 요리강습실 등을 갖춘 종합 문화예술 공간이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시범 운영 기간에는 약 8000여명이 다녀가며 이목을 끌었다. 이번 개원식에는 유인촌 장관을 비롯해 뉴욕 링컨센터 조다나 리 공연 프로그래밍 부예술감독, 이민자 예술인 존배 조각가,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의 제작자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 린다 조 의상디자이너 등 현지 주요 문화예술기관 인사 150여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낸다. 개원을 축하하는 문화예술행사도 다채롭게 열린다. 한국 전통음악을 대표하는 국립국악원은 ‘문굿’과 ‘비나리’를 통해 새로운 곳에서 시작하는 ‘뉴욕코리아센터’의 미래를 축복한다. 또 뉴욕 실내악단인 뉴욕 클래시컬 플레이어즈(NYCP)는 ‘랩소디 인 블루’ 연주를 통해 뉴욕의 특색과 매력을 전달한다. 뉴욕코리아센터 전시장에서는 사극 의상감독으로 잘 알려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이진희 교수가 '영화 속 한복 특별전'을 선보인다. 주뉴욕한국문화원도 개원 기념행사를 통해 한국의 문화를 뉴욕에 알린다. ‘한글 벽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에서 응모된 8000여개의 한글 문구 중 1000개를 선정해 ‘뉴욕코리아센터’ 내 한글 벽을 조성한다. 유인촌 장관은 "뉴욕코리아센터 부지는 15여년전 장관 재임 시절 매입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각별한 곳"이라며 "세계 문화시장에 전파력이 큰 뉴욕에 코리아센터를 설립함으로써 단순히 한국문화를 홍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인이 한국문화·관광을 즐기고 한국 관련 모든 상품을 소비하는 문화 강국으로 발돋움하는데 힘이 되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4-06-27 08:30:32"뮤지컬 본고장 웨스트엔드는 넘어야 할 장벽이 너무 높고 예산도 감당 못할 수준일 줄 알았다. 하지만 작품만 좋다면 한국 뮤지컬 제작사의 웨스트엔드 진출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지난 8일(현지시간)부터 창작 뮤지컬 '마리 퀴리'의 영어 버전이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공연 중인 가운데, 이 작품을 제작한 라이브의 강병원 대표가 이같이 말했다. 지난 20일 '2024 K-뮤지컬 국제마켓'에서 'K-뮤지컬 해외진출 사례' 발표에 나선 강 대표는 "일본 뮤지컬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현지에서 일본어로 공연하는데 1500석 전석이 매진되는 것을 보며 콘텐츠의 힘이 언어 장벽을 뛰어넘는다는 것을 실감했다"며 작품성을 강조했다. '마리 퀴리' 웨스트엔드 초연은 대본·음악 외 무대, 조명, 의상 등을 재창작한 논 레플리카(Non-Replica) 프로덕션이다. 리드 프로듀서로 활약한 강 대표는 "공연 제작의 본질은 같으나 인종과 체형을 고려한 캐스팅 등 시스템이나 정서는 달랐다"며 "현지화 과정은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마리 퀴리'는 300석 규모로 출발한 한국처럼 영국 현지에서도 비슷한 규모로 시작했다. 그는 "중소 규모 작품의 경우 예산은 한국과 비슷했다. 오히려 한국보다 프리 프로덕션 시스템이 잘 돼 있어 연습 첫날부터 일부 세트와 소품이 들어오고, 연출자가 연출노트를 통해 자신의 비전을 보여줬다"고 비교했다. 뮤지컬 '유앤잇(YOU & IT)'은 오는 8월 세계 최대 공연 축제인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한 달간 장기공연에 들어간다. 이지뮤지컬컴퍼니의 이응규 대표는 이날 강연에서 "지난해 K-뮤지컬 국제마켓에서 한 영국인이 '유앤잇'을 보면서 울고 있던 것을 계기로 이야기를 나눴다"며 "제가 총괄프로듀서를 맡고 영국 뮤지컬 회사 CDM이 제너럴 매니저를 담당한 한·영 합작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 진출 노하우로 '예술경영지원센터'를 꼽으며 "내 작품을 아무도 제작해주지 않아서 직접 제작자로 나섰는데, 이를 위해 예경에서 하는 경영 수업을 싹 다 들었고, 예경 사업에도 지원했다. 노하우는 예경을 적극 활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브로드웨이 진출도 꿈꿨다. 브로드웨이에선 한국 뮤지컬에 대한 관심은 어느 정도일까? 미국 공연 전문 저널리스트 자크 고든 콕스가 이날 한 '브로드웨이 트렌드' 강연으로 미뤄볼 때 긍정적이다. 그는 "올해 토니상 의상디자인상을 수상한 '위대한 개츠비'가 한국공연산업의 위상을 많이 올려놨다"며 "한국의 야심을 엿보게 한 작품이다. 올가을 공연을 앞둔 '어쩌면 해피엔딩'까지 성공하면 한국 작품, 아티스트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디컴퍼니의 신춘수 프로듀서가 제작한 '위대한 개츠비'는 최근 토니상 수상 덕에 미국 뮤지컬계 비수기인 6월 말~7월 중순 기간 표도 잘 나가고 있으며 내년 봄까지 공연 기간도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콕스는 "스트리밍 서비스만 봐도 한국 작품은 재밌거나 기발하다. '어쩌면 해피엔딩'도 사랑에 빠진 젊은 로봇의 이야기라니, '하이콘셉트' 화제작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는 또 할리우드 공연계의 세대교체를 언급하며 "베이비붐 세대가 물러나고 창작자부터 관객까지 밀레니얼 세대로 교체되는 과도기다. 이들은 문화 간 교류나 협력에 더 열려있다"며 활발한 양국 교류가 한국 콘텐츠의 브로드웨이 진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06-24 18:16:22[파이낸셜뉴스] “뮤지컬 본고장 웨스트엔드는 넘어야 할 장벽이 너무 높고 예산도 감당 못할 수준일 줄 알았다. 하지만 작품만 좋다면 한국 뮤지컬 제작사의 웨스트엔드 진출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마리 퀴리’ 강병원 대표) 지난 6월 8일(현지시간) 창작 뮤지컬 ‘마리 퀴리’의 영어 버전이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공연 중인 가운데, 이 작품을 제작한 라이브의 강병원 대표가 이같이 말했다. 지난 20일 ‘2024 K-뮤지컬 국제마켓’에서 ‘K-뮤지컬 해외진출 사례’ 발표에 나선 강 대표는 “일본 뮤지컬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현지에서 일본어로 공연하는데 1500석 전석이 매진되는 것을 보며 콘텐츠의 힘이 언어 장벽을 뛰어넘는다는 것을 실감했다”며 작품성을 강조했다. ■ K-뮤지컬 해외 진출 “성공적 현지화 작업 중요” ‘마리 퀴리’ 웨스트엔드 초연은 대본·음악 외 무대, 조명, 의상 등을 재창작한 논 레플리카 프로덕션이다. 리드 프로듀서인 강병원 대표가 영국 현지 창작진과 함께 만들었다. 그는 “공연 제작의 본질은 같으나 인종과 체형을 고려한 캐스팅 등 시스템이나 정서는 달랐다”며 “웨스트엔드 진출이 넘지 못할 산은 아니었지만, 현지화 과정은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마리 퀴리’는 300석 규모로 출발한 한국처럼 영국 현지에서도 비슷한 규모로 시작했다. 그는 “중소규모 작품의 경우 예산은 한국과 비슷했다. 오히려 한국보다 프리 프로덕션 시스템이 잘 돼 있어 연습 첫날부터 일부 세트와 소품이 들어오고, 연출자가 연출노트를 통해 자신의 비전을 보여줬다"고 비교했다. ‘마리 퀴리’는 내달 28일까지 공연된다. 한국 뮤지컬이 웨스트엔드에서 이렇게 영어로 장기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 대표는 “공연에 앞서 현지 언론의 관심이 높았고, 관객 반응도 좋은 편이나 별 2개도 더러 있어 울기도 했다”며 “현지화를 거치면서 놓친 부분이 있더라”고 짚었다. “한국 창작진이 현지 연출과 음악감독, 배우들에게 작품의 주요 포인트를 설명했는데, 연습 과정에서 바뀐 부분이 있더라”며 “러닝타임이 40-50분 줄면서 대본에 대한 호불호가 나온 것도 아쉽다”고 부연했다. 뮤지컬 ‘유앤잇(YOU&IT)’은 오는 8월 세계 최대 공연 축제인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한 달 장기공연에 들어간다. 이지뮤지컬컴퍼니의 이응규 대표도 이날 강연에 나서 “한국어 대사를 영어 대사로 바꾸는 게 이렇게 어려운줄 몰랐다”고 토로했다. 미국에서 뮤지컬 작곡을 전공한 그는 “처음에는 제가 직접 번역을 시도했으나 이렇게 해선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현지화를 잘해줄 작가, 음악감독, 연출을 찾는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현지화는 건축으로 따지면 리모델링이다. 작가를 구할 때 원형을 보전할지 여부를 잘 따져야 한다. 창작자는 보통 창작 욕심이 있어 새롭게 만들려고 하는데, 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선 계약 단계에서 원형 보존을 강하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브로드웨이, ‘위대한 개츠비’로 K-뮤지컬 야심 확인” 문화체육관광부는 K-뮤지컬의 공연예술 창작 단계부터 해외 진출까지 촘촘한 지원망을 구축해 뒷받침해왔다. ‘마리 퀴리’는 문체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경영지원센터, 재외한국문화원 등이 긴밀하게 협업한 성과다. ‘유앤잇’은 2018년 한국콘텐츠진흥원 ‘지역특화콘텐츠개발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발굴돼 2019 DIMF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창작뮤지컬상 수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올해의 레퍼토리로 선정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2021년~2022년 K-뮤지컬국제투자마켓을 거쳐 예술경영지원센터 영미권 중기개발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부터 2년에 걸쳐 웨스트엔드 원더빌에서 5월 워크샵과 쇼케이스를 통해 작품이 개발됐다. 이응규 대표는 “2023 K-뮤지컬 국제마켓에서 한 영국인이 ‘유앤잇’을 보면서 울고 있던 것을 계기로 이야기를 나눴다”며 “제가 총괄 프로듀서를 맡고 영국 뮤지컬 회사 CDM이 제너럴 매니저를 담당한 한-영 합작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 진출 노하우로 “예술경영지원센터”를 꼽으며 “내 작품을 아무도 제작해주지 않아서 직접 제작자로 나섰는데, 이를 위해 예경에서 하는 경영 수업을 싹 다 들었고, 예경 사업에도 지원했다. 노하우는 예경 을 적극 활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브로드웨이 진출도 꿈꿨다. 브로드웨이에선 한국 뮤지컬에 대한 관심은 어느 정도일까? 미국 공연 전문 저널리스트 자크 고든 콕스가 이날 한 ‘브로드웨이 트렌드’ 강연으로 미뤄볼 때 긍정적이다. 그는 “올해 토니상 의상 디자인상을 수상한 ‘위대한 개츠비’가 한국공연산업의 위상을 많이 올려놨다”며 “한국의 야심을 엿보게 한 작품이다. 올 가을 공연을 앞둔 ‘어쩌면 해피엔딩’까지 성공하면 한국 작품·아티스트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대표 뮤지컬 제작사 오디컴퍼니의 신춘수 프로듀서가 제작한 ‘위대한 개츠비’는 최근 토니상 수상 덕에 미국 뮤지컬계 비수기인 6월 말~7월 중순 기간 표도 잘 나가고 있으며 내년 봄까지 공연 기간도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콕스는 “스트리밍 서비스만 봐도 한국 작품은 재밌거나 기발하다. ‘어쩌면 해피엔딩’도 사랑에 빠진 젊은 로봇의 이야기라니, '하이콘셉트' 화제작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는 또 할리우드 공연계의 세대교체를 언급하면서 “베이비붐 세대가 일선에서 물러나고 창작자부터 관객까지 밀레니엄 X세대로 교체되는 과도기다. 이들은 문화 간 교류나 협력에 좀 더 열려있다"며 활발한 양국 교류가 한국 콘텐츠의 브로드웨이 진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06-24 10:22:29K팝과 K무비, K드라마에 이어 이젠 K뮤지컬이다. 한국 뮤지컬 제작사가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주목할만한 성과를 거둬 화제다. 16일(이하 현지시간) 오디컴퍼니의 신춘수 프로듀서가 아시아 최초로 단독 리드 프로듀서로 활약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위대한 개츠비'가 제77회 토니어워즈에서 뮤지컬 부문 '의상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앞서 10일 제68회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에서 '최우수 무대디자인상'을 수상한 데 이어 K뮤지컬이 이뤄낸 또 하나의 쾌거다. '위대한 개츠비'는 앞서 관객들의 투표로 결정되는 제21회 씨어터 팬스 초이스 어워즈에서도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극본상, 음악상, 연출상 등 9개 부문을 휩쓸며 인기를 입증했다. 이는 매출액 수치로도 증명됐다. 브로드웨이 공연 매출 집계사이트 플레이빌에 따르면 지난 4월 25일 정식 개막 후 3주 만에 주당 매출액 128만달러(약 18억원)을 돌파했고, 6월 16일까지 9주 연속 주당 매출액 100만달러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신춘수 프로듀서는 "K뮤지컬 시장을 전 세계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싶다"라고 전했다. 지난 8일 영국 런던에서는 한국 창작뮤지컬 '마리 퀴리'의 영어 버전 프리미어가 현지의 관심 속에 진행됐다. 이 작품은 내달 28일까지 런던의 유서 깊은 공연장 채링 크로스 시어터에서 공연된다. 제작사 라이브 측은 "프리뷰 티켓이 전석 매진돼 'K뮤지컬'과 '마리 퀴리'에 대한 현지의 관심을 실감하게 했다"고 말했다. 영국의 대표적인 공연 매체 왓츠온스테이지는 "아시아에서 큰 성공을 거둔 후 영어로 초연된 '마리 퀴리'는 마리 퀴리의 업적을 과소평가하지 않으며, 관객들의 지성을 모독하지 않는다"라고 호평했다. 영어 버전 초연은 대본과 음악 외 무대, 조명, 의상 등을 재창작한 '논 레플리카 프로덕션'이다. 리드 프로듀서인 강병원 라이브 대표 겸 프로듀서가 영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크리에이터들로 새롭게 팀을 꾸려 제작했다. 오리지널 '마리 퀴리' 역의 김소향은 영국 초연을 앞두고 현지에서 진행된 갈라 콘서트 후 "영광스러운 웨스트엔드 진출의 문을 여는 콘서트에 참여하게 돼 영광"이라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 동석한 옥주현도 "'마리 퀴리'의 창작·제작팀이 오랜 시간 걸어온 인고의 시간들이 증명되는 귀한 자리에 함께할 수 있어서 기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06-17 18:1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