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 약세인 이유는 중국 무역의 불확실성이다. 이 불확실성을 제외하면 한국 경제는 전반적으로 잘하고 있고, 다른 나라들이 부러워하고 있다." 앤 크루거 스탠퍼드대 경제학 석좌교수가 2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중국과의 무역 불확실성이 초래할 결과를 완충시킬 제3의 시장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정치인들 귀 닫은 채 보호주의" 28일 세계경제연구원과 신한은행이 함께 개최하는 '글로벌 지경학적 분열과 산업 대전환을 넘어: 아시아의 새로운 금융허브, 서울의 비전' 금융컨퍼런스 연사를 맡은 크루거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에서 수석부총재를 지낸 거시경제 전문가다. 그는 미국 경제에 대해 "미국 GDP(국내총생산)는 아주 큰 변화가 없는 한 2.5% 안팎으로 유지될 것"이라면서 "진작부터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을 했고, 다행히 제 말이 맞았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가 그동안 봤던 것보다 훨씬 많은 불확실성이 있다"면서 "중동 전쟁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 서로 간에 상호작용을 해서 상황을 확 바꿀 수 있고, 지금 대선 대선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대선 결과가 한국에 미칠 영향에 대해 크루거 교수는 "미국에서 많은 미국 사람들이 미국에서 모든 물건을 생산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믿을 수 없지만, 바이든과 트럼프 둘 모두 보호무역을 더욱 강화하겠다면서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보호주의'를 내세우는 미국의 정치인들이 귀를 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개방형 경제로 나아가야 한다'는 오랜 지론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서울이 국제 금융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고용과 증시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주가가 치솟는 것이 증시가 튼튼한 것은 아니고, 투자자가 원할 때 주식을 팔 수 있을 정도의 시장의 규모와 깊이가 중요하다"면서 "소수 의사결정으로 증시가 출렁거리지 않은 상황이어야만 증시가 튼튼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미국에서 과도한 AI(인공지능) 광풍이 불어 엔비디아가 미국 증시 상승을 이끌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장기업의 절반 정도는 잘 못하고 있다"면서 "만약 AI의 효과가 우리의 기대 이하라면 미국 증시가 실물경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부풀어올랐다고 봐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저조한 출산율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저출생 문제는 아프리카를 제외한 전 세계의 문제"라면서 "미국이 비켜갈 수 있었던 것은 이민정책 덕분"이라고 말했다. ■서울 5개 지표 고른 평가 서울이 국제금융센터지수에서 고른 평가를 받고 있지만 과도한 규제가 기업환경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영국계 컨설팅그룹 지옌의 마이크 와들 최고경영자(CEO)는 "서울은 기업환경, 인적자원, 인프라, 금융산업 발전, 도시평판 등 5대 국제금융센터지수 평가 척도에서 고르게 15위권 이내에 들어서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도 "기업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서울이 편리한가에 대한 조사에는 그렇지 않다는 인식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는 관료주의가 있다는 응답이 높다"면서 "서울의 각종 규제 정도가 과도하다는 국제적 인식이 사실이 아니라면 서울이 더 많은 홍보를 통해서 그러한 인식을 무너트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옌은 매년 3월, 9월 중국종합개발연구원(CDI)과 함께 국제금융센터지수(GFCI)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 3월 발표에서 서울은 전 세계 133개 도시 중 10위를 기록했다. 서울은 △기업환경(13위) △인적자원(7위) △인프라(10위) △금융산업 발전(13위) △도시평판(12위) 등 5대 정량평가 지표에서 모두 15위권에 진입했다. mj@fnnews.com 박문수 박소현 기자
2024-06-27 18:11:10'킹달러'의 시대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하 시점이 하반기로 미뤄진 상황에서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먼저 금리인하를 단행, '킹달러' 시대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 증시는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지만 한국 증시는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증시 레벨업에 나섰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파이낸셜뉴스는 이하진 한미재무학회 회장(미국 텍사스주립대 경영대학 교수)과 유세현 차기 한미재무학회 회장(미국 벨몬트대 경영대학 교수)의 대담을 통해 현 상황을 진단하고 하반기 경제 및 시장의 주요 변수를 짚어본다. ―'킹달러'가 지속되고 있다. 연말 원·달러 환율을 전망한다면. ▲이하진 한미재무학회 회장=한미 금리 격차가 계속 유지될지 여부와 고환율 상황의 변화는 여러 경제적 요인들에 따라 결정된다. 개인적으로는 연말 원·달러 환율은 대체로 1300원대 중반에서 1400원 사이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많은 변수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다. 주목해야 하는 변수는 미국 연방은행의 피벗 정책과 현재 진행 중인 전쟁들과 같은 국제정치환경의 변화라 할 수 있다. 한국 경제의 회복 속도와 국내 물가상승 속도에 따라 환율도 변동할 수 있으나 정부의 외환시장 안정화 노력 또한 항상 중요하다. 다만 글로벌 경기(중국 경제) 둔화 또는 회복, 지정학적 리스크는 정부 노력 밖의 변수다. 리스크에 관한 베스트셀러 저자인 나심 탈레브를 인용하자면 '추측하지 말고 준비성에 치중하라'는 충고가 적절하다고 보인다. ▲유세현 미국 벨몬트 대학교수=기준금리는 내수경제의 물가안정, 고용안정, 경제성장과 안정적인 대외무역패턴 등을 고려해서 결정된다. 미국은 국제 금융위기와 코로나 사태를 채권매입을 통한 양적완화로 넘겼다. 이에 따른 유동성 회수의 일환으로 2022년 초부터 급격하게 기준금리를 올렸고 달러 강세가 초래됐다. 자국통화의 지나친 가치하락을 막기 위해 일본을 제외한 많은 국가들이 내수경제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미국의 금리인상기조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원화의 경우 올해 들어 1400원의 저항선이 시험받고 있지만 2023년부터 1300원대의 박스권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서서히 식어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어 하반기 금리인하가 시작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짐에 따라 현재의 원화약세 기조(고환율 상황)는 강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말까지 1300원 이하로 환율이 떨어질 가능성은 미국 내 경기지표의 추후 향배가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미국 증시에서 주요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인가. ▲유세현=인공지능(AI)에 대한 기대가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의 주가 상승을 이끄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S&P500지수의 30%를 차지하는 IT업종이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다. 인공지능 산업의 성장세가 초창기라는 측면과 지속적인 저변 확장이 유발할 기업가치 창출에 대한 기대가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는 고평가에 대한 우려감을 불식시키고 있다. 하반기에 예상되는 미국 기준금리 인하는 주식시장 전반에 걸쳐 호재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IT업종의 이익실현 및 조정가능성과 무관하게 두 지수가 지속적으로 상승곡선을 유지할 가능성은 낮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하진=미국 주식시장의 사상 최고치 경신은 경제회복, 기업 실적 호조, 노동시장 안정 등에 기인한다. 애플, 아마존,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을 포함한 기술 기업들의 지난 1년간 평균 주식 가격 성장률이 40%에 육박하고 있다. 매우 단기적으로는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버블 형성이 가시화된다는 견해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중장기적으로는 경제지표 변화와 정책 변화에 따라 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물가 상승은 항시 잠재적인 위험요소다. 엔비디아를 비롯해 한국의 과열된 미국 주식 투자는 행동경제학 측면에서 볼 때 좀 더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한국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코리안 디스카운트가 해소될까. ▲이하진=기업가치 향상과 투자자 신뢰 회복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인센티브가 없다면 장기적인 대책이 되기는 힘들다. 가령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과 같은 인센티브를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또 기업 거버넌스 개선 및 투자자의 행동주의(Investor Activism) 활성화 등과 같은 외부적 환경을 갖추는 것 역시 필수요건이다. 밸류업 프로그램에 반영된 기업의 지배구조와 투명성 제고는 중요한 시작점이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법적, 정치적, 경제적 환경 조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유세현=기업의 가치 제고 노력을 유도하고 주주 가치 존중 기업문화 정착을 목표로 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은 주식시장의 공급자 측면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이는 상대적 주가 상승을 유발시켜 주가순자산비율이나 주가이익비율을 높이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수요자 측면에서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해소방안의 일환으로 외국인들의 투자를 더 촉진시킬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국내의 기업 가치 제고 노력이 해외에 시의적절하게 현지언어로 제공하는 것과 MSCI DM지수 편입 및 원활한 외환정보의 접근성은 더 많은 해외자금의 투자를 유발해 주가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의 MSCI DM지수 편입이 계속 실패하고 있다. 가입을 위해 시급하게 해결돼야 할 것은 무언인가. ▲이하진=지난 14년 동안 거듭 실패한 이유를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국제 신인도 하락과 기업 지배구조의 취약성을 들 수 있다. 24시간 외환시장 거래시스템 부재와 공매도 금지 등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도 한 이유다. 기업지배구조의 개선과 같은 거시적인 해결책과 더불어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편의성을 확보하고 자금 조달 및 환전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 역시 시급하다. ▲유세현=MSCI DM지수 편입은 한국 증시가 세계 주요 증시와 동격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해외투자 수익률의 결정 요소 관점에서 그 필요조건을 찾아볼 수 있다. 현지통화 수익률을 추정하기 위해서는 영어 같은 공용어로 정보의 공유가 이뤄져야 한다. 얼마나 빨리 기업 정보 등을 현지언어로 해외에 전달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쉽게 외국인 투자자가 외환결제 및 시장정보 수집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한국의 부동산PF 부실이 심각하다. 질서 있는 구조조정을 위해 정부와 시장이 준비해야 하는 것은. ▲유세현=부동산 시장의 불경기와 고금리 행진이 건설업체들의 경영악화와 제2금융권을 필두로 대출 금융권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일부 하위 은행들의 부도도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의 수급불균형을 타파할 수 있는 수요 증진책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또 부도 위기에 몰릴 수 있는 은행권에 대해서 긴급 자금수혈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이하진=부동산시장이 한국 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부동산시장의 불안에 기인한 뱅크런은 금융시스템 위기를 초래하고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방안으로는 예금자 보호 확대, 유동성 지원, 금융기관의 위험관리체계 강화, 부실행위 단속, 금융기관 정보공개 확대, 금융기관들의 자율적인 부실자산 처리 등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일관성있는 부실자산의 정리 절차를 명확히 해 시장에 신뢰를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택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해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변동 또한 막아야 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에 이어 이더리움에 대해서도 ETF를 승인했다. 가산자산 시장 전망은. ▲유세현=가상자산 선두주자에 대한 ETF 승인은 변동성이 높은 가상화폐를 거래소 상품화함으로써 제도권 내 모니터링을 촉진시킬 수 있다. 국제 금융위기 이후 장외거래 선도거래상품(forward)을 제도권 내 선물거래 상품(futures)으로 유도한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ETF는 일반적으로 소액투자자에게 거래 편의성, 정보 접근성, 세제 혜택, 분산투자의 용의성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따라서 투자자는 보다 통제된 환경에서 다른 금융상품처럼 가상화폐 상장지수펀드에 투자를 할 수 있고 금융당국은 보다 안정적인 투자환경 조성에 기여하게 된다. ▲이하진=SEC의 이더리움 ETF 승인은 가상자산 시장의 투명성 및 안정성을 높이고 더 많은 투자자에게 접근성을 제공하려는 노력의 일환일 수 있다. 이를 통해 가상자산을 제도권 내에서 관리하고 감독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민주당의 부동표를 얻으려는 정치적 목표가 배후에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이더리움 ETF 승인은 블록체인 기술 발전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리라 본다. ―11월 미국 대선에 대한 관심이 많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가장 큰 정책 차이는 무엇인가. ▲이하진=도널드 트럼프의 과거 금융정책이 법인세 및 개인 소득세 인하를 포함한 시장친화적인 금융규제 완화라고 한다면, 바이든 행정부의 금융정책은 금융규제 강화를 통한 금융시장의 투명성과 안정성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기본적인 성향은 유지하겠지만 누가 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두 후보 모두 그다음 선거 출마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오히려 재선을 위한 인기 영향적인 정책을 추구할 필요가 없다. ▲유세현=차기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든지 인플레이션의 통제와 경제 연착륙은 중요한 경제목표에서 빠질 수가 없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정지출에 필요한 세수 확보방식에서 양 진영은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바이든은 법인소득세 인상과 부자세 도입을 우선 고려하고 있다. 반면에 트럼프는 현재 21%인 법인소득세를 추가로 인하하여 경기부양을 견인하고 부족한 세수는 예를 들어 10% 관세를 모든 수입품에 일률적으로 부과해 마련하려고 한다. 트럼프의 방식은 소비자 물가상승효과를 내포하며 무역상대국과 분쟁을 일으킬 소지가 높다. 부수적으로 바이든은 2017년 트럼프의 투자촉진세법의 감세규정을 2025년 자동 소멸시킬 것으로 보이며 트럼프는 인플레이션감축법 (IRA)의 일부 규정을 폐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 만한 변수가 있다면.▲유세현=부동산이 금융시장 및 세계 경기 불안정의 뇌관이 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는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를 더 자주 더 큰 규모로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시키고 있다. 태풍과 산불, 홍수 등 자연재해로 인한 보험금 지출은 매년 천문학적으로 늘고 있고 부동산가치의 하락 및 재건축비용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 부동산 위기는 단기적으로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과 같다. 중국 경제의 30%를 점하는 부동산 관련 부문과 규모가 파악되지 않는 지방정부 부채가 동시다발적으로 아니면 연쇄적으로 나락으로 떨어질 경우 그 파급효과는 중국을 넘어 전 세계를 강타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하진=현재 세계 금융시장은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러 잠재적 변수들이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이 최대 리스크로 판단되고 중국 경기둔화는 수요 감소를 야기할 수 있다. 최근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소비자 심리가 위축될 경우 경제에는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한국 국내적으로는 가계 부채비율과 연체율이 걱정되는 부분이다. 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2024-06-26 18:14:32[파이낸셜뉴스] 중동 리스크로 국내외 채권금리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미국 채권금리가 요동쳤지만 빠르게 안정세를 되찾았다. 중동지역 리스크보다 채권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은 흔들리는 금리인하 기조와 원화 약세였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채 3년물 금리는 지난 12일 연 5.37%로 전일(5.38%) 대비 0.01%포인트 하락했다. 10년물도 연 4.59%에서 연 4.52%로 내려왔다. 중동발 리스크에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지면서 채권가격이 오른 때문이다. 채권가격 상승은 채권금리 하락을 의미한다. 기준금리 인하 기조와 상관없이 중동 리스크에 채권금리가 내린 것이다. 시장은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우려했지만 이는 하루 만에 해소됐다. 이란의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작전은 종료됐고 이란이 공격받지 않는 한 새로운 군사 작전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혼란은 빠르게 수습된 것이다. KB증권 임재균 연구원은 "이스라엘의 선택이 중요해진 가운데 네타냐후는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 이후 이란 공격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양측이 추가 확전에 대해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에 "국제유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처럼 급등할 위험은 상당 부분 감소됐다"면서도 "여전히 국제 유가는 불안한 움직임"이라고 지적했다. 중동 리스크보다 불안한 유가와 원화 약세를 채권 시장 불안 요인으로 꼽았다. 임 연구원은 "미국은 견고한 경기 펀더멘탈을 기반으로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고 있다"면서 "한은은 연준과 상관없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여전히 인프레이션이 높은 상황에서 원화 약세는 금리 인하의 제약 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연내 금리인하 기대가 흔들리면서 금리는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2024-04-15 14:27:51[파이낸셜뉴스]우리은행은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 호텔에서 수출입 기업의 임직원 100여명을 초청해 2024년 환율·금리 전망 세미나와 내년 초에 출시하는 비대면 FX거래 플랫폼 '우리WON FX'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10일 밝혔다. 코로나 이후 4년 만에 열린 세미나에서는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연구원과 윤여삼 메리츠증권 채권파트장이 강사로 나서 2024년 시장 주요 이슈와 환율·금리 전망에 대해 발표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연구원은 2024년에도 대내외 경제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상반기에 원화 약세를 불러올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상대적 성장 우위와 달러화 자산의 수요를 바탕으로 글로벌 달러 강세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으며, 대내적으로는 중국 수출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과 가계부채 문제를 원화 약세의 요인으로 꼽았다. 우리은행은 내년 초에 오픈 예정인 기업고객 특화 서비스인 HTS기반 외환 거래 플랫폼 '우리WON FX'를 소개하는 시간도 가졌다. '우리WON FX'는 시장 정보제공 기능이 탑재돼 실시간 환율로 시장가, 지정가로 거래가 가능하고 현물환, 선물환, FX SWAP 상품을 거래할 수 있어 환율 변동에 민감한 기업고객의 외환 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미나에 참석한 기업고객은 “환율 변동성 확대로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우리은행에서 시의적절하게 정보를 제공해줘 내년 경영계획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수출입 기업의 외환리스크 관리를 위해 각종 시황정보 제공과 세미나를 개최하고 외환 관련 상품과 서비스로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2023-11-10 11:04:32[파이낸셜뉴스] 20일 원·달러 환율이 1280.3원에 거래를 마치며 하락 마감했다. 이는 원화 가치가 소폭 상승한 것을 의미하는데, 전문가들은 수급적 요인 등 대내적 상황과 위안화 흐름 등 일부 대외적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반면 달러·위안 환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으며 달러·엔 환율 역시 이날 약 7개월만에 142엔대로 상승하며 약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종가(1282원) 대비 1.7원 내린 1280.3원에 거래를 종료했다. 시가는 전거래일 종가 대비 1.0원 오른 1283원이었다. 수급 요인을 둘러싼 위안화 변동 흐름이 장중 원달러 환율 상승 및 하락 재료로 소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원달러 환율이 1270원 구간에서 움직이던 중 중국인민은행이 위안화를 0.55% 절하고시하며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자, 매수세가 유입되며 원달러 환율은 상승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이후 원달러 환율이 1285원선에 머무르자, 해당 수준에 타깃팅되어 있던 네고물량이 그 구간에서 출회되며 환율 레벨을 낮췄다. 1278원선에서 유입된 결제수요와 해당구간 내에서 잠시 강세를 보였던 위안화도 원달러 환율 하락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줬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이후 1270원 후반 구간에서 결제 수요가 유입되며 원달러 환율이 소폭 상승한 채 마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4월 27일부터 이달 16일까지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5.2% 상승했으며, 이날도 여전히 강세를 보였다. 반면 달러·위안 환율은 인민은행이 이날 오전 달러·위안 거래 기준환율을 전장대비 0.0395위안(0.55%) 올린 7.1596위안에 고시한 이후 꾸준히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날 오후 5시 10분 기준 달러위안 환율은 7.1797로 집계되며 전거래일 대비 0.22% 상승세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위안화 약세의 요인이 시장 예상보다 더딘 중국 경기 회복 속도와 금리 인하 등 중국의 경기부양 정책에 대한 회의감이라고 봤다. 앞서 중국 정부는 올해 초 제로코로나를 폐지하고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을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시진핑 집권 3기'를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펴지 않는 중국 정부의 모습과 미중 갈등 심화, 예상치를 하회하는 제조업 경기 업황 등으로 시장은 중국 경제활동 정상화 쪽에 배팅하던 움직임을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이에 지난 13일 인민은행은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금리를 2.00%에서 1.90%로 0.1%포인트(p) 인하하고 신규 인프라 건설과 다주택 투기를 허용을 검토하는 등 여러 부양책을 펼쳤다. 그러나 이후 골드만삭스는 올해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6%에서 5.4%로, JP모건은 전망치를 기존 5.9%에서 5.5%로 낮추며 중국의 경기부양책에 의구심을 표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통상적으로 금리 인하는 해당 국가 통화 약세 재료였으나, 중국의 경우 금리인하가 경기부양책으로 인식되며 위안화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면서도 "지난 2010년대 중반부터 '중국 부동산 가격이 높다', '부채가 많다' 등의 이야기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다주택 투기를 허용하는 등의 부양책을 펴는 것이) '효과가 있는 것인가', '이것을 진짜 성장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인가' 등의 회의적인 시각이 많아졌다"고 바라봤다. 민 연구원은 "경기 부양 효과도 그다지 없을 것으로 추측되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금리차를 벌이는 부양책 탓에 투자자들이 위안화 약세에 배팅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엔화 역시 상황은 좋지 않다. 이날 오전 9시 40분 달러·엔 환율은 전장 대비 0.17% 오른 142.182엔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민 연구원은 "엔화 약세 흐름이 원·엔 환율에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다"며 "이날 원화가 종가 기준으로 소폭 강세를 보였던 만큼 원·엔 환율 800원대 진입은 거의 기정사실"이라고 언급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2023-06-20 17:55:27지난해 8월 이후 원·달러 환율 변화율이 다른 통화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월에는 원화 절하율이 34개국 중 가장 높았다. 무역수지 적자 영향이 시차를 두고 반영된 데다, 한미 간 금리차가 1.50%p까지 벌어진 영향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무역수지 적자 등 대내외적 요인으로 원·달러 환율이 재차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변화율이 34개국 중 평균치를 크게 웃돌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기간 중 원화의 변화율은 상대적으로 작았던 것과 비교해 변화율이 급격하게 높아진 것이다. 환율 변화율은 전월 말 대비 이달 말 환율의 변화율을 의미한다. 한국의 환율 변동성은 지난해 △8월 3.0% △9월 7.0%로 34개국 평균인 1.5%, 4.3%를 두 배 가까이 웃돌았다. 달러화가 초강세를 보인 지난해 10월에는 -0.5%로 34개국 평균(-0.1%)을 크게 상회했고 11월에도 -7.5%, -4.4%로 34개국 평균인 -3.9%, -0.5%보다 변화율이 컸다. 올해 들어서도 △1월 -2.2% △2월 7.4% △3월 -1.7% △4월 2.9%로 타국 평균값(-1.8%, 3.0%, -1.3%, 0.1%)보다 변화율이 높았다. 2월에는 34개국 평균이 3.0%일 때 원·달러 환율은 7.4%를 보여 두 배 이상 높았고 가장 높은 절하율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모형을 통해 원·달러 환율 충격반응을 분석한 결과 무역수지 충격과 한미 금리차(내외금리차)가 환율을 높이고,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은 환율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내외금리차와 CDS 프리미엄은 당월에, 무역수지 충격은 1개월의 시차를 두고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지난해 3월 이후 5월까지 15개월째 적자를 내고 있는데, 무역수지 적자가 환율 상승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달러화가 약세이던 지난 2월 특히 오른 환율에 대해서는 "상당부분(40%)이 무역수지 충격에 의해 설명됐다"며 "모형에 포함되지 않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기조 예상도 원화 절하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달러화가 약세인 와중에 경제 펀더멘털 요인 등으로 원화가 더 약세를 보여 환율이 올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한미 간 금리차 확대, 무역수지 적자 등 환율상승 압력이 남아있다. 경상수지 적자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 연준이 금리를 추가 인상하거나 한은이 통화정책 기조를 조기에 전환할 경우 상승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 이상형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5월 미국 연준이 한미 금리차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확대됐지만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며 "5월 외환시장이 안정세를 보이는 것은 하반기 이후 반도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외국인의 주식투자 자금 유입 등의 영향이 있다"고 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김예지 기자
2023-06-08 18:16:22[파이낸셜뉴스] 원·달러 환율이 1340원대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와 한국의 경기부진으로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2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1332.2원) 대비 6.9원 오른 1339.1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오전 9시 13분께 1340.5원으로 1340원대를 찍고 1338원대에서 등락 중이다. 이날 환율은 지난 24일 기록한 시가 기준 연고점(1332.5원)을 6.6원 상회해 이틀 만에 연고점을 경신했다. 같은 날에는 1334.8원에 거래를 마쳐 종가 기준으로도 연고점을 경신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28일(1340.2원) 이후 최고점이기도 했다. 환율은 지난해 10월 1440원대로 급등했다가 올해 1월 1200원대로 하향했다. 2월 말부터 3월까지 1300원대 안팎에서 등락하다 이달 중순 이후 1330원대까지 치솟았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오전 10시 40분 기준 101.820으로 전날에 비해 소폭 하락했다. 달러화가 약세인 와중에 원화가 더 약세를 보여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최근의 원·달러 환율 급등은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와 전날 우리나라 경기부진 우려로 원화가 약세를 보여서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가 강해졌다. 국내 증시의 경우 전날 2차전지 테마주 중심으로 크게 빠졌고 테크기업 주가가 하락했다"라며 "글로벌 금융불안에 대한 우려가 위험회피 심리로 이어져 환율 상승 압력을 높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퍼스트리퍼블릭발(發) 은행권 위기설이 점화한 것도 위험회피 심리를 키우고 있다. 김 연구원은 "미국 은행주들이 하락했다. 외국인이 불안 심리에 원화자산을 매도하고 달러화를 매수하고 있다"면서 "위험회피 심리가 강해진 영향으로 특히 원화가 약세"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가 높은 것도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이유다. 전날 발표된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대비 0.3% 성장했지만, 순수출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수출경기 부진이 확인됐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상수지 적자가 이어지고 있고 전날 GDP도 좋은 지표라고 보기 어렵다"라며 "우리나라의 펀더멘털 자체가 안 좋기 때문에 달러가 약세인데도 원화가 더 약세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경상수지가 당분간 큰 폭 흑자를 내기 어렵고 경기부진도 단기간 내 개선이 어렵기 때문에 환율 상승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불안, 우리나라 경기 부진, 수급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상반기 내 1차 환율 저항선을 1350원대로 잡았다. 이 연구원은 "4월말 5월초 법인들의 배당금 지급 기간인 만큼 외국인 주주들에게 돈을 보내는 과정에서 달러화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당분간 환율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2023-04-26 10:48:19[파이낸셜뉴스] 수출에 환율효과가 먹히지 않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 주말(21일) 1330원에 육박하는 등 원화값은 연일 하락세지만 올해 누적 무역수지 적자는 20일 현재 265억8400만달러로 집계됐다. 국제통화기금(IMF)가 '험난한 회복과정'이라고 할 정도로 글로벌 경제의 성장세가 미미한 게 무역적자의 주요원인이다. 하지만 '원화값 하락, 수출개선'이 과거와 달리 산업현장에 적용되지 않는 영향도 있다. 23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1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4원 오른 1328.20원에 마감됐다. 연중 저점인 지난 2월 2일 1220.30원 대비, 100원 넘게 올랐다. 올 들어 달러는 주요 통화 대비 약세다.(21일 기준 6개국 통화 대비 약 2% 하락) 원화는 약세인 달러 대비 가치가 더 하락한 것이어서 원화는 이론적으론 다른 통화대비 수출가격 경쟁력이 더 있다. 수출의 가격경쟁력 변화를 알 수 있는 실질실효환율도 하락세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100선을 뚫고 내려와 10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실효환율은 지난 2020년 환율을 100으로 놓고 이후 특정 통화의 상대적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다. 100 이하면 해당 통화가 기준년(2020년)보다 저평가됐다는 의미고 100 이상이면 고평가됐다고 본다. 올 2월 기준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96.26이다. 하지만 국내 주요 산업 수출현황을 분석했을 때, 수출에서 환율 영향력은 과거 만큼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원화값 하락(환율 상승)→한국 상품 가격 경쟁력 상승→수출 호황'이란 기존 패러다임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원·달러 환율이 1300~1400원대를 오갔지만 수출은 되레 감소했다. 총수출은 올 3월까지 6개월 연속 감소하고 무역수지는 13개월째 적자행진이다. 산업연구원은 이와관련'원화 환율의 수출영향 감소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실질실효환율의 수출에 대한 영향이 2010년 이후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2010년 이전에는 실질실효환율이 1% 하락하면 주요 산업 수출이 0.71% 늘었으나 2010년 이후에는 0.55% 증가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이는 2010년 이전까지는 수출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중요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그 이후로는 기술경쟁력이 더 중요시되고 있어 환율의 영향을 덜 받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우리나라는 2000년 이후 기술 개발 중심 혁신주도형 산업발전 정책을 실시, 수출 구조가 고도화됐다. 그 결과 기술 집약도가 낮은 산업군의 수출 비중은 낮아지고,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기술 및 지식 집약적 산업 수출이 증가했다. 기술 집약도가 높을수록 가격보다는 수출 제품의 품질, 기술 우위 등 비가격적 경쟁 요소가 중요해지기 때문에 수출 가격에 영향을 주는 환율 영향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또 2010년 이후 중간재 수출 비중이 빠르게 늘어 환율 변동에 따른 영향이 줄었고 글로벌 분업 확대로 인한 한국의 중간재 수입 증가가 수출 가격 경쟁력 효과를 상쇄했다고도 했다. 2021년 기준 전체 수출의 약 70%는 중간재, 27%는 최종재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대표적 수출품목인 반도체 등 수출주력품목은 환율보다 글로벌 수요, 다시 말해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원·달러 환율 상승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또 "환율이 상승했다고는 하지만 일본 엔화 실질실효환율은 2월 기준 70대 후반이어서 여전히 수출가격경쟁력은 한국보다 일본이 유리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2023-04-21 16:15:37[파이낸셜뉴스] 원달러환율이 장 초반 1444원을 넘으며 연고점을 기록했다. 위안화가 사상 최저치로 하락하면서 원화도 동반 약세를 나타냈다는 분석이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1444원을 넘으며 연고점을 기록했다. 2009년 3월 16일(고가 기준 1488.0원) 이후 1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1439.7원) 보다 0.3원 오른 달러당 1440.0원에 개장한 후 장 초반 상승세를 이어갔다. 현재는 상승폭을 줄이며 1430원대 후반에서 등락중이다. 이 같은 환율 상승에는 중국 위안화 약세 흐름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중국에서 '시진핑 3기'가 출범한 가운데 충성파 일색의 지도부가 구성되자 금융시장에서 우려가 커졌다는 평가다. 실제 간밤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주가는 급락했고, 역외 위안화·달러 환율은 7.3 위안을 넘어섰다. 2010년 홍콩 역외 시장이 개장한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다. 역내에서 2008년 1월 7.3위안까지 오른 적은 있지만 역외에서 7.3위안을 넘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당 대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 결정과 개혁·개방파로 분류되던 리커창 총리 등이 권력을 잃으면서 시 주석 1인 독주체제가 공고해졌고 이에 따라 시장 친화적 정책이 약화되는 등 중국 경제 성장 둔화 우려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원화는 위안화에 영향을 받으며 움직이는 만큼 장중 위안화의 방향성에 원달러 환율도 영향을 크게 받을 전망이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오늘 환율은 시진핑 1인 체제에 따른 중국 경제리스크와 엔화 추가 약세가 남아있다는 인식에 1440원 중후반 구간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시진핑이 공동부유와 제로코로나 등 시장 친화적이지 않은 정책을 고수할 것이란 평가에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 원화를 비롯한 위안 블록통화 약세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2022-10-25 11:45:06원·달러 환율이 1440원을 돌파한 가운데 원화약세가 속도를 내고 있다. 전 세계적 달러강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원화의 절하 폭은 다른 통화에 비해 높다. 최근 한 달 사이 급격해진 원화약세 속도에 외환당국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달러강세 속에 주요국 경기둔화가 나타나고, 중국 경제부진과 국내 수출둔화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강달러+위안화 급락…원화약세↑ 2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421.5원)보다 18.4원 오른 1439.9원에 마감했다. 장중 144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환율이 장중 1440원을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3월 16일(고가 기준 1488.0원) 이후 처음이다. 연고점 역시 이틀 만에 경신하면서 1400원대 환율상승세는 5거래일째 이어졌다. 이날 환율상승은 달러 가치가 높아지고 위안화 가치는 급락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27일 114.1로 마감했고, 이날도 114대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2002년 이후 20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반면 달러화 대비 위안화는 7.2위안을 돌파하며 14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도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문제는 원화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외환당국도 원화약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의 통화긴축으로 달러에 대한 주요국 통화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지속하곤 있지만 원화는 다른 통화보다 약세 속도가 다소 빠르다는 진단이 나왔다. 실제 주요국의 통화절하율을 보면 26일 기준 원화는 8월 말보다 6.5%나 절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기 중국 위안화는 3.8%, 일본 엔화는 3.4% 절하됐고 유로화와 호주달러도 각각 4.1%, 5.1% 절하되는 데 그쳤다. 다른 통화 대비 원화절하 폭이 큰 것이다. 주요국 환율 변화율에서도 원화약세가 두드러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으로 지난 7월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원화의 환율은 5.9% 하락했다. 같은 기간 엔화가 6.7% 하락한 데 비해서는 적은 것이지만 중국 위안화가 2.7%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큰 하락폭이다. ■경기둔화 우려감…정책대응 고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최근 한 달 사이에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 파운드화 급락으로 원화도 동반하락했으며 원화가 달러인덱스보다 더 빠르게 절하됐다"며 "이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며 대응 중이며, 금리 등 거시적 정책과 수급조정 등 미시적인 정책 등이 필요하다. 가격이 오른 에너지 수요를 줄이는 방안 등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외환당국이 원화약세에 대한 복합적인 대응 마련에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다. 앞서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도 지난 7일 "최근 원화의 약세 속도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에 비해 빠른 측면이 있다"며 "외환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한편 시장안정에 적극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원화약세는 주요국의 경기와 국내 무역적자 등 수출경기 상황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급격한 경상수지 악화와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유출, 외국인직접투자를 넘어서는 해외직접투자 등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2022-09-28 18:1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