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인천=한갑수 기자】 인천에서 속칭 건축왕, 빌라왕, 청년빌라왕으로 불리는 업자에게 전세 사기 피해를 입은 규모가 2969호이고 이중 83.6%인 2484호가 미추홀구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는 지난 3월 6일부터 2달간 군·구와 함께 전세 사기 피해 규모 파악을 위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이 조사됐다고 9일 밝혔다. 시는 이번 실태조사에서 건축왕, 빌라왕, 청년빌라왕이 소유한 인천지역 주택은 2969호로 파악했다. 시는 이들 주택에 대한 등기부등본 및 임대차계약서를 확인해 피해현황을 집계했다. 건축왕, 빌라왕, 청년빌라왕에게 전체 전세 사기 피해를 입은 2969호 중 미추홀구 소재 물건은 2484호로 전체 조사대상 물건의 83.6%가 미추홀구에 집중돼 있었다. 그 다음으로 계양구 177호, 남동구 153호, 부평구 112호였으며 나머지 43호는 다른 군·구에 나뉘어 소재하고 있었다. 시가 2969호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임대차신고보증금 합계액은 약 2309억원, 근저당설정 1964호, 임의경매 1550호, 매각(임의경매 후 매각) 94호, 최우선변제금대상 1039호, 확정일자신고 2551호로 파악됐다. 이중 미추홀구 소재 물건의 임대차신고보증금 합계액은 약 2002억원, 근저당설정 1877호, 임의경매 1531호, 매각 92호, 최우선변제금대상 874호, 확정일자신고 2258호인 것으로 집계됐다. 최태안 시 도시계획국장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이고 종합적인 지원을 마련하는데 활용할 예정이며, 지원방안 마련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
2023-05-09 10:15:52인천시 미추홀구. 고구려를 건국한 주몽의 양아들 비류가 정착한 도읍이었다. 이 유서 깊은 삶의 터전이 최근 비극의 현장이 됐다. 이곳의 전세사기 피해로 거리에 나앉을 판인 청년 셋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지난달 17일 숨진 채 발견된 육상(해머던지기) 선수 출신 박모씨(31·여)도 그중 한 명이었다. 4㎏짜리 해머에 자신의 꿈을 실어 던지던 그였다. 하지만 소규모 아파트와 빌라 2700채를 보유한 '건축왕' 남모씨 일당을 만나면서 비극의 싹은 텄다. 이 일당의 아파트가 지난해 3월 경매에 넘어가면서다. 힘겹게 모은 전셋값 9000만원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게 되자 그의 미래도 무너져 내린 격이다 이 '맨발의 청춘'의 비극을 개인적 불운으로 돌리긴 어렵다. 유사한 전세사기가 전국화할 낌새여서다. 허점투성이 주택제도가 미추홀 건축왕, 수원의 '빌라왕' 같은 괴물을 곳곳에서 만들어내고 집 없는 서민층을 울리고 있으니…. 이는 역대 정부의 허술한 주택정책이 누적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건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 당시 여권이 강행 처리한 임대차 3법이 결정적 뇌관이었다는 사실이다. 문 정부는 징벌적 세금으로 '미친 집값'을 잡으려 했으나, 전월세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부작용이 불거졌다. 그러자 2020년 8월 더불어민주당이 빼든 카드가 임대기간을 "2+2"로 늘리고 전세 인상률을 5% 내로 제한하는 임대차 3법이었다. 독일 월세시장에서 힌트를 구한 입법이었다. 그러나 금리와 연동되는, 우리만의 전세시장과 궁합이 맞지 않았다. 법안 통과 뒤 전세가는 치솟고 갭투자의 온상인 전세대출도 급증했다. 그때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런 부작용을 경고했었다.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연설을 통해서다. 하지만 거대여당 민주당은 귀를 닫고 임대차 3법을 밀어붙였다. 이후 소형 아파트와 빌라 전셋값은 급등하고, 부동산 업자들은 자기 돈 없이 보증금만으로 이를 수백 채씩 사들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며칠 전 "과거 정부 반시장 정책이 전세사기의 토양이 됐다"고 지적한 배경이다. 임대차 3법이 전세사기 원인의 전부는 아닐지언정 최소한 그 판은 깔아준 꼴이다. 더욱이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임대차 3법 시행 직전 자기 집 전셋값은 대폭 올렸었다. 예상되는 법안의 부작용을 눈치챘다는 얘기다. 결국 건축왕들의 사기도박판에서 서민 임차인을 상대로 미리 개평 뜯는 행태를 벌인 셈이다. 그러고도 민주당은 이제 와서 국민 세금으로 전액 보증금 피해보상을 해주자고 한다. 그러나 모든 사기 피해를 혈세로 메울 순 없다. 정책 실패를 인정해야 실효적 해법도 찾을 수 있다. 윤 전 의원 말마따나 "이번 사기는 과거 정책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 보상해주고, 다른 사기 사건에 대해선 보상하지 않는다"고 해야 정상이다. '지옥으로 가는 길도 선의로 포장돼 있다'고 했다. 나랏돈을 쏟아부은, 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이 서민 일자리만 없앤 전철을 되밟을 텐가. 거대야당이 이제 각종 반시장적 포퓰리즘 입법 폭주를 자제할 때다. 전세사기 피해로 인한 서민층 피눈물의 함의를 헤아린다면 말이다. kby777@fnnews.com
2023-05-15 18:25:18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와 관련,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전수조사하겠다고 11일 밝혔다. 개인전문투자자 규제완화에 대해서도 "제도 보완에도 불구하고 미흡한 점이 있었다"며 투자자 승인 과정에서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전세사기 피해와 관련해서는 임차인과 보증기관이 임대인에 대한 정보를 추가로 공유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김주현 "CFD 계좌 전수조사, 개인전문투자자 제도개선"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 전세사기 피해 등에 대한 현안 질의를 진행했다. 특히 주가폭락 사태와 관련해 질의가 쏟아졌다. 여야 의원들은 CFD와 개인전문투자자 제도가 사태의 원인이 됐다며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투자자요건 개선에 대해 검토 중이라며 "CFD와 관련된 계좌를 전수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사태에서 임창정씨는 주식투자에 대해 몰랐고, 좋은 재테크라고 해서 자금을 맡기게 됐다고 하는 등 국민들이 기대하는 전문투자자들의 모습과 매우 괴리가 있다"며 "이는 2019년에 금융위가 개인전문투자자 요건을 대폭 완화했기 때문에 일어났다"고 꼬집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무분별하게 개인전문투자자 요건을 완화한 데서 문제가 있다"며 "규제는 완화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리스크를 생각해서 대처하는 것이 임무"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CFD에 개인투자자가 너무나 급증해 제도보완을 해서 레버리지를 (10배에서) 2.5배로 낮추고 투명성을 높였는데, 미흡했다고 하는 것에 대해 할 말이 없다"며 "지적하신 것을 받아들인다. 개인전문투자자로 신청을 하고 승인을 하는 과정에서 개선할 사항이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답했다. 금융위는 이번 주가조작 사태에 CFD가 어떻게 활용됐는지와 관련해 전수조사에도 나설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CFD와 관련한 계좌가 약 3400개 있다"며 "이 계좌들을 전수조사해서 유사한 패턴 거래가 있는지 살펴봐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공언했다. ■당국, 전세사기 방지차 '임대인 정보 공유' 확대 추진 금융위는 '빌라왕' 같은 대규모 전세사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개선도 예고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최준우 주택금융공사 사장에게 "청년 전월세 자금보증이 30만건이 넘고 현재 보증잔액도 10조원 이상"이라며 "그런데 청년 전월세 자금보증에서 전세사기 피해 규모를 파악할 수 없다고 한다. 주택금융공사법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나"라고 물었다. 현행 규정으로는 주택금융공사가 임대인 정보를 확보하기 어려워 피해 규모를 특정할 수 없는 문제점이 있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대출하는 기관도, 보증하는 기관도, 심지어 임차인도 임대인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다"면서 "이 문제에 대해 국토교통부와 전반적으로 재발방지책을 논의하고 있고, 임대인과 임대물권에 대한 정보를 여러 관계자가 조금 더 공유할 수 있도록 방침을 공유해보겠다"고 했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두고는 야당 측과 금융당국이 다소 견해차를 보였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대장 기러기의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채우는, 대한민국 경쟁력을 갉아먹는 자해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며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고, 김 위원장은 "여야 의원들, 전 국민 축복 속에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추후 사회적 논의를 더 거치겠다고 밝혔다. 오 의원은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이전 절차를 거친 점, 국제금융중심지 관련법 내용과 맞지 않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산업은행 거래기업의 69%가 수도권 소재라는 점도 언급하며 산업 경쟁력 약화를 우려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5월 초면 연구용역 결과가 아직 안 나왔다. 산업은행을 지방 이전 대상으로 일단 정부가 지정을 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향후 (상호 토론과 설득을) 하겠다"면서 "사회적 논의를 거치는 과정이 이러한 국회에서의 논의라고 생각한다. 굉장히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하고 여야 의원님들의 축복 속에, 전 국민의 축복 속에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이주미 최아영 기자
2023-05-11 18:20:39[파이낸셜뉴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폭락사태와 관련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전수 조사하겠다고 11일 밝혔다. 개인전문투자자 규제 완화에 대해서도 "제도 보완에도 불구하고 미흡한 점이 있었다"라며 투자자 승인 과정에서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전세사기 피해와 관련해서는 임차인과 보증기관이 임대인에 대한 정보를 추가로 공유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김주현 "CFD 계좌 전수조사, 개인전문투자자 제도 개선"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SG증권발 주가폭락사태, 전세사기 피해 등에 대한 현안 질의를 진행했다. 특히 주가폭락사태와 관련해 질의가 쏟아졌다. 여야 의원들은 차액결제거래(CFD)와 개인 전문 투자자 제도가 사태의 원인이 됐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투자자 요건 개선에 대해 검토 중이라며 "CFD와 관련된 계좌를 전수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사태에서 임창정씨는 주식 투자에 대해 몰랐고 좋은 재테크라고 해서 자금을 맡기게 됐다고 하는 등 국민들이 기대하는 전문 투자자들의 모습과 매우 괴리가 있다”며 “이는 2019년에 금융위가 개인 전문 투자자 요건을 대폭 완화했기 때문에 일어났다”고 꼬집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무분별하게 개인 전문 투자자 요건을 완화한 데서 문제가 있다”며 “규제는 완화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리스크를 생각해서 대처하는 것이 임무”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CFD에 개인투자자가 너무나 급증해 제도보완을 해서 레버비리를 (10배에서) 2.5배로 낮추고 투명성을 높였는데, 미흡했다고 하는 것에 대해 할 말이 없다”며 “지적하신 것을 받아들인다. 개인 전문투자자로 신청을 하고 승인을 하는 과정에서 개선할 사항이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답했다. 금융위는 이번 주가조작 사태에 CFD가 어떻게 활용됐는지 관련해 전수조사에도 나설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CFD와 관련한 계좌가 약 3400개 있다”며 “이 계좌들을 전수조사해서 유사한 패턴 거래가 있는지 살펴봐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공언했다. ■당국, 전세사기 방지차 '임대인 정보 공유' 확대 추진 금융위는 '빌라왕' 같은 대규모 전세사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 개선도 예고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최준우 주택금융공사 사장에게 "청년 전월세 자금보증이 30만건이 넘고 현재 보증잔액도 10조원 이상"이라며 "그런데 청년 전월세 자금보증에서 전세사기 피해 규모를 파악할 수 없다고 한다. 주택금융공사법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나"라고 물었다. 현행 규정으로는 주택금융공사가 임대인 정보를 확보하기 어려워 피해 규모를 특정할 수 없는 문제점이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김주현 위원장은 "대출하는 기관도, 보증하는 기관도, 심지어 임차인도 임대인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다"면서 "이 문제에 대해 국토교통부와 전반적으로 재발방지책을 논의하고 있고, 임대인과 임대물권에 대한 정보를 여러 관계자가 조금 더 공유할 수 있도록 방침을 공유해보겠다"고 했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두고는 야당 측과 금융당국이 다소 입장차를 보였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대장 기러기의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채우는, 대한민국 경쟁력을 갉아먹는 자해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라며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고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여야 의원들, 전국민 축복 속에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추후 사회적 논의를 더 거치겠다고 밝혔다. 오 의원은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이전 절차를 거친 점, 국제금융중심지 관련법 내용과 맞지 않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산업은행 거래 기업의 69%가 수도권 소재라는 점도 언급하며 산업 경쟁력 약화를 우려했다. 이에 김주현 위원장은 "5월 초면 연구용역 결과가 아직 안 나왔다. 산업은행을 지방 이전 대상으로 일단 정부가 지정을 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향후 (상호 토론과 설득을) 하겠다"면서 "사회적 논의를 거치는 과정이 이러한 국회에서의 논의라고 생각한다. 굉장히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하고 여야 위원님들의 축복 속에, 전 국민의 축복 속에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이주미 최아영 기자
2023-05-11 16:43:12[파이낸셜뉴스] #사회초년생 대상으로 대전에서 전세사기를 벌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대덕구 중리동과 동구 가양동 일원의 다가구주택 신축 건물을 사들인 뒤 세입자 37명으로부터 전세금 약 30억원을 계약기간이 종료된 이후로도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범행은 중리동 한 세입자가 지난해 9월 건물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았다가 경매 절차가 진행 중인 사실을 알게 되면서 발각됐다. 20~30대 사회초년생을 노린 전세사기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9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 25일부터 지난 3월 24일까지 6개월간 전국에서 전세사기 특별 단속을 벌인 결과 확인된 전세 사기 피해자 1207명의 49.9%인 602명이 20·3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해 사회초년생들 입장에서는 전세 보증금이 사실상 전재산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전세 사기에 휘말리게 되면 심적으로 큰 부담을 느끼게 된다. 일부에서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사회초년생들이 전세를 계약할 시에는 피해회복이 어려운 '근린생활시설'은 피하고 정보가 부족한 '신축'은 조심하고 '등기부등본' 확인은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근린생활시설, '피해야' 전세사기 관련해 이른바 '근생빌라'이라고 불리는 근린생활시설 주거가 피해를 키우고 있다. 근린생활시설은 상가 등 주택가와 인접해 주민들의 생활 편의를 제공하는 시설이다. 다만 이를 주거용으로 개조한 근생빌라는 불법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불법건축물에 원상복구명령을 내리고 건물 소유자에게 원상복구가 이뤄질 때까지 이행 강제금을 부과한다. 문제는 근생빌라에 들어가는 임차인에 대한 보호다. 근생빌라에 거주하는 임차인은 전세 대출을 받을 수 없고 전세보증보험에도 가입할 수 없다. 사기 등 문제가 생겼을 경우 임차인은 최후순위에 해당해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사회초년생들이 '근생빌라' 거주하는 이유는 저렴한 가격과 함께 불법 여부를 인지하지 못해서다. 실제 같은 빌라 건물이어도 일부 층은 주택, 다른 층은 근린생활시설일 수 있어 외관만으로는 구별하기 어렵다. 불법인 측면 등으로 가격도 주변 시세에 비해 저렴한 경우가 많다. 근린생활시설 여부는 건축물대장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아무리 좋아도 신축은 '조심' 신축빌라 거주도 조심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변호사 모임'(새변)이 부동산 앱 '임차in'을 운영하는 '아이엔'과 함께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아이엔에 접수된 100건의 상담 내역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신축빌라 전세계약 후 임대인이 바뀌고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신축빌라 분양물건 전세사기'가 25건으로 두번째로 많았다. 전세사기 사건 피의자를 이른바 '빌라왕'·'건축왕'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분양이 잘되지 않는 신축 빌라·오피스텔·나홀로 아파트가 주로 이용됐기 때문이다. 신축빌라가 전세사기에 활용되는 배경에는 시세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점이 있다. 전세가를 부풀려 주변 시세나 분양가에 근접하거나 동일하게 만들기 쉽다는 것이다. 신축빌라는 첫거래부터 전세보증금이 매매가를 웃도는 '깡통전세'가 될 가능성도 있다. 서울 성동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계약 전부터 전세사기를 피하기 위해서는 주변 부동산의 매매가와 전세가 확인해야 한다"며 "만약 매매가와 전세가가 차이가 없는 매물이라면 당연히 계약을 피하는 게 좋다"고 전했다. ■등기부등본 확인은 '필수' 전세를 계약 전후로는 '등기부등본' 확인도 필수다. 등기부등본은 해당 주택의 집주인과 권리관계 설정 등을 보여준다. 따라서 등기부등본을 통해서는 담보물권이나 가압류가 없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자신이 선순위 권리자임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 또 등기부등본을 계약 후에도 떼어보는 것이 좋다. 임대차 계약을 맺고 전입신고를 하게 되면 그 효력인 대항력은 신고 당일이 아닌 다음 날 0시부터 생긴다는 맹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악용해 집주인이 전입신고하는 당일 대부업체 등으로부터 집을 담보 받고 대출받는 새로운 유형의 사기수법이 생겨나고 있다. 엄정숙 부동산 전문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는 "집주인의 채무 상태가 좋지 않아 부동산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낙찰금이 변제 순위에 따라 배당된다"며 "만약 세입자의 보증금보다 근저당권이 앞선다면 전세금 변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집주인의 채무 상태확인은 필수"라고 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2023-05-09 13:44:52[파이낸셜뉴스] 연일 전세사기 사건이 터지면서 전세 거주에 대한 불안감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때문에 안전한 전세를 구하고 싶어 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도 늘고 있다. 현실적으로 전세사기를 완전히 피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신중하게 여러 차례 확인을 하더라도 정보 부족으로 사기 사건에 휩쓸릴 수 있다. 그렇지만 전세사기가 신축 다세대주택(오피스텔, 빌라)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는 만큼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오래된 주택이라도 계약 당시 집주인이 나오지 않고 대리인이 나올 경우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깜깜이 신축'이라면 한번 더 의심하라 1일 경찰청이 지난해 7월 25일부터 지난 3월 26일까지 전세사기 전국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에 따르면 피해 주택 총 1705채 가운데 다세대주택이 1129채로 전체의 66.2%를 차지한다. 특히 다세대주택 중에서도 신축 빌라와 같이 실거래나 시세를 파악하기 어려운 물건들이 전세사기에 이용된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서울 성동구의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신축의 경우 시세를 정확하게 알 수 없으니 (가격을) 부풀려 전세 계약을 유도하는 사례가 있다"며 "전세가격이 높아지면 부동산 시장 하락기에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이 역전되는 일이 발생한다. 그게 전세사기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래도 기성세대는 부동산 계약 등의 경험이 있고 빌라를 선호하지 않아 피해가 많지 않지만 청년들은 신축이 깨끗해 보인다고 시세나 조건 따지지 않고 들어가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전세사기 사건 피의자를 이른바 '빌라왕'·'건축왕'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분양이 잘되지 않는 신축 빌라·오피스텔·나홀로 아파트가 주로 이용됐기 때문이다. 대규모 전세사기가 발생한 인천 미추홀구의 경우도 원도심이라서 땅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소규모 공동주택을 신축하기도 좋은 환경이라 우후죽순으로 빌라, 오피스텔, 나홀로 아파트가 들어선 바 있다. 공급이 넘치자 해당 신축 물건의 분양이 쉽지 않았고 여기에 '빌라왕'·'건축왕'이 붙으면서 사기 사건으로 발전한 것. 구축이라도 주변 시세를 따져봐야 한다. 주변 시세와 비교했을 때 유추할 수 있는 적정가에 벗어는 가격이라면 사기를 의심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집주인이 직접 나오지 않고 대리인이 나와 계약을 진행할 경우는 가능하면 피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전세가율 70%↑'일단 조심' 현재 전세를 구하고 있면 전세가율(주택매매가격에 대비한 전세가격 비율)이 높은 지역이나 물건은 가능한 피해야 한다. 실거래가를 토대로 한 전세가율이 70~80%를 넘으면 '깡통전세' 위험 신호로 본다. 이런 집들은 경매에서 낮은 가격에 낙찰되면, 전세금을 오롯이 지키기는 어렵다. 한국부동산원이 공개한 '임대차 사이렌' 정보에 따르면 지난 1∼3월 전국 시·군·구에서 연립·다세대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세보증금 비율)이 80%를 넘는 곳은 총 25곳으로 집계됐다.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대전시 대덕구로 전세가율이 무려 131.8%에 달했다. 대전시 중구의 전세가율도 85.8%를 기록했다. 또 경기도 평택시(100.4%)나 전남 광양(90.4%), 충남 당진(83.6%), 경기 용인 처인구(88.1%), 경기 수원 팔달구(95.1%), 경기 파주시(94.5%), 인천 미추홀구(89.9%) 등이 높은 수준의 전세가율을 나타냈다. 서울에서는 영등포구(86.3%), 도봉구(85.2%), 강북구(84.9%), 구로구(84%) 등 9개 구의 전세가율이 80%를 넘었다. 전세를 구한 이후에도 계약 체결 전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할 수 있는지도 따져보고 보증가입 이후에도 확정일자, 전입신고와 점유를 유지해야 한다. 계약 전후로 등기부등본 기재 내용이 변동될 수 있는 만큼 여러 차례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는 것도 요구된다. 김남근 법무법인 위민 변호사는 "전세사기를 막으려면 부동산 시세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경우 전세자금대출을 내줄 때 해당 물건에 대한 시세를 평가하기 때문에 해당 물건에 대한 보다 객관적인 가격정보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다수이다. HUG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공인중개사들이 임차인에게 알려주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2023-04-25 14:17:08[파이낸셜뉴스] 전세 사기 피해 속출로 국민적 불안감이 높아지자 대한변호사협회(변협)와 '새로운 미래를 위한 청년 변호사 모임(새변)' 등 법조계 단체도 적극 대응에 나섰다. 변협은 전세사기 피해자 상담을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새변은 부동산 기술 스타트업 '아이엔'과 연계해 전세사기 위험사례를 연구하고 이를 입법까지 연결시킨다는 구상이다. 2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최근 인천에서는 전세 사기 피해자 3명이 잇따라 숨졌다. 지난 17일 숨진 30대 여성 전세사기 피해자에 이어 지난 14일과 지난 2월 28일에도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20~30대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문제는 전세 사기 피해 발생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건축왕, 빌라왕 등이 자기 자본을 거의 들이지 않 ‘깡통전세’를 이용한 갭투자 방식으로 수백 채에서 많게는 수천 채의 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서다. 이에 법조계도 피해자 대응 지원책 마련에 들어갔다. 지난 21일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변협회관에서 '전세 사기 사건 피해자 지원 긴급대책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피해자 법률 지원 방안 등을 논의했다. 김관기 TF 위원장은 이날 “상황에 따라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해 주고 해결 방안이 없다면 정책적 결단으로 이어질 수 있게끔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상담할 수 있는 변호사단을 구성해 거의 무제한으로 서비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TF는 변협 산하 법률구조재단을 통해 소송비용 등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MZ 변호사단체로 이름을 알린 새변은 전세 사기와 관련해 입법 분야 허점을 찾고 보완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새변은 지난 20일 부동산 기술 스타트업인 ‘아이엔’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아이엔은 부동산 관련 앱 ‘임차in’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회사다. 새변은 MOU를 통해 아이엔이 1만5000여명의 회원들로부터 접수한 전세 사기 위험사례 신고상담 내역 제공받아 입법적 보완 요소 등을 연구한다는 계획이다. 새변 상임대표 송지은 변호사는 “전세 사기는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를 겨냥하는 경우가 많아서 더욱 문제”라며 “전세 사기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법적 장치에 대해 연구하고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단순히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높은 역전세 현상 때문만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범행 수법이 단순 투기가 아닌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는 만큼, 이들을 ‘범죄조직’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실제로 최근 인천지검 부천지원은 전세자금 작업대출 사기 조직에 대해 범죄단체조직·가입 혐의 등을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범죄단체조직죄는 형법 제114조에 따라 최대 사형 또는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는 중범죄다. 통상 사기죄로 기소되던 전세 사기 관련 피의자에게 범죄단체조직 혐의가 적용된 것을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청년 전세자금 대출 상품의 허점을 노리고 허위 임대인·임차인을 모집하고 허위 임대차계약서를 만들어 은행으로부터 73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이 밖에 경찰도 조직적 전세 사기에 대해 범죄단체 조직죄 적용을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2023-04-21 18:10:52[파이낸셜뉴스] 최근 전세사기가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정치권은 물론 관련부처에서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만 받고 있습니다. 특히 역전세난이 심해지면서 멀쩡한 집주인들까지 전세 사기범이 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면 어떤 대책이 나와도 모든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구제할 방법이 희박해지면서 더 큰 사회적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대한 해결 방법은 없을까요. 전세제도는 ‘주거사다리’일까 아직도 전세제도는 ‘주거사다리’라고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지난 정부에서도 전셋값이 상승하니까 전세대출 금액을 대폭 올렸습니다. 그런데 이로 인해 전셋값이 더 폭등하니까 이번에는 임대차 3법으로 재계약시 전세 보증금을 5% 이상 못 올리게 막았습니다. 서울이나 인천, 부산 등 대도시 아파트 가격이 비싸니까 아파트 청약에 당첨될 때까지 저렴하고 깨끗한 신축빌라에 전세를 들어가기를 원했고, 이를 악용한 전세 사기범이나 일부 갭투자자들이 전세사기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만일 전세대출이 없거나 전세가 아닌 월세로만 계약이 됐더라면 무자본 갭투자 등을 통한 전세사기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면 지금 단기적인 처방을 한다 하더라도 과연 완전히 전세사기가 사라질까요. 내년부터 금리가 내려가면 또 전세가격이 폭등하기 시작할 것이고, 세입자들은 또 고통을 받게 될 것입니다. 임대차3법이 또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게 될 것입니다. 그러다 고금리 시대가 되면 무자본 갭투자가 반복되고, 전세사기가 발생할 것입니다. 즉, 금리가 오르거나 내리거나 전세는 계속 주거사다리 역할이 아닌 주택문제로만 존재할 것입니다. 전세제도 폐지 연착륙 방안 만들어야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전세제도 폐지 연착륙 방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왜 선진국들은 전세제도, 즉 주거사다리가 없어도 심각한 주택문제가 안생기는지 면밀히 분석해서 제도화해야 합니다. 이미 국내에서도 공공분양 50만 가구를 선진국과 같은 30년 저금리 모기지를 통해 큰 부담없이 청년이나 신혼부부, 저소득층이 내집마련을 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반값아파트 역시 토지임대부 주택의 형태로 공급하니까 청년 등 무주택자들에게 환영을 받고 있습니다. 공공택지도 민간주택사업자에게 그냥 판매할 것이 아니라, 공공분양방식이나 반값주택 또는 개발형 공모리츠를 통해 공급한다면 잔금을 전세 보증금으로 내면서 내집을 마련하는 부작용이 사라지고, 갭투자도 빠른 속도로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민간택지 역시 얼마든지 이와 같은 형태로 아파트나 오피스텔, 빌라 등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건축허가 조건에 중도금 대출·잔금대출이 아닌, 30년 모기지를 금융기관과 협의해서 공급해야 한다는 조건만 붙이면 됩니다. 기존의 전세세입자를 줄여야 하는 데 이것 역시 방법이 있습니다. 현재 전세를 한 집에서 4년 이상 사시는 분들은 그 집이 내집이 되면 좋을 만큼 살고 싶어서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현재 4년 이상 세입자로 살던 분이 그 집을 집주인으로부터 사는 경우, 취득세를 면제해 주고 모자란 금액에 대한 대출을 30년 이상 장기 상환할 수 있는 금융상품으로 갈아타도록 해 주면 됩니다. 집주인에게는 양도세를 면제하거나 줄여주는 혜택을 주면 집주인이나 세입자 모두 편하게 거래를 할 수 있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전세자금 대출을 축소해 나가면 됩니다. 그러면 빠르게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이 될 것이고, 임대차 3법에서도 가능하면 월세를 빠르게 올리지 못하도록 하면 될 것입니다. 이미 한국은 이런 선진화된 주택공급을 시범적으로 공공에서 시작했고, 그 효과 또한 입증이 됐습니다. 전세제도 폐지 연착륙 방법은 그렇게 큰 부담없이 충분히 가능한 준비가 된 것입니다. 앞서 예를 든 제도를 도입한다면 무자본 갭투자, 전세사기, 빌라왕, 건축왕, 오피스텔왕 이라는 용어는 10년 뒤 역사책에서나 보게 될 것입니다./정리=이종배기자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2023-04-21 09:31:16【 전국 종합】 인천 미추홀구에서 청년 세입자 3명이 사망하면서 촉발된 '전세 사기' 여파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20∼30대와 신혼부부 등 사회초년생을 중심으로 피해가 집중됐다. 19일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에서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동탄의 한 오피스텔 세입자가 "전세 기간이 끝났는데 몇 달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피해자들은 오피스텔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시세가 많이 떨어진데다 체납세금까지 있어서 전세금을 날릴 위기에 놓였다. 피해자들은 수개월간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고, 최근 임대인 A씨로부터 '세금체납 등의 문제로 전세금을 돌려주기 어려우니 오피스텔 소유권을 이전받으라'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 미추홀구에선 이른바 '건축왕'이라고 불리는 임대인의 전세사기 행각으로 지난 2월 기준으로 경매에 넘어간 곳은 690가구다.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20~30대 청년 피해자 3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피해액은 500억원 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 강서구 등 수도권 일대 주택 1139채를 사들여 전세 사기를 벌이다 사망한 이른바 '빌라왕' 김모씨 사건 이후에도 여전히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는 이달 초 이른바 '1세대 빌라왕'으로 불리는 임대사업자 이모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470여채가 넘는 주택을 보유한 이씨는 2017년 6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서울 강서구 일대에서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임차인 43명에게서 총 84억원의 임대차보증금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 1월에는 서울 화곡동을 무대로 무자본 갭투자 사기를 벌여 30억원이 넘는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50대 남성이 구속기소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18명, 피해 금액은 총 31억6800만원에 이른다. 대전에서는 최근 다가구 주택이 모여있는 서구 도마동·괴정동 등을 중심으로 50억원대 규모 전세 사기가 발생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대전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말 서구 도마동과 괴정동에 거주하는 전세 사기 의심 피해자 20여명으로부터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잠적했다'는 고소장을 접수했다. 현재까지 경찰에 신고된 피해 규모는 20억여원 정도지만, 피해자 모임에서 파악한 피해 가구는 도마동과 괴정동, 중구 문창동 지역 55가구 50억원 이상 규모로 추정된다. 부산에서도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본인과 법인 명의 부산 부산진구와 동래구 일대 오피스텔 100여채의 세입자들을 상대로 80억원 상당의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는 전세 사기를 벌인 혐의로 30대가 구속됐고, 경남 창원에서는 부동산 중개인과 짜고 세입자 15명으로부터 보증금 5억여원을 가로챈 오피스텔 건물주가 기소됐다. 전세 사기 일당들은 돈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주택 소유권을 취득하는 '무자본 갭투자' 방식을 다수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전세보증금이 매매가에 이르는 '깡통전세' 주택을 사들인 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방식을 이용했다. 대부분 임차인이 지불한 임대차보증금으로 해당 주택을 매입하는 계약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각에서는 공인중계사들도 리베이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대책마련도 쉽지 않다. 전세사기는 전셋값 급등 시기를 파고 들며 불거졌다. 매매가와 전셋값의 간극이 좁혀지자 자기 자본을 들이지 않고 수십, 수백채를 한꺼번에 사들였다. 전세가격이 오르는 시기에는 이전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지만, 지금과 같은 하락기에는 돌려막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rainman@fnnews.com
2023-04-19 18:18:37전세사기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는 가운데 경기 동탄의 오피스텔 250채에서도 유사 사고가 발생했다. 인천에서는 이른바 '건축왕' 전세사기 사건 피해자 3명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적인 일이 벌어졌다. 이제야 정부는 공공매입 등의 대책을 부랴부랴 내놓고 있다.정부나 국회나 대처하는 방식이 늘 뒷북이다. 누군가 목숨을 스스로 버리면서까지 세상에 억울함을 호소해야 비로소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온갖 대책을 경쟁하듯 발표하네 마네 하면서 호들갑을 떠는 것이다. 19일만 해도 그렇다. 금융감독원은 전세사기 피해 건축물의 경매를 유예하겠다고 했고, 인천시는 사기 피해 청년들에게 1년간 월 40만원씩 지원하겠다고 했다. 국토교통부는 전세피해지원센터가 피해자들을 찾아다니며 상담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와 정부는 피해주택을 공공매입하거나 피해자들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국회는 전세사기가 표면화된 지난해 9월부터 관련 법안 27건을 발의했지만 17건이 상임위에 발목이 잡혀 있다. 그사이 지난해 10월 '빌라왕' 사건이 터졌다. 피해자들은 최근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마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조용히 있었더라면 이대로 넘어갔을 것이다. 공공매입이나 우선매수권도 피해자단체가 주장하던 방식이다.물론 정부가 뒷짐 지고 있은 것만은 아니다. 국토부는 지난해 9월부터 앱 출시, 저리 전세자금 대출, 긴급주거지원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실효가 없다. 전세자금 저리대출은 피해자들의 요구와 어긋나 단 8명만이 이용했다. 이제부터라도 정부는 쓸모없는 탁상머리 정책은 그만두고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은 다음 피해를 복구해 줄 수 있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 또한 법과 계약에 밝지 않은 사람도 이런 사기를 다시는 당하지 않도록 재발방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사기 피해자들은 대부분 우리 사회의 저변에서 힘들게 살고 있는 젊은이들이다. 한 푼 두 푼 모아 겨우 살 만한 전셋집이나마 장만했는데 그만 전 재산이자 목숨과도 같은 돈을 날려버렸으니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이런 비극이 일어난 데는 정부와 국회의 책임이 크다.
2023-04-19 18:1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