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도가 낮은 직장인에게 급전을 빌려주는 '근로자 햇살론'의 연체율이 13%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황형 대출로 꼽히는 '보험사 근로자 햇살론'도 덩달아 늘면서 올해 상반기 신청 건수가 지난해 연간 수준에 이르렀다.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민병덕 위원(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근로자 햇살론 대출 차주가 대출금을 갚지 못할 경우 서금원이 이를 대신 갚는 대위변제 비율이 올해 2·4분기 12.7%를 기록했다. 대위변제율은 2020년 10.5%에서 2021년 10.6%로 상승했다가 2022년 10.4%로 소폭 하락한 뒤 2023년 12.1%로 반등했다. 민병덕 의원은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가계의 상환 여력이 줄었고, 고금리 기조가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근로자 햇살론은 연소득 3500만원 이하의 직장인이면서 개인신용평점 700점 이하인 대출자가 받을 수 있다. 올해 상반기 근로자 햇살론의 대위변제율이 치솟자 서금원은 지난 8월 근로자 햇살론 원금 상환을 최대 1년간 미뤄주기로 했다. 근로자 햇살론의 대출금리는 상반기 기준 9.4% 수준이다. 경기 회복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보험금 담보 근로자 햇살론은 올해 상반기 이미 지난해 전체 실행 건수에 도달했다. 보험사 근로자 햇살론은 올해 2·4분기 기준 169건이 실행돼 지난해 실행건수(169건)와 같았다. 올 연말에는 해당 수치가 지난해의 두 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민 의원은 "정책금융의 부실이 현실화될 것으로 우려되자 서금원이 원금 상환 유예에 나섰지만 이는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면서 "적절한 시기 과감한 채무 조정에 나서지 않는다면 금융 약자를 위한다는 근로자 햇살론이 오히려 빚으로 서민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2024-09-23 18:11:56[파이낸셜뉴스]신용도가 낮은 직장인에게 급전을 빌려주는 ‘근로자 햇살론’의 연체율이 13%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황형 대출로 꼽히는 ‘보험사 근로자 햇살론’도 덩달아 늘면서 올해 상반기 신청 건수가 지난해 연간 수준에 이르렀다.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민병덕 위원(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근로자 햇살론 대출 차주가 대출금을 갚지 못할 경우 서금원이 이를 대신 갚는 대위변제 비율이 올해 2·4분기 12.7%를 기록했다. 대위변제율은 2020년 10.5%에서 2021년 10.6%로 상승했다가 2022년 10.4%로 소폭 하락한 뒤 2023년 12.1%로 반등했다. 민병덕 의원은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가계의 상환 여력이 줄었고, 고금리 기조가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근로자 햇살론은 연소득 3500만원 이하의 직장인이면서 개인신용평점 700점 이하인 대출자가 받을 수 있다. 올해 상반기 근로자 햇살론의 대위변제율이 치솟자 서금원은 지난 8월 근로자 햇살론 원금 상환을 최대 1년간 미뤄주기로 했다. 근로자 햇살론의 대출금리는 상반기 기준 9.4% 수준이다. 경기 회복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보험금 담보 근로자 햇살론은 올해 상반기 이미 지난해 전체 실행 건수에 도달했다. 보험사 근로자 햇살론은 올해 2·4분기 기준 169건이 실행돼 지난해 실행건수(169건)와 같았다. 올 연말에는 해당 수치가 지난해의 두 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민 의원은 "정책금융의 부실이 현실화될 것으로 우려되자 서금원이 원금 상환 유예에 나섰지만 이는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면서 "적절한 시기 과감한 채무 조정에 나서지 않는다면 금융 약자를 위한다는 근로자 햇살론이 오히려 빚으로 서민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2024-09-23 14:55:04[파이낸셜뉴스] 세계 3위 암호화폐 거래소 FTX를 창업했지만 고객 돈 수십억달러를 훔쳐 몰락으로 이끈 샘 뱅크먼-프리드(32)가 28일(현지시간)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았다. '폰지사기'를 저질러 징역 150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하다 2021년 4월 14일 교도소에서 사망한 버나드 메이도프에 이어 금융범죄로는 두번째로 높은 형량이 선고됐다. 분식회계로 무너진 월드콤 공동창업자 버나드 에버스에게 선고됐던 25년형과 같은 형량이다. 에버스는 2019년 12월 형기 가운데 13년을 채운 뒤 가석방됐지만 한 달 뒤 사망했다. 뱅크먼-프리드는 고객 돈 수십억달러를 빼돌리고, 투자자들을 속인 혐의로 지난해 배심에서 유죄평결을 받은 바 있다. 뉴욕연방지방법원의 루이스 카플란 판사는 이날 뱅크먼-프리드에게 25년 징역형과 함께 110억달러(약 14조8000억원)가 넘는 벌금도 물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카플란 판사는 뱅크먼-프리드가 뻔뻔하고, 반성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카 플란 판사는 아울러 그가 조기에 사회에 복귀하면 또 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같은 점들을 감안해 중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뱅크먼-프리드는 선고 전 최후진술에서 혐의를 인정하고 선처를 호소했다. WSJ에 따르면 그는 선고가 낭독되는 동안 차가운 표정으로 서 있었다. 변호인은 FTX 투자자들이 자금 대부분을 회수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변론은 곧바로 카플란 판사로부터 반박당했다. 카플란 판사는 FTX 고객들이 80억달러, FTX 주식 투자자들은 17억달러 손실을 입었고, 뱅크먼-프리드가 설립한 암호화폐 헤지펀드 알라메다리서치 대출자들은 13억달러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세계 3대 암호화폐 거래소였던 FTX는 2022년 11월 인출사태 속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4-03-29 03:52:117일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20%로 인하되면서 금융시장에서는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일단 금융당국은 이번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통해 고금리 대출자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저신용 차주들의 대출 연장이 어려워지고 8~10등급 저신용자는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법정최고금리 연 24%→20% 금융위원회가 6일 배포한 '법정 최고금리 인하 및 이용자 유의사항' 자료에 따르면 7일부터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대부업자와 여신금융기관에 적용되는 최고금리는 연 24%에서 20%로 낮아진다. 10만원 이상 사인 간 금전거래에도 낮아진 금리(연 20%)가 적용된다. 저축은행과 캐피탈, 카드사 등은 최고금리 인하 취지에 동참해 기존 대출에도 인하된 금리를 자율적용하기로 했다. 저축은행업권은 표준 약관에 따라 2018년 11월1일 이후 대출을 받는 차주에만 인하된 금리를 적용하면 됐지만, 그 이전에 대출을 받은 차주에도 이를 적용하기로 했다. 다른 금융사 등과 거래하거나 정책서민금융상품 이용을 통해 신규대출이 가능하면 기존 연 20% 초과 대출을 신규대출로 대환할 수 있다. 7일부터 신규 대출이나 갱신·연장된 기존 대출에 대해 연 20%를 초과한 금리를 적용한 금융사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최고금리 초과분에 대해 채무자는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고금리 대출 부담 감소 vs 대출 문턱 높아져 사금융 노출 금융당국은 고금리 대출자의 상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최고금리인하 영향으로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지 않게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그일환으로 7일 이전에 연 20% 초과 고금리 대출을 1년 이상 이용 중이거나 만기가 6개월 이내로 임박한 정상상환중인 저소득·저신용자는 2000만원 한도로 안전망 대출Ⅱ를 이용할 수 있다. 저소득·저신용자를 위한 햇살론17은 햇살론15로 개편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특히 기존 대출자나 한 번이라도 연체 이력이 있는 저신용자의 대출 연장 문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란 지적이다.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고금리가 연 20%까지 추가인하된 상황에서 가뜩이나 대출이 어려웠던 신용등급 9~10등급은 사실상 대출이 안된다고 보면 된다"며 "수익성도 낮아진 마당에 굳이 이들의 상환 리스크를 떠맡을 필요가 없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그나마 저신용자들이 제도권 금융의 최후의 보루인 대부업 대출마저 받지 못해 사채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감원이 발표한 '2020년 하반기 대부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부업 대출 잔액은 전년 6월(15조431억원) 대비 3.4% 감소한 14조5363억원인 반면 담보대출 비중은 10% 가량 늘었다. 담보 없는 저신용자들은 결국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릴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정책서민금융상품은 일부 차주들이 불법 사금융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을 예방할 수는 있겠지만 고금리 대출 이용자 전체를 포용하기에는 부족하다"면서 "정부가 지원규모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jyyoun@fnnews.com 윤지영 기자
2021-07-06 17:54:52[파이낸셜뉴스] 중남미 소국 엘살바도르가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BTC)을 법정화폐로 채택한데 대해 국제통화기금(IMF)이 "거시경제·법적 리스크를 가져올 수 있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파라과이, 파나마 등 인근 국가들에서 가상자산 도입 검토 움직임이 이어지자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비트코인의 법화 채택이 엘살바도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예상부터 통화정책 등 전통적 정책수단의 영향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까지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IMF "비트코인 법화 채택 많은 문제 야기" 제리 라이스 IMF 대변인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을 통해 "비트코인을 법화로 채택하는 것은 많은 거시경제, 금융, 법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가상자산은 매우 중대한 리스크를 발생시킬 수 있고, 이를 다룰 때는 효율적인 규제조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IMF 협상단은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 등 엘살바도르 관계자들을 만나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라이스 대변인은 비트코인 법화 채택이 추가자금 지원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묻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엘살바도르는 지난해 3억8900만달러(약 4322억원) 규모의 IMF 긴급 자금지원을 받았고 최근 추가 자금지원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IMF의 이날 발표는 비트코인 법화가 인근국으로 번지는 것을 견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파라과이에서도 카를로스 레자라 의원이 비트코인을 법화로 채택하고 파라과이를 중남미 가상자산 허브로 만들기 위한 법안을 내겠다고 트위터에 썼다. 파나마와 멕시코, 콜롬비아 등의 의원들도 비슷한 입장을 밝힌 상태다. ■경제활성화 도움 vs 정책수단 영향력 약화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의 법화 사용에 대한 전문가들의 관측도 엇갈리고 있다. 멕시코 방코 베이스의 경제분석 책임자 가브리엘라 실러는 "비트코인의 진입은 국가의 통화 공급 증가와 같을 것"이라며 "일시적으로 엘살바도르 경제활동을 촉진할 것이며 물가 상승을 유발하고 금리를 상승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국제 송금시장에는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데일리FX의 니콜라스 카울리 분석가는 "엘살바도르의 실험이 성공하면 멕시코를 포함한 다른 대형 송금시장에서는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라며 "비트코인의 쿠데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로이터는 비트코인의 법화 채택이 증가하면 통화정책의 효과가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디어는 "(엘살바도르 사례가) 다른 신흥 경제국의 가상자산 사용을 증폭시켜 중앙은행이 최후의 대출자 역할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상자산은 중앙은행의 통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활용해 통화량을 조절하는 통화정책의 기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자금세탁 방지나 외국환 거래 등의 규제에 사각지대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권오훈 차앤권법률사무소 파트너 변호사는 "현재는 외국과 거래를 할때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경상 거래 등으로 신고해야한다"며 "결제대금을 비트코인으로 할 경우 신고 대상에서 빠지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글로벌한 규제가 작동하지 않는 문제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awu@fnnews.com 정영일 기자
2021-06-11 17:13:3430년 전 우리나라 금융 현장엔 '믿거나 말거나'급 풍경이 꽤 있었던 것 같다. 최근 금융당국 고위관계자에게서 들은 이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33년 전 상황이다. 그는 가까운 지인 A씨의 경험을 들려줬다. 서울시내 13평형 아파트 값이 2000만원가량일 당시 30대 초반인 A씨는 생애 첫 집장만에 500만원이 부족했다. 그때만 해도 국내 은행은 정부가 시키는 대로 기업에 자금을 대느라 개인대출 여력은 없던 시절이다. 심지어 법으로 가계대출 취급은행을 정해놨지만 실제 해당은행에서 개인이 대출받기란 '신의 아들' 수준은 돼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A씨는 그 바늘구멍을 뚫었다. 금융 감독기관 종사자였던 위치, 대출창구에 때마침 담당자로 있었던 이가 A씨 고교 동창이었다는 점이 작용했던 것이다. 하지만 사달은 그 뒤에 났다. 동창은 당시 관행이던 10% 리베이트 금액 50만원을 A씨에게도 요구했다. 감독기관에 있던 A씨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동창은 고민 끝에 절충안을 냈다. 자신의 몫 20만원은 필요없으니 상사몫 30만원은 반드시 내놔야 한다는 게 동창의 최후통첩이었다. A씨가 그 30만원을 실제 건넸는지 여부는 물론 확실치 않다. 누가 봐도 진기하기만 한 그때의 대출 관행에 비해 지금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는 사실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금융권 곳곳에 박혀 있던 여러 후진적 양태는 대체로 1997년 외환위기(IMF 구제금융)를 겪으며 서서히 도려내졌던 걸로 파악된다. 하지만 그 후 은행들이 투명성·건전성을 지상과제로 삼기 시작하며, 너도나도 손대기 시작한 게 가계대출이었다는 대목은 아이러니다. 은행들은 정부로부터 독자생존이라는, 당시로선 미지의 영역을 걷기 시작하며 불확실투성이 기업대출 대신 소소할지언정 이익이 보장되는 가계대출로 갈아탔다. 법으로도 모든 은행에 개인대출이 허용됐고, 1997년 300조원이던 가계부채는 어느새 1300조원까지 불어났다. 가계 빚으로 경제를 살리려 한 정부, 금리장사로 이익을 내야 했던 금융권, 저금리 속 묻지마 빌리기에 나섰던 무분별 대출자들이 결국 지금의 1300조원 가계부채 공범에 속한다. 문제는 금리인상과 맞물려 이제 막다른 골목에 들어선 가계부채로 곳곳이 파열음 직전이라는 사실이다. 빚더미 취약층뿐 아니라 금융권 역시 비상이다. 리스크 관리 문제보다 앞으로 먹고살 것이 없는 게 더 큰 낭패다. 당국의 대출 옥죄기 방침에 은행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전년 대비 6%대로 잡았다. 지난해의 경우 전년 대비 10%대, 2015년엔 14% 증가세였다. 절대적 수익원이 쪼그라드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퇴로를 찾아야 하는데 그게 보이지 않는다고 금융권 안팎에서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은행들이 지역점포를 대거 폐쇄하고 인원을 대규모 감축하고 있는 건 핀테크 영향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론 새로운 사업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금이라도 여신심사 능력을 키워 기업금융에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외환위기 때로부터 20년이 흐른 2017 정유년(丁酉年), 금융권은 다시 대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금융부
2017-01-03 17:06:46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5일 일부 은행이 대출금리를 올리는 행태를 비판하며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을 주문하고 나섰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은행이 대출금리를 올려 서민들의 이자부담이 늘고 있다"며 "금융기관은 수익성 못지않게 공공성도 지니고 있는 데 대출자를 봉으로 삼아서 이익만 추구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서민들의 경우 소액 이자도 무거운 부담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금융기관이 알아야 한다"면서 "당 정책위원회도 민생을 챙기는 차원에서 이부분을 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대표는 또 국회 정상화와 관련해 본회의 강행 의사를 내비쳤다. 김 대표는 "야당의 참석여부가 아직 불투명한 것으로 보이지만 국회는 여야가 함께 국정을 논하는 자리인만큼 우리 새누리당도 단독개최는 가장 피하고 싶은 최후의 선택"이라면서도 "민생과 경제에 무한책임이 있는 집권여당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꼭 해야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야당이 불참할 경우 단독으로라도 본회의를 열 것임을 내비쳤다. 김 대표는 정기국회가 세월호 특별법 협상 불발 문제로 인해 한 달 가까이 파행되고 있음을 지적, "경제회복을 위한 입법이나 어려운 민생을 돌보는 것도 결국 타이밍이 중요하다"면서 "(새정치연합도) 책임있는 제1 야당으로서 민생경제 법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에 반드시 참석해줄 것을 다시한번 간곡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대표는 세월호가족대책위원회의 유경근 대변인이 대학생간담회에서 '김무성 대표가 일반인 희생자가족들과의 간담회에서 세월호특별법 협상이 타결되지 않는 이유로 청와대를 지적했다'고 주장했다면서 "저는 일반인 유가족을 만난 일도, 이런 발언을 한 일도 없다"며 유 대변인에게 이날 중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법적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조지민 기자
2014-09-25 11:00:07집이 '깡통' 취급받기는 일찍이 없었다. 집은 태생적으로 '알짜'다. 뿌리 내릴 터전이 있고 그 위에 고단한 삶을 토닥여줄 똬리를 틀 수 있어서다. 급전이 필요할 땐 눈물을 머금고 밑천이 됐다. 역설적인 공식도 곧잘 만들어냈다. 닳고 낡으면 오히려 몸값이 뛰었다. 30∼40년 숙성된 빈티지 같은 집은 그야말로 상전 대접을 받았다. 재개발·재건축 단지는 그래서 화수분 같은 보물 단지였다. 부동산 시장에 '진흙 속의 진주'라는 말도 이때 생겨났다. 최근 그 알짜가 쏙 빠진 빈 껍데기 집이 많다는 소식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낳은 신조어 '깡통주택' 얘기다. 금융감독원이 주택담보대출 실태를 조사해봤더니 금융권으로부터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들 가운데 대출 비중이 평균 경매낙찰률(76.4%)을 초과하는 대출자가 19만3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경매낙찰률이 76.4%라는 것은 1억원짜리 주택이 경매에 나왔을 때 7640만원에 낙찰됐다는 의미다. 깡통으로 전락한 것이다. 집을 경매에 내놓더라도 빚이 남아 '채무의 그늘'에 갇히는 구조다. '깡통주택' 신조어가 탄생한 배경이다. 대내외 경기침체와 주택가격 하락이 결정적인 원인이다. 깡통 대출규모는 13조원에 달한다. 낙찰률 초과대출은 수도권이 18만명(12조2000억원)으로 가장 많다. 지방은 1만명(8000억원)이었다. 수도권이 지방보다 집값 하락폭이 그만큼 컸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저신용 다중 채무자와 낙찰률 초과대출자가 중복됐다는 점이다.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이고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사람이 23만명이나 된다. 깡통주택은 가계부채 폭탄의 진앙지가 될 수도 있는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다. 저신용 다중채무자는 이미 상환능력을 거의 소진했다. 하나같이 고금리 대출에 의존하고 있는 점도 상환 능력을 상실시키고 있다. 향후 집값이 더 내려간다면 상환불능 늪에 빠질 공산이 짙은 것이다. 당장 부실 위험군으로 분류되는 1개월 이상 주택담보대출 연체자만도 4만명으로 전원 7등급 이하의 저신용층이다. 집 소유에 대한 집착이 강한 국민적 정서도 빚 청산을 어렵게 하고 있다. 집이 최후의 보루인 만큼 다른 금융자산을 동원해 빚을 갚을 가능성은 작을 것이란 예고다. 선제 대응을 하지 않으면 깡통소리가 더 요란해질 수 있다. 금융회사의 건전성 부실도 배제 못한다. 10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호흡이 점점 가빠지고 있다. joosik@fnnews.com 김주식 논설위원
2012-12-03 16:52:07'하우스푸어' 대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에도 단기 연체자의 이자를 감면하고 빚 상환을 미뤄주는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 제도)'이 적용된다. '경매유예제도'는 은행뿐 아니라 신용카드사, 할부금융사, 상호금융사 등 제2금융권으로 확대된다.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들과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이런 하우스푸어 긴급 처방전을 20일 내놨다. 이번 대책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려는 상황인식에서 비롯됐다. 하우스푸어 문제가 얼마나 악화됐으면 이런 단기 대응을 내놨을까 싶다. 그럴 만도 하다. 최근 집값 하락으로 담보가치인정비율(LTV)이 상한선을 넘기게 된 대출이 증가했다. LTV 기준(수도권 50%·지방 60%)을 초과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액은 지난 6월 말 48조원이다. 3개월 전보다 4조원(9.1%) 늘어난 규모다. 금감원은 이 추세라면 LTV 기준 초과 대출은 연말에 60조원에 이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럴 경우 주택담보대출 6가구 중 1가구가 '깡통주택'과 '하우스푸어'로 전락하게 된다. '가계부채 대란'이 아른거리는 상황이다. 거시적 안목의 추가 대책 없이 이것만 믿고 방치했다간 내성만 키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금감원이 주택담보대출 연체자의 평균 LTV와 가구수, 주택 실거래가 등에 대한 실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니 다행이다. 관건은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은 대출자를 얼마나 정확히 가려내느냐다. 주택담보대출의 건전성 지표인 총부채상환비율(DTI)도 구간별 비율을 촘촘하게 분석하는 것은 필수다. 실태 조사가 마무리되면 단계적으로 대응전략을 짜야 한다. 위기를 진정시키면서 연착륙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급하다고 무턱대고 재정 투입을 했다간 형평성 논란은 물론 또 다른 푸어를 만들 수 있다. 재정 투입은 최후의 카드다. 하우스 푸어의 주택 지분 일부를 정부가 떠안거나 배드뱅크 같은 기구를 만들어 정부 재원을 넣자는 정치권의 주장은 그래서 경계해야 한다.
2012-09-20 17:53:25교역과 원조라는 말은 국제 유행어가 됐다. 가난한 나라를 (부채탕감을 포함해서) 더 많이 도와주고 그들이 만든 제품을 부자 나라들의 시장에 내다 팔게 해주는 것은 이제 가장 중요한 세계적인 과제가 된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최근의 논쟁은 ‘어떤 도움을 줘야 하는가’가 아니고 ‘얼마나 많이’ 그리고 ‘얼마나 빨리’ 도움을 줘야 하는가로 옮겨졌다. 이같은 논쟁 속에서 우리는 지난 50년에 걸친 경제발전을 통해 얻은 명백한 교훈을 놓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교훈은 경제발전이란 대체적으로 가난한 나라들 자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최근 몇년 동안 발전을 이룬 나라들은 자체 노력으로 성과를 일궈냈다. 원조를 제공하고 선진국 시장을 열어준 것은 필수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 가장 큰 이웃나라 시장에서 특혜를 받으면서 자유롭게 물건을 파는 개발도상국을 생각해보자. 그 큰 이웃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경제력을 갖추고 있다. 덧붙여 이 개발도상국은 국민 수백만명을 이웃 국경 너머로 보낼 수 있으며. 방대한 양의 투자도 지원받고, 국제적인 생산망까지 완벽하게 연결돼 있다고 가정하자. 나아가 이 이웃 부자 나라는 만약의 경우 최후의 대출자로 나설 것이라는 점을 뚜렷하게 보여줌으로써 이 개도국의 금융시스템을 지원하고 있다. 아무리 글로벌화한다 해도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그렇지 않은가. 이제 또 다른 나라를 생각해보자. 이 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과의 교역이 금지된 상태다. 서방국가로부터 어떤 종류의 도움이나 외부 원조도 받지 않는다. 세계무역기구(WTO) 같은 국제기구에도 가입돼 있지 않으며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릴 수도 없다. 이 정도 외적인 불리함이 이 나라에 장애요소로 충분하지 않다면 이 나라는 국제무역에서 (국가가 간섭하는 무역, 수입관세, 수입량 제한 등의 형태로) 스스로 높은 무역장벽을 세워놓고 있다. 독자들이 추측한대로 두 나라는 멕시코와 베트남이다. 멕시코는 2000마일에 걸친 국경이 미국과 맞닿아 있다. 미국은 멕시코에 상품과 노동 분야에서 최혜국 수준의 시장접근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미국 재무부가 지닌 자원에도 접근을 허용하고 있다(이는 지난 95년 멕시코 금융위기 때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국은 지난 94년까지 베트남에 대한 무역 금수조치를 유지했고 95년에야 외교관계를 맺었다. 수교 후에도 미국은 베트남산 수입품에 대해 최혜국 대우를 제공하지 않았다. 베트남은 아직 WTO에도 가입하지 않고 있다. 이제 멕시코와 베트남 두 나라의 경제실적을 살펴보자. 멕시코는 지난 92년 12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발효된 이래 1인당 국민소득 증가율이 연평균 겨우 1%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는 아시아 경제대국들의 1인당 국민소득 증가율을 한참 밑도는 것은 물론 지난 82년 채무위기 이전 수십년에 걸쳐 멕시코가 이룩한 증가율과 비교해도 아주 미약한 수준이다. 멕시코의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 60년에서 81년까지 한해 평균 3.6% 증가했다. 그러나 베트남은 경제개혁을 시작한 지난 88년부터 미국과 외교관계를 맺은 95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 성장률이 연 5.6%에 이르렀다. 그 이후에도 4.5%씩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멕시코의 실질임금은 떨어지는 반면 베트남은 빈곤이 극적으로 줄어드는 것을 목격했다. 두 나라 모두 국제무역과 외국인 투자가 급증하는 것을 경험했다. 그러나 두 나라는 가장 중요한 대목에서 또렷하게 갈렸다. 생활수준의 향상, 특히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수준 향상이 그것이다. 이같은 예는 한 나라의 내부 노력이 그 나라의 경제 운명을 결정하는 데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 시장은 멕시코에 모든 기회를 제공했지만 멕시코가 정책 실수로 만들어낸 결과를 메울 수는 없었다. 멕시코는 특히 페소화 환율이 실질적으로 절상되는 것을 막는 데 실패했고 수출부문에서 이룩한 생산성 향상을 경제의 다른 부문에 확산시키는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 나라가 적절한 성장전략을 도입하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베트남은 멕시코가 가진 장점이 하나도 없지만 경제발전을 다변화하는 전략과 내수 공급자들의 생산량을 개선하는 방안을 추구했다. 정책을 어떻게 짜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은 전후 여러가지 사례가 뒷받침한다. 한국은 정점에 이르렀던 외국 원조가 단계적으로 줄어드는 시기였던 지난 60년대 초 경제발전에 시동을 걸었다. 대만도 외국 원조나 시장 특혜를 받지 않았다. 오늘날 양대 경제대국으로 불리는 중국과 인도는 독자적인 개혁을 통해 엄청나게 번성하고 있다. 드문 경우로 보츠와나와 모리셔스 같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외국 시장에 각각 다이아몬드와 섬유를 수출해서 성공했다는 점은 그럴 듯해 보인다. 하지만 그들은 거기까지가 한계다. 외국 시장에 물건을 팔지 못하면 두 나라는 더 가난해질 것이다. 하지만 다른 국가들의 성공적인 발전사례가 두드러지는 이유는 그들이 지닌 외적인 장점이 아니라 자신들이 가진 장점을 개척할 수 있는 능력 때문이다. 천연자원이 풍부한 다른 나라들이 엉망이 된 것을 보라. 시에라리온에서 ‘다이아몬드’라는 단어는 결코 번영이나 평화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전세계에 있는 수출가공지역 가운데 모리셔스가 섬유 수출로 보여준 결과를 이룩한 것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부자 나라들이 도와줄 책임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그들은 부패한 독재자들이 살기 힘든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금융정보를 더 많이 공유하고 그들이 서명한 국제 계약을 인정하지 않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가난한 나라 노동자들이 부자 나라에서 더 많이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WTO 규정과 미국의 융자조건을 완화해서 성장지향적인 정책을 제공하는 것은 빈국들의 장기적인 발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시장 접근을 쉽게 하고 원조를 늘리는 것이 잘 사는 북반구의 귀중한 정치적 자본을 가장 생산적으로 이용하는 것인지는 결코 분명치 않다. 개발은 무역과 원조가 아니라 가난한 나라들의 정책환경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리= cameye@fnnews.com 김성환기자 Copyright: Project Syndicate 2005. www.project-syndicate.org (원문은 fnnews.com)
2005-08-07 13:3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