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데 회의가 길어지는 바람에…”. 신헌철 SK에너지 사장은 회사 분할 이후 처음으로 열린 기자 간담회장(지난 13일)에 10분 정도 늦게 입장을 했다. 아주 시급한 사안이 아니면 공식석상에 거의 지각을 하지 않는 게 대개의 기업 최고경영자들인데 무슨 특별한 상황이 발생한 건지 물음표를 달 일이었다. 궁금증은 바로 풀렸다. “회장님과 회의를 하는데 중간에 일어서지를 못해서”라는 게 신 사장의 설명이었다. 회의가 낮 12시를 넘기자 불안한 신 사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사실은 오늘 기자 간담회가 있다”고 고백을 했고 최 회장은 “그런 일이 있으면 먼저 말씀을 하시지 그랬습니까”라며 서둘러 회의를 끝마쳤다고 한다. 그렇다면 최 회장은 신 사장의 간담회 일정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 아닌가. 짐짓 놀라운 일이다. 보고에 익숙한 우리 기업들 아니었던가. 뭐든 회장에게 사장에게 부서장에게 알려야 하고 또 상관의 명령을 받들어야 하는 수직적인 기업문화, 과거에는 한국 기업의 강점으로 작용하기도 했지만 속도 경영과 창의성이 강조되는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는 배척해야 할 구습이 됐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이 쉽게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수십년 이어져 온 습성을 하루아침에 버리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SK는 변했다. 아니 변화 중이다. SK글로벌 사태 이후 회장의 일방통보식 임원회의는 자취를 감췄다. 대신 토론과 협의문화가 정착됐다. 지주회사로 전환한 이후에는 각 자회사의 독립경영이 더욱 가속도를 내고 있다. 신 사장이 최 회장에게 일일이 일정보고를 하지 않는 게 한 방증이다. 넥타이와 와이셔츠 대신 차이나칼라 셔츠를 받쳐 입은 신 사장의 편안한 의상에서도 SK 조직문화가 유연해지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namu@fnnews.com 홍순재기자
2007-07-19 17:12:47“사모펀드(PEF)는 ‘Private Equity Fund’가 아니라 ‘Patient Equity Fund(인내력을 요구하는 펀드)’다.” PEF가 국내에 도입된 지 꼭 1년이 되는 지난 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는 ‘PEF 활성화를 위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 보고펀드의 이재우 공동대표는 PEF를 ‘인내력이 필요한 펀드’라고 빗대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 대표의 발언이 기폭제가 돼 PEF 운영자들은 그 동안 겪은 저마다의 술회를 한마디씩 털어놓기 시작했다. 윤종하 MBK파트너스 대표는 “신뢰는 기다림의 미학”이라며 실적에 조바심을 내는 투자자들을 향해 ‘좀더 기다려 달라’는 뜻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또한 우리PE의 이인영 대표는 “돌 잔치에 와서 ‘너 왜 빨리 안 뛰냐’고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하소연했다. 성급한 투자자들과 시장의 기대감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11월말 현재 금융당국에 정식 등록한 PEF 숫자는 14곳, 출자 약정액은 모두 2조7610억원이다. 이는 미국이나 유럽 등 펀드 하나의 출자 금액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PEF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매우 초라한 수준이다. 이런 실정에서 연기금과 은행 등 PEF 출자자들은 “1년이나 됐는데 어떻게 된 거냐”며 관계자들을 독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PEF의 속성과 실체를 이해하지 못한 채 주식투자처럼 단기간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쯤으로 인식하는 시장의 인식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장이 3년에 한번씩 바뀌는 상황에서 최소 5년 이상을 기다려야 수익이 나는 PEF 사업이 과연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PEF는 부실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해 그 기업을 알짜로 만든 뒤 프리미엄을 받고 되파는 구조다. 그런 만큼 충분한 시간과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빨리 빨리’ 문화에 익숙한 한국사람들에게 5년은 매우 긴 시간인지 모른다. 그러나 믿고 돈을 맡겼으면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PEF가 제대로 정착할 수 있다. / namu@fnnews.com 홍순재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05-12-08 13:55:58요즘 국민은행 출입기자들은 금융권과 감독당국으로부터 “국민은행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요”라는 질문을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된다. 리딩 뱅크의 행보에 이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그만큼 국민은행의 동향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뜻이다. 왜 그럴까. 그 해답은 강정원 행장의 경영 스타일에서 찾을 수 있다. 강행장은 밖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안에서 조용히 일을 처리하는 내실 위주형 최고경영자(CEO)로 정평이 나 있다. 그는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일한다고 해서 ‘세븐 일레븐’이란 별칭이 따라다닐 만큼 일벌레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가 누구를 만나는지 무슨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지는 베일에 싸여 있다. 비서실도 홍보팀도 행장의 행적에 대해서는 말을 아낀다. 언론과의 인터뷰도 매우 조심스러워한다. 강행장은 직원들에게도 ‘언론과의 접촉은 되도록 자제하라’고 당부하는 CEO다. 그의 이런 미디어관은 오랜 외국계 은행 시절을 통해 체득됐다는 게 국민은행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가 취임한 지 벌써 1년이 가까워 온다. 강정원 행장 체제 이후 과연 국민은행 내부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 걸까.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직원들의 마인드가 고객 위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사실 강행장 이전의 국민은행은 고객 만족도 면에서 업계 최하위 수준이었다. 과거의 국민은행은 지점을 방문한 손님들을 향해 ‘줄을 서시오’ 하는 불친절한 은행이었다. 그러나 최근 전문기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고객 만족도는 업계 2∼3위권을 다투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철저한 수익 위주의 경영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띄는 변화 가운데 하나다. 무리한 확장 정책도 찾아볼 수 없다. 예컨대 매각이 유력시되는 외환은행 인수라든지 증권사 인수 등은 아예 내부에서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런 변화들을 종합해 볼 때 분명 ‘강정원호’는 순항중이다. 하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수많은 투자자와 업계 관계자, 고객들은 잘 모른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선장’이 대중 앞에 나서 그동안의 행보와 앞으로의 계획을 자세히 설명해 줄 때가 됐다. 그게 리딩 뱅크 수장으로서의 고객과 시장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한다. / namu@fnnews.com 홍순재기자
2005-09-15 13:41:52하이닉스반도체 새 주인 찾아주기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하이닉스 주식 공동관리협의회는 국내외 매각이 허용된 주식 22.8%를 오는 10월까지 처분하기로 일정을 잡았다. 시가 약 3조원에 달하는 이 거대 지분을 과연 누구에게 제값을 받고 팔 것인지 은행마다 즐거운 고민에 빠져 있다. 한때 나라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웠던 '문제아'가 수년 만에 화려한 부활의 날갯짓을 하면서 '복덩이'로 다가온 것이다. 고민의 차원은 달라졌지만 하이닉스 주식 매각은 여전히 난해하고 첨예한 이슈다. 단순히 은행들의 투자금을 회수하는 문제가 아니라 국가 기간산업인 반도체산업의 운명이 바뀔 수 있는 중대사안이다. 이 문제를 둘러싸고 하이닉스 대주주인 외환은행과 산업은행이 견해를 달리 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되도록 비싼 값에 팔자'는 쪽이며 산업은행은 국내 산업 보호라는 절대명제 아래 '국내 매각'을 주장하고 있다. 론스타가 대주주인 외환은행은 소위 '시장론자'이며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정책론자'로 대별된다. 두 은행은 하이닉스 워크아웃 졸업의 선결조건이었던 리파이낸싱(채무재조정)에서 처음으로 충돌했다. 외환은행은 채권을 해외에서 보다 많이 발행하자는 입장이었던 반면 산업은행은 그 반대였다. 채권 소유 비율이 경영권 향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리파이낸싱은 상당히 민감한 사안이다. 외환-산업은행간 리파이낸싱 격돌이 '1라운드'였다면 경영권 주식 51%를 제외한 22.8% 주식 처분 과정은 '2라운드'라 할 수 있다. 2라운드의 최대 쟁점은 국내와 해외의 매각비율을 어떻게 나누느냐 하는 것이다. 두 은행은 이 비율 배분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이미 매각 주간사 선정경쟁에 돌입했다. 산업은행과 외환은행의 행보에 대해 누가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을 듯하다. 외환은 시장논리대로 이익 극대화에 전력하고 있는 것이고 산업은행은 국책은행 본연의 임무인 산업 보호에 충실할 뿐이다. 다만 서로 반대편에 서있다는 것이 갈등의 원인이다. 최근 두 은행은 숱한 협상 테이블을 통해 친근감과 '동지애'를 느껴가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두 은행의 패어플레이를 기대해 본다. / namu@fnnews.com 홍순재기자
2005-08-25 13:36:44디폴트 위기에 내몰린 기술신용보증기금 사태가 갈수록 꼬여가고 있다. 정부 당국은 기술신보에 ‘선 구조 조정, 후 자금 투입’을 강조하며 20%의 인력 감원을 종용하고 있다. 기술신보 노동조합은 이에 반발해 지난 14일부터 서울 여의도 본사 사옥에서 노조 간부 등 10여명이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노조측은 10%의 감원은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술신보 전체 직원 수가 1132명이므로 약 110여명의 희생은 각오하고 있는 것이다. 노조의 한 간부는 “DJ 정부 시절 프라이머리 회사채 담보부증권(P-CBO) 발행을 무리하게 확대한 것이 오늘의 위기를 불렀다”며 “기술신보는 정부가 하라는대로 충실히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해 정부 정책의 희생양이라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겼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당시 정부는 벤처 육성이라는 미명 아래 마구잡이식으로 금융 지원을 실시했다. 곪은 것은 언젠가 터지게 마련. 결국 P-CBO 만기가 돌아오면서 여기저기 부실이 발생했고 기업 대신 대지급에 나선 기술신보가 경영 위기를 맞이했으니까 말이다. 과연 모든 책임이 정부에 있을까. 일선 창구에서 누구보다도 P-CBO의 부실 위험을 잘 알고 있었던 기술신보였다. 그러나 당시 보증 규모가 확대될수록 조직의 위상이 올라가고 일자리가 생겨나는데 굳이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걸며 경보벨을 울릴 이유가 없다는 상황 인식이 작용했다는 지적이 많다. 당시 기술신보 일부에서는 ‘이대로는 안된다’며 P-CBO 정책의 위험성을 지적하기도 했지만 ‘결자해지(結者解之)’ 논리를 펴며 정부가 알아서 해결책을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하는 안일한 시각이 우세해 부실을 키운 측면도 없지 않다. 일정 부분 기술신보에도 책임이 있으니 정부가 제시한 20%의 인력 감축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은 결코 아니다. 다만 이 위기 상황을 돌파해 나가는데 있어서 정부와 기술신보 양자가 책임 공방을 벌이는 대결 구도가 아닌 협력과 이해의 장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견해다. 또한 정부는 추경예산 편성을 서둘러 기술신보에 투입해야 한다. 신용보증기금의 정부출연금(5600억원)을 기술신보에 지원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이는 ‘아랫돌을 빼 윗돌을 괴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자칫 신용보증기금의 동반 부실을 야기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중소업체들의 보증 경색 현상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namu@fnnews.com 홍순재기자
2005-07-15 13:30:19본지는 최근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교보생명 정관개정 반대’라는 제하의 기사를 보도했다. 공적자금을 최대한 회수해야 하는 공자위로서는 정관개정이 이뤄져 제3자 유상증자가 결행될 경우 상대적으로 자산관리공사(캠코)가 담보권을 갖고 있는 교보생명 주식보유 비율이 축소돼 매각가격이 떨어질 것을 우려, 정관개정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이 기사가 나간 후 캠코 기업개선부는 당일 오후 부리나케 보도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공자위는 정관개정에 대해 의견 표명을 한 적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기자는 곧바로 캠코 홍보팀에 전화를 걸었다. “보도 해명자료가 나온 배경은 무엇입니까. 지난달 열린 교보생명 주식처분과 관련한 공자위·캠코 간담회에서 (정관개정에 대해) 토론이 있었고 공자위도 캠코와 마찬가지로 정관개정은 안된다는 쪽으로 의견을 수렴한 거 다 아시잖습니까.” “그게 공자위의 공식적인 견해는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공식적 견해가 아니다’라고 해야지 어떻게 ‘의견을 제시한 바 없다’고 명시할 수 있습니까. 이건 완전히 다른 얘긴데요.” “현업부서에서 직접 해명자료를 작성한 일이라 우리(홍보팀)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사실이 아닌 내용을 해명자료라고 발표해놓고 담당업무가 아니었다고 발뺌하는 건 앞뒤가 안맞는데요. 그리고 캠코가 왜 공자위를 대신해 해명을 하는 거죠.” 기자의 강한 항의에 캠코 홍보팀은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하고 계속 얼버무렸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 대해 관련업계에서는 여러 추측이 난무했다. 업계 관계자는 “누가 봐도 공자위가 캠코에 반박자료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추측했다. 의혹의 그림자는 몇 일후 벗겨졌다. 공자위가 본지보도에 대해 반박자료를 준비하라고 캠코에 지시한 사실이 제3의 기관을 통해 밝혀진 것이다. 정부 당국이 개별기업의 경영권과 관련한 이슈에 대해 ‘감놔라 배놔라’ 하는 식으로 비춰지는 게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사실을 왜곡하면서 그것도 하급기관을 앞세워 뒤로 숨으려 애쓰는 모습은 정책 집행기관으로서 취할 자세가 아니다. 보다 투명하고 책임감있는 공자위의 태도가 아쉽다. / namu@fnnews.com 홍순재기자
2005-06-14 13:09:20부패방지위원회가 신용보증기관들의 보증사고와 관련, 제도전반의 개선책 마련을 주문하고 나선 데 대해 업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부방위의 판단은 신용보증기관이 도덕적 해이에 빠져 보증사고가 급증했고 이를 국민의 혈세로 충당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보증기관을 부패의 온상처럼 여기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일견 일리 있는 지적이다. 무엇보다도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면 지체없이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이번 부방위의 보증업계 실태조사에 몇가지 중대한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우선 ‘대위변제금액이 증가했다’는 부방위의 주장이다. 부방위에 따르면 지난해 보증받은 중소기업이 부도를 내는 등 보증사고를 일으켜 신용보증기관이 대신 갚은 금액이 3조4913억원으로 이는 전년도에 비해 25.5%, 2002년에 비해서는 150% 각각 증가한 수치라는 것이다. 문제는 대위변제 총액이 전년대비 얼마나 늘어났느냐가 아니라 그 비율이다. 보증규모가 늘어날 수록 보증사고도 증가하게 마련이다. 보증이란 말 그대로 자금조달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을 위해 정부가 대신 신용도를 높여주는 것이다. 그런만큼 일정 부분 ‘사고’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단순히 ‘올해 대위변제금액이 전년대비 몇 % 증가했느냐’가 아닌 당해연도 대위 변제율이 지난해에 비해 얼마나 늘었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난 2001년 일반보증 금액은 23조원이던 것이 2004년 31조원으로 급증했다. 반면, 신보의 최근 3년간 대위 변제율은 3.8%로 우리나라와 가장 비슷한 보증제도를 가진 일본(3.5%)과 같은 양호한 수준이라고 한다. 보증기관들이 직원들의 인건비를 과다하게 올려놓고 업체들에는 뒷돈을 챙기는 등 잇속 차리기에 여념이 없다는 부방위의 주장도 논란을 낳고 있다. 보증기금업계의 인건비 상승률이 매년 평균 10% 이상에 달한다는 부방위의 지적에 대해 업계는 신입직원 선발에 따른 인건비 증가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항변한다. 업계가 아연실색하는 이유는 또 있다. 외환위기 이후 보증기관들이 금융권의 투명경영에 앞장서는 본보기를 보였다며 상을 줄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부패의 온상으로 치부하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03년 부방위의 공공기관 민원업무 청렴도 측정결과 신보는 10점 만점에 8.32라는 높은 점수를 받아 청렴도 우수기관으로 선정됐었다. 업계의 한 CEO는 “뼈를 깎는 투명경영의 노력이 한순간 물거품이 됐다”며 “할말은 많지만 공기관의 성격상 말도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자니 가슴이 터질 것 같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 namu@fnnews.com 홍순재기자
2005-05-02 13:03:10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6일부터 4일간 열린 ‘2005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한국이 ‘디지털 강국’으로 자리매김했음을 전 세계에 알리는 축제의 장이 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대 규모의 부스에 최신예 첨단 디지털 제품을 가장 많이 출품해 전시회 기간에 전 세계 언론의 스포트 라이트를 받았다. 상복(賞福)도 터졌다. LG전자는 출품 업체 중 최대인 16개, 삼성전자는 11개의 혁신상을 각각 수상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우리 업체들은 일본 소니와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 등 유명 업체들의 틈바구니에서 생존의 몸부림을 쳐야 했던 변방의 군소업체였다. 이를 감안할 때 국내 업체들의 급부상은 기적이라해도 가식이 없을 만큼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디지털 코리아’, 그 원동력은 무엇일까. 일부 전문가들은 그 해답을 한국인의 ‘빨리 빨리’ 문화에서 찾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조급한 행동성향이 하루가 다르게 진보해가는 디지털 가전업계의 속성과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단순한 것을 좋아하는 국민성이 0,1의 조합으로 이뤄진 디지털의 단순성과 일치한다는 분석도 있다. 나름대로 설득력있는 주장들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텃밭이 그렇다는 것이고 그 위에 씨를 뿌리고 길러낸 주체는 삼성·LG의 엔지니어들과 마케팅 관계자들이다. 라스베이거스에서 만난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은 “숨이 차다. 마치 해변가 백사장에서 자전거를 타는 기분”이라고 인간적 고뇌를 털어놓았다. 강골인 그가 얼마나 심한 강박감과 책임감에 시달리고 있는지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평소 “10년 후를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한다. 기업인들은 늘 사업에 대한 구상으로 하루도 편히 쉴 날이 없다. 이들의 피와 땀이 없었다면 오늘의 ‘디지털 코리아’가 가능했을까. 이제 한국경제의 미래는 전자산업에 달렸다. ‘제 2의 한강의 기적’을 일궈 나가는 디지털 전사들에게 정부의 적극적인 배려와 국민적 성원이 필요한 때다. / namu@fnnews.com 홍순재기자
2005-01-13 12:22:30최근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은나노(銀Nano)제품을 접한 소비자라면 ‘과연 어느 회사 제품이 좋은지 몰라’ 혼란을 경험했을 것이다. 회사마다 자사제품이 은나노 최고기술을 적용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나노 기술이란 은을 나노(10억분의 1m) 크기로 쪼개 항균�^살균작용을 하는 응용기술로 최근 웰빙바람을 타고 이를 적용한 가전제품 출시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데다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으로 말하자면 최근 열풍이 불고 있는 유기농쯤 된다. 이를 두고 전자업계의 양대산맥인 삼성과 LG가 최근 보이지 않은 신경전을 보이고 있어 이채롭다. 삼성은 최근 소비자보호원의 조사 결과를 내세우며 자사의 기술력이 우위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소비자보호원이 비공식적으로 실시한 가전업계의 은나노 효과에 대한 실험에서 삼성의 제품은 ‘99.9% 항균�^살균 기능이 있다’는 회사측 주장이 인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측은 소보원의 비교 실험 요청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LG는 시장점유율을 앞세워 자사의 우위를 주장하고 있다. 양사의 점유율은 삼성 35%, LG 65%로 알려지고 있다. 제품이 우수하기 때문에 고객이 가장 많다는 논리다. 양사의 신경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서로의 감정을 자극하는 위험수위에 이르렀다. LG전자 관계자는 “삼성 세탁기는 살균효과가 거의 없다. 세탁기 시장은 LG의 독무대”라고 강조한 반면, 삼성전자는 “LG가 가전사업에 주력해온 덕분에 ‘백색가전=LG’라는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있어 점유율이 높은 것이지 결코 기술력이 뛰어나서 그런 것은 아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은나노 기술의 객관성이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거지고 있는 양사간의 신경전을 보는 소비자들의 시각은 그리 곱지 않다. 전자업계의 양대산맥인 이들간의 싸움이 자칫 은나노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대신 소모적인 갈등을 자제하고 진정한 은나노 최고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승패는 세치 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기술력에서 결정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namu@fnnews.com 홍순재기자
2004-11-16 12:06:23지난 1일 한국을 방문해 11시간 동안 숨돌릴 틈 없는 비즈니스 일정을 소화한 제프리 이멜트 제너럴 일렉트릭(GE) 회장의 방한(訪韓)이 화제에 올랐다. 그는 오전 10시에 전용기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해 오후 9시쯤 GE본사가 있는 미국 코네티컷 페어필드로 돌아갈 때까지 무려 7개의 공식일정을 소화했다. 이날 만남을 가진 사람만 20여명으로 모두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거물급 인사들이었다. 회견내용도 매우 다양했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과 만나 엔진납품에 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으며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는 GE-현대차간 상호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또한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 최태원 SK㈜회장, 제프리 존스 암참 회장 등과 가진 원탁회의에서는 한국의 경제·정치·사회 상황 등 전반에 걸쳐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들의 대부분은 이멜트 회장에 대해 ‘솔직담백하고 형식을 따지지 않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그의 자유롭고 활발한 활동은 현대차 행사장에서 증명됐다. 지난 1일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현대차 미래형 자동차 개발 기념식장’. 이멜트 회장은 수행비서 없이 홀연히 나타나 행사장 곳곳을 다니며 대화를 나눴다. 동선이 따로 없었다. 그래서 만약 그의 얼굴을 몰랐다면 미처 알아보지 못할 뻔했다. 물론 준비된 연설문도 없었다. 현장에서 그를 취재했던 기자들은 신선한 충격에 휩싸였다. 보통 그룹 회장이나 사장이 외부행사에 참석할 때 수명의 간부직원들이 그 뒤를 따르는 모습에 익숙한 우리 기자들로서는 사뭇 다른 상황을 경험했다. 돌연 국내 재벌기업 부회장의 아프리카 출장이 떠올랐다. 케냐 도착→자사 전시장 개관식 참석→유통업체 사장과 회의→사파리 관광으로 이어지는 그의 1박 2일 일정은 이멜트 회장에 비하면 너무도 여유로운 일정이었다. 차라리 비즈니스 스케줄이라기보다는 관광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현지법인에서는 부회장 방문에 맞춰 도심 주요지역에 대형 광고판을 설치하는가 하면 전시장을 초호화판으로 장식했다고 하니 GE 같은 회사에서는 상상도 못할 과잉충성일 것이다. 이멜트 회장의 방한기가 회자되는 것은 단순히 그가 세계최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라는 점 때문만은 아닌 듯싶다. / namu@fnnews.com 홍순재기자
2004-10-05 11:5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