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업'으로 피바디상을 받은 영국 영화감독 마이클 앱티드가 지난 7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 향년 79세였다. 8일 AP통신에 따르면 앱티드 감독의 에이전트는 그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자택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1941년 영국 에일즈베리에서 태어난 앱티드 감독은 케임브리지대를 졸업한 뒤 그라나다 TV에서 드라마 '코로네이션스트리트'와 다큐멘터리 '업' 등을 연출했다. 특히 출신 배경이 다양한 아이들의 삶을 관찰하는 '업' 시리즈로 2012년 방송 부문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피바디상을 받았다. '더 트리플 에코'(1972)를 통해 영화계에도 진출한 앱티드 감독은 '광부의 딸'(1980), '안개 속의 고릴라'(1988), '브링크'(1994), '007 언리미티드'(1999), '이너프'(2002), '어메이징 그레이스'(2006), '나니아 연대기:새벽 출정호의 항해'(2010), '스파이 게임'(2017) 등의 작품을 연출했다. 그는 2003∼2009년 미국감독조합(DGA) 회장을 지냈으며 2018년 70회 미국감독조합상 공로상을 받았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2021-01-09 13:02:24구강암 투병 중에도 자신의 이론을 비판하는 젊은 학자와의 토론을 멈추지 않는 노학자 프로이트. 나치의 폴란드 침공이 확정된 풍전등화와 같은 시기에도 두 학자의 방구석 지적 대화는 쉴 틈 없다. 지난 8일 삼연에 들어간 연극 '라스트 세션'(사진). 인공 심장 박동기를 달고 자기 아들보다 더 어린 배우 이상윤(41)과 열연을 펼치는 신구(87)의 모습은 마치 프로이트처럼 보였다. 한두번 대사가 뭉개져 들릴 때도 있었지만, 무슨 상관이랴. 프로이트 역시 투병 때문에 말년에 말이 어눌해져 진료 시 딸의 도움을 받았다.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보냈고, 2020년 초연부터 함께한 이상윤 역시 감격스런 표정으로 신구에게 존경을 표했다.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라스트 세션'은 나치의 박해를 피해 영국으로 망명했던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이자 무신론자였던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와 유신론으로 회심해 기독교 변증론을 펼친 '나니아 연대기' 작가 C. S. 루이스(1898~1963)의 역사적인 만남을 성사시킨 연극이다. 실존 인물을 소재로 했으나 실화는 아니다. 미국의 극작가 마크 세인트 저메인이 저서 '루이스 vs. 프로이트'에서 영감을 얻어 쓴 작품이다. 영국이 독일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제2차 세계대전에 돌입한 1939년 9월 3일을 배경으로 프로이트와 루이스가 직접 만나 논쟁을 벌인다는 상상에 기반한 2인극이다. 무대전환 한번 없이 오로지 두 배우의 핑퐁처럼 오가는 대화로 90분이 채워지나 지루할 틈이 없다. 재치 있는 논변과 함께 곳곳에 녹아든 유머 때문이다. 배우의 실제 상황과 겹쳐지는 장면도 있다. 컨디션이 나빠 보이는 프로이트에게 루이스가 "(만남을) 다음 기회로 미룰까"라고 묻자 프로이트는 "미룬다고?"라며 응수한다. "당신은 내일을 기약할 수 있소? 나는 안 그래요." 대사 전달력이 뛰어나 눈길을 끈 이상윤은 "지금도 새롭게 읽히는 대사들이 있다. 앞선 두 번의 공연보다 더 기대된다"고 전했다.공연은 9월 10일까지 서울 대학로 TOM(티오엠) 1관. 신진아 기자
2023-07-10 18:20:49구강암 투병 중에도 자신의 이론을 비판하는 젊은 학자와의 토론을 멈추지 않는 노학자 프로이트. 나치의 폴란드 침공이 확정된 풍전등화와 같은 시기에도 두 학자의 방구석 지적 대화는 쉴 틈 없이 이어진다. 지난 8일 삼연에 들어간 연극 ‘라스트 세션’. 인공 심장 박동기를 달고 자기 아들보다 더 어린 배우 이상윤(41)과 연기 대결을 펼치는 신구(87)의 모습은 마치 프로이트처럼 보였다. 한두번 대사가 뭉개져 들릴 때도 있었지만, 무슨 상관이랴. 프로이트 역시 투병 때문에 말년에 말이 어눌해져 진료 시 딸의 도움을 받았다. 공연이 끝나자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보냈고, 2020년 초연부터 함께한 이상윤 역시 감격스런 표정으로 신구에게 존경을 표했다.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라스트 세션’은 나치의 박해를 피해 영국으로 망명했던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이자 무신론자였던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와 유신론으로 회심해 기독교 변증론을 펼친 ‘나니아 연대기’ 작가 C. S. 루이스(1898~1963)의 역사적인 만남을 성사시킨 연극이다. 실존 인물을 소재로 했으나 실화는 아니다. 미국의 극작가 마크 세인트 저메인이 저서 ‘루이스 vs. 프로이트'에서 영감을 얻어 쓴 작품이다. 영국이 독일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제2차 세계대전에 돌입한 1939년 9월 3일을 배경으로 프로이트와 루이스가 직접 만나 논쟁을 벌인다는 상상에 기반한 2인극이다. 무대전환 한번 없이 오로지 두 배우의 핑퐁처럼 오가는 대화로 90분이 채워지나 지루할 틈이 없다. 재치 있는 논변과 함께 곳곳에 녹아든 유머 때문이다. 배우의 실제 상황과 겹쳐지는 장면도 있다. 컨디션이 나빠 보이는 프로이트에게 루이스가 “(만남을) 다음 기회로 미룰까”라고 묻자 프로이트는 “미룬다고?"라며 응수한다. "당신은 내일을 기약할 수 있소? 나는 안 그래요.” 대사 전달력이 뛰어나 눈길을 끈 이상윤은 “(세번째이지만) 지금도 새롭게 읽히는 대사들이 있다. 이 텍스트의 깊이와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다. 매 시즌 열심히 했지만, 앞선 두 번의 공연보다 더 기대된다”고 전했다. 공연은 9월 10일까지 서울 대학로 TOM(티오엠) 1관.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3-07-10 12:51:08[파이낸셜뉴스] "'오징어게임'으로 주변에서 나를 많이 띄워놓은 것 같다. 자제력이나 중심이 흐트러지진 않을까 염려하던 차에 품격 있는 좋은 연극을 만나게 돼 뜻깊게 생각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에서 오일남 역으로 전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배우 오영수(77)가 차기작으로 연극 '라스트 세션'을 선택했다. 2019년 12월 연극 '노부인의 방문' 이후 2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것이다. 오영수는 1967년 극단 광장에서 배우로서의 삶을 시작했으며 55년 가까이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관록의 배우다. 연극 '라스트 세션'은 미국의 극작가 마크 세인트 저메인이 아맨드 M. 니콜라이의 저서 '루이스 vs. 프로이트'에서 영감을 얻어 쓴 작품으로 영국이 독일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제2차 세계대전에 돌입한 1939년 9월 3일을 배경으로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C. S. 루이스'가 직접 만나 논쟁을 벌인다는 상상에 기반한 2인극이다. 지난해 7월 국내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새해인 다음달 7일부터 3월 6일까지 서울 대학로 티오엠에서 재연된다. 작가는 실제로는 만난 적 없는 두 사람을 무대 위로 불러내 신과 종교에 대한 도발적인 토론을 야기한다. 20세기의 무신론의 시금석으로 불리는 프로이트와 대표적인 기독교 변증가 루이스는 신에 대한 물음에서 나아가 삶의 의미와 죽음, 인간의 욕망과 고통에 대해 한치의 양보 없이 치열하고도 재치있는 논변을 쏟아낸다. 이 작품에서 오영수는 신구와 함께 오스트리아 출신의 정신병리학자이자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 역을 맡았다.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이자 영문학 교수 C.S. 루이스' 역은 이상윤과 전박찬이 맡았다. 오영수는 8일 서울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무엇보다 신구 선배님과 무대에 같이 서게 돼 뜻깊게 생각한다. 제가 지금까지 50년 넘게 연기자로 조용히 생활해 왔지만 근래 '오징어게임'으로 갑자기 부상돼 정신적으로 현란한 분위기에 젖어있었던 것 같다"며 "나이를 먹었지만 스스로 자제력을 잃고 있지 않나 하며 생각하던 찰나 이 작품의 의뢰가 왔다. 정신없이 바쁘고, 광고도 들어오는 와중에 왜 연극을 선택하냐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오히려 이 작품을 통해 오랫동안 지향해왔던 연극을 향한 원동력이 다시 심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영수는 "제가 맡게된 프로이트라는 인물은 '인간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라는 지고의 경지를 생각하며 신과 종교의 대립각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인물로 어떻게 보면 지구상에서 자신이 혼자라는 사실을 직시하려는 사람"이라며 "배우의 인생을 걷는 저 역시 언젠가는 어느 경지에 이르지 않을까 생각해 왔는데 그 부분이 프로이트와 같은 모습도 없지 않아 있다고 생각하며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 배우는 "2인극으로 대사의 분량이 만만치 않은데다 대사 내용 자체가 일상 용어라기보다는 관념적이고 논리적이어서 헤쳐나가기 상당히 힘든 부분도 있다. 나이를 먹다 보니 기억력도 조금 감퇴된 부분도 있지만 신구 선배님이 이 역을 하셨다길래 용기를 가지고 참여했다"고 밝혔다. 오영수는 "저는 배우로서 연극무대를 내 삶의 목적이자 의미라고 생각하며 지금까지 활동해왔다"며 "제가 조금 나이를 덜 먹었을 때는 연극이 관객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배우가 역할자로서 던져주고 알려주는 존재로 생각해왔는데 나이를 먹으며 관객과 같이 호흡하는 것임을 인지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오영수는 "관객들이 극장 문 밖을 나섰을 때 뇌리에서 사라지는 연극이 아니라 잠을 자기 전에 한 번 생각해보고 아침에 깨어나서 떠올려볼 수 있는 작품이 참다운 연극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무대의 힘은 거기에 못 미치는 것 같아 아쉽고 배우로서 부끄럽기도 하다"며 "관객들의 심금에 와닿는 연극을 하겠다고 다짐하며 무대에 오를 것"이라고 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1-12-08 15:43:05'가이드포스트(Guideposts)'는 1945년 노먼 빈센트 필 박사에 의해 미국에서 창간된 교양잡지로, 한국판은 1965년 국내 최초 영한대역 잡지로 발간되어 현재까지 오랜 시간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고 있습니다. 가이드포스트는 실패와 좌절을 딛고 다시 일어선 사람들, 어려움 속에서 꿈을 키워가며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들의 감동과 희망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런 감동의 이야기를 많은 분들의 후원을 통해 군부대, 경찰, 교정시설, 복지시설, 대안학교 등 각계의 소외된 계층에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후원을 통해 더 많은 이웃에게 희망과 감동의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후원문의 (02)362-4000나는 아주 오랜 시간 스스로를 영적인 실패자라고 여기며 살아왔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나는 목사다. 한 아이의 아버지이며 해병대 참전 용사이기도 하다. 지금은 오클라호마의 교도소를 순회하며 재소자와 함께 예배를 드리는 목회 활동을 하고 있다. 나는 믿음의 대상을 갈구하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은 실재하신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어떻게 영적으로 실패한 사람이 이 모든 일을 할 수가 있지? 시계를 12년 전으로 돌려보자. 당시 나는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투 임무를 포함해 총 8년간의 군복무를 마치고 민간인의 삶에 적응하는 중이었다. 결혼생활은 위태로웠다. 군에 있는 동안 신앙도 거의 버리다시피 했다. 하나님께서 나를 가치 없는 패배자로 생각하실 거라 확신했고, 나 자신도 그 사실에 동의했다. 어떻게 그 모든 것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을까? 바로 페이스북에서 본 한 글귀 덕분이었다.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게시하는 영감을 주는 인용문 중 하나였다. 그 구절은 이런 것이다. "내가 지은 죄에 대해 내가 실제로 느끼는 수치와 혐오의 정도는 내 이성이 말하는 그 죄의 상대적인 중대함과는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옥스퍼드대학의 교수가 쓸 법한 복잡하고 격식을 차린 언어였다. 그 속에서 나는 이런 단순한 메시지를 들었다. '영적으로 무가치하다는 감정이 나에 대한 최종 판결이 아닐 수도 있다. 내가 하나님의 태도를 잘못 판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나에게도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 글을 쓴 사람의 이름은 C S 루이스였다. 어렸을 때 읽었던 '나니아 연대기'를 쓴 그 C S 루이스인가? 그분이 기독교인이었나? 그는 마치 내가 느끼는 감정, 내가 듣고 싶은 말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이 사람 누구지? 이 물음에 답을 찾는 과정에서 내 삶도 변화했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C S 루이스에 대한 한 가지 사실 덕분에 내 신앙심은 되살아났고 더욱 굳건해졌다. 그것은 바로 그도 나처럼 참전 용사였다는 사실이다. C S 루이스는 기독교 분야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중세 영문학을 가르친 교수다. 그렇다, 그는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의 작가이기도 하다. 그가 태어난 1898년 이후 100년도 더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수백만의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작가다. 루이스는 아일랜드 출신의 기독교 가정에서 성장했지만 10대 시절 신앙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19살 때 영국 육군에 의해 제1차 세계대전의 최전선으로 보내졌고, 보병으로 끔찍한 참호 속에서 싸웠다. 포격으로 부상을 입고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는 철저한 무신론자가 되어 있었다. 루이스는 군인이 가지고 있는 정신적 부상을 이해했다. 또한 하나님께서 그 모든 것을 어떻게 치유하시는지도 알고 있었다. 루이스 덕분에 이제는 나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어렸을 때의 신앙을 언제 잃었는지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다. 나는 교회와 함께 성장했다. 하지만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어머니가 빠진 종교가 기독교 이단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 상황이 복잡해졌다. 두 형과 나는 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아버지는 훌륭한 분이었지만 교회에 다니지는 않았다. 아버지와 상관없이 우리 형제들은 교회에 나갔다. 우리 교회는 성서를 엄격하게 해석해 죄인을 향한 하나님의 지당하신 분노에 초점을 맞췄고, 우리는 그 지식을 그대로 흡수했다. 나는 그 분노가 무서웠다. 하나님이 10대 시절 신앙에 등을 돌리고 나쁜 행동을 일삼은 나를 싫어하실 거라 확신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해병대에 입대한 뒤 내가 자란 오클라호마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를 발견했다. 기독교에 대해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온갖 종류의 사람들을 만났다. 하나님은 저들을 비난하실까? 하나님이 많은 의심을 품은 나 또한 비난하셨는지도 모른다. 나는 의심 그 자체를 사실상 죄악으로 생각했다. 박격포 분대에서 복무할 때 한 줄기 희망도 보이지 않는 절망을 목격했다. 신은 어디 있는 거지? 그런 감정들을 다스리기 위해 술을 마셨고, 하나님이 그것도 싫어하실 거라 생각했다. 결혼을 하고 아들을 낳았다. 자대 재배치를 받게 되자 결혼생활은 우리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워졌고, 결국 우리는 이혼했다. 그걸로 끝이었다. 나는 군복무를 그만두기로 했다. 혼자 아들을 맡아 기르게 되었다. 나와 아들, 단 둘뿐이었다. 퇴역 전 캘리포니아의 해병대 기지에서 남은 몇 달을 복무하고 있을 때 군 동료들과 나는 내 어린 아들을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문신을 한 우람한 팔로 안아주는 일을 교대로 했다. 돌이켜 생각하면 참 아름다운 그림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나 자신이 최악의 아빠로 느껴졌다. 아들을 데리고 오클라호마로 돌아왔다. 이해가 안가겠지만 나는 교회에서 할 수 있는 일자리를 알아봤다. 하나님의 존재는 거의 믿지 않았지만 교회는 안전하게 느껴졌다. 기독교인처럼 행동하면 하나님의 인정을 다시 받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페이스북에서 C S 루이스의 글귀를 우연히 발견한 것이 바로 이때, 인생의 나락에 빠져 있을 때였다. 글의 출처를 찾아보았다. 그것은 '개인 기도'라는 책에서 발췌한 것이었다. 도서관에서 그 책을 빌려 탐독했다. 루이스는 내 삶을 대신 살기라도 한 것처럼 나와 똑같은 감정을 느끼고, 내가 한 질문을 똑같이 하고 있었다. 더 알고 싶은 마음에 그의 명작 '순전한 기독교'를 찾아 읽었다. 책에서는 기독교인이 '되고 싶은' 생각이 들도록 내 어린 시절을 함께한 신앙인 기독교를 설명하고 있었다. 그전까지는 기독교인이 '되어야 한다'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루이스의 영적 여정을 다룬 자서전 '기쁨에 놀라다'도 손에 넣었다. 그의 군복무 시절을 다룬 '총과 좋은 벗'이라는 제목의 챕터에 이르렀다. 그는 "섬뜩함, 추위, 고성능 폭약 냄새, 몸통의 반이 으스러진 딱정벌레처럼 여전히 꿈틀대는 끔찍한 모습으로 박살난 사람들, 앉아 있거나 서 있는 시체들,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땅의 풍경"을 묘사했다. 영국으로 돌아오자마자 그는 머릿속에서 신에 대한 모든 생각을 지워 버리기로 결심했다. 루이스는 그를 다시 신앙으로 이끌고 하나님을 새로운 시각으로 이해한 감정적 여정을 되짚는다. 그는 "굴복하고, 하나님은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 밤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을 "영국에서 가장 비참하고 주저하는 개종자"라고 부른다. '가장 비참하고 주저하는 개종자.' 그 사람은 바로 나였다. 어째서 하나님은 그토록 여러 가지 방식으로 당신에게 등 돌린 사람을 두 팔 벌려 받아주시는가? 내가 백기를 들고 하나님을 처음으로 경험한 순간은 루이스가 그랬던 것처럼 극적이지는 않았다. 대신 루이스가 쓴 거의 모든 글을 읽는 데 3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사우스웨스턴신학교에 정규 학생으로 등록을 하고 석사학위를 받았다. 지도교수님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나는 결국 자애롭고 자비로우신 하나님을 숭배하는 한 교회에서 일자리를 얻었다. 범죄를 저지른 적은 없지만 교도소 사역에 마음이 갔다. 재소자가 느끼는 감정을 정확히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스스로 하나님께 결코 사랑받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수치심과 의심이라는 감옥에 갇혀 있었다. 군 복무와 관련해 간과하는 사실은 감정적, 영적인 상처가 단지 전쟁으로 인한 부상에서만 비롯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입대할 때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군인들이 많다. 젊고, 방향을 찾고 있으며, 인생의 중요한 선택을 해본 경험이 없다. 전 세계로 보내지고 막중한 책무가 주어진다. 그 과정에서 끈끈한 전우애가 생기지만, 그것은 민간인의 삶으로 돌아오는 즉시 사라지고 만다. 인생을 망치는 방법은 너무나 많다. 누군가를 실망시킬 기회도 넘치게 많다. 건강한 가정생활을 하며 탄탄한 미래의 계획을 가진, 성숙하고 영적으로 자신감 있는 사람이 되는 길은 힘들다. C S 루이스의 글을 읽으며 하나님이 그 모든 것을 포용하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나님은 내 허물을 알고 계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하신다. 나는 미완성의 작품이다. '하나님께서' 만들고 계시는 작품이다. 대학에 다닐 때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대학이 주최한 C S 루이스에 관한 해외 연수 과정에 등록할 기회가 있었다. 루이스가 30년 넘게 학생들을 가르쳤던 곳이다. 루이스의 학문적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막달레나 대학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도착 후 얼마 되지 않아 루이스가 예배당에서 고해성사를 하기 위해 종종 세인트 스티븐 하우스로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예배당을 직접 봐야 했다. 휴식시간에 나는 재빨리 강의실을 빠져나와 예배당으로 가는 길을 찾았다. 하지만 곧바로 길을 잃고 중세시대부터 거기 있었을 건물들 사이를 헤맸다. 학생 한 명이 방향을 알려주었다. 나무로 된 육중한 문을 열고 예배당 안으로 들어갔다. 양옆으로 나무의자들이 놓여 있었다. 흰색으로 칠을 한 아담한 공간이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 몇 줄기에 먼지가 떠다녔다. 고요했다. 벽을 따라 놓인 등받이가 수직으로 꼿꼿이 선 의자에 앉았다. 루이스가 거기 무릎을 꿇고 앉아 하나님께 용서를 구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루이스가 쓴 편지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용서하셨다면 우리도 스스로를 용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하나님보다 우리 자신을 더 높은 심판의 자리에 놓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 말을 간절히 믿고 싶었기 때문에 그 구절을 외우고 있었다. 눈을 감았다. 나무의자에서 내려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두 손을 포갰다. 그리고 하나님께 용서를 비는 기도를 드렸다. 마음속으로는 이미 그렇게 하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가이드포스트(Guideposts)'는 1945년 노먼 빈센트 필 박사에 의해 미국에서 창간된 교양잡지로, 한국판은 1965년 국내 최초 영한대역 잡지로 발간되어 현재까지 오랜 시간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고 있습니다. 가이드포스트는 실패와 좌절을 딛고 다시 일어선 사람들, 어려움 속에서 꿈을 키워가며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들의 감동과 희망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런 감동의 이야기를 많은 분들의 후원을 통해 군부대, 경찰, 교정시설, 복지시설, 대안학교 등 각계의 소외된 계층에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후원을 통해 더 많은 이웃에게 희망과 감동의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글·사진=가이드포스트
2021-05-25 17:58:33[파이낸셜뉴스] “생전에 언제 또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마 내 생애 도전하는 작품으로는 마지막이지 않을까”(프로이드 역의 신구) 20세기를 대표하는 두 학자 ‘프로이트’와 ’루이스’가 한 무대서 만난다. 둘의 세기적인 만남을 성사시킨 연극 ‘라스트 세션(Freud's Last Session)’이 오는 7월 한국 초연 무대를 올린다. ‘그라운디드’, ‘킬 미 나우’ 등 세련된 미장센과 흡인력 있는 연출로 주목받는 오경택 연출을 필두로 신구, 남명렬, 이석준, 이상윤이 이번 초연에 참여한다. 미국의 극작가 마크 세인트 저메인이 아맨드 M. 니콜라이의 저서 ‘루이스 vs. 프로이트(THE QUESTION OF GOD)’에서 영감을 얻어 쓴 작품으로, 영국이 독일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제2차 세계대전에 돌입한 1939년 9월 3일을 배경으로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C.S. 루이스’가 직접 만나 논쟁을 벌인다는 상상에 기반한 2인극이다. 작가는 실제로는 만난 적 없는 두 사람을 무대 위로 불러내 신과 종교에 대한 도발적인 토론을 야기한다. 20세기 무신론의 시금석으로 불리는 ‘프로이트’와 대표적인 기독교 변증가 ‘루이스’는 신에 대한 물음에서 나아가 삶의 의미와 죽음, 인간의 욕망과 고통에 대해 한치의 양보 없이 치열하고도 재치 있는 논변들을 쏟아낸다. 2009년 베링턴 스테이지 컴퍼니에서 첫 선을 보인 이 작품은 2010년 뉴욕 초연 무대를 성공적으로 올린 뒤 오프브로드웨이에서 2년 간 총 775회 공연했다. 2011년 오프브로드웨이 얼라이언스 최우수신작연극상을 수상했다. “올림픽 펜싱 경기를 보는 듯한 멋진 작품!”이라는 평단의 극찬 속에 미국 전역은 물론이고 영국, 스웨덴, 스페인, 호주, 일본 등 세계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정신분석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역에는 국민 배우 신구가 캐스팅 됐다. 이 작품이 그의 연기 인생에 기념비적인 작품이 될 것 같다는 신구는 “생전에 언제 또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마 내 생애 도전하는 작품으로는 마지막이지 않을까”라며 이번 공연에 대한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그을린 사랑’, ‘알리바이 연대기’, ‘오이디푸스’ 등을 통해 존재감을 보여준 연극계 대부 남명렬이 ‘프로이트’ 역에 더블 캐스팅 됐다. 그는 최근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양태양 회장 역으로 출연했다.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이자 영문학 교수 ‘C.S. 루이스’ 역에는 ‘에쿠우스’, ‘엘리펀트 송’,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등 다양한 무대에서 활약한 배우 이석준이 캐스팅 됐다. 독실한 신앙인으로 알려진 그는 일찍부터 ‘순전한 기독교’ 등 루이스의 저서들을 탐독하며 캐릭터 분석에 나섰다. 여기에 연기 활동에 전념하고자 올 초 SBS 예능 ‘집사부일체’에서 하차한 배우 이상윤이 원조 뇌섹남의 이미지에 걸맞게 교수 ‘루이스’ 역을 맡아 정식으로 연극 무대에 도전장을 내민다. 오는 7월 10일,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한국 초연의 막을 올릴 예정이며 6월 11일 오후 2시 인터파크와 예스24를 통해 1차 티켓오픈을 한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0-06-03 10:36:46인천문화예술회관은 29일부터 9월 8일까지 총 2주간 인천문화예술회관 앞 야외광장에서 영상으로 만나는 명작 무대 ‘스테이지 온 스크린’을 상영한다고 16일 밝혔다. ‘스테이지 온 스크린’은 공연예술계의 최신 트렌드인 ‘스크린으로 즐기는 명작공연’이라는 콘셉트로 지난 2013년 처음 기획돼 올해로 6년차를 맞이했다. 올해에는 오페라, 발레, 뮤지컬, 아트서커스 등 총 8개 작품이 무료로 선보일 예정이다. 530인치의 대형 에어스크린과 광활한 사운드를 자랑하는 음향장비가 관객을 맞이한다. 수·목요일공연은 오후 7시 30분에, 금·토요일은 오후 8시에 진행된다. 2015 빈 국립 오페라 하우스 실황으로 아드리안 노블의 고전적인 연출과 빈 필의 연주력이 돋보이는 가족오페라 ‘헨젤과 그레텔’, 메조소프라노 엘리나 가랑차가 열연하는 2009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버전인 오페라 ‘신데렐라’가 선보인다. 또 크리스토퍼 윌든이 안무한 2011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 발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와 데이비드 볼버그가 호흡을 맞춘 2011 러시아 볼쇼이 극장 공연실황인 차이코프스키의 고전발레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단이 2014년에 무대에 올린 뮤지컬 ‘쇼 보트’, 플라시도 도밍고가 바리톤으로 변신한 베르디의 오페라 ‘시몬 보카네그라’, 브레겐츠 페스티벌에서 2011년 선보인 ‘안드레아 셰니에’가 상영된다. 특히 올해에는 태양의 서커스의 무대 중 엄선한 7개의 퍼포먼스를 스크린으로 옮긴 ‘태양의 서커스-신비의 세계’가 선보인다. 이 작품은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이 제작, ‘나니아 연대기’의 앤드류 애덤스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아 더욱 화제가 된 작품이다. 인천문화예술회관 관계자는 “대형스크린과 광활한 사운드로 상영되는 최고의 공연 영상을 즐기며 일상의 소소한 재미와 여유로움을 만끽할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
2018-08-16 09:55:42부산 해운대 영화의전당은 휴가철과 여름방학을 맞아 한여름 밤 영화 행사를 풍성하게 마련했다고 26일 밝혔다. 먼저, 지난 5월부터 지정 수요일 오후 8시 야외극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야외상영회'로 좋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다음달 1일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제작을 맡고, '슈렉' '나니아 연대기'의 앤드류 아담슨 감독이 각본·연출을 맡으며 7개의 서커스 공연을 담은 영화 '태양의 서커스-월드 어웨이'를 시작으로 △다음달 8일 소녀와 소년의 아련하고 순수한 첫사랑을 다뤄 많은 사랑은 받은 소설을 애니메이션화한 한국 애니메이션 '소나기' △다음달 14일 할리우드 명배우 로빈 윌리엄스의 대표작이자 '카르페 디엠(지금 살고 있는 이 순간에 충실하라)'이라는 명대사로도 유명한 명작 '죽은 시인의 사회' 등을 상영해 관객들에게 매주 다채로운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다. 또 매년 여름 어린이와 가족 관객에게 인기를 끌어온 애니메이션 야외시사회가 올해도 어김없이 열린다. 오는 28일 오후 8시 애니메이션 '몬스터 호텔3'가 우리말 녹음 버전으로 상영된다. 영화 상영 전 오후 7시부터 야외극장에서 깜짝 이벤트도 진행될 예정이다. 이밖에 영화의전당 내에서 뿐만 아니라 부산 내 문화시설이 적은 곳곳을 찾아 영화를 상영하는 '찾아가는 영화관'도 진행한다. 27일 오후 8시 용호동 부산환경공단 남부사업소 상부체육공원에서 '아이 캔 스피크'를 상영한다. 다음달 18일 오후 7시 30분에는 국립해양박물관 야외광장과 다음달 31일 오후 7시 가락중 실내강당에서 '덕구'를 만나볼 수 있다. 야외상영회와 애니메이션 야외시사회는 무료로 별도의 예매 없이 야외극장 좌석에 자유롭게 착석해 관람할 수 있다. 찾아가는 영화관 또한 누구나 해당 장소를 방문해 마련된 좌석에 앉아 관람하면 된다. 행사 정보는 영화의전당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강수련 기자
2018-07-26 17:39:16부산 해운대 영화의전당은 휴가철과 여름방학을 맞아 한여름 밤 영화 행사를 풍성하게 마련했다고 26일 밝혔다. 먼저, 지난 5월부터 지정 수요일 오후 8시 야외극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야외상영회'로 좋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다음달 1일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제작을 맡고, ‘슈렉’ ‘나니아 연대기’의 앤드류 아담슨 감독이 각본·연출을 맡으며 7개의 서커스 공연을 담은 영화 '태양의 서커스-월드 어웨이'를 시작으로 △다음달 8일 소녀와 소년의 아련하고 순수한 첫사랑을 다뤄 많은 사랑은 받은 소설을 애니메이션화한 한국 애니메이션 '소나기' △다음달 14일 할리우드 명배우 로빈 윌리엄스의 대표작이자 ‘카르페 디엠(지금 살고 있는 이 순간에 충실하라)’이라는 명대사로도 유명한 명작 '죽은 시인의 사회' 등을 상영해 관객들에게 매주 다채로운 즐거움을 선사할 예정이다. 또 매년 여름 어린이와 가족 관객에게 인기를 끌어온 애니메이션 야외시사회가 올해도 어김없이 열린다. 오는 28일 오후 8시 애니메이션 '몬스터 호텔3'가 우리말 녹음 버전으로 상영된다. 영화 상영 전 오후 7시부터 야외극장에서 깜짝 이벤트도 진행될 예정이다. 이밖에 영화의전당 내에서 뿐만 아니라 부산 내 문화시설이 적은 곳곳을 찾아 영화를 상영하는 ‘찾아가는 영화관’도 진행한다. 27일 오후 8시 용호동 부산환경공단 남부사업소 상부체육공원에서 '아이 캔 스피크'를 상영한다. 다음달 18일 오후 7시 30분에는 국립해양박물관 야외광장과 다음달 31일 오후 7시 가락중 실내강당에서 '덕구'를 만나볼 수 있다. 야외상영회와 애니메이션 야외시사회는 무료로 별도의 예매 없이 야외극장 좌석에 자유롭게 착석해 관람할 수 있다. 찾아가는 영화관 또한 누구나 해당 장소를 방문해 마련된 좌석에 앉아 관람하면 된다. 행사 정보는 영화의전당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sr52@fnnews.com 강수련 기자
2018-07-26 09:18:56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감독 김용화)이 개봉 6일 만에 관객 수 500만 돌파를 앞두고 있다(25일 자정 480만명ᆞ제작사 집계).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기존 기록들을 경신하며 한국영화 흥행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인생영화라며 영화를 만든 감독과 배우, 제작진을 향해 감사의 뜻을 전하는 관객도 많지만 어딘가 부족한 영화라며 흥행돌풍에 놀라움을 표하는 이도 있다. 어떤 면에서는, 좋다며 엄지를 세우는 ‘호’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은 수이기는 하나 ‘불호’를 표현하는 평가들이 “그렇다면 내가 직접 확인해 보자”는 심리를 확산시키며 관객을 극장가로 불러들이고 있다. 말하자면 악재마저 호재로 작용하는 상황, 말릴 수 없는 흥행질주가 시작됐다.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을 살피기에 앞서, 새해 8월 1일에 만나게 될 ‘신과 함께-인과 연’에 앞서 공개된 1부 ‘신과 함께-죄와 벌’(이하 ‘신과 함께’)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부터 짚어보자. ▲ 사진='신과함께' 스틸, 예고편 캡처 # 동양적 풍광의 CG, ‘아이언맨’이 부럽지 않다 실사가 아닌 컴퓨터 그래픽이어서 가능한 판타지, 말 그대로 환상적 장면을 생각하면 킹콩이 미국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기어오르고 초능력자가 아닌 아이언맨이 잘 빠진 수트를 입고 뉴욕의 하늘을 나는 모습이 떠오른다. 비단 아이언맨만이 아니다, 스파이더맨도 토르도 뉴욕의 상공에서 활약한다. 우리 눈에 뉴욕은 CG로 익숙해진 환경이다. 뉴욕이 아니더라도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나니아 연대기’ ‘트와일라잇’ 등을 통해 눈에 익은 산새와 숲, 나무의 모양 등이 있다. ‘신과 함께’의 CG와 특수효과를 책임진 덱스터스튜디오의 대표이자 영화를 연출한 김용화 감독은 우리에게 익숙한 서양적 배경을 차용하지 않았다. 죽은 사람이 49일 동안 거치게 되는 7개의 지옥, 지옥에서 지옥으로 이어지는 행로의 모습을 동양적 풍광으로 가득 채웠다. 살인․나태․거짓․불의․배신․폭력․천륜 지옥별로 재판이 이뤄지는 곳, 형을 선고 받은 사람들이 처벌 받는 곳의 모습을 각기 다르게 고안했다. 일테면, 인생을 게으르고 나태하게 허비하면 거대한 폭포 위에 마련된 법정에서 재판을 받은 후 폭포 아래로 추락해 거대한 맷돌에 갈리거나 맷돌을 피했다 해도 인간의 얼굴을 하고 무서운 이빨을 지닌 살인어가 가득한 물속에 떨어진다. 저승에서 죗값을 치르지 않으려면 이승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는 정도를 넘어 도덕적으로 바르게 살라고 권하는 무시무시한 경고이기도 하지만, 영화적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 다음 지옥의 재판정과 형장은 어떤 모습일까 기대케 한다. 익숙하지 않은 풍광을 영화적 배경으로, 그것도 CG로 만들어 관객 앞에 내놓을 때는 두 가지 위험이 따른다. 우선 남이 갔던 길을 가는 게 아니라 길을 새로 내며 걸어야 하기에 그 정신적, 육체적 노동의 수고가 말할 수 없이 크다. 또 웬만큼 잘 만들지 않고서는 그 ‘낯섦’ 때문에 보는 이의 눈을 만족시키기가 어렵다. 자신이 느끼는 만족도에 최소 2배의 칭찬을 용기 있는 도전으로 우리만의 CG를 창안한 김용화 대표와 덱스터스튜디오 일꾼들에게 보내 주면 어떨까. ▲ 김동욱 이정재 차태현 김향기 주지훈 사진='신과함께' 스틸/예수정 사진=S&A엔터테인먼트 제공 # 배우들의 호연, 이들이 바로 ‘어벤져스’ 실시간 댓글을 보면, CG의 우수성에 더해 배우들의 호연에 토를 다는 이는 보이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신과 함께’의 가장 큰 수혜자는 김수홍 병장을 연기한 김동욱이다. “동욱이는 정말 연기 잘하는 배우죠. 알고 계셨다 해도 영화 보시면 많이 놀라실 거예요. 정말 잘했거든요. 이번 영화를 계기로 더 많은 관심을 받고 더 잘됐으면 좋겠어요”라고 강림 차사 하정우가 개봉 전부터 칭찬해 마지않던 배우이자 투자사들의 우려에도 김용화 감독이 뚝심 좋게 지켜낸 배우가 김동욱이다. 감독과 동료배우들의 믿음에 보답하듯 김동욱은 강렬한 연기를 해냈다. 온 얼굴에 흙을 뒤집어쓰든 검은 연기뿐인 반투명 혼이 되든 활활 타오르던 눈빛은 잊기 어렵다. 그런데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신과 함께: 인과 연’에서는 더욱 맹활약한다. 가장 고효율의 출연을 한 배우는 염라대왕 역을 맡은 이정재다. 특별출연이라 하기에 차태현이 연기한 의로운 귀인 김자홍이 만나게 되는 7개 지옥 중 최종 법정인 천륜지옥의 재판장 정도로 생각했더니 잊을 만하면 등장하며 조연 이상의 몫을 해냈다. 특유의 존재감을 어쩔 것인가. ‘관상’에서도 영화 시작 30분 후에 나오면서도 검은 털가죽 걸치고 마치 한 마리 이리처럼 시선을 끌며 등장하더니 이번에도 긴 머리 풀어헤치고 숲길을 저벅저벅 걸어오는데 ‘반지의 제왕’ 간달프 이상의 포스를 뿜는다. ‘신과 함께’ 이후 우리는 이 배우의 이름을 꼭 기억해야 한다, 예수정. 자홍과 수홍의 엄마로 말을 하지 못 하는 농아 연기를 했는데 목소리를 지우고 표정만으로 배우가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사실 예수정의 목소리는 개성 있는 저음이다. 자신의 최대 무기를 내려놓은 배우가 무엇을 보여 줄 수 있을까 했더니 강한 목소리에 연기력이 가려져 있었구나 싶을 정도의 내공을 드러냈다. 참 고생 많았겠구나 싶은 건 차태현이다. 저승 재판정에 이승의 삶을 보여주는 ‘업경’에 나오는 소방관 김자홍의 갖가지 에피소드들을 촬영한 것은 기본,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은 눈물을 흘리고 또 흘렸다. 첫사랑과 결혼해 다감한 아빠로 건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의로운 귀인 역에 제격인 차태현은 자기 본연의 밝음에 예능 ‘1박2일’의 가벼움을 잊게 할 만큼의 진지한 연기를 더해 진솔한 김자홍을 완성했다. 덕춘을 연기한 김향기는 까마득한 선배 차태현, 하정우, 주지훈 곁에서 십대 배우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안정된 연기력을 선보였다. 혹자는 덕춘의 연령대가 조금 더 높으면 어땠을까 상상하기도 하지만 의로운 망자를 향한 계산 없는 존경, 삼차사의 고충과 아픔을 스스럼없이 말하는 순수함을 드러내기에 안성맞춤인 캐스팅이다. 주지훈이 연기한 혜원맥은 마치 근두운을 타고 날아다니는 개구쟁이 손오공 같다. 모델 출신다운 훤칠한 신장과 세련된 외모로 단 한 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재잘대는 혜원맥을 조금의 망설임 없이 실행했다. 어느 한 순간에서라도 작품이 원하는 혜원맥을 지우고 배우 주지훈을 내세운 장면이 없다. “초심을 다지며 연기했다”는 그의 말이 스크린 위에서 입증된다. 하정우는 ‘신과 함께’에서 멋짐과 예상치 못한 웃음을 담당했다. 또 원작 웹툰 팬들의 아쉬움을 줄이는 역할도 해냈다. 먼저 멋짐이라 함은 영화 ‘매트릭스’의 키아누 리브스를 연상시키는 차사 복을 입고, ‘스타워즈’에서나 나올 법한 광선검을 휘두르며, 마치 하늘을 날다 방금 착지한 것 같은 동작과 축지법을 쓰며 방향전환을 하는 것 같은 발걸음을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처음엔 아무것도 없는 그린매트에서 허공을 향해 연기하는 게 민망했지만 금세 추락과 착지, 광선검과 광선채찍의 차이를 계산하여 연기했다. 예상치 못한 웃음은 극장에서 처음 보며 즐기길 바란다, 영화 ‘롤러코스터’를 쓰고 연출한 하정우인 만큼 그의 유머감각은 믿어도 좋다. 하정우가 연기한 삼차사의 리더 강림은 웹툰 속 캐릭터와 다르게 진중하다. 또 원작 팬들이 그토록 아끼는 진기한을 강림에 더해 연기해야 하는 등짐도 졌다. 하정우가 그동안 대중에게서 얻어온 신뢰감은 캐릭터 차이와 합침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도를 낮추고 배신감을 없앴다. 불만 혹은 의구심을 가지고 강림을 만난 관객조차 하정우의 연기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하정우, 그는 왜 12세관람가 판타지액션을 택했을까 지금부터는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에 대한 이야기다. 혹자는 배우 하정우의 ‘강점’을 찾기 어려운 영화라고 말한다. 지난해 여름 개봉한 영화 ‘터널’ 이후 1년 반 정도의 ‘하정우 공백’을 힘들어한 팬일수록, 디테일이 살아있는 캐릭터와 능글능글하게 느껴질 정도의 유연함을 얼른 보고 싶었던 관객일수록 아쉬움이 크다. 먼저 하정우가 이러한 사실을 예상하지 못 했을까. 하정우의 답은 명료하다. “답이 너무 간단해서 실망하실지 모르겠는데요, 제가 한 편만 찍고 끝낼 건 아니잖아요”. 언뜻 들으면 무책임하게 들릴 수 있는 말, 그의 설명이 이어진다. “저는 원래 캐릭터에 제 해석을 보태는 쪽이고 감독님께 제 생각을 말씀드리고 제안하는 편이거든요. 영화 ‘아가씨’ 때는 박찬욱 감독에게 모든 걸 맡겨 보자 마음먹었고, 저를 마음대로 재단해 주십사 부탁드렸어요. 절제되고 제한된 작업을 하고 나니 바로 다음 ‘터널’에서 폭발했어요, 자유롭게 놀았죠. ‘신과 함께’는 장르영화예요, 판타지액션 장르문법에 맞게 제 기능과 역할을 다해야 하고요. 덕분에 그 다음 ‘1987’ 때는 물렁물렁하게 연기했죠.” 그렇다면 정말, 27일 개봉하는 하정우의 또 다른 신작 ‘1987’에서만 하정우 특유의 개성연기를 확인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간략히 말하자면, 강림이 지옥의 초입인 초군문에서 자홍을 맞이하고 안내하는 장면, 자홍의 어머니를 찾아가 포옹하는 장면 그리고 이승으로 내려오기에 앞서 혜원맥에게 당부를 건네는 장면에서는 하정우의 쫄깃한 표정과 말투를 즐길 수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특유의 개성연기가 제한될 수 있음에도 장르영화를 택한 이유다. 우선 영화 ‘미스터 고’ 이후 절치부심하여 재기를 다지는 김용화 감독의 작업에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서 제이크 질렌할과 공연할 수 있는 할리우드영화 ‘라이프’의 출연 제안도 정중하게 사양했다. 또 하나, 배우로서의 사명감도 있었다. “감독님만을 위해서 선택한 건 아니죠. 기존 한국영화의 지형에 없던 영화잖아요. 그런 새로운 시도에 참여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지요”. 욕심이라고 하지만 출연의 선택지가 많은 그에게는 겸손이다. 한국판 ‘반지의 제왕’쯤 되는 낯선 영화에 대중적 인지도와 신뢰도가 높은 하정우가 주연으로 출연하는 것은 관객의 진입 문턱을 낮추고 친밀도를 높이는 미덕이다. ▲ 사진=fn스타 DB # 김용화 감독은 왜 신파를 고집할까 ‘신과 함께’를 두고 가장 극명하게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 ‘신파’ 대목이다. 판타지액션이라는 그릇에 가난을 배경으로 홀어머니와 두 형제 사이에 벌어지는 비극적 가정사를 담는 것은 적절치 못 하다는 비판이 있는가 하면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어색하지는 않았다는 중도적 의견도 있고,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을 새삼 느끼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는 관객도 많다. 영화는 감독의 세상이다. ‘신과 함께’를 통해 김용화 감독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오! 브라더스’에는 조로증에 걸린 동생 봉구가 있고, ‘미녀는 괴로워’에는 천상의 목소리를 지녔지만 외모 때문에 립싱크가수로 살아야하는 한나가 있고, ‘국가대표’에는 친엄마를 찾기 위해 급조된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에 합류한 미국인 입양아 밥이 있었다. 김용화의 영화세상엔 늘 아픔이 있고 용서와 화해의 눈물, 그리고 감동이 있었다. 세계 정상급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덱스터스튜디오의 대표지만 그가 중국이나 미국 영화에 CG를 팔기만 하지 않고 영화를 만들어 내놓는 것은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결대로 하기 위해서다. 신파라는 지적이 틀렸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김용화 감독 고유의 결인 신파를 전제로 그것이 영화를 집어삼켰다면 비판을, 그래도 영화적 외형을 유지하고 재미를 획득했다면 인정을 하자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신파를 뺀 ‘신과 함께’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하지만 연출이 김용화 감독은 아닐 거라는 점은 분명하다. # ‘신과 함께-인과 연’을 기다리며 뚜껑은 열렸고 많은 관객들이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며 인증샷을 올리고 즐거워하며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냈다. 호조의 기세가 새해까지 이어질지 그래서 1000만 관객을 넘어설지 그것은 관객의 마음에 달렸다. 1편의 흥행 성적이 좋아야 2편도 탄력을 받을 터. 1편이 자홍의 귀인 재판이 진행되면서 어머니와 형제의 이야기가 전개됐다면 2편은 49번째 귀인 수홍의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 삼차사의 숨겨진 이야기가 흥미롭게 진행되면서 성주신으로 분한 마동석의 등장으로 관객 흡입력이 배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멀리 가지 않더라도 현 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김용화 감독은 ‘미스터 고’의 쓴맛을 잊고 ‘신과 함께’의 단맛을 만끽해도 좋을 만큼, 배우 하정우는 ‘무모한 선택’이라는 우려 대신 ‘선견지명’의 부러움을 받을 만큼 관객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름을 다 적지 못 하는 배우들과 스태프 모두, 쉽사리 가지 않는 길을 택해 풀숲을 헤치고 제 발로 흙을 다져서 새로운 길을 낸 모두가 박수 받으면 좋겠다. /fnstar@fnnews.com 홍종선 기자
2017-12-26 10:2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