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유럽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감염력 높은 영국 변이 바이러스를 타고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백신 접종이 더딘 가운데 신규 감염자 수가 급증하면서 다음달 부활절을 앞두고 유럽이 다시 봉쇄를 준비하고 나섰다. 독일 공중보건당국 책임자는 '3차 확산'이 시작됐다고 선언했고, 이탈리아는 다음달 초 부활절 주말 기간 전면 재봉쇄를 검토하고 있다. ■ 독 "3차 확산 시작" 12일(이하 현지시간) CNBC,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로버트 코크 감염병연구소(RKI) 소장인 로타 빌러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짐이 명백하다. 독일에는 이미 3차 확산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빌러 소장은 "바이러스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라고 비관했다. 다만 그는 "그러나 기본적인 수준의 집단면역을 달성하면 통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그는 다가올 공중보건 위기를 '매우 걱정'하고는 있지만 결국에는 백신을 통해 코로나19 통제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이같은 집단면역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회적 거리두기와 손씻기 등 기본적인 방역수칙들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KI는 앞서 11일 독일내 신규 감염자 수가 하루 새 1만4356명 증가해 지난 2주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1주일 전 2444명에 비해 7배 가까이 폭증한 규모다. 영국에서 처음 발견된 감염력이 높은 영국변종, B.1.1.7이 급속히 확산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신규 감염자의 46% 이상이 B..1.1.7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였다. 지금까지 독일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50만명이 넘고 이 가운데 7만30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 이탈리아, 부활절 주말 전면 봉쇄 이탈리아 통신사 ANSA는 이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정부가 지방정부들과 강력한 방역조처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15일부터 부활절 연휴인 다음달 6일까지 방역을 강화하고, 부활절 주말인 다음달 3~5일에는 이탈리아 전역의 전면봉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레드존'이라는 방역을 위한 봉쇄구역을 설정하게 된다. 이탈리아 거의 대부분 지역이 레드존에 들어간다. 레드존으로 지정되면 최고 수준의 방역 지침이 강제되며 병원·약국·식료품점 등 필수 사업장을 제외한 학교·식당·술집 등이 모두 폐쇄된다. 이탈리아는 유럽 최초의 코로나19 확산지역으로 지금껏 감염자 수가 310만명, 사망자 수는 10만명을 넘어섰다. 최근 급속한 확산세는 B.1.1.7 영국 변종 바이러스 때문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1-03-13 04:00:11[파이낸셜뉴스] 독일 정부가 고강도 코로나19 봉쇄를 앞두고 성탄절 쇼핑을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봉쇄 조치로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는다며 성탄절 연휴도 예외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페터 알트마이어 독일 경제에너지 장관은 13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성탄절 연휴라도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방역 수치를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나는 사람들이 생필품처럼 꼭 필요한 것만 사러 나오길 바란다”라며 성탄절에 불필요한 쇼핑을 하지 말라고 말했다. 알트마이어는 “우리가 빨리 감염을 통제할수록 모두에게 더 좋은 결과가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이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6개 주지사들과 회의를 열고 지난달 2일부터 시작한 봉쇄 조치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강화된 조치는 오는 16일부터 내년 1월 10일까지 진행되며 슈퍼마켓과 약국, 은행 등 필수 업종을 제외한 대부분 업종은 영업할 수 없다. 식당은 포장 판매만 가능하며 술집과 미용실, 문화시설 등의 업종은 문을 닫아야 한다. 탁아소를 포함한 보육시설 전부가 문을 닫으며 학교 교육도 비대면 교육 및 방학으로 대체될 예정이다. 실내에서는 6명 이상이 모일 수 없고 성탄절과 새해 전야에 폭죽과 실외 주류 판매도 금지된다. 독일 정부는 이번 조치로 피해를 보는 업체의 고정 비용을 최대 90% 지원할 예정이며 월 11억유로(약 14조5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독일 정부 산하 로버트코흐연구소에 따르면 14일 기준 독일의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1만6362명으로 1주일 전보다 약 4000명 증가했으며 신규 사망자도 188명에 달했다. 이로써 독일의 누적 사망자는 2만1975명으로 집계됐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0-12-14 17:06:07전세계에서 코로나19 2차 펜데믹이 가속화되면서 미국에서 하루 신규 확진자수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유럽에선 영국이 프랑스, 독일 등에 이어 2차 봉쇄를 결정했다. 미국은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10월 30일(현지시간) 9만9321명으로 전세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확산세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코로나19가 앞으로 더 급속히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을 지낸 스콧 고틀리브 박사는 "(이제 막) 미 전역으로 감염병이 확산되는 시점에 도달한 것"이라며 "코로나19 감염병 곡선의 기울기가 가팔라지기 시작하는 초입에 있다"고 우려했다. 11월 26일 추수감사절 전후로 지금의 정점이 재연되고 12월에 최악의 크리스마스 시즌을 보낼 것으로 우려됐다. 이날 존스홉킨스대가 집계한 미국의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9만9321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 9월 17일 인도 보건부가 공개한 하루 확진자 수 9만7894명이 그동안 전세계 최고 하루 확진자 기록이었다. 미국 내 코로나19 전체 확진자 수는 최소 905만5410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사망자 수도 1000명을 넘어섰다.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10월 30일 하루 신규 사망자가 1000명을 웃돌아 10월 31일 현재 전체 사망자 수가 22만9818명으로 늘었다. 입원 환자 수도 폭증하고 있다. 코로나19 추적 프로젝트에 따르면 10월 30일 현재 약 4만6688명이 코로나19로 입원해 있다. 이는 석달만에 최저치였던 9월 20일의 2만8608명에 비해 63.2% 폭증한 수준으로 8월 13일 이후 최고 기록이다. 영국은 이날 2차 봉쇄를 결정했다. 앞서 독일, 프랑스, 벨기에, 그리스 등 유럽 각국이 취한 봉쇄와 크게 다르지 않다. 11월 5일부터 시작해 12월 2일까지 지속된다. CNBC,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비 필수 사업장을 제외한 모든 시설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다만 학교는 수업을 계속한다. 존슨 총리는 학교에 가거나 의사 진료, 또는 식료품을 사기 위한 필수적인 행위가 아니면 모든 영국인들은 집에 머물러야 한다고 밝혔다. 술집, 식당 등은 모두 폐쇄되며 배달과 테이크아웃만 허용된다. 또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건설, 제조업은 가동을 지속하게 된다.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영국은 주간 평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하루 2만2600명을 넘어서 올 봄 기록했던 4800명을 크게 웃돌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0-11-01 17:41:59[파이낸셜뉴스] 프랑스와 독일이 코로나19 2차 대유행으로 봉쇄를 선택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재봉쇄 이유를 국민들에 납득시켰고 경제적 지원을 약속했다. 28일(현지사간) 가디언 등에 마크롱은 코로나19 억제를 위해 2차 전국 봉쇄라는 초강수를 뒀다. 그는 이날 TV연설에서 11월 한달 동안 2차 전국 봉쇄를 실시한다고 선포했다. 봉쇄 조치에 따라 프랑스에서는 30일(현지시간)부터 필수 업무나 의료적 이유를 제외한 외출이 제한된다. 지역 간 여행도 안된다. 술집, 음식점 등 비필수 업종은 폐쇄된다. 업무는 최대한 재택근무다. 다만 학교와 공장 운영은 계속한다. 필수업종과 공공 서비스 역시 문을 연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는 2차 유행에 압도당하고 있다"면서 "1차 유행보다 훨씬 어렵고 치명적일 것이다"고 우려했다. 그는 "프랑스인 모두를 지키는 것이 나의 책임이다"면서 2차 전국 봉쇄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프랑스는 코로나19 사태 초반이었던 지난 3월 중순부터 수주 동안 전국 봉쇄를 취했다. 5월부터 봉쇄가 풀리면서 코로나 재확산이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에는 매일 1만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데 지난 25일(현지시간)에는 하루 동안에만 5만명 넘는 확진자가 보고됐다. 글로벌 통계웹 월드오미터 기준 프랑스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19만8695명이고 누적 사망자는 3만5541명이다. 독일도 11월 한달 동안 부분 봉쇄에 들어간다. AP에 따르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16개주 주지사들은 이날 화상회의에서 부분 봉쇄를 선포하기로 합의했다. 봉쇄기관은 다음달 2일(현지시간)부터 11월 말까지다. 이에 따라 술집과 음식점은 문을 닫아야 한다. 포장음식 판매만 허용된다. 영화관이나 수영장 등도 폐쇄된다. 공공장소에서 만남은 총 10명을 넘지 않는 선에서 2가구끼리만 허용된다. 필수적인 여행이 아니라면 이동을 자제해야 한다. 비상 상황 외에는 호텔 숙박도 제한된다. 가능한 재택 근무를 해야 하며 대규모 행사도 불가다. 다만 학교와 유치원은 운영을 계속한다. 상점들도 거리두기를 준수하면서 영업할 수 있다. 독일도 코로나19 사태 초반이었던 지난 3월과 4월에 비필수 업종들에 대해 전면적인 봉쇄 조치를 취했다. 메르켈 총리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면서 "국가적 보건 긴급상황을 피하기 위해 지금 봉쇄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열흘 사이 중환자실 환자 수가 갑절로 늘었으며, 많은 지역에서 코로나19 감염과 추적이 불가한 상태라고 우려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번 봉쇄로 타격을 입는 업체들에 경제적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직원 50명 이하의 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소득의 75%를 지원받을 수 있다. 한편, 글로벌 통계웹 월드오미터 기준 독일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47만7203명, 사망자는 1만347명이다. ck7024@fnnews.com 홍창기 기자
2020-10-29 07:03:27역사상 가장 발달된 문명의 이기를 누리는 21세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인류는 두 개의 잔혹한 전쟁을 겪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은 1차 세계대전의 고지전이 연상될 정도의 소모적인 살상전을 2년 넘게 계속하고 있다. 또 이스라엘은 하마스 소탕을 이유로 수만 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반인륜적으로 학살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전 세계는 이 두 전쟁보다 더 무서운 '미국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945년 세계 최대 패권국으로 올라선 이후 세계 질서를 잡는 경찰국가이자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그런 미국이 수년 전부터 달라졌다. 지난 2017년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며 취임한 트럼프는 그동안의 세계질서와 자유시장 경제를 송두리째 흔들어버렸다. 이후 취임한 바이든은 취임과 동시에 "흔들린 질서를 되돌리겠다"고 했지만 트럼프가 만든 혼돈의 후유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세계 곳곳에서 '수퍼 파워' 미국의 체면을 구기고 있다. 이제 미국은 전 세계의 존경과 신뢰를 받던 과거의 미국이 아니다. 오는 11월 선거를 앞둔 트럼프는 더욱 예측이 불가능해졌다. 무기력한 바이든과 전 세계를 향해 연일 거친 말을 쏟아내며 자신이 백악관을 탈환하면 완전히 다른 미국을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에 맞서 세계 질서를 지키겠다는 바이든은 두 개의 전쟁에 발이 묶여 점점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 리스크는 이 두 사람에서 시작한다. 무기력한 바이든이나 더 과격해진 트럼프도 미국을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릴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최악이냐, 차악이냐'일 뿐 모두가 혼돈에 빠진 미국과 전 세계에 '모범답안'이 될 수 없다는 데 있다. ■여기저기서 체면 구기는 바이든 포연이 자욱한 유럽과 중동의 국제 정세는 미국이 주도한 게 아니다. 놀라운 것은 그럼에도 수퍼 파워인 미국이 이를 전혀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푸틴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을 시작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가자지구에서 수개월째 학살에 가까운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이스라엘에게 미국의 입김이 전혀 먹히지 않고 있어서다.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가 학살에 가까운 전쟁을 계속하는 것은 이란 때문이다. 하마스의 뒷배인 시아파 종주국 이란을 어떻게든 전쟁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속셈이 깔려있다. 이란도 그걸 정확하게 안다. 확전으로 이어지면 미국이 참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바이든은 그래서 더 곤혹스러운 것이다. 사실 이 '함정'은 트럼프가 팠다. 임기 마지막인 2020년 9월 트럼프는 아랍에미리트와 이스라엘을 백악관으로 불러들여 둘의 손을 잡아줬다. 아브라함 협정이다. 수니파의 주요국 중 하나인 아랍에미리트와 아랍의 영원한 적 이스라엘이 국교를 맺은 것이다. 사실상 수니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이스라엘이 수니파와 손을 잡은 것으로 해석하는 게 맞다. 이스라엘은 가장 위험한 적인 이란의 반대세력인 수니파를 끌어안는 성과를 거뒀다. 사우디 등 수니파도 이슬람 맹주 경쟁에서 시아파를 따돌리게 되니 양측 모두 윈윈이었다. 그런데 바이든은 취임하자마자 트럼프가 2018년 파기한 이란핵동결 협정을 되살리고 이란 방문까지 추진했다. 이때부터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네타냐후가 바이든의 말을 듣지않는 이유다. 사우디아라비아도 미국을 대놓고 무시하고 있다. 바이든은 러시아-우크라 전쟁이 한창이던 2022년 7월15일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았다. 유가 폭등으로 전 세계가 위기에 처하자 사우디에 증산 요청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 두 나라 각료를 대동한 채 회담을 하던 무함마드 빈 살만이 미국 대통령의 요청을 거부했다. 놀라운 일이었다. 바이든이 너무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배석한 각료 한 명은 입이 벌어졌다. 이 모습은 실시간으로 전파를 탔다. 결국 바이든은 에어포스원에 오를 때까지 증산 선물을 받지 못했다. 미국의 맹방인 사우디아라비아는 1971년 미국이 베트남전의 후유증으로 금 본위제 파기 선언을 했을 때 석유를 살 때는 무조건 달러로만 결제하도록 하는 '페트로 달러' 체제를 출범시키며 절체절명의 미국을 위기에서 구했었다. 그러나 사우디는 미국이 말하면 무조건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가 이제 아니었다. 사실 미국의 체면 구기기는 앞서 2021년 8월15일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굴욕적인 철수를 하면서 시작됐다. 마치 베트남전 철수를 연상시키는 충격적인 모습에 전 세계는 "이제 바이든의 미국이 수퍼 파워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예측 불가능하고 더 잔혹해진 트럼피즘 트럼프는 그런 바이든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로 집약되는 트럼프의 외교 정책은 한 마디로 '강한 미국'이다. 세계 질서를 바로 세우는 더 강한 경찰국가가 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우선 전 세계의 비난을 받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종식시키고, 중동에 안정을 가져오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마약이 만연하고 국경이 느슨해진 미국 내 질서도 완전히 다잡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흔들린 것은 바이든이 아닌 트럼프 때부터다. 트럼프가 이란을 다시 봉쇄하자 2019년 친이란 세력인 후티 반군이 움직였다. 사우디아라비아 내 아람코 정유시설을 드론으로 공격한 것이다. 사우디 본토가 공격받은 초유의 사태에 트럼프는 "사우디가 공격받았다. 미국은 공격받지 않지 않았다"고 했다. 수십년 동안 '미국 바라기'였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이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무함마드 사우디 왕세자는 시진핑과 푸틴과도 어깨를 거는 등 미국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이 유탄은 바이든이 고스란히 맞고 있다. 백악관에서 내쫓긴 트럼프는 훨씬 더 과격해지고 예측불가능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미국이 지켜온 가치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만 문제만 봐도 그렇다. 트럼프는 "타이완 방어공약은 어리석은 짓"이라며 대만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대만을 공짜로 지켜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만은 지정학적으로 한반도와 함께 공산주의 세력과 가장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최전선이고, 경제적으로는 자유시장경제의 총아인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큰 회사 TSMC가 있는 나라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머릿속에는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곳으로 각인됐다는 것은 우방국들에게 "더이상 미국은 신뢰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트럼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해서도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는 회원국에 대해 러시아 침공을 부추기겠다"고 했다. 놀랄 일이지만 직접 한 말이다. 미국은 지난 1947년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황폐해진 유럽을 재건하고 소련의 공산주의에 맞서기 위해 4년간 무려 130억 달러를 지원했다. 당시 세계 GDP의 2.5%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마샬 플랜'이다. 유럽은 이 조치에 힘입어 세계대전 이전의 모습을 되찾고 소련의 남하를 막아낼 수 있었다. ■미국우선주의는 괜찮을까 미국우선주의도 세계경제를 멍들게 하는 큰 요인이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 조치는 정말 무서웠다. 우크라 전쟁 여파로 신음하는 주변국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불과 16개월 만에 5.25%p를 올려버렸다. 그러나 미국우선주의는 바이든이나 트럼프나 한결같다. 정도와 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바이든의 미국우선주의는 그나마 경계와 영역이 있다. 바이든은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을 나누고 반도체 등 첨단산업으로 국한해 '신뢰가치사슬(TVC)'이라는 이름으로 블록화했다. 쿼드(QUAD), 오커스(AUKUS),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IPEF)이 그것이다. 신냉전 시대에 맞춰 반대편 진영을 철저하게 도려내버린 굉장히 정교해진 미국우선주의다. 그러나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는 진영도 전통적 가치도 무시한다는 점에서 너무도 무섭다. 2017년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며 등장한 트럼프는 전 세계 경제질서를 온통 흔들고 있다. 미국에 도전장을 던진 중국에 엄청난 관세를 부과하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우방국에도 예외를 두지 않았다. 미국시장에서 상품을 팔려면 미국에 생산공장을 지으라며 생산시설 이전을 요구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와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으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는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런 트럼프가 다시 돌아온다면.. 상상하기 힘든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미국우선주의는 과거 1985년 '프라자 합의'를 소환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당시 미국은 자국의 경제를 위협하던 일본과 독일에 대해 엔화와 마르크화 가치를 대폭 올렸다. 게다가 일본에는 국제결제은행(BIS) 비율까지 올리도록 압박했다. 이는 일본이 개발도상국에 투자한 자본을 회수하게 만들면서 태국 등 동남아에 IMF 사태를 불러왔다. 이 여파는 1997년 우리나라에 굴욕적인 IMF 사태로 이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사실 트럼프는 전과자다. 성폭행 등 파렴치한 범죄는 물론이고 재선에 실패하자 의회점거 등을 사주한 내란선동혐의까지 받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인 대다수는 트럼프를 원하고 있다. 혼돈스런 미국 정치인보다 더 무서운 것은 어쩌면 도덕불감증에 걸린 지금의 미국인일지도 모른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2024-03-17 19:50:27[파이낸셜뉴스] 역사상 가장 발달된 문명의 이기를 누리는 21세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인류는 두 개의 잔혹한 전쟁을 겪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은 1차 세계대전의 고지전이 연상될 정도의 소모적인 살상전을 2년 넘게 계속하고 있다. 또 이스라엘은 하마스 소탕을 이유로 수만 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반인륜적으로 학살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전 세계는 이 두 전쟁보다 더 무서운 ‘미국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945년 세계 최대 패권국으로 올라선 이후 세계 질서를 잡는 경찰국가이자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그런 미국이 수년 전부터 달라졌다. 지난 2017년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며 취임한 트럼프는 그동안의 세계질서와 자유시장 경제를 송두리째 흔들어버렸다. 이후 취임한 바이든은 취임과 동시에 “흔들린 질서를 되돌리겠다”고 했지만 트럼프가 만든 혼돈의 후유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세계 곳곳에서 ‘수퍼 파워’ 미국의 체면을 구기고 있다. 이제 미국은 전 세계의 존경과 신뢰를 받던 과거의 미국이 아니다. 오는 11월 선거를 앞둔 트럼프는 더욱 예측이 불가능해졌다. 무기력한 바이든과 전 세계를 향해 연일 거친 말을 쏟아내며 자신이 백악관을 탈환하면 완전히 다른 미국을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에 맞서 세계 질서를 지키겠다는 바이든은 두 개의 전쟁에 발이 묶여 점점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 리스크는 이 두 사람에서 시작한다. 무기력한 바이든이나 더 과격해진 트럼프도 미국을 예전의 모습으로 되돌릴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최악이냐, 차악이냐’일 뿐 모두가 혼돈에 빠진 미국과 전 세계에 ‘모범답안’이 될 수 없다는 데 있다. ■여기저기서 체면 구기는 바이든 포연이 자욱한 유럽과 중동의 국제 정세는 미국이 주도한 게 아니다. 놀라운 것은 그럼에도 수퍼 파워인 미국이 이를 전혀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푸틴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을 시작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가자지구에서 수개월째 학살에 가까운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이스라엘에게 미국의 입김이 전혀 먹히지 않고 있어서다.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가 학살에 가까운 전쟁을 계속하는 것은 이란 때문이다. 하마스의 뒷배인 시아파 종주국 이란을 어떻게든 전쟁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속셈이 깔려있다. 이란도 그걸 정확하게 안다. 확전으로 이어지면 미국이 참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바이든은 그래서 더 곤혹스러운 것이다. 사실 이 ‘함정’은 트럼프가 팠다. 임기 마지막인 2020년 9월 트럼프는 아랍에미리트와 이스라엘을 백악관으로 불러들여 둘의 손을 잡아줬다. 아브라함 협정이다. 수니파의 주요국 중 하나인 아랍에미리트와 아랍의 영원한 적 이스라엘이 국교를 맺은 것이다. 사실상 수니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이스라엘이 수니파와 손을 잡은 것으로 해석하는 게 맞다. 이스라엘은 가장 위험한 적인 이란의 반대세력인 수니파를 끌어안는 성과를 거뒀다. 사우디 등 수니파도 이슬람 맹주 경쟁에서 시아파를 따돌리게 되니 양측 모두 윈윈이었다. 그런데 바이든은 취임하자마자 트럼프가 2018년 파기한 이란핵동결 협정을 되살리고 이란 방문까지 추진했다. 이때부터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네타냐후가 바이든의 말을 듣지않는 이유다. 사우디아라비아도 미국을 대놓고 무시하고 있다. 바이든은 러시아-우크라 전쟁이 한창이던 2022년 7월15일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았다. 유가 폭등으로 전 세계가 위기에 처하자 사우디에 증산 요청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 두 나라 각료를 대동한 채 회담을 하던 무함마드 빈 살만이 미국 대통령의 요청을 거부했다. 놀라운 일이었다. 바이든이 너무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배석한 각료 한 명은 입이 벌어졌다. 이 모습은 실시간으로 전파를 탔다. 결국 바이든은 에어포스원에 오를 때까지 증산 선물을 받지 못했다. 미국의 맹방인 사우디아라비아는 1971년 미국이 베트남전의 후유증으로 금 본위제 파기 선언을 했을 때 석유를 살 때는 무조건 달러로만 결제하도록 하는 ‘페트로 달러’ 체제를 출범시키며 절체절명의 미국을 위기에서 구했었다. 그러나 사우디는 미국이 말하면 무조건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가 이제 아니었다. 사실 미국의 체면 구기기는 앞서 2021년 8월15일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굴욕적인 철수를 하면서 시작됐다. 마치 베트남전 철수를 연상시키는 충격적인 모습에 전 세계는 “이제 바이든의 미국이 수퍼 파워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예측 불가능하고 더 잔혹해진 트럼피즘 트럼프는 그런 바이든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로 집약되는 트럼프의 외교 정책은 한 마디로 ‘강한 미국’이다. 세계 질서를 바로 세우는 더 강한 경찰국가가 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우선 전 세계의 비난을 받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종식시키고, 중동에 안정을 가져오겠다고 자신하고 있다. 마약이 만연하고 국경이 느슨해진 미국 내 질서도 완전히 다잡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흔들린 것은 바이든이 아닌 트럼프 때부터다. 트럼프가 이란을 다시 봉쇄하자 2019년 친이란 세력인 후티 반군이 움직였다. 사우디아라비아 내 아람코 정유시설을 드론으로 공격한 것이다. 사우디 본토가 공격받은 초유의 사태에 트럼프는 “사우디가 공격받았다. 미국은 공격받지 않지 않았다”고 했다. 수십년 동안 ‘미국 바라기’였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이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무함마드 사우디 왕세자는 시진핑과 푸틴과도 어깨를 거는 등 미국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이 유탄은 바이든이 고스란히 맞고 있다. 백악관에서 내쫒긴 트럼프는 훨씬 더 과격해지고 예측불가능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미국이 지켜온 가치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만 문제만 봐도 그렇다. 트럼프는 “타이완 방어공약은 어리석은 짓”이라며 대만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대만을 공짜로 지켜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만은 지정학적으로 한반도와 함께 공산주의 세력과 가장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최전선이고, 경제적으로는 자유시장경제의 총아인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큰 회사 TSMC가 있는 나라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머릿속에는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곳으로 각인됐다는 것은 우방국들에게 “더이상 미국은 신뢰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트럼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해서도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는 회원국에 대해 러시아 침공을 부추기겠다”고 했다. 놀랄 일이지만 직접 한 말이다. 미국은 지난 1947년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황폐해진 유럽을 재건하고 소련의 공산주의에 맞서기 위해 4년간 무려 130억 달러를 지원했었다. 당시 세계 GDP의 2.5%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마샬 플랜’이다. 유럽은 이 조치에 힘입어 세계대전 이전의 모습을 되찾고 소련의 남하를 막아낼 수 있었다. ■미국우선주의는 괜찮을까 미국우선주의도 세계경제를 멍들게 하는 큰 요인이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 조치는 정말 무서웠다. 우크라 전쟁 여파로 신음하는 주변국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불과 16개월 만에 5.25%p를 올려버렸다. 그러나 미국우선주의는 바이든이나 트럼프나 한결같다. 정도와 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바이든의 미국우선주의는 그나마 경계와 영역이 있다. 바이든은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을 나누고 반도체 등 첨단산업으로 국한해 ‘신뢰가치사슬(TVC)’이라는 이름으로 블록화했다. 쿼드(QUAD), 오커스(AUKUS),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IPEF)이 그것이다. 신냉전 시대에 맞춰 반대편 진영을 깔끔하게 도려낸 굉장히 정교해진 미국우선주의다. 그러나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는 진영도 전통적 가치도 무시한다는 점에서 너무도 무섭다. 2017년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며 등장한 트럼프는 전 세계 경제질서를 온통 흔들고 있다. 미국에 도전장을 던진 중국에 엄청난 관세를 부과하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우방국에도 예외를 두지 않았다. 미국시장에서 상품을 팔려면 미국에 생산공장을 지으라며 생산시설 이전을 요구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와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으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는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런 트럼프가 다시 돌아온다면.. 상상하기 힘든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미국우선주의는 과거 1985년 ‘프라자 합의’를 소환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당시 미국은 자국의 경제를 위협하던 일본과 독일에 대해 엔화와 마르크화 가치를 대폭 올렸다. 게다가 일본에는 국제결제은행(BIS) 비율까지 올리도록 압박했다. 이는 일본이 개발도상국에 투자한 자본을 회수하게 만들면서 태국 등 동남아에 IMF 사태를 불러왔다. 이 여파는 1997년 우리나라에 굴욕적인 IMF 사태로 이어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사실 트럼프는 전과자다. 성폭행 등 파렴치한 범죄는 물론이고 재선에 실패하자 의회점거 등을 사주한 내란선동혐의까지 받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인 대다수는 트럼프를 원하고 있다. 혼돈스런 미국 정치인보다 더 무서운 것은 어쩌면 도덕불감증에 걸린 지금의 미국인일지도 모른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2024-03-15 15:37:11미국은 현재 40여개 국가와 공식·비공식적 동맹관계를 맺고 있지만 건국 초기만 하더라도 동맹을 혐오하던 나라였다. 동맹은 오히려 당시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의 주요 외교정책 수단이었다. 자국에 유리한 '세력균형(balance of power)' 구도를 위해 유럽의 열강은 철저히 이해관계에 따라 뭉치고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합종연횡(合從連橫)'의 동맹정책을 즐겨 사용했다. 세계 최초로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건립한 미국은 이러한 동맹정책을 타락한 유럽 전제 왕정국가의 저급한 정책 관행으로 간주하고 있었다. 유럽의 세력균형 외교와 동맹정책에 엮이지 않는 것이야말로 자유와 민주의 표상인 미국이 가야 할 길이라 인식하고 있었다. 이러한 인식은 미국 '건국 아버지들(founding fathers)'의 글과 발언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초대 미국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이임사에서 "동맹을 피하는 것이 미국의 정책이어야 하는데, 유럽 국가와 동맹으로 엮이게 되면 미국의 평화와 번영도 엉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후세 정치인들은 워싱턴의 조언을 충실히 따랐다. 제1차 세계대전은 오스트리아와 세르비아의 분쟁이 동맹으로 묶여 있던 유럽 전역으로 순식간에 확산해 발발한 참화였다. 전쟁이 터진 후 미국은 3년 동안 방관만 했다. 당시 독일 외무장관 아르투르 치머만이 멕시코와 일본을 동맹에 끌어들여 미국을 공격하자고 제안한 '치머만 전보'가 일반에 공개된 후에야 참전 결정을 내렸다. 1차대전의 포연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전후 체결되었던 평화조약들은 하나둘씩 붕괴하기 시작했고, 유럽의 동맹정책이 다시 꿈틀대기 시작했다. 유럽에 전운이 감돌기 시작할 때 미국은 '중립법(Neutrality Act)'을 제정해 유럽의 동맹정책에 대한 개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독소불가침조약으로 소련의 중립까지 보장받은 독일이 1939년 폴란드를 침공했고, 결국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고 말았다. 미국은 2년 후 독일의 동맹국인 일본이 하와이를 공습하자 그제야 전쟁을 선포했다.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을 치른 후에야 미국의 정치인들은 미국이 고립주의와 반(反)동맹으로 일관하면 세계대전과 같은 대재앙이 발생한다는 값비싼 교훈을 체득했다. 전후 국제질서를 미국이 주도해 재구축하기로 했고 이를 위해 한편으로는 유엔과 같은 국제제도를, 다른 한편으로는 건국 아버지들이 그토록 반대한 동맹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동맹정책과 19세기 말 20세기 초 유럽의 동맹정책에는 큰 차이가 있다. 당시 유럽의 동맹정책이 철저히 이익에 따라 합종연횡했다면 미국의 동맹정책은 대체로 자유와 민주라는 가치에 기반하고 있다(물론 미국이 안보이익을 위해 우파 독재정권을 지지한 경우도 많다). 그래서인지 미국이 체결한 동맹은 장수하고 있다. 2차대전 이후 미국이 창설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나 아시아태평양지역 동맹 모두 70년 이상 장수하며 그동안 국제안보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 그런 미국의 동맹정책에 큰 시련이 찾아온 것 같다. 올해 11월 미국 대선의 가장 유력한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동맹관 때문이지만, 트럼프의 동맹관은 미국 국민의 정서와 결코 무관치 않다. 트럼프의 당선 여부를 떠나 미국의 동맹정책에는 이미 큰 타격이 발생했다. 1948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나토를 발족시키려 할 때 적지 않은 공화당 의원의 반대에 부딪혔다. 일부 의원은 워싱턴 대통령의 이임사를 소환하며 나토 창립에 반대했다. 당시 유력한 공화당 대선 후보 아서 반덴버그 상원 외교위원장이 초당적으로 협력하지 않았다면 나토가 탄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만큼 미국의 반동맹 DNA가 뿌리 깊다는 얘기다. 미국이 동맹정책을 사용한 지 70년이 됐다. 250년 가까운 미국의 역사에서 70년은 상당히 예외적인 기간이었을 수도 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2024-03-04 18:54:402년전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를 전폭 지원했던 유럽연합(EU)가 달라지고 있다. 값이 싼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이 수입되는 것에 대해 EU 국가 농민들의 반발이 커지자 제한에 나섰고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절대 필요한 포탄 지원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1월 31일(현지시간) EU집행위원회는 우크라이나와의 자유무역을 내년 6월까지 연장하기로 합의를 하면서도 우크라산 잉여 농산물로 피해를 입는 회원국들이 판매와 저장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경우에 따라 수입 전면 중단도 가능하도록 했다. 유럽 농가를 우크라이나산 농산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집행위는 또 우크라이나에서 들어오는 '가장 예민한 품목'인 닭고기와 계란, 설탕의 수입을 긴급히 제한하는 조치인 '세이프가드'도 실시해 자동 면세를 중단할 수 있도록 했다. 가장 거래가 많은 옥수수와 밀은 민감한 품목에 포함하지 않았다. 유로뉴스는 수입 제한과 관세 부과는 앞으로 EU집행위와 회원국들의 최종 승인이 남아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농민 시위는 프랑스를 비롯해 벨기에, 독일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등 남유럽과 폴란드 등 동유럽으로도 확산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관세없이 들어오는 값싼 농산물도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흑해 항로가 봉쇄되자 EU는 육상으로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을 수송하도록 허용했다.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입 제한을 유예하고 관세를 철폐하자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EU 농가들의 불만이 쌓여왔다. EU집행위는 이번 세이프가드 조치로 일부 회원국들이 독자적으로 판매와 저장을 금지하는 것을 중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맞서 싸우는데 절대 필요한 포탄 지원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 법안이 미국 의회에서 통과가 막힌 상태에서 EU의 부담이 커지고 있으나 당초 약속한 분량을 지원하기 어려운 것으로 외신들이 보도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정책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원국 국방장관들을 만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는 3월까지 포탄 100만발을 제공하는 것이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보렐은 "재고를 동원하고 공동 또는 별도로 포탄을 조달해도 당초 약속한 것의 52%인 52만4000발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생산 시설 확충으로 인해 연말까지는 100만발 이상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와의 전쟁이 계속 이어지자 지난해 EU 회원국들은 155㎜ 포탄을 3월까지 우크라이나에 100만발을 제공하기로 약속했었다. 보렐에 따르면 EU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이 시작된 후 2년간 우크라이나에 280억유로(약 40조2950억원) 상당의 군사 원조를 제공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2024-02-01 18:27:34[파이낸셜뉴스] 2년전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를 전폭 지원했던 유럽연합(EU)가 달라지고 있다. 값이 싼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이 수입되는 것에 대해 EU 국가 농민들의 반발이 커지자 제한에 나섰고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절대 필요한 포탄 지원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EU, 농가 불만에 우크라산 농산물 규제 1월 31일(현지시간) EU집행위원회는 우크라이나와의 자유무역을 내년 6월까지 연장하기로 합의를 하면서도 우크라산 잉여 농산물로 피해를 입는 회원국들이 판매와 저장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경우에 따라 수입 전면 중단도 가능하도록 했다. 유럽 농가를 우크라이나산 농산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집행위는 또 우크라이나에서 들어오는 '가장 예민한 품목’인 닭고기와 계란, 설탕의 수입을 긴급히 제한하는 조치인 ‘세이프가드’도 실시해 자동 면세를 중단할 수 있도록 했다. 가장 거래가 많은 옥수수와 밀은 민감한 품목에 포함하지 않았다. 유로뉴스는 수입 제한과 관세 부과는 앞으로 EU집행위와 회원국들의 최종 승인이 남아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농민 시위는 프랑스를 비롯해 벨기에, 독일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등 남유럽과 폴란드 등 동유럽으로도 확산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관세없이 들어오는 값싼 농산물도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흑해 항로가 봉쇄되자 EU는 육상으로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을 수송하도록 허용했다.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입 제한을 유예하고 관세를 철폐하자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EU 농가들의 불만이 쌓여왔다. EU집행위는 이번 세이브가드 조치로 일부 회원국들이 독자적으로 판매와 저장을 금지하는 것을 중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U, 약속한 포탄 절반만 제공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맞서 싸우는데 절대 필요한 포탄 지원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 법안이 미국 의회에서 통과가 막힌 상태에서 EU의 부담이 커지고 있으나 당초 약속한 분량을 지원하기 어려운 것으로 외신들이 보도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정책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원국 국방장관들을 만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는 3월까지 포탄 100만발을 제공하는 것이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보렐은 "재고를 동원하고 공동 또는 별도로 포탄을 조달해도 당초 약속한 것의 52%인 52만4000발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생산 시설 확충으로 인해 연말까지는 100만발 이상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와의 전쟁이 계속 이어지자 지난해 EU 회원국들은 155㎜ 포탄을 3월까지 우크라이나에 100만발을 제공하기로 약속했었다. 보렐에 따르면 EU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이 시작된 후 2년간 우크라이나에 280억유로(약 40조2950억원) 상당의 군사 원조를 제공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2024-02-01 14:49:52각종 규제 등으로 불만이 쌓인 유럽 농민들의 시위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독일에서 가장 먼저 시작된 농가 시위는 프랑스를 거쳐 벨기에까지 확산됐다. 코로나19 대유행과 에너지 위기를 겪으면서 형편이 어려워진 유럽 농민들은 공해 배출을 줄인다며 자신들에게 부과되는 부담이 지나치다며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세다. 1월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농민들은 비용 부담과 줄어드는 이익,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유럽연합(EU)의 규제에 항의해 지난 18일부터 파리 주변 고속도로를 점거했다. 농민들은 세계 최대 농산물 도매시장인 렁지스 도매시장으로 연결되는 도로까지 점거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어 파리 시장과 식당들이 농산물을 조달 받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비료와 에너지, 기타 물자 가격이 상승하면서 이익마진이 줄어들고 있으며 유행성출혈병으로 가축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며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프랑스 농민단체들은 2월 1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EU 정상회의 이전까지는 고속도로 점거를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AFP와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벨기에 농민들도 이날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고속도로와 도심 도로 위에 트랙터를 몰고 나와 길을 막고 EU의 환경정책과 각종 규제, 급등하는 물가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날 농민 시위로 벨기에 전국의 주요 고속도로와 간선도로가 봉쇄되면서 큰 교통혼잡이 이어졌다. 이에 앞서 독일에서는 농가 디젤유 보조금 폐지 여파로 1월 초 트랙터 약 10만대가 1주일동안 도로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독일 정부는 나중에 시간을 두고 실시할 것이라고 했으나 시위는 강도가 줄면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수도 베를린과 기타 대도시의 농민 시위에는 극우정당의 지원 아래로 수공예가들과 중소기업들도 동참하는 등 다른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EU 회원국 농민들은 EU의 환경 규제 정책과 농산물 수입 계획 등에 항의하며 생산 비용 상승에 대한 대책 등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EU가 생물 다양성 등을 위해 더 높은 환경 기준을 농민들에게 요구하면서 농산품 생산에 추가 비용이 든다며 이런 사정이 농산물 가격에 적절하게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벨기에 일반농업인연합(ABS)의 간부인 마크 볼프랑케는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몇 년 동안 정부에 경고했다"며 "농민들은 정말 절박하다"고 말했다. FT는 EU 회원국 농민들이 자국과 EU의 규제에 대한 불만뿐 아니라 우크라이나산 값싼 농산물 수입을 반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U는 지난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EU는 수입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에 부과하던 관세를 폐지한 바 있다. 또 EU가 남미 4개국 공동시장인 메르코수르와 추진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윤재준 기자
2024-01-31 18:1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