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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신년기획-中國,13억 시장을 잡아라]‘제2 내수시장’ 생산·판매 현지서 해결



【베이징(중국)=차상근기자】지난해말 두산그룹으로 인수된 대우종합기계는 외환위기 이후의 구조조정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대표적 사례중 하나로 꼽힌다. 대우종기의 성공적 재출발에는 중국법인의 굴삭기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지난 94년 산둥성 옌타이시에서 대우중공업 연대유한공사로 출발해 96년부터 굴삭기생산을 시작한 이 법인은 일본의 히타치,고마쓰,미국의 캐터필라 등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굴지의 기업들을 제치고 중국시장점유율 1위를 4년째 지켜가고 있다.

대우종기는 굴삭기 판매에 외상거래를 도입해 성공한 독특한 사례로 꼽히지만 제품의 우수성과 마케팅능력이 어우러져 기적을 일궜다는 것이 현지 직원들의 설명이다.

대우종기 청두사무소 박한철 수석대표는 “중국에서 외상판매는 망하는 지름길임을 모를 리 없지 않냐”고 반문하고 “그러나 대당 100만위안씩 하는 굴삭기를 팔면서 브랜드파워도 약한 회사가 현금만 고집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대신 외상판매를 하되 채권회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현지 은행,보험회사와 연계된 소비자대출 방식 할부제도를 구축했고 이를 통한 대리점 공략이 주효했다”면서 “중국 전역에 90여개의 대리상을 두고 이들에게 영업은 물론 애프터서비스, 부품판매권까지 부여했고 대리상을 관리하는 지사가 대리상 관리, 마케팅지원, 고객관리 및 교육 등을 하는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우종기는 지난 97년까지는 수출을 주로 했으나 98년 동남아외환위기를 계기로 내수로 뛰어들었고 중국정부의 강력한 긴축조치에도 성장세를 지속, 지난해 5월 중국내 업체중 처음으로 누계판매 2만대를 돌파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부터 판매방식을 일부 할부로 변경했다”며 “중국정부의 긴축조치에도 불구하고 서부대개발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지난해에도 예년수준인 25%성장을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대기업들에게 중국시장은 ‘제2의 내수시장’정도로 다가서고 있다.

◇거대한 내수시장=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은 지난해 10월25일 중국 상하이 푸둥에서 가진 글로벌로드쇼에서 오는 2010년까지 중국 삼성전자의 매출을 250억달러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중국내 매출이 내수와 수출을 포함 약 120억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6년만에 중국법인의 덩치는 두배로 불어난다. 이럴 경우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삼성전자의 매출에서 중국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의 18%에서 25∼30%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로서는 중국법인이 전세계 매출의 3분의 1을 담당하게 된다.

LG전자도 지난해에 중국 매출 100억달러시대를 열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50% 늘어난 150억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에너지,화학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SK(주)도 지난해 중국시장에서 약 15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SK는 오는 2010년까지 중국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늘어난 5조원으로 잡고 있다.

지난 2002년 중국내 사업을 시작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30억달러의 중국내 매출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올해 50억달러를 계획하고 있으며 오는 2008년 150억달러의 매출을 중기목표로 세웠다.

우리나라 4대 재벌의 주력기업들은 물론 대기업들은 중국내 사업을 대거 늘려가며 국내시장을 대체하는 ‘제2의 내수시장’으로 삼고 있다.

삼성전자나 LG전자,SK는 수교와 동시에 중국에 진출했으나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기 전까지는 가공생산기지 역할에 치중해왔다. 그러나 2∼3년전부터 본격적으로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했고 현지법인의 그룹내 위치는 초고속성장속도 만큼이나 급격히 격상되고 있다.

◇바뀌는 중국진출전략= ‘제2의 내수시장’화와 현지법인의 역할강화에 맞춰 기업들의 중국전략도 바뀌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에서의 주력사업을 반도체,LCD 등 고부가가치 제품중심으로 바꾸고 서비스망도 재정비해 프리미엄 브랜드화할 계획이다. LG전자는 단말기사업과 IT사업을 성장엔진으로 삼고 주력인 가전사업을 고급소비자층이 가장 선호하는 프리미엄 제품의 지위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SK도 석유, 화학, 윤활유, 아스팔트 등 4개 사업분야를 집중 육성한다.

무역협회 산하 무역연구소 양평섭 연구위원은 기업들의 중국전략 변화와 관련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현지 완결형 투자체제를 구축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SK는 아스팔트분야에서 현지구매부터 생산,판매,연구개발까지 일괄체제를 갖출 계획이다.삼성전자와 LG전자도 완제품에서 시작해 부품,판매 및 A/S센터,R&D센터로 중국사업을 늘려가고 있다.

이와 함께 수요지 특성에 맞춘 생산체제 구축도 두드러진 변화로 꼽힌다. H화장품은 선양 공장에는 중저가 제품을, 상하이에는 중고가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또 중국내 고가제품의 비중을 늘려가고 있으며 중국내 원부자재 조달도 강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국내 49개 부품협력사와 공동으로 진출해 현지 부품 조달비중을 83%로 끌어올렸다.

칭다오의 중소기업인 K사는 현지조달비율을 높이기 위해 현지법인의 이윤을 지속적으로 재투자하고 있다.

내수판매조직 강화도 눈에 띄는 전략변화중 하나이다. 생산법인내에 영업부를 설치하거나 주요도시지역에 생산법인 소속의 사무소를 개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농심 등은 자회사 형태로 분공사를 설치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생산과 판매법인을 별도로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국타이어 삼성전자 등이 해당된다.

이밖에 가격차별화전략이 급속도로 부상하고 있다.세계적인 브랜드파워를 지닌 회사는 초고가전략을 중견기업은 중고가전략을 사용하는 경향이다.


애니콜, 울시, 신라면 등은 고가전략으로 성공한 경우이고 화장품은 중고가로 시장진입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 중국측 파트너와의 갈등,중국내 브랜드 파워 및 마케팅능력 부족 등은 아직도 자금력이나 조직력이 열세인 중소기업들에게는 상당한 걸림돌이 되고 있다.

양평섭 연구위원은 “대기업은 막강한 조직력과 자금력,노하우 등을 바탕으로 쉽게 중국시장 진입에 성공하고 있는 편”이라면서 “그러나 중소기업은 외상매출금에 대한 관리실패, 원자재 세관통관시 세관당국의 자의적 관세부과 등은 물론 한국업체간 과당경쟁 등 다양한 난관을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 csky@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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