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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의 패션 엿보기]미야케 이세이-전통문화·기모노 전세계 알려



최근 옷감 전체에 주름(pleats)이 있는 독특한 소재로 만들어진 옷이 서울의 중년 부인들을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다. 이러한 독창적인 주름은 일본인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에 의해 개발된 것이다. 그는 예술성만을 고집하는 오뜨 꾸띄르의 고정관념을 깨면서 일본패션을 전 세계에 알렸다.

미야케는 1938년 일본 히로시마에서 태어났다. 그의 유년시절은 미국이 일본을 점령하던 시기여서 미국 패션 잡지나 미국 유명작가들의 사진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유년시절의 영향은 일본 타라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수학한 후 그를 파리유학을 떠나게 했다. 파리의상종합학교 졸업 후 미야케는 ‘기 라로쉬’와 ‘지방시’에서 조수로 일했다. 그 당시 일어난 파리혁명에서 자유를 주장하는 시민들을 보면서 인체로부터의 자유를 갈구하는 그의 패션철학이 태동했다. 그는 거기서 오뜨 꾸띄르의 패션에 대한 관념이 여성들을 억압한다고 생각하게 됐고, 뉴욕으로 건너가 기성복의 세계도 경험했다. 오뜨 꾸띄르와 기성복의 세계를 두루 경험 한 후 1970년에 도쿄에서 그는 ‘이세이 미야케 디자인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그의 초기 컬렉션은 일본 전통적인 것에서 출발했다. 1970년대 그의 첫 번째 컬렉션은 일본의 기모노와 노동자의 작업복, 유도복, 노동복이었고, 농부복의 체크무늬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었다. 일본의 전통적 문신에서 영감을 받은 ‘타투’ 컬렉션, 중세 일본의 사무라이 갑옷에서 영감을 받은 ‘바디워크’ 컬렉션, 일본전통기법인 종이접기 등을 응용함으로써 전통과 현대 그리고 동양과 서양이라는 상반된 개념을 하나로 통합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했다.

그는 의복 형태에서도 서양의 주 재단기법을 사용하지 않고, 직선재단으로 일본 기모노 형식의 기하학적인 형태가 많다. 그를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반열에 올려놓은 두 가지 컨셉트는 ‘한 장의 천(A Piece of Cloth)’과 ‘플리츠(pleats)’의 개념이다.

‘한 장의 천’ 개념은 하나의 천 조각만으로 인체를 감싸는 재단법이다. 의복과 인체 간에 일정한 공간을 부여해 인체를 재구성했고, 다양한 의미와 방법으로 인체에 적용했기 때문에 의상을 입는 방법이 착용자에게 맡겨졌다. 그의 의상은 신체움직임에 따라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했다.

‘플리츠’를 응용한 디자인은 신체를 속박하는 의복으로부터 여성을 해방시키기 위한 그의 노력의 결과이다. 결국 ‘플리츠’의 성공은 그의 패션목표인 ‘누구나 입을 수 있는 편안한 의복을 만드는 것’이 실현됐고, 플리츠 의복은 착용했을 때 입은 것 같지 않게 가볍고 간편하며 아름답다.

이세이 미야케(三宅一生)는 그의 이름이 의미하는 것처럼(‘Issey’는 ‘one life’, ‘Miyake’는 ‘three houses’ 라는 뜻을 지님) 패션 디자이너라는 하나의 삶을 위해 살았다.
그의 작품의 장점은 트렌드를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시대를 초월하는 독창성과 영원성에 있다. 그의 패션의 뿌리는 일본 전통문화와 전통의복인 기모노에서 출발했고, 이를 오늘날 라이프스타일과 맞게 융합시켜 재창조했다.

우리나라 패션계도 우리의 전통문화를 재인식하고, 이를 현대 생활에 맞게 재창조해 세계로 나가는 노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윤정 경인교육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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