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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서 교수와 함께 하는 ‘귀건강 365일’] 귓속 곰팡이



‘곰팡이가 핀다’는 얘기가 있다. 오래된 식빵에 푸른 곰팡이가 피고 먹다 남은 음식물에도 곰팡이가 핀다. 장마철 벽지 속에도 곰팡이가 피어난다. 지저분하지만 알고 보면 발에 생기는 무좀도 곰팡이의 일종이니까 그렇게 곰팡이와 함께 사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인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귀에 곰팡이라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귓구멍에 곰팡이를 가지고 살고 있다. 귀를 자주 후비는 분들을 보면 곰팡이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귀에서 커다란 귀지가 자주 나와 귀 청소를 할 수밖에 없는 분들은 실은 곰팡이가 만들어 내는 귓구멍 속의 막을 제거해 주고 있는 경우가 많다.

곰팡이가 좋아하는 환경은 햇빛이 들지 않고 습기가 있으며 온도가 높은 곳이니까 귓구멍은 그 조건을 다 갖추고 있는 셈이다. 귓구멍은 적당히 좁고 음습하며 따뜻하다. 귓병이 있어 귀에 습기가 많은 분들은 이런 곰팡이의 습성 때문에 더욱 흔히 생긴다. 곰팡이 종류에 따라 귀 안을 들여다 보면 하얀 밀가루 같은 물질이 나와 있기도 하고 치즈 같은 덩어리가 보이기도 한다. 물론 그렇게 되면 귀가 간지러울 뿐 아니라 먹먹하고 잘 들리지도 않는다.

곰팡이는 다른 사람이 쓰던 귀이개를 사용할 때 쉽게 전파된다. 집안 식구들이 귀이개 하나를 가지고 같이 사용한다면 모두 환자가 되는 셈이다. 귓구멍이 유난히 좁거나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 잘 생긴다. 자주 재발한다면 당뇨가 있는지도 한번 검사해 볼 필요가 있다. 또 몸의 다른 곳에 곰팡이가 있을 때면 더 잘 생기게 된다.

치료는 청결이 제일이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귓구멍 속을 혼자 구석구석 청소할 수는 없으니까 가끔 이비인후과에 가서 치료하고 필요하면 곰팡이를 죽일 수 있는 진균제를 사용해야 한다.

예방도 중요하다. 우선 수영이나 목욕 후에 귀에 습기가 없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때 면봉은 귀를 보호하는 귀지를 너무 말끔히 없애거나 안으로 밀어 넣을 수 있으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어떤 때는 면봉이 귀의 얇은 피부에 상처를 주어 염증을 오히려 일으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헤어 드라이어 등을 이용해 바람을 넣어 서서히 말리는 것이다.
알코올 성분이 있는 귀약을 넣어도 수분이 증발하는데 도움이 된다.

세상에 참을 수 없는 것 중 으뜸이 귀가 간지러운 것이라고 한다. 보통 귀를 만지지 말라는 주의를 어기고 증상이 더 심해져서 온 환자 분들이 변명으로 하는 말이긴 하지만 그 중에는 귀의 곰팡이가 원인인 경우가 흔하니까 조심하는 것이 좋겠다.

/경희대동서신의학병원 이비인후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