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학생 무분별 모집 빚 갚고 부동산 사들여
자격이 안되는 학생 입학 등 외국인학교를 불법적으로 운영한 혐의로 50대 부부가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학교 운영방식을 수시로 변경해 교육청 등 관할관청의 관리 감독을 피하면서 교비까지 빼돌리는 등 외국인학교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했다게 검찰 수사 결과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강지식 부장검사)는 미인가 외국인학교를 운영하며 교비 2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박모씨(57)와 그의 부인이자 학교 회계 책임자인 김모씨(58)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박씨는 2013년 7월부터 서울 용산에 있는 C외국인학교 내에 교육청 허가를 받지 않은 별도의 외국인학교를 설립.운영한 혐의(초.중등교육법 위반)를 받고 있다. 그는 부인 김씨와 짜고 교비 28억여원을 빼돌려 채무 변제, 부동산 매입 등에 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도 있다.
검찰에 따르면 C외국인학교는 1999년 10월 미국 국적의 송모씨가 설립한 정규 학교다. 유치원부터 고교까지 13년 과정으로, 한 해 평균 180여명이 입학해 연 수업료로 2000만∼2800만원을 낸다.
박씨는 2012년부터 송씨와 계약을 맺고 이 학교를 위탁 운영했다. 그러나 이후 지원자가 정원에 미달하는 등 정규 학생 모집이 여의치 않자 무자격 학생들을 무분별하게 끌어모았다는 것이다. 외국인학교에 입학하려면 부모 중 한 명이 외국인이거나 해외에서 3년 이상 거주한 경험이 있어야 하지만 박씨는 '내국인 특별전형'을 내세워 정원 대부분을 무자격 내국인으로 채웠다고 검찰은 전했다.
자격 요건을 갖춘 입학생은 2013년 81명에 불과했다. 2014년 29명, 지난해 19명까지 급감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점검을 나오면 무자격 학생들이 C학교 부속 평생교육시설이나 사설학원에서 교육받는 것처럼 속였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교육청이 2013년 6월 평생교육시설을 폐쇄하고 시정지시를 내려 더는 수익 창출이 어려워지자 아예 미인가 학교를 세워 학생들을 계속 받았고 박씨는 당시 C학교 내 교회 설립 신고를 한 뒤 이 교회가 학교를 운영하는 것처럼 편법을 썼다는 것이다.
운영자의 전횡과 편법운영 속에 C학교는 결국 2013년 12월 학생모집이 정지됐고 올 3월에는 학교폐쇄 명령까지 받았다. 교육청이 불법 운영 등을 이유로 외국인학교에 폐쇄 명령을 내린 첫 사례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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