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단독]부산교육청 면접시험 '평정표' 보니... 유족, 면접관 사전모의 의혹 제기

[단독]부산교육청 면접시험 '평정표' 보니... 유족, 면접관 사전모의 의혹 제기
▲ 지난 7월 17일 부산교육청 지방공무원 임용시험 당시 면접자 16명에 대한 평정표. A군의 유족 측 정리

【파이낸셜뉴스 부산】 부산교육청 공무원 임용시험에서 불합격한 10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 A군의 유족이 면접시험 평정표를 공개하면서 사전모의 의혹을 제기했다.

10일 부산의 특성화고 학생 A군(19)의 친이모 김모씨 등 유족 측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처음 평정표를 보고 정말 경악스러웠다”면서 “면접관 두 명의 평점이 거의 비슷한데 이게 사전에 얘기가 되지 않으면 가능한 일인가. 너무 변별력도 없고 무성의하다. 이런 점을 종합해볼 때 사전모의가 있지 않았나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유족 측은 지난 7월 17일 부산시연수원에서 치른 부산교육청 2021년 지방공무원 임용시험 시설직군 면접시험 평정표를 공개했다. 유족 측은 당시 평정표에서 미심쩍은 부분이 한 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 면접자 16명 가운데 13명의 결과 동일
당시 A군은 최종 모집인원 3명을 뽑는 지방 공무원 시설직-건축(경력)에 응시해 이날 면접조인 15조에서 10분 가량 면접시험을 치렀다.

평정표에 따르면 면접관 A와 B는 전체 16명 가운데 11명에 대해 모두 ‘중’(1~11번 응시자)을 기록했다. 또 이 11명을 포함한 총 13명(1~13번 응시자)에 대해선 같은 평점을 매겼다. 사실상 C만 변별력 있게 점수를 매긴 셈이다.

평정표에서 A군의 결과는 11번에 해당된다. 그 역시 A와 B 면접관으로부터 ‘올(All) 중’을 받았고, C로부터 상 4개, 중 1개 점수를 받았다.

‘우수’로 뽑힌 3명 응시자의 결과도 특이하다. 13번 응시자는 A, B가 ‘올 상’을, 15번 응시자는 A, C가 ‘올 상’을, 16번 응시자는 B, C가 ‘올 상’을 받았다. 마치 면접관 두 명이 돌아가면서 ‘올 상’을 주기로 하고 나머지 한 명만 평점을 달리 매기기로 짠 것 같다. A군의 유족 측은 이 대목을 볼 때 사전모의를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경찰 조사에서도 똑같이 진술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평정표 결과에 대한 설명도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미흡’ 결과를 내린 응시자에 대해선 간단한 설명이 붙었지만, ‘우수’는 별다른 설명 없이 오로지 ‘면접관 고유영역’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단독]부산교육청 면접시험 '평정표' 보니... 유족, 면접관 사전모의 의혹 제기
▲ 지난 5일 A군의 유촉들이 부산교육청 앞에서 불합리한 면접제도를 개선하라며 집회를 열고 있다.

■ "극단적 선택 징후 없었다"
당시 면접시험에는 지방공무원 임용령에 따라 25년 이상 5급 이상 공무원 3명이 면접관으로 참여했다. 합격자 결정 기준은 ‘우수’ 등급을 받은 응시자는 합격이며, 그 외 ‘보통’과 ‘미흡’으로 분류된다.

다만 이 평정표는 유족 측이 교육청에서 확인한 일부 면접 결과와 ‘우수’로 뽑힌 응시자로부터 전달받은 결과를 종합한 것이다. 결과 순서는 당시 면접 순이 아니며, 16번 응시자의 경우에는 면접관 A의 평점은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태다.
올해 부산의 한 특성화고 3학년인 숨진 A군은 공무원 합격을 목표로 내신 성적과 자격증 취득, 면접 등을 준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A군은 합격자 발표 다음 날인 7월 27일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군은 이번 부산교육청 지방공무원 시험과 더불어 이미 올가을 타 공공기관 지방공무원 시험에도 응시해놓는 등 이전까지 극단적 선택에 대한 징후가 전혀 없었다고 유족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교육청 한 관계자는 “교육청은 면접관에 대한 관여를 전혀 하지 않는다.
채점은 면접관 고유의 영역”이라면서 “최근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A군의 유족 측은 지난달 30일 부산시교육청 공무원을 상대로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현재 부산경찰청에서 수사 중이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