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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우크라이나 의용군

[fn스트리트] 우크라이나 의용군
러시아군에 맞서 참전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로 건너온 외국인 의용군이 약 2만명에 달한다고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이 6일(현지시간) 밝혔다. 해군특수전전단(UDT/SEAL) 출신 유튜버 이근씨(예비역 대위)가 7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이근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뉴스1
"그 누구의 죽음도 나를 감소시키나니/ 나란 인류 속에 포함된 존재이기 때문이라…" 영국 성공회 사제였던 존 던의 시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의 한 구절이다. 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같은 제목의 소설에서 이를 인용했다. 프랑코 장군의 군벌세력과 공화파에다 공산주의자들까지 뒤엉킨 스페인 내전 당시 미국 의용병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하지만 공화파 편에서 실제 참전한 헤밍웨이의 자전적 스토리였다.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뜻밖에 완강히 저항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사수하고 있다. 민간인까지 무차별 살상하는 러시아군의 만행에 세계 여론은 우크라이나 편이다. 각국에서 공유숙박예약 플랫폼 에어비앤비를 통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숙소를 선금만 내고 예약한 뒤 실제 숙박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배우 임시완도 지난 4일 이 같은 '착한 노쇼' 대열에 동참했다.

지구촌의 열혈 인사들은 이 정도 응원으론 성에 차지 않은 모양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외국인들도 함께 싸워달라고 호소하자 세계가 화답했다. 마치 헤밍웨이나 '동물농장'을 쓴 영국의 조지 오웰이 스페인 내전에 뛰어들었듯이. 뉴욕타임스(NYT)는 5일 수천명에 달하는 미국의 퇴역 군인들이 참전을 자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각국에서 자원한 의용병은 이미 2만명 선이란 소식이다.

다만 영국, 덴마크, 라트비아 등은 자국민의 참전을 허용했지만 다수 국가에선 법적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로 떠난 해군특수전전단(UDT·SEAL) 출신 유튜버 이근씨가 여권법 위반 혐의 등으로 처벌 위기에 놓였듯이 말이다.


그러나 자신의 목숨을 걸고 '외인부대'에 자원한 이들에게 돌을 던지기도 쉽진 않다. 참전 사유가 진짜 순수한 인류애라면 더 그럴 게다. 헤밍웨이는 전체주의에 맞서 인류의 일원으로 스페인 내전에 참여한 경위를 존 던의 시구로 설명했다.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라고 묻고 "종은 바로 그대를 위하여 울리는 것이므로"라고 자답하면서….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