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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기술주 IPO, 20년만에 최악

[파이낸셜뉴스]
미 기술주 IPO, 20년만에 최악
지난해 나스닥 시장 상장으로 돌풍을 일으켰던 미국 전기트럭 업체 리비안의 전기픽업트럭 R1T가 상장 당일인 지난해 11월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광장 나스닥거래소 앞에 전시돼 있다. AP뉴시스

뉴욕증시 급락세로 인해 미국 기술업체들의 기업공개(IPO)가 20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다른 업종의 IPO는 회복세 조짐이 보이고 있지만 기술업체들의 상장은 앞으로도 당분간 극심한 가뭄에 시달릴 전망이다.

5000만달러 이상 IPO 한 건도 없어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이하 현지시간) 모간스탠리 분석을 인용해 올해 초 이후 상장규모가 5000만달러를 넘는 기술업체 IPO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보도했다.

5000만달러 이상 규모의 대형 기술주 IPO가 236일째 실종 상태라는 것이다.

21일까지도 예정된 것이 없어 이대로 가면 21일에는 238일을 기록하게 된다. 이는 2000년대 초반 닷컴거품 붕괴,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의 이전 최장기록을 앞지르는 기록이다.

SVB증권 기술주자본시장 부문 책임자인 맷 월시는 "지금 시장에는 불확실성이 엄청나다"면서 "불확실성은 IPO 시장의 적"이라고 강조했다.

연준의 고강도 금리인상으로 판 뒤집혀
기술업체 IPO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사정이 지금과는 딴판이었다.

지난해 기술주 상장은 사상최대 규모를 기록했고, 주식시장 상승세 속에 IPO 종목들 역시 폭등세를 보였다.

그러나 올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치솟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잡기 위해 고강도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기술주들은 된서리를 맞고 있고, 기술주 IPO도 덩달아 실종됐다.

기술주는 특히 지금 당장의 실적보다는 미래 실적 전망에 기대는 종목들이다. 장밋빛 기대를 바탕으로 높은 주가가 정당화되기 때문에 연준의 금리인상 충격이 어떤 업종보다도 크다.

금리가 오르면 이에따른 경기침체 충격에 더해 이들 기술업체의 미래 수익 현재가치가 쪼그라들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다른 업종에 비해 기술주 낙폭이 유독 크다.

최근 상장 종목들은 주가 반토막
시황을 폭 넓게 반영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올들어 19% 조금 넘게 하락한 반면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는 낙폭이 28%에 육박하는 이유다.

특히 주식시장 약세는 새로 상장한 종목들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들 종목은 주가가 거의 반토막 났다.

과거 2년 동안 새로 상장한 종목들의 주가를 추적하는 르네상스IPO지수는 올들어 45% 넘게 폭락했다.

SVB증권의 월시는 투자자들이 기존 주식들 매수 입질을 시작한 뒤에야 IPO 시장이 재활성화 될 것이라면서 투자자들의 위험선호도가 지금보다 큰 폭으로 높아지지 않는 이상은 IPO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 IPO 전체 규모 94% 급감
지난주 10억달러짜리 대형 IPO가 있기는 했다.

생명보험사 코어브릿지 IPO였다. 올들어 첫번째 10억달러짜리 상장이었다.

그러나 이 업체는 기술업체들과 달리 펀더멘털이 탄탄하고, 알짜배기 사업체다. 이마저도 상장 열기는 미지근했다.

비록 코어브릿지가 10억달러짜리 IPO에 성공했다고는 하지만 미 IPO 규모는 미미하다.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상장 규모가 70억달러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 1100억달러에 비해 94% 쪼그라들었다.

기술주 IPO, 아직 한 겨울
코어브릿지 IPO 성공으로 얼어붙었던 IPO 시장에도 봄이 올지 모른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지만 적어도 기술업체 상장은 여전히 먼 얘기다.

법무법인 데이비스포크의 니콜 브룩셔 파트너는 기술업체들은 실적전망 하향 등으로 앞으로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어 시계 제로 상태라고 지적했다.

팩트세트에 따르면 S&P500지수내 정보기술(IT)업종 기업들은 2·4분기 순익이 간신히 기대를 충족했을 뿐이고, 3·4분기 전망치는 하향조정되고 있다.
전년동기비 4% 감소세가 예상된다.

브룩셔는 기술업체들이 비용절감 등으로 상황을 되돌리려 애쓰고 있지만 시간이 답이라면서 시간이 지나야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SVB의 월시는 대부분 기술업체들이 당초 계획했던 IPO를 내년 이후로 연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