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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바이든, SVB 사태 신속 개입 "문제 반복하지 않겠다"

바이든, SVB 사태 언급하며 "13일 관련 대책 연설" 예고
美 금융 당국, SVB 예금 보호 선언, 시그니처은행 미리 폐쇄
SVB 사태가 다른 은행으로 번지지 않게 차단 노력
세금으로 은행 살리는 구제금융은 제외, 다른 금융사와 합병이 최선

美 바이든, SVB 사태 신속 개입 "문제 반복하지 않겠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미 델라웨어주 뉴캐슬의 주방위군 기지에서 전용기에 탑승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유동성 위기로 폐쇄된 미 실리콘밸리은행(SVB)에 대해 문제 해결을 약속하고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정부는 시그니처은행을 미리 폐쇄하는 등 SVB 사태가 다른 은행으로 번지지 않도록 신속한 개입에 나섰다.

바이든은 12일(현지시간) 미 백악관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주말에 미 재무부와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가 내 지시에 따라 은행 당국과 더불어 SVB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관계 부처가 미국 노동자와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금융체계를 지킬 해법에 도달해 기쁘다”며 “이번 해법으로 납세자들의 돈을 지킬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바이든은 “미국인과 미국 기업들은 자신들이 원할 때 은행 예금이 온전하게 보관되어 있다고 안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이번 사태에 책임을 묻고 더 큰 은행에 대한 금융 감독을 강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이런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일(13일) 미국의 역사적인 경기 회복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은행 체계의 회복력을 유지할지 연설하겠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SVB 고객이 은행에 맡긴 돈을 보험 대상 한도와 상관없이 전액 보증하고 유동성이 부족한 금융기관에 자금을 대출하기로 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우리는 (미국의) 은행 체계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강화해 미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결정적인 행동에 나선다"고 강조했다.

3개 기관은 이번 조치에 따라 모든 예금주는 13일부터 예금 전액에 접근할 수 있으며 SVB의 손실과 관련해 납세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재무부는 주주와 담보가 없는 채권자 일부는 보호받지 못하며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SVB 고위 경영진이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 당국은 예금 인출 사태로 큰 손실을 낸 SVB를 지난 10일 폐쇄하고 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했다. 미국에서는 은행이 파산할 경우 연방예금보험이 한 은행 계좌당 최대 25만달러(약 3억2932만원)까지 보호한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등 기관들을 주로 상대하는 SVB의 경우 전체 예금의 거의 90%가 보험 한도를 초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연준은 은행에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새로운 기금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를 통해 미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등 담보를 내놓는 은행, 저축조합, 신용조합 등 금융기관에 1년간 자금을 대출할 계획이다.

금융 당국이 이처럼 신속히 개입한 것은 13일 미 증시 개장에 앞서 충격을 최소로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SVB 사태가 다른 은행으로 번지지 않게 차단하려는 의도로 추정된다. 미 뉴욕주의 금융 당국인 금융서비스부(DFS)는 12일 뉴욕주의 시그니처은행을 폐쇄 및 인수하고 FDIC를 파산관재인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시그니처은행은 미국 내에서 뉴욕·코네티컷·캘리포니아·네바다·노스캐롤라이나 등에서 영업해온 상업은행으로, 사업 분야는 상업용 부동산과 디지털자산 은행 업무 등이다.

시그니처은행이 폐쇄된 자세한 이유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해당 은행은 지난주 청산한 실버게이트은행과 함께 가상자산과 관련된 주요 은행 중 하나다. 이들 은행들은 가상자산 기업들 사이에 실시간 자금 이체를 돕는 결제 네트워크를 제공했으며 다른 금융기관에 비해 예치금 중 가상자산 비중이 높다고 알려졌다.

금융 당국은 시그니처은행의 모든 예금 고객 자산을 보장하겠다면서도 "SVB 해결안과 마찬가지로 손실을 납세자가 감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재닛 옐런 미 재무 장관은 12일 CBS방송에 출연해 다시금 정부가 세금으로 은행 빚을 갚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SVB 사태와 관련해 "(15년 전) 금융위기 당시 대형은행 투자자와 소유주들이 구제금융을 받은 바 있다"며 "그에 따른 개혁(조치)은 우리가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옐런은 "미국 은행 시스템은 정말 안전하고 자본이 풍부하다"며 "그것은 회복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미 당국은 은행을 살리는 대신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미 언론들은 12일 보도에서 FDIC가 11일부터 SVB를 인수할 의도가 있는 곳을 물색하고 있으며 12일 오후에 최종 입찰이 마감됐다고 전했다.
미 투자은행 제프리스파이낸셜그룹의 리치 핸들러 최고경영자(CEO)는 12일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SVB 사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번지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태의 가장 좋은 해법을 두고 다른 금융사가 SVB를 합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BBC 등 영국 매체들은 12일 보도에서 영국 런던은행 컨소시엄이 SVB의 영국 지사 인수를 공식 제안했다고 전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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