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선 성공’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에게 듣는다
현행 주52시간제, 일 몰리는 中企는 힘들어
개편땐 긴급발주 대응·대체인력 수급 등 해소
기업승계, ‘부의 대물림’이란 시각 벗어나야
‘業의 승계’·‘장수기업 육성’ 인식 개선 필요
‘노란봉투법’ 통과땐 불법파업 피해 중기 불똥
납품단가 연동제, 혜택 사각지대 없도록 해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집무실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근로시간제 개편안은 '주52시간'이라는 경직성에서 벗어나자는 취지라고 봅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정부가 최근 발표한 근로시간제 개편안에 대해 "노사합의에 의해서만 연장근로를 할 수 있고 합의가 있더라도 근로자 개인이 안 한다고 하면 적용할 수 없다"고 21일 설명했다. 즉, 근로자 의견을 최대한 존중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특히 김 회장은 기업승계를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 △업종변경 제한요건 폐지 △증여세 연부연납 기간 확대 △증여세율 단일화를 통해 제도 완성도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승계가 '부의 대물림'이라는 시각에서 벗어나 '업(業)의 승계'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제23·24·26대 회장에 이어 제27대 회장에 오르며 '4선'에 성공했다. 김 회장은 그동안 중기중앙회 수장으로서 △중소기업 적합업종 시행 △노란우산공제 출범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 등을 이끌어내며 중소기업계에서 두터운 신임을 얻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담 = 정명진 중기벤처부장
―직전 임기를 돌아봤을 때 보람 있었던 일 혹은 아쉬웠던 일은.
▲지난 임기 기업승계 제도와 관련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기업승계 활성화를 위해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우선 산업 트렌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독일, 일본 등과 같이 기업승계에 있어 업종변경 제한을 폐지해야 한다. 기업승계 방식으로 중소기업은 상속보다 증여를 선호하는데, 증여는 5년이라는 짧은 연부연납 기간으로 부담이 크다. 상속공제와 동일하게 20년으로 해야 한다. 현행 60억원 이하는 10%, 60억원 초과는 20%인 누진세 구조 역시 10%로 단일화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기업승계가 '부의 대물림'이라는 시각이 있어 제도를 개선할 때마다 어려움이 있다. '업(業)의 승계', '장수기업 육성'이라는 대국민 인식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중기중앙회 역시 대국민 인식 개선을 위한 다큐멘터리 제작 등 활동을 지속한다.
―윤석열 정부가 최근 발표한 근로시간제 개편안에 중소기업들이 반색을 드러낸다. 지난 11개월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에 대해 평가한다면.
▲윤석열 정부 노동개혁은 추진 방법과 속도에 있어 이전 정부들과 차별화한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노동개혁 기틀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한 노동시장 분석으로 근로시간제, 임금체계 등 시급한 과제를 도출하고 대안을 제시하면서 빠르게 노동개혁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 과거 노동개혁은 부정적인 여론, 노조 등 이익단체 반발로 개혁 동력이 급격히 저하하는 문제가 있었다. 윤석열 정부 노동개혁은 정치적인 유불리를 떠나 명확한 원칙 아래 추진해 개혁 방향과 속도 모두 성공적이다.
특히 그동안 중소기업계에서 애로사항으로 지적했던 주52시간제 등을 핵심 개혁과제로 선정해 추진한 데 대해 중소기업들 사이에서 기대가 큰 상황이다. 현행 주52시간제에서 중소기업은 구조적 야간근로와 함께 긴급발주 대응, 대체인력 수급 등에 애로가 있었다. 정부 근로시간제 개편안은 연장근로 단위기간을 현행 주단위에서 월단위 이상으로 확대하면서 특정시기에 일이 몰리는 중소기업이 형사처벌 부담 없이 주52시간을 초과해 작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근로시간제 개편안 보완지시는 개편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근로자 건강권 우려를 해소하라는 취지로 이해한다. 큰 틀에서 당초 정부 개편안이 유지되길 기대한다.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있다.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파업이 더욱 잦아지고 이는 중소기업 경영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총 132건의 파업이 발생했으며, 이로 인한 근로손실일수는 34만4000일에 달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하청노조가 원청을 대상으로 파업이 가능해지는 등 파업 대상과 범위가 확대된다. 불법파업에 대해 개인별 책임을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손해배상을 가능하게 하면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도 제한했다. 분명 기업들에 불리한 내용이다.
다만 중소기업(300인 미만 사업장)은 노조 조직률이 1.6%로 낮다. 하지만 불법파업으로 인한 피해는 중소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원청 생산 중단으로 인한 주문량 감소, 조업 중단 등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불법파업으로 인해 협력사 7곳이 도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화물연대 집단운송 거부로 레미콘업체, 수출업체 등에서 1조6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피해를 보기도 했다. 이처럼 기업들에 불리한 노란봉투법은 여야 합의 없이 강행처리하고 있는 반면, 영세한 중소기업을 위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는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회에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노동개혁에 힘을 모아주길 요청한다.
―오는 10월부터 시행하는 납품단가 연동제 안착을 위해 추가적으로 필요한 게 있다면.
▲중소기업 숙원이었던 납품단가 연동제가 14년 만에 법제화했다. 이와 관련한 '상생협력법'이 여야 합치로 단 한명의 반대도 없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반길만한 일이다.
어렵게 만들어진 제도인 만큼, 제도 혜택을 보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없도록 시행령을 제대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원재료 외에 전기료 등도 수·위탁기업 상호 합의 하에 연동 대상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 규모·업종별 특수성을 고려해 연동제 혜택에 있어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중기중앙회 역시 전문가 연구와 함께 현장의견 수렴 등을 통해 실효성 있는 시행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중소벤처기업부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중소기업 일자리 창출과 함께 궁극적으로 대기업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중소기업이 제값을 받으면 근로자 임금인상과 복지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나아가 연구·개발(R&D) 등 혁신을 통해 납품하는 제품 품질 역시 향상된다. 이는 대기업 성장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제27대 중기중앙회장 당선 공약 중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할 과제를 꼽는다면.
▲중소기업협동조합 활성화 등 중소기업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환경 마련에 힘쓸 계획이다.
현재 중소기업들은 협동조합을 통해 공동 구매·판매 등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하지만 협동조합 공동행위 허용 범위가 불분명하다. 협동조합의 공동사업에 공정거래법상 담합규정 적용을 배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
기업 간 거래(B2B)에서 협동조합의 가격 협의·제시 등 행위가 담합으로 간주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통해 협동조합 공동판매 사업을 허용해야 한다. 협동조합 주도의 공동판매 사업 추진을 위해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제품에 대해 권장가격 형태로 가격을 결정·제시할 필요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일본 순방을 마치고 귀국했는데, 성과가 있다면.
▲일본에 진출한 중소기업인과 교포, 현지 기업인들을 만났다. 일본 기업들이 한국에 매우 호의적임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다만 그동안 정치적인 문제로 인해 기업인들이 부담을 느껴야만 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강국이다. 그리고 반도체 관련 부품은 일본에서 많이 수입한다. 일본과 교류가 활발해지면 일본은 부품을 많이 팔아서 좋고, 우리 중소기업들은 관련 부품을 많이 가공할 수 있어서 좋다.
양국 기업 서로에 유리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순방을 통해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됐다고 본다. 오는 5월에 일본으로 다시 건너가 현지 중소기업 단체와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후속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약력 △1955년 충북 증평 출생 △1988년 로만손(현 제이에스티나) 창업 △한국시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 △개성공단기업협의회 초대회장 △서울대·고려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충북대 명예경제학박사 △국민훈장 무궁화장 수훈 △제6대 관세행정발전심의위원장 △제23·24·26대 중기중앙회장
정리=kjw@fnnews.com 강재웅 강경래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