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욱 예금보험공사 이사
디지털전환으로 열린 ‘클릭런’ 시대
금융사 한곳만 무너져도 영향 번져
건전성 상시감시 등 관리역할 키워
사진=박범준 기자
"예금보험공사가 빅데이터에 기반한 리스크 관리 체제를 기반으로 '금융시장의 기상청' 역할을 할 수 있다."
문형욱 예금보험공사 이사(사진)는 7월 31일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에서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를 계기로 급격한 위기 확산에 대비한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이사는 자본시장 및 디지털 금융 전문가다. 한국예탁결제원 예탁결제본부장을 지냈으며 국내 최초의 펀드슈퍼마켓 설립과 디지털금융 전략기획 업무를 담당했다. KDI 글로벌지식협력센터 추진단 부단장과 한국수력원자력 경영개선실장으로도 일했다.
문 이사는 "시장 상황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는 개인 신용 리스크뿐 아니라 실물경기 리스크도 고려한 종합 리스크 관리 체제를 내재화해야 하지만 금융사들의 역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경우 개인 및 기업들의 대출상환이나 채권 여신관리가 부실할 수밖에 없다.
디지털금융으로 대전환이 일어나면서 리스크 관리의 시급성과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SNS를 통해 순식간에 뜬소문이 퍼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고, 디지털뱅킹이 보편화되면서 예금자의 행동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문 이사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도장과 신분증을 들고 은행으로 몰려가 예금을 대거 인출하는 뱅크런(예금 대량인출)이 벌어졌다면 이제는 모바일에서 클릭 몇 번으로 순식간에 돈을 뺄 수 있는 클릭런(click-run)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새마을금고 사태도 금융당국의 발 빠른 대응이 없었다면 심각한 위기로 번질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문 이사는 "금융사 한 곳이 부실하다는 소문이 나면 전체 시장으로 번지는 건 순식간"이라며 "건전성 관리나 상시감시 등 모니터링 체계가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예보가 최근 '리스크 전문 관리기구'를 지향하고 있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문 이사는 "대형 금융사는 차주의 원리금 상환 가능성과 디폴트 가능성 등을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이 있지만 소형 금융사는 그렇지 않다"며 "디지털금융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예보가 금융데이터 기반의 전문적인 리스크 관리를 제공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예보가 생산한 리스크 분석 보고서를 금융사에 제공하고 빅데이터 기반의 리스크 관리기법을 통해 부보 금융사의 부실화를 막게 되면 예보 기금 투입도 최소화할 수 있어 일석이조인 셈이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리스크 관리도 주목할 포인트라고 문 이사는 말했다.
그는 "금융사들이 ESG 경영체계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재무적 지표에 반영되지 않은 비재무적 측면에서 기업 가치를 평가하고 신용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무적 지표가 좋지 않더라도 사회·환경적 부분에서 뛰어난 역량을 갖췄다면 신용등급을 조정해 여신 대출 규모를 추가할 수 있다. 문 이사는 "이 같은 판단을 하려면 금융사들도 ESG 경영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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