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내 노예가 돼야지...동영상 뿌릴까?” 악마가 된 두얼굴 남친[김은정 변호사의 성범죄 X파일]

연인 사이였지만 집착 심해지자 목 조르고 사과
사랑인줄 알았더니 자꾸 때려 코뼈까지 골절
"성관계 영상 유포하겠다"며 "노예가 돼라" 강요


“내 노예가 돼야지...동영상 뿌릴까?” 악마가 된 두얼굴 남친[김은정 변호사의 성범죄 X파일]
[제작 정연주] 일러스트
목 조르고 뺨 때리고 “다신 안그럴게...” 한 번의 폭행, 비극의 시작
필자가 의뢰받은 데이트 폭력 사건이다. 의뢰인은 남자친구와 2년간 교제했다. 반년간은 여느 연인들처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동안은 남자에게 폭력적인 성향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여자는 새로운 직장에 취업하게 되었다, 전공상 직장 내 남성의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부터 남자의 엄청난 집착과 함께 데이트 폭력이 시작되었다. 남자는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수시로 열어 대화 내용을 확인했다. 회사 업무차 동료 또는 상사와 이야기 나눈 것들까지도 꼬투리를 잡고, 피해자가 바람을 피운다며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고, 욕 하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어느 날, 가해자는 결국 피해자를 쓰러뜨린 뒤 목 조르고 뺨을 때렸다. 처음 폭행이 이루어졌던 날, 가해자 본인도 놀랐는지 피해자에게 무릎 꿇고 눈물을 흘리며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미친 듯이 용서를 빌었다. 피해자는 가해자의 모습이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하여 용서하고 관계를 이어갔다.

결별 선언하자 “노예가 돼라”, "인터넷에 영상을 뿌리겠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그런 일은 반복되었다. 코뼈가 골절되어 회사에 출근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상황에 이르자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이별을 고하였다. 이전처럼 용서를 빌어도 단호하게 거절하였다. 그러자 가해자는 태도를 바꾸어 피해자를 협박하기 시작했다. 사귀면서 서로의 동의하에 찍어두었던 성관계 영상(심지어 그 당시 분명 삭제한 줄만 알았던)의 일부를 보내며, 다시 사귀지 않으면 인터넷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두려웠던 피해자는 그렇게 가해자와의 관계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후 더 폭력적인 상황은 이어졌다. 피해자가 헤어지려 할 때마다 영상 유포 협박도 수도 없이 반복되었다. 어느 순간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연인 관계를 지속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순종적인 ‘노예’가 되라고 강요하였고, 돈까지 갈취하였다.

변호사 연락하자 벌벌 떠는 가해자...전자기기 폐기하고 접근 금지 각서

가해자는 점점 더 심한 범행을 이어갔다. 피해자가 영상 유포에 대한 두려움때문에 수사기관에 선뜻 도움을 요청하지 못했다. 결국, 피해자는 필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필자는 피해자가 현재까지 확보해 둔 대화내용 등을 면밀히 검토하였다. 모든 것이 확보되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해당 증거만으로도 가해자를 처벌하기에는 충분했다. 불안해 하는 피해자를 안심시킨 뒤 가해자에게 연락을 하였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집을 알고 있기에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피해자는 미리 다른 지역으로 피신을 시켜둔 상태였다.

가해자에게 필자의 신원을 밝히고 왜 전화했는지 알고 있지 않느냐 하니 모르겠다며 발뺌을 했지만 목소리에 떨림이 느껴졌다. 이미 증거들은 확보되어 있고, 이것만으로도 너를 처벌받게 할 수 있지만, 마지막 기회를 줄테니 지금 당장 소유하고 있는 휴대폰, 아이패드 등 모든 전자기기를 가지고 지금 당장 필자의 사무실로 올 것을 요구하였다. 결국, 가해자는 휴대폰 등을 모두 가지고 필자의 사무실로 방문하였고, 클라우드 등에 영상이 저장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확인받음과 동시에, 가져온 전자기기는 필자가 직접 폐기하기로 하고 건네받았다(혹시 모를 포렌식 등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그 이후 피해자에게 다시는 연락하지 않고 접근하지 않겠다는 점 등을 내용의 각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피해자는 마침내 데이트 폭력의 굴레에서 안전하게 벗어날 수 있었다.

데이트폭력, 참아 주면 살인까지...넘기지 말고 변호사 상담해야
데이트 폭력은 가해자 또는 피해자가 ‘사랑’이라 치부하는 순간 비극이 된다. 피해자는 생명도 위협받는다. 최근에는 데이트 폭력 조사를 받고 나온 가해자가 1시간 만에 피해자를 살해하는 비극적인 사건까지 발생하였다. 데이트폭력 피해자는 가해자에 대한 애정으로 내가 이 사람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 착각하며 반복적인 피해 상황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네가 잘못했기 때문에 나한테 맞는거야’라는 가해자의 가스라이팅에 빠져 데이트폭력 상황을 참아내기도 한다. 이번만 가해자가 원하는 대로 하면 앞으로는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매우 위험한 판단이다.

데이트 폭력 가해자는 피해자가 대응하지 않고 지나가는 것을 학습하게 되고, 큰 죄의식 없이 더 큰 범죄로 나아가게 된다. 혼자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지 말아야 한다. 또한. 누군가의 도움으로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고 지레 겁먹고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연인이 폭력적인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이기 시작할 때, 필자와 같은 피해자 전문 변호사와 상담이라도 진행해보기를 권장한다. 현재 자신이 놓여있는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대응 방안을 강구할 수 있고, 그를 통해 더 큰 비극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 소개]
김은정 변호사는 성범죄 피해자 사건을 전담으로 하고 있으며, 현재 성범죄 피해자만을 위한 ‘해바라기 법률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가해자로부터 2차 피해를 염려하는 피해자들의 요청 사항을 고려하여 자체적인 사설 경호 시스템도 구축하고 있다. 가해자는 일절 변호하지 않는 것이 김은정 변호사의 신념이라고 한다.

“내 노예가 돼야지...동영상 뿌릴까?” 악마가 된 두얼굴 남친[김은정 변호사의 성범죄 X파일]
해바라기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김은정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