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로 책정한 수익금 내놓으라며 감금
새로운 유형의 MZ조폭 동원
폭처법상 관리 대상 안 돼
2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감금·폭행·협박 등 혐의로 투자사 대표 유모씨(30)와 조직폭력배 등 일당 9명을 검거했다. 사진은 자칭 '불사파'인 MZ조폭의 모임 장면 /사진=서울경찰청 제공
[파이낸셜뉴스] 미술품 투자 수익금을 정해 놓고 돈을 내놓으라고 갤러리 대표를 감금·협박한 투자사 임원 등이 붙잡혔다. 이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MZ 조폭'으로 분류되는 자칭 '불사파'의 존재도 확인됐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투자업체 대표 유모씨(30)와 직원 2명, 유씨가 동원한 불사파 조직원 3명, 중국 동포 3명 등 모두 9명을 지난 20일 검거해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8월 1일 서초구 소재 유씨의 투자사 빌딩 등에서 미술품 투자 수익금 명목으로 자신들이 정한 금액 87억원을 내놓으라며 모 갤러리 대표 A씨를 감금하고 폭행·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 A씨는 불교모임을 통해 투자사 전무 B씨를 만났고 이어 대표 유씨를 소개 받았다. 유씨는 지난 3월 31일부터 4월 11일까지 이우환 화백의 작품 4점,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 1점 등 미술품 총 5점을 28억원을 주고 사들였다. 순차적으로 미술품을 되팔아 수익금 총 42억원을 받기로 약정했으나 수익금 지급이 늦어지자 이들은 범행을 저질렀다.
지난달 1일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1시 30분까지 유씨와 B씨, 투자사 임원 C씨, 그리고 이들이 불러들인 MZ세대 조폭 3명과 조선족 폭력배 3명은 A씨를 유씨의 투자사 빌딩으로 끌고 가 총 7시간 30분가량 감금했다. 이들은 당시 A씨가 보관하고 있던 이우환 화백의 작품 '다이얼로그'를 담보로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A씨에게 87억원의 빚이 있다는 진술을 강요해 녹음하고 휴대전화에 몰래 위치공유 어플을 설치해 추적한 혐의(위치정보보호법 위반)도 있다.
유씨 등 투자사 임원들은 A씨에게 "조폭, 조선족을 동원해 A씨와 남편을 살해하겠다" 등으로 협박하고 피해자의 머리를 수첩으로 내리치는 등 폭행을 이어갔다. 지난달 3일 낮 12시 45분께에는 A씨의 갤러리에 들이닥쳐 다이얼로그를 찾지 못하자 대신 김지혜 작가의 작품 '책가도' 1점, 김종학 작가의 작품 '강원도 풍경' 2점 등 총 3점을 강취해가기도 했다. 시가 3900만원 상당이다.
일당은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12일까지 모두 645차례 연락하며 A씨를 괴롭혔다. 지난 5월에는 이자 명목으로 3400만원 요구해 받았다. 이달 13일에는 A씨 남편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1인 시위를 하겠다고 협박해 2억1000만원을 뜯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에서 유씨 등이 동원한 조폭이 1983년생을 중심으로 이뤄진 자칭 '불사파'임이 확인됐다. 범서방파·이천연합파 출신과 그들의 추종세력으로 구성된 불사파는 지난 2021년 전국 조직을 결성해 정기적으로 지역별 모임을 하며 친목을 다졌다. MZ 조폭은 계파를 뛰어넘어 또래끼리 모이는 특성이 있다. '불사파'라는 이름은 영화 '넘버3'에서 배우 송강호가 연기한 조필의 조직에서 따온 것으로 조사됐다.
불사파 조직원들은 온몸에 문신을 하고 일정한 직업이 없는데도 강남의 고급 아파트에 살며 벤츠·레인지로버·벤틀리 등 고가의 외제차를 탔다.
경찰은 불사파 조직원들이 이권에 개입한 다른 범행이 있는지 계속 수사 중이다.
한편 경찰은 폭처법상 관리대상 조폭이 되는 기준이 현재의 MZ조폭에게는 맞지 않다며 판례 및 법 개정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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