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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든 유지든 일이나 했으면"..국감 앞두고 속타는 여가부

김행 후보자 자진사퇴로 또 '뒤숭숭'
대통령실 후임 인선 고심...차관 체제 거론도

"폐지든 유지든 일이나 했으면"..국감 앞두고 속타는 여가부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폐지 공약,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책임론, 김행 장관 후보자의 엑시트(exit).'
여성가족부가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끊임없는 악재를 맞으며 좌초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사기는 꺾일대로 꺾인 모습이다.

당장 김행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로 인해 올해 국정감사를 제대로 마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여가부 국감에서 실패로 끝난 새만금 잼버리 책임에 대해 따져물을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행 후보자는 지난 12일 강서구청장 보선 패배 이후 여권에서 '지명철회' 기류가 나오자 자진사퇴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김현숙 장관 체제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 출신의 김현숙 장관은 지난달 13일 3개 부처 개각 단행에 앞서 사의를 표명했으나 아직까지 사표가 수리되지 않아 그동안 여가부 대외 일정을 유지해왔다.

다만 김현숙 장관이 잼버리 파행 책임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임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서 '차관 권한대행 체제'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차관 권한대행 체제가 나오는 이유는 여가부 폐지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뜻이 확고한 상황에서 이른바 '순장조' 장관으로 나설 인사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거대 야당이 이번 보궐선거 승리 이후 윤석열 정부의 인사에 날을 세우고 있는 만큼 어떠한 후보를 내세워도 국회의 인사청문 절차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것도 걸림돌이다. 여기에 최근 인사청문회에 대해 '먼지 털이식'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장관 후보자를 꺼리는 인사들이 많아졌다.

특히 차관 권한대행 체제는 장관 자리를 공석으로 두면서 부처 폐지 의지를 드러낼 수 있는 효과도 있다.

일단 김현숙 장관은 다음달 2일로 예정된 여가부 국감에서 야당 공세를 방어해야 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다만 사의를 표했던 김 장관이 계속 여가부를 이끄는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여가부는 출범 이후 2번째 폐지 위기를 맞으며 끊임없이 혼선을 겪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에 따라 2001년 김대중 정부에서 '여성부'로 신설된 지 21년 만이다.

여가부는 이명박 정부 들어 첫 폐지 위기를 맞은 바 있다. 여가부 폐지 공약에 따라 복지부에 통폐합될 뻔했으나 여성계의 반발로 2008년 가족·보육정책을 다시 복지부로 이관하면서 '여성부'로 축소됐다.

2010년에는 복지부의 청소년·가족 기능을 다시 가져와 '여가부'로 확대 개편해 지금까지 맥을 이어 왔다.

그러나 지난해 1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가부 폐지'라는 한 줄 공약을 게시하고, 당선 이후에도 일관되게 공약 실현을 추진해 오면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신설 당시 고용노동부와 복지부의 기능을 넘겨받았던 것과는 정반대 상황에 처한 것이다.

다만 여가부를 폐지하려면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점이 변수로 남아 있다.
현재 국회 의석 과반(172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폐지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내년 총선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윤 대통령의 여가부 폐지 공약은 지켜지기 힘들다.

한 여가부 관계자는 "계속되는 풍파로 직원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며 "폐지든 유지든 빨리 결정돼 불안해하지 않고 일에 전념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