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치료·비급여 주사 등 비급여 지급보험금, 실손보험 지급보험금의 60% 이상
과잉진료·의료쇼핑 등 보험사기 사례도 속출
"통원 1회당 한도 설정 등 방안 마련 시급"
[연합뉴스TV 제공]
[파이낸셜뉴스]
#학원강사로 일하던 정모씨(52세)는 자궁 내막에서 악성 신생물이 발견돼 지난 2019년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A한방병원에 입원했다. 정모씨는 입원 기간 별도의 진료를 받지 못한 채 과도한 비급여 주사(징크주, 리포토신, 메리트씨, 칵테일 비타민제, 황산메가네슘, 셀레늄주, 타치온 등)와 한방약제 등을 투여받았고, 이 결과 3년 간 약 3억4000만원 가량의 비급여 비용이 발생했다.
#50대 직장인인 남편 B씨와 주부인 아내 C씨 부부는 회사복지 차원의 의료비를 지원받은 후 슬관절·견관절·팔꿈치 통증 등을 이유로 주소지 인근 병원에서 통원 비급여물리치료(체외충격파·도수·증식치료 등)를 여러 번 받았다. 월 7~10회, 저녁 6~7시경 내원해 회당 20만원, 월 200만원 이상의 비급여 진료비가 발생했다. 3대 비급여 치료를 순차적으로 받은 A씨의 비급여 진료비용은 4433만8530원, 체외충격파 중심의 치료를 받은 B씨의 비급여 진료비용은 843만3000원이었다.
실손보험 지급보험금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물리치료, 비급여 주사 등 비급여 지급보험금으로 나타난 가운데 보험사기 의심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앞서 보험업계는 상생금융 차원에서 지난해 약 14.2% 오른 실손보험료를 1%대 인상하는 것에 그쳤지만, 과잉진료 사례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향후 실손보험료 인상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4일 보험업계는 한방병원의 과잉주사제 처방 사례, 회사복지 차원 의료비 지원에 대한 과잉도수 사례를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먼저 암 요양을 명목으로 과도한 비급여 주사제 및 진료를 시행한 사례에 대해서는 "의학적 지식이 부족하고, 중병으로 인해 궁지에 몰린 환자를 이용해 과잉진료를 고액으로 지속 시행했다"고 지적했다. 해당 병원의 경우 보험사가 진료의 적정성 및 실제 진료 여부를 확인하고자 해도,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내용의 진료소견서를 발행하고 추가조사를 거부하도록 해 적절한 보험금 심사를 방해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해당 병원은 사무장병원, 임의비급여 둔갑청구,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가 진행 중이다.
업계는 회사복지 차원에서 지원된 의료비로 과도한 비급여 진료를 시행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에 대해서도 "개인으로서는 치료의 성과계획 등을 판단하지 않고 진료를 지속하는 것으로 의심되며, 의료기관도 이에 호응해 치료의 성과 등에 대한 판단 없이 진료를 지속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통상 실손의료보험의 경우 진단의 적정성, 치료의 필요성 및 효과 개선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나, 이러한 판단이 미흡한 상태에서 진료만 지속 시행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의미다. 업계는 "보험사기에 가까운 과잉청구로 이득금지의 원칙이 훼손될 경우, 그 피해는 선량한 보험계약자가 분담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올해 3·4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은 각각 154.9%, 114.5%로 전년 대비 각각 23.2%, 25.7% 급증했다. 비급여 지급보험금 증가 영향으로, 지난해 전체 손보사 지급보험금(10조9000억원)에서 10대 비급여(3조8000억원)가 35%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새나가는 비급여 지급보험금을 줄여 실손보험료 인상 폭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3·4세대 실손의 경우 통원 한 번에도 고가 도수치료 항목의 과잉 처방 등 과잉치료 유인이 존재한다"며 "물리치료와 비급여 주사제의 평균가격 등을 고려 각 항목마다 통원 1회당 한도를 설정하는 등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3·4세대 실손보험의 경우 연간보장금액(250만~350만원)과 연간 통원횟수(50회) 한도는 존재하지만, 통원 1회당 보장한도는 제한이 없는 상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보험사 입장에서 보험금 부담이 커질 경우, 장기적으로 보험료 인상분을 소비자에게 이전할 가능성이 있다"며 "보험금이 과도하게 올라갈 경우 보험 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규제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와 당국도 비급여 지급보험금 증가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실무협의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앞서 지난해 1월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 보험연구원, 보험협회 등과 함께 '지속가능한 실손보험을 위한 정책협의체'을 발족했다.
금융당국은 해당 회의를 통해 보험업계, 유관기관과 실무협의체를 구성, 보험금 누수방지를 위한 보험사기 사전예방 강화 방안 등 제도개선 과제를 발굴·논의할 계획을 발표했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업계의 비급여 관리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보건당국에서 나서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 또한 "도수치료 등 비급여 근골격계 질환 치료행위에 대한 의학적·합리적 기준을 보건당국에서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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